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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Dubito

국가론 · 03

나라를 떠난다는 것

나가려는 사람도 있고 쫓겨난 사람도 있다.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끝내 자리를 얻지 못한 아이도 있다. 국적의 문제는 여권 한 장 안에 다 담기지 않는다.

Han Qin ·

사례에 나오는 국가·지명·인물·사건은 모두 허구입니다. 여기서 다루는 것은 철학적 요구와 제도에 관한 제안이지, 현행법의 설명이나 현실 국가에 대한 판정, 실제 외교에 적용할 처방이 아닙니다.

그 여성 기술자는 원래 날마다 두 나라 사이를 오갔다. 서른네 살로, 고령주에 살며 북쪽의 목적민족연합에 있는 수력발전 회사에서 일했다. 나중에 상대국의 한 지역정부가 공직을 제안했다. 그 나라 국적을 얻고 6개월 안에 목적연합도시국 국적을 포기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녀는 절차를 밟으러 갔지만 신청은 되돌아왔다.

이 연작의 국가와 사례 인물은 모두 허구다. 그래도 그녀가 부딪힌 답답함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한쪽은 먼저 원래 신분을 내려놓으라고 하고, 다른 쪽은 지금은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한다. 연합도시국의 비상명령은 전시에 열아홉 살부터 마흔다섯 살까지의 국적 이탈 신청을 받지 않도록 했다. 창구는 그녀에게 미납 세금이 있는지, 다른 조건이 맞는지조차 심사하지 않았다. 그 나이 구간에 들어가기만 하면 거기서 끝이었다.

6개월이 지나자 새 국적의 승인은 효력을 잃었다. 이듬해 봄 그녀는 취업허가를 받아 이사했지만, 여전히 원래 나라의 국민이었다. 같은 봄, 이제 살지 않는 주소로 소집장이 왔다. 응하지 않아 수사가 시작되었다. 다시 1년 넘게 지난 뒤 전시 상태가 끝나자, 그녀는 재신청하고 세금과 수수료를 낸 끝에 국적을 이탈했다. 사건은 기소되지 않은 채 여전히 걸려 있었다.

결국 떠나기는 했다는 말은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손쉽게 끝내는 말이다. 효력을 잃은 승인도, 그 몇 해 동안 왜 그녀의 다음 걸음이 남의 손에 쥐여 있었는지도 빠져 있다.

나갈 수 있어야, 그저 붙들려 있는 것이 아니다

한 도시를 떠나면 같은 나라의 다른 도시로 갈 수 있다. 한 나라를 떠날 때에는 그 위의 층위가 받아 주지 않는다. 다른 나라로 가야 하고, 그곳이 받아 주기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국적은 마음대로 찢어 버릴 종이 한 장이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묶어 두는 밧줄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여기서 제시하는 것은 규범적 주장이지 각국의 현행법에 관한 안내가 아니다. 떠날 수 있는 권리는 국가가 베푸는 은혜여서는 안 된다. 국가는 등록을 요구할 수 있고 이미 밀린 세금을 정산하도록 할 수 있다. 이미 제기된 소송도 출국했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람을 가둬 놓는 방식으로 국가를 유지할 수는 없다. 국가가 보호하던 생활이, 보호가 필요한 순간에 거꾸로 붙잡아 둘 수 있는 자원으로 바뀌어서는 안 된다. 방어전쟁도 예외가 아니다.

그 기술자 앞에는 돈 문제도 있었다. 국적 이탈 정산세는 팔지 않은 자산을 판 것으로 간주해 차익의 18퍼센트를 거두었다. 평균임금 3개월분에 해당하는 이탈 수수료도 별도로 있었다. 그녀의 자산에 적용하면 정산세가 저축의 약 4분의 1을 가져갔다. 이미 밀려 있던 세금과는 다르다. 떠나려 하기 때문에 새로 생긴 비용이다. 금액을 정한 쪽은 도대체 무엇을 정산하며 왜 이 액수인지 설명해야 한다. 낼 수 없는 사람에게도 돈을 받는 쪽 혼자 막을 수 없는 이의신청의 길이 있어야 한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적 이탈을 유예하는 비상명령은 더 직접적이다. 몸은 국경을 넘었지만 신분은 여전히 그녀를 소집 대상에 남겨 둔다. 이미 출국한 사람에게도 소집에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새로 기소할 수 있다면, 떠난 뒤의 결과는 돌아와 복무하거나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두 가지뿐이다. 이 글의 주장에서는 그것도 다른 방식의 이탈 제한이다. 소집장이 하루 먼저 왔는지 나중에 왔는지로 달라지지 않는다. 출국 전에 이미 기소한 사건은 계속 심리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사람을 붙들거나 처벌을 더하거나 국적 이탈을 가로막아서는 안 된다.

