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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Dubito

국가론 · 04

지킨다는 말은 누구를 향하는가

포탄 앞에서는 결정을 서둘러야 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국가의 존망을 사람의 입을 막고, 권한을 붙들고, 주민의 길을 막는 근거로 쓸 수는 없다.

Han Qin ·

사례에 나오는 국가·지명·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철학적 요구와 제도에 관한 제안이지, 현행법의 설명이나 현실 국가에 대한 판정, 실제 외교에 적용할 처방이 아닙니다.

지시문은 사납게 쓰이지 않았다. 갈대마을의 대피를 조직하지 않는다. 주민이 스스로 떠나는 것은 제한하지 않는다. 대중교통은 평소대로 운행한다.

이 연작의 가상 국가인 목적연합도시국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웃 나라는 갈대마을을 포격하고 있었고, 뒤이어 보병이 강을 건너올 예정이었다. 지시문은 대피를 조직하면 자국이 서탄을 포기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후방에 공포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수석집정관은 한 치의 땅도 내주지 않으며 마지막 한 사람까지 갈대마을과 함께하겠다고 연설했다. 세 사람으로 된 방위회의는 2 대 1로 지시를 통과시켰다. 대외 집정관이 반대표를 던졌다.

지역정부는 버스를 보내 사람을 데려오려 했지만 방위청은 군 통행증을 요구했다. 사흘이 지나서야 통행증이 나왔다. 그 사이 별도로 야간 도보 대피가 한 차례 조직되었다. 적군은 아홉째 날 갈대마을에 들어와 5주 동안 지배했다. 그전까지 주민 약 61퍼센트가 떠났다. 남은 사람 중에는 노인과 환자,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 병원과 급수시설을 지키던 사람도 있었다. 전투와 점령 기간에 민간인 140명이 숨졌다. 제12년에도 사망 원인과 책임을 나누어 밝히는 조사가 진행 중이었다.

그 숫자 전부를 지시문 한 장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누가 포격을 시작했는지, 전투가 어떤 결과를 냈는지, 통행증은 왜 늦었는지 각각 사실을 조사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 끝을 기다리지 않아도 볼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그 문서에는 밖을 향해 무엇을 보여 줄지가 먼저 나왔고, 사람을 어떻게 살릴지가 나중에 나왔다. 순서가 이미 뒤집혀 있었다.

국가에 사람이 필요하다고 사람을 국가 보존의 도구로 쓸 수는 없다

국가가 사라질 판인데 중단하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 비상시에 가장 힘 있게 들리는 말이다. 연합도시국의 수석집정관도 그렇게 말했다. 이웃 나라 병력 11만 명이 경계 강 서안에 모였고, 72시간 안에 강을 건널 수도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때 모든 절차가 느긋하게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은 물론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기다릴 시간이 없다는 데서, 그 뒤의 모든 일을 내가 정한다는 데로 건너갈 수는 없다.

국가를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은 사람의 생활과 권리, 서로 협력할 조건을 지키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지 국가의 자기 사랑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보존하기 위해 사람의 입을 막고 진정을 가로막고 모두에게 함께 죽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면, 보호의 이유가 보호하려던 대상을 삼켜 버린다. 땅 한 조각이나 수도 하나, 국가의 틀 자체를 잃는 것은 무거운 패배다. 그렇다고 그것들을 못 지켰으니 사람도 더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선언할 수는 없다.

갈대마을의 지시는 떠나지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가도 된다는 것과, 가려는 사람이 실제로 갈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노인과 환자에게는 차가 필요하고 차에는 통행증이 필요하다. 대피를 조직한다는 것은 모두를 강제로 옮긴다는 뜻이 아니다.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사람에게 실제 길을 마련하는 일이다. 남기로 한 사람도 보호와 물자 공급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후방을 조용히 두려고 그들의 안전을 내줄 수 없고, 대피하지 않는 모습을 적에게 보여 주는 깃발로 쓸 수는 더더욱 없다.

