국가론 · 05
상류에서 돌아온 편지
강물은 국경에서 멈추지 않는다. 공동의 상급자가 없다는 말은 약속에 구속력이 없다는 뜻도, 하류의 사람이 외교적 합의만 기다려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상류가 저수지를 지으려 하자 하류에서 편지를 보냈다. 건설을 멈추거나 원래의 유량을 보장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런데 답장은 저수지 설명부터 하지 않았다. 하류는 자기 물을 어떻게 쓰고 있느냐고 먼저 물었다.
국가론에 등장하는 가상의 세 나라 사이에서 생긴 다툼이다. 목적연합도시국은 하류에, 목적민족연합은 상류에, 목적민주공화국은 서쪽에 있다. 이름에 헷갈리지 않도록 아래에서는 연합도시국, 북쪽 이웃, 서쪽 이웃이라고 하자. 세 나라 모두 국호에 ‘목적’이 들어가지만, 어느 이름도 그 나라가 하는 모든 일을 옳게 보증하지 않는다.
윈허강은 북쪽 이웃에서 흘러내려 연합도시국의 애플시와 유도진을 지나, 마지막으로 하구시에서 바다로 들어간다. 양국에는 오래된 협정이 있다. 갈수기의 ‘평년’에는 입경 지점 유량이 초당 180세제곱미터보다 낮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북쪽 이웃은 세 차례 갈수기에 걸쳐 저수지를 채우려 한다. 연합도시국의 계산으로는 그동안 유량이 150까지 떨어질 수 있고, 유도진 취수구의 오염물 농도가 올라가며, 하구의 짠물도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북쪽 이웃은 세 질문을 돌려보냈다. 평년이란 무엇이며 물을 저장하는 해도 포함되는가. 연합도시국은 10년간 관개용 취수를 약 30퍼센트 늘렸는데 절수 대책은 어디 있는가. 또 애플시는 처리한 하수를 윈허강에 내보내고 유도진은 그 하류에 있는데, 왜 상류가 물을 더 흘려 하류 자신의 배출물을 희석해 줘야 하는가.
이 질문들이 줄어든 물을 되돌린 것은 아니고, 저수지를 짓는 쪽을 면책한 것도 아니다. 다만 너무 단순했던 그림을 풀어 놓았다. 우리가 피해자고 상대가 책임자라는 말 하나가 아니라, 저수지와 관개와 배수에 각각 설명할 대목이 있다는 것이다. 하류가 상류에 질문할 권리는 유도진 주민이 애플시에 계속 묻는 것을 막지 않는다.
상급자가 없어도 약속은 있다
두 나라에는 공동의 법원이나 군대가 없고 더 높은 정부에 결정을 맡길 수도 없다. 그렇다고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협정은 먼저 양쪽에서 세 명씩 참여한 공동위원회에 넘기고, 6개월 안에 풀리지 않으면 중재로 가도록 정했다. 문제는 중재인 후보 명부의 기한이 지났는데 양쪽이 갱신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절차가 종이에 있어도 여기서 막힐 수 있다.
나중에 두 나라는 기한이 지난 명부에서 추첨하기로 합의해 그 길을 다시 받아들였다. 마침내 중재판정부가 구성되었다. 저수는 계속하되 갈수기 유량은 165보다 낮아서는 안 되고, 상류의 수문 정보는 1시간 안에 하류에 전송하라고 판정했다. 유도진의 오염이 어디에서 오는지는 협정 범위가 아니므로 판단하지 않았다. 양국에는 각각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모두 따랐다.
완벽한 장치는 아니다. 명부는 만료될 수 있고 권한에는 경계가 있으며 실행은 각국 기관이 해야 한다. 그래도 두 나라를 함께 다스리는 정부가 없다고 구속력 있는 규칙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충분히 보여 준다. 협정이 분쟁을 누구에게 맡길지 정하고, 양쪽이 인정한 절차가 판정하고, 각자의 기관이 실행한다. 그 부분들이 연결되면서 구속이 실제로 작용한다.
중재가 해결한 것은 이번의 유량과 정보 다툼이다. 두 나라의 생활 전체를 맡지도 않았고 애플시의 배수를 대신 검사하지도 않았다. 판정은 이 사건에서 최종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들이고 집행하는 직위까지 질문을 면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해에 새 문제가 생기면 약속한 절차를 다시 밟을 수 있다. 자국 주민도 왜 이 결과를 받아들였으며 앞으로 무엇을 할지 물을 수 있다. 협정을 떠나거나 멈추는 일 역시 새 결정이므로 설명이 필요하다. ‘위에서 간섭할 사람이 없다’는 말로 끝낼 수는 없다.