이미 소집에 응해 복무 중인 사람이 허락 없이 근무지를 떠나는 것은 다른 일이다. 거기에는 구체적 직무의 책임이 있으며 사법절차로 처리해야 한다. 아직 그 직무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과 한 부류로 섞어서는 안 되고, 출국 자체를 별도의 죄로 더해서도 안 된다. 무기를 들기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는 언제든 신청해 독립 심사를 받을 길도 있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 그 문제를 다룬다. 모든 책임을 지워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떠나는 일 자체를 갚아도 끝나지 않는 빚으로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못 나가게 해도 안 되지만, 함부로 내쫓아도 안 된다

같은 나라에서 다른 여성은 정반대의 일을 겪었다. 남완주에서 태어나 북쪽 이웃 나라에 살면서 자국 간행물에 칼럼을 쓰던 사람이었다. 개헌과 군대의 도강에 반대했고 휴전을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해 41만 명의 서명을 모았다. 나중에 구성원등록청장은 국가 존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국적을 박탈했다. 그녀에게 다른 국적은 없었고, 여권은 그날 무효가 되었다.

소송을 낼 기한은 30일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본인이 하구시에 와서 서류를 내야 한다고 했다. 입국 부서는 자국민이 아니므로 입국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니 5개월간 답하지 않았다. 변호사가 대신 내자 법원은 절차에 맞지 않는다며 돌려보냈다. 각 창구에는 나름의 근거가 있어 보이지만, 창구를 모두 합치니 그녀가 물을 곳은 없어졌다. 이듬해 가을에야 법원이 대리 제출을 유효하다고 인정했고 사건은 심리에 들어갔다.

국적에는 투표할 자격과, 여러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리가 연결되어 있다. 행정기관이 자신에게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서 질문할 자격을 빼앗는다면, 그것은 어떤 발언을 어떻게 벌하느냐를 넘어선다. 앞으로 질문하는 사람으로서 당신이 있어도 되느냐를 결정하는 일이다. 문밖으로 밀어내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에게는 국적 박탈의 결과가 계속 미치고, 국가는 여전히 그녀의 말을 추궁한다. 두 쪽의 관계가 말끔히 끝난 것은 전혀 아니다.

따라서 이 글은 어느 행정기관에도 국적 박탈 권한을 주지 않는다. 한 사람의 행위는 법에 따라 기소하고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출생으로 얻은 국적을 처벌로 회수할 수는 없으며, 다른 나라 여권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신청으로 얻은 국적에는 한 가지 차이가 있다. 취득할 때 사기가 있었다면 법원이 그 취득이 성립했는지 심사할 수 있다. 다만 심사 대상은 당시의 사기이지, 나중에 불쾌하게 여겨진 언행이 아니다. 국적 박탈을 ‘처음부터 받아 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이름만 바꿔서는 안 된다.

자격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아예 얻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 유도진 북쪽 수용센터에는 6,300명이 살고, 밖에 나가려면 허가를 받아야 했다. 허가가 통하는 시간은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이른 버스를 타고 애플시에 가서 일용직 일을 하고 서둘러 돌아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곳에서 태어난 아이 310명의 출생증명서 국적 칸에는 ‘미정’이라고 적혔다.