이 글은 국가가 어떤 제한을 받아야 하는지 논하는 것이지 현행 군사법을 소개하지 않는다. 결정권자에게 모든 일을 미리 알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 사흘 동안 차가 왜 지나가지 못했는지는 허가권을 쥔 쪽이 설명해야 한다. 140명의 사망을 둘러싼 책임도 사실별로 확인해야 한다. 이 요구는 공격한 쪽의 책임을 줄이지 않으며, 자국의 몫을 공격자 뒤에 숨기도록 허용하지도 않는다.

지휘는 하나여도 권한을 따져 물을 문은 하나일 수 없다

권력 독점에 반대하면 모든 일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동의해야 한다거나, 군대조차 각자 다른 지휘를 따라야 한다는 말로 들리기 쉽다. 그렇게는 전투를 할 수 없다. 문제는 한 군대에 통일 지휘가 필요한가가 아니다.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이 전시로 언제 전환하고, 주민에게 언제 군을 쓰고, 평소의 제약을 언제 벗어나며, 그 모든 것이 언제 끝났다고 선언할지까지 혼자 정해도 되느냐다.

철곡특구의 군수공장 두 곳에서 파업이 일어나자 방위군 한 개 연대가 공장에 들어가 문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6주 동안 머물렀다. 특구는 요청하지 않았고 지방의회는 반대했으며, 전국 의회에도 확인을 요청하지 않았다. 명령한 쪽은 군사 공급시설을 보호하는 것이지 국내에 군을 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검문소를 지나는 사람은 노동자였고, 검문소를 이용한 구금도 이루어졌다. 이름이 행위의 성격을 대신 정해 주지는 않는다. 주민에게 군을 쓰려면 적어도 지휘자가 독점하지 않는 확인이 있어야 하고, 얼마만큼을 어디서 언제까지 쓸지 밝혀야 한다. 법원이 적법하게 내린 강제집행이 필요한 판결도 그런 확인이 될 수 있으며, 이때 군의 사용은 판결 집행에 한정된다. 확인을 받았더라도 필요성과 권한, 구체적 수단은 계속 설명해야 한다. 여기서 요구하는 것은 기능이지, 오직 한 가지 기관 설계만 적합하다는 말이 아니다.

여기서 또 한 걸음을 몰래 건너가서는 안 된다. 군대가 확인 없이 공장에 들어갔다고 해서 파업에 관한 모든 조치의 판단이 끝난 것은 아니다. 노조는 나중에 중재에 들어갔고, 지방정부는 법원 심사를 요청했으며, 기소된 사람은 법원에 갈 수 있었다. 그 길들은 각각 살펴야 한다. 왜 중재가 여섯째 주에야 시작되었는지, 한 노동자의 골절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따로 조사해야 한다. 거꾸로, 나중에 그런 길이 있었다고 처음 확인 없이 진입한 빈틈이 메워지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부대가 교대 배치되고 기존 기지에 머물며 주민을 대상으로 임무를 수행하지 않는다면, 국내에서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국내에 군을 쓴 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남완주 주민투표 일주일 전에 두 개 대대가 옮겨 왔고 지방정부에 사전 통보도 없었다면, 사람들에게는 물을 이유가 있다. 왜 지금이고 무엇을 막으려는가. 그 시점은 조사할 단서이지, 이미 위협하려는 행위로 증명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평시와 전시의 지휘 체계도 나누어야 한다.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전투 중이기 때문이다. 평화로워진 뒤까지 그 이유를 빌려 집중을 계속할 수는 없다. 두 체계 사이를 어떻게 바꿀지에 관해서는 한 자리 혼자 결정하지 않고, 기한이 있으며, 따져 물을 수 있는 결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전시 종료를 선언하지 않는 것만으로 특별한 지휘 방식을 계속 남겨 둘 수 있다.