협상 도중 연합도시국은 다른 거래를 한 번 제안했다. 북쪽 이웃이 서쪽 이웃에 대한 제재에 참여하면 물에 관한 중재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북쪽 이웃은 두 일은 각자의 절차로 처리하자고 답했다.
외교에는 물론 교환이 있다. 하지만 이 거래에서 가져가 버리는 것은 누구의 질문일까. 유도진 주민의 물 문제는 아직 답을 얻지 못했는데 다른 분쟁 때문에 철회될 수 있었다. 협상하는 사람에게 성과 하나가 생겨도 취수구에 있는 사람에게 물 한 방울 더 생기거나 물에 관한 설명이 들려오지는 않는다. 두 일을 동시에 논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다른 일이 타결되었다는 이유로 이 일까지 답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
국경 밖의 사람도 빈칸은 아니다
전쟁이 시작된 뒤 연합도시국은 서쪽 길을 막고, 서쪽 이웃의 국가기관 자산을 동결하고, 그 나라 세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명령에는 인도적 물자는 예외라고 적혔다. 담당 관리는 의회에서 목표는 상대의 전쟁 수행 능력이며 인도적 예외는 언제나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종이 위에서는 정말 열려 있었다. 약품과 식품의 허가를 신청할 수는 있었다. 다만 심사에 평균 74일이 걸렸다. 의료용 저온유통 장비는 군용·민간용 겸용으로 분류되어 허가되지 않았다. 허가를 받은 물품도 금지된 은행을 거쳐야 해서 결제를 못 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어 북쪽 국경 보건소는 서쪽 이웃의 몇몇 접경 구역에서 투석 치료가 약 절반으로 줄고 북부 밀가루 가격은 약 60퍼센트 올랐다고 보고했다.
그 수치들은 조사할 만하다. 하지만 모든 결과가 제재 때문이라고 바로 선언할 수는 없다. 전쟁과 현지 동원, 다른 공급 경로도 치료와 식품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확인해야 하는 것은 연합도시국이 스스로 관리하는 부분이다. 허가가 얼마나 지체되었고, 장비가 왜 들어가지 못했으며, 어떤 돈이 지급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구체적인 환자의 치료가 늦어졌는지, 실제로 쓸 수 있는 대안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책임을 아무 데나 돌려서는 안 되지만, 원인이 여럿이라는 이유로 자기 몫을 숨겨서도 안 된다.
제때 투석해야 하는 사람은 74일을 기다릴 수 없다. 정말 이 허가나 장비, 결제 제한 때문에 치료받지 못했다면 문서의 ‘예외’는 그 사람을 실제로 예외로 두지 못한 것이다. 환자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령이 환자에게 닿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수입을 허용한다고 적었다고 기계가 운송되고 돈이 지급되고 치료가 시작되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는 단순한 구별이 있다. 자국민이 아니라고 자국이 그 사람에게 한 일을 외면할 수는 없다. 누구의 명령이 실제로 그에게 미쳤고 그가 피할 곳도 없는가. 그쪽이 그 일에 관해 답해야 한다. 그 때문에 그 사람이 자국 국적을 얻는 것도 아니고, 자국이 그의 인생 전체를 관리할 권한을 얻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생명과 질문할 자격이 여권 색깔 때문에 줄어들 수는 없다. 장기적인 지원과 돌봄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실제 관계와 조직된 생활에 따라 보아야 한다. 모든 책임이 완전히 같다고 일괄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수입업자가 면제를 신청할 수 있다고 환자가 물을 길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보건소가 대신 수치를 보고했다고 본인의 길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제한한 부처가 혼자 통제하지 않고, 환자나 담당 의사가 실제로 닿을 수 있으며, 이용해도 보복당하지 않는 곳이 필요하다. 거기서 왜 예외가 작동하지 않는지 다시 심사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기관으로 만들지는 토론할 수 있다. 그러나 토론 끝에 담당 부처 혼자 ‘이미 열려 있다’고 하는 말만 남아서는 안 된다.
국가와 그 안의 사람을 나누어 보면 다른 오해도 피할 수 있다. 저 정부가 사람을 억누르니 우리가 가서 더 나은 사회를 대신 만들어 줘도 되는가. 그렇지 않다. 자국이 만드는 피해를 막는 일과 다른 나라 사람들의 미래를 정하는 일은 다르다. 원조와 복구와 관심이 슬그머니 ‘우리가 정한 모습이 되어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자국의 안전과 맞바꿀 대상이어서도 안 되고, 자국이 넘겨받아 대신 다스릴 대상이어서도 안 된다. 제3국이 다른 곳의 사람들을 어떻게 구할지는 별도로 진지하게 답해야 할 문제다. 불간섭 한마디로 해결할 수도 없고, 이 질문을 이용해 자신에게 백지 권한을 줄 수도 없다.
상대가 더 나쁘다는 말은 우리의 기준이 아니다
북쪽 이웃은 나중에 다섯 질문을 보냈다. 역 공격의 표적은 어떻게 확인했는가. 완충지대에서 누가 구금되었는가. 국경 다리에서는 왜 사람이 죽었는가. 수용센터의 식수는 누가 관리하는가. 북쪽에 사는 한 평론가의 국적은 왜 박탈되었는가. 연합도시국은 일부는 설명하고, 일부는 안보 사안이라고 했고, 일부는 지방 사무라고 했다. ‘내정이다’라는 답도 있었다.
북쪽 이웃이 세계의 재판관은 아니다. 별도의 답변 의무를 약속하지 않았다면 통상의 외교 질문에 모두 하나하나 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조약과 공동 절차가 요구하는 답변과 이행은 여전히 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정부에 당장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자국 행위의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도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내정은 관할에 관한 말이지, 질문을 여기서 끝내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수용센터의 물 문제는 주정부가 국가로 넘기고 국가가 다시 주정부로 돌렸다. 질문은 한 바퀴를 돌았지만 해결할 수 있는 곳에는 닿지 못했다.
외교 질의 한 통도 자동으로 보통 사람의 이의신청 통로가 되지는 않는다. 자국과 독립되어 있어도 보낼지는 대개 상대 정부가 정한다. 영향을 받은 사람이 시작할 수 있는 것도, 보복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닐 수 있다. 문밖의 질문을 안으로 보내는 값진 길이지만, 질문자에게 진짜 길을 주려면 자국의 독립적이고 접근 가능하며 질문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절차와 연결되어야 한다.
외교관계를 유지한다고 상대의 모든 행위를 보증하는 것도 아니다. 연합도시국과 서쪽 이웃은 싸우면서도 삼계진에 각자 연락소를 남겨 두었다. 나중에 그곳에서 휴전과 철군을 논의했고, 유족의 진술도 그곳을 거쳐 들어왔다. 국가를 승인한다는 것은 질문을 보내고 책임을 분명히 기록할 주소를 남기는 일이다. 포격을 허가한 것도 아니고, 그 책임을 계속 교류하는 제3국에 옮긴 것도 아니다. 제3국 자신의 무역행위는 따로 물을 수 있다. ‘승인’이라는 말로 두 책임을 섞을 필요는 없다.
위협받을 때는 ‘상대가 더 나쁘고 우리는 이만큼 절제하고 있다’는 말을 가장 쉽게 한다. 그러나 서쪽 이웃이 반전집회를 해산시켰다는 사실은 연합도시국의 한 판결에 답하지 못한다. 그 판결은 서쪽 이웃의 한 어머니를 인터뷰한 편집장에게 18개월형을 선고했다. 독자가 적군 병사의 죽음과 자국의 방어를 나란히 보게 했다는 이유였다. 알려진 이 이유만으로도 처벌은 이미 경계를 넘었다. 표현의 시기나 방식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누구의 죽음을 어떻게 볼지 독자 대신 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적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경험을 한 인간의 경험으로 써서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전시의 모든 제한을 한꺼번에 유죄로 단정하는 것도 아니다. 군비가 높으면 실제 근거와 감독을 묻고 비율만으로 결론 내리지 않는다. 집회가 한 번 거부되었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조사한다. 방위수업이 출석만 요구했다면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모두에게 같은 믿음을 강요했다고 할 수 없다. 판단은 실제로 한 일에 내려져야 하며, 국호나 진영으로 대신할 수는 없다.
상류의 편지가 좋은 것은 북쪽 이웃이 영원히 옳다는 것을 증명해서가 아니다. 남에게 질문할 권리가 있다고 자신이 질문 바깥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하류에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공동의 상급자가 없어도 강물은 국경을 넘어 흐르고 명령은 다른 사람에게 닿는다. 국가가 그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는지는 답장할 뜻이 있는지만 보아서는 모른다. 편지 뒤의 그 일을 계속 물을 수 있는 곳이 정말 있는지도 보아야 한다.
원논문과 읽기 안내
기존 중국어 교양 산문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문장과 호흡에 맞춰 독립적으로 다시 썼다. 바탕이 된 연구는 SAE 국가론의 여덟 논문이며, 각 글에서 해당 논문으로 이어진다. 사례 속 국가·지명·사건은 원논문이 설정한 허구다. 이 글은 철학적 요구와 제안하는 제도, 개별 상황에서의 판단을 구별하며 현행법을 설명하거나 현실의 특정 국가를 판정하지 않는다. 기술적 논증을 모두 옮긴 것도, 모든 사례의 결론을 내렸다는 뜻도 아니다. 개념의 엄밀한 정의와 상세한 한정, 정치철학과의 대화는 논문에 남겨 두고, 여기서는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따라 질문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