비상사태의 기한도 그렇다. 원래는 7일 안에 확인을 받아야 했고, 한 번에 60일이었으며, 연장은 합동회의가 결정했다. 개헌 뒤에는 비상을 선포한 집정원이 스스로 연장할 수 있고, 의회가 중단하려면 5분의 3이 필요해졌다. 나중에 종료 찬성 176표, 반대 142표가 나왔다. 통상의 다수는 종료를 원했지만 문턱에 못 미쳤다. 임시 권한은 여기서 장기 권한이 되기 쉽다. 끝내자는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한을 쥔 쪽이 충족하려 하지 않는 조건이 종료의 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심사하는 쪽과 선포한 쪽이 같은 다수파에 속한다는 사실만으로 심사가 가짜라고 할 수는 없다. 앞의 쪽이 자료를 얻을 수 있는지, 독립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 조치를 실제로 멈출 수 있는지 봐야 한다. 반대로 기관 명칭이 다르다고 독립성이 보장되지도 않는다. 전시 상태가 끝나지 않으면 의회 자신의 임기도 늘어나는 경우라면, 그 일에서 의회가 어떤 자리에 있는지도 다시 살펴야 한다.

가장 어려운 반문은 의회가 폭격당해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것이다. 대체 장치는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비상을 선포한 사람이 그때그때 자기에게 동의할 사람을 골라 확인하게 해서는 안 된다. 통상의 장치와 대체 장치 모두 움직일 수 없다면 임시조치는 미리 정한 가장 짧은 기한에만 한정되고 스스로 연장할 수 없어야 한다. 이 요구는 재난 속에서도 절차가 언제나 보전된다고 보증하지 않는다. 다만 절차가 잠시 무너진 것을, 이후의 결정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으로 읽지 못하게 한다. 이미 유효한 최종심 판결도 새 임시조치를 선포했다고 보류할 수는 없다.

640명의 구금은 질문할 수 있음과 질문으로 바꿀 수 있음의 차이를 보여 준다. 30일씩이라면 기한이 있어 보이지만 연속할 수 있고, 연장할지는 구금한 쪽이 정한다. 가장 긴 기간은 이미 150일이었다. 감찰청은 기록을 요구하고 설명을 청할 수 있어도 사람을 풀어 줄 수는 없었다. 법원이 조항의 합헌성을 심사하는 것 역시, 각자가 독립된 자리에서 자기 구금을 재검토받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기록이 제시한 장치에서는 바로 사람을 나오게 할 이 길이 부족했다. 나중에 실제 이용 가능한 개별 심사가 있었다고 밝혀진다면, 각 사람에 관한 판단은 그 사실에 따라 다시 살펴야 한다. 큰 꼬리표 하나로 대신해서는 안 된다.

임시 권한이 스스로 떠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전쟁이 끝나면 처리하겠다. 군 안의 스무 살 청년도 그 말을 들었다. 종교에 속해 있지는 않았지만 양심 때문에 무기를 들고 싶지 않아 대체복무를 신청했다. 신청은 받았지만 전시에는 심사를 멈춘다고 했다. 소집을 거부하면 2년에서 5년의 징역을 살 수도 있었다. 그는 입대해 2년을 복무했다. 심사가 재개되자 위원회는 이미 복무를 마쳤으니 더 심사하지 않겠다고 했다.

바로 복무가 끝났기 때문에 당시 왜 심사하지 못했는지 더 답해야 한다. 그가 앞으로 군에 가야 하는지를 묻는 게 아니라, 그 2년 동안 그의 거절이 왜 갈 곳이 없었는지를 묻는다. 신청은 복무 중에도 언제든 할 수 있어야 하고 종교 유무를 조건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심사 중에는 입대를 강제하지 않고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소하지도 않으며, 기각되면 법원에 재심사를 청할 수 있어야 한다. 심사는 신청이 무기를 드는 일 자체를 향하는지, 전후에 일관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지 내면의 진위를 최종 인증하는 것이 아니다. 대체복무에도 부담은 있을 수 있지만 차이에는 공개된 이유가 필요하고 보복이 되도록 설계해서는 안 된다. 특정 전쟁이나 특정 임무만 반대하는 신청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원논문에서도 아직 풀지 않았다. 슬쩍 모든 명령에 개인 거부권을 준 것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비상권한은 더 공손한 모습으로도 남는다. 전시 부가세는 재건세로 이름을 바꾸고, 감청은 평화조약을 맺어야 멈춘다고 하며, 비상시에 수용한 농지에는 전후 재논의라고 적는다. 이름이 달라져도 손에 쥔 것은 같을 수 있다. 평화조약은 한참 동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종료가 그날을 기다리면 임시에는 끝이 없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물어야 할 것은 당국이 언제 전쟁의 끝을 선언하느냐가 아니라, 처음 방어를 필요하게 한 공격이 이미 제거되었느냐다. 이 가상 기록에서는 공격자가 강 서쪽으로 밀려났고 이듬해 봄 양쪽이 휴전했다. 원래의 다급한 방어 근거는 거기서 다 쓰였다. 의회가 1년 넘게 뒤에 전시 상태를 끝냈다고 그 사이 기간의 근거를 거꾸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강 건너에 계속 주둔하는 것은 새 행위이며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다. 원래 방어에 주어진 승인 안에 숨길 수는 없다.

전쟁에 기대어 성립한 권한은 그 종점에서 근거를 잃는다. 쥐고 있는 사람이 스스로 돌려줘야 한다. 반대자들이 이제 필요 없다고 증명하기를 기다려서는 안 된다. 평시에도 방어선이나 국방비, 어떤 공적 기능이 정말 필요하다면 새로 결정할 수 있다. 지금 왜 필요한지, 어디에 쓰고, 누구의 점검을 받으며, 언제까지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공백이 없도록 미리 이어받을 장치를 마련해도 된다. 하지만 지난 전쟁을 빌려 계속 살아남아서는 안 된다. 통상의 국방예산이 전부 전시 임시권한인 것도 아니므로 군비 비율만 보고 일률적으로 철회하라고 할 수는 없다. 각 장치가 어디서 왔는지, 지금의 근거는 무엇인지 살펴 판단해야 한다.

적대가 끊겼다 이어져 분명한 종점을 찾기 어렵다고 해도 무한한 권한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 권한에는 기한이 있어야 하고, 연장은 새 결정으로서 다시 설명하고 독립된 확인을 받아야 한다. 원래 기한이 없거나 평화조약을 기다린다고만 적혀 있다면, 미리 정한 짧은 기간 안에 기한 있는 새 장치로 다시 세우지 않을 경우 효력을 잃도록 해야 한다. 세상이 깔끔한 끝을 마련해 주지 않는다고, 권한을 가진 쪽이 영원히 계속하겠다고 스스로 정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지켜야 하는 것은 언제나 사람이 앞으로도 살아갈 생활이다. 갈대마을의 땅도, 국가의 틀도, 그 청년의 2년도 중요하다. 그런 생활을 지키는 도구가 거꾸로 생활을 향해, 그 도구가 영원히 남을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원논문과 읽기 안내

기존 중국어 교양 산문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문장과 호흡에 맞춰 독립적으로 다시 썼다. 바탕이 된 연구는 SAE 국가론의 여덟 논문이며, 각 글에서 해당 논문으로 이어진다. 사례 속 국가·지명·사건은 원논문이 설정한 허구다. 이 글은 철학적 요구와 제안하는 제도, 개별 상황에서의 판단을 구별하며 현행법을 설명하거나 현실의 특정 국가를 판정하지 않는다. 기술적 논증을 모두 옮긴 것도, 모든 사례의 결론을 내렸다는 뜻도 아니다. 개념의 엄밀한 정의와 상세한 한정, 정치철학과의 대화는 논문에 남겨 두고, 여기서는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따라 질문을 읽는다.

원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