부모의 원래 나라는 아이들을 등록해 주지 않는다. 이곳 법은 부모가 합법적으로 5년을 거주해야 한다고 하면서 임시 체류 기간은 빼 버린다. 제11년에야 비호를 받은 어머니의 아이는 빨라도 제16년이 되어야 신청할 수 있다. 아이는 이미 여기서 살고 있는데 시간은 아직 시작되지 않은 것 같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쉽게 ‘신분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먼저 설명할 일은 분류와 생활이 왜 맞지 않는지다. 국가는 어디 살고, 몇 시에 나가고, 누가 공급하는 물을 마시고, 아이가 어느 학교에 다닐지까지 정한다. 그러면서도 받아 줄 수 있는 신분은 아직 얻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람의 생활을 깊이 조직하면서 그 사람을 오랫동안 ‘임시’라는 두 글자 안에 놓아둘 수는 없다.

여기서는 오늘과 미래를 구분해야 한다. 오늘 이미 이들은 진정을 내고 답을 받고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 국적 취득을 기다릴 일이 아니다. 앞으로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살아왔으며 돌아갈 나라가 없는 아이에게, 실제로 걸을 수 있고 기한이 있는 국적 취득의 길이 있어야 한다. 받아들이지 않는 쪽이 허락할 때까지 그 기한의 시계가 멈춰 있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받아들였고, 다른 나라의 국적 박탈 때문에 돌아갈 곳이 없는 성인에게도 이런 길이 필요하다. 조건은 자국이 실제로 그 사람의 생활을 얼마나 조직하고 있는지에 따라 설명해야 한다. 법원이 신청에 의한 국적 취득에 사기가 있었다고 인정했더라도, 그 때문에 무국적이 된 사람을 영원히 붕 뜬 채 둘 수는 없다. 사기를 새 경로의 조건에 반영할 수는 있지만 그 길을 끝없는 기다림으로 바꿀 수는 없다.

이 주장들은 모두에게 국적이 저절로 생긴다는 뜻이 아니다. 국외의 사람이 자국의 어떤 조치에 영향을 받아 그 조치를 물을 권리가 생겼다고 해서, 자동으로 국적 취득 자격까지 생기지는 않는다. 무슨 영향을 받았는지와 어떤 신분을 얻어야 하는지는 따로 답해야 한다. 다만 신분이 없다는 것을, 첫 도움 요청조차 듣지 않아도 되는 이유로 삼을 수는 없다.

국경이 그어진 곳에서 질문도 멈추는가

서관검문소에 국경을 넘어온 이웃 나라 병사 열네 명이 몸을 의탁한 적이 있었다. 두 나라의 협정은 72시간 안에 돌려보내도록 했다. 한 사람당 면담 시간은 약 10분이었다. 세 명은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고, 한 명은 돌아가면 감옥에 간다고 말했다. 책임자가 적은 지시는 ‘의정서에 따라 처리’라는 한 줄뿐이었다. 나중에 한 간행물은 그중 두 사람이 15년형을 받았다고 보도했지만, 연합도시국은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하지 않은 보도를 확정된 결과로 쓸 수는 없다.

그러나 그 72시간 동안, 돌려보내는 결정과 독립된 곳에서 그들의 ‘싫다’는 말을 받을 수 있었는지는 이미 물을 수 있다. 두 나라가 약속했다고 해서 창구 앞의 사람이 자기 질문을 잃지는 않는다. 이의신청을 돌려보낸 다음에야 시작할 수 있다면, 이 열네 사람에게는 한 번도 시작되지 못한 길일 수 있다.

나중에 통과 인원을 제한하자 다리 서쪽에 1만 명 넘는 줄이 생겼고, 6일에서 9일을 기다렸다. 다리 위에서 출산한 여성도 있었고 추운 밤에 숨진 노인도 있었다. 다리 서쪽은 이웃 나라 땅이므로 사람들을 맞아 줄 시설이 없는 것은 이웃 나라가 답할 일이다. 하지만 자국이 하루에 몇 명을 얼마나 빨리 통과시키는지는 여전히 자국이 답할 일이다. 양쪽은 서로의 책임을 지워 주지 못한다. 사람이 국경 반대편에 선다고 해서, 이쪽 결정이 그 사람에게 미친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구금과 입국 거부, 송환에는 본인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고 보복 없이 쓸 수 있는 독립 심사가 필요하다. 그것은 강 건너를 통치할 권한을 자국에 주는 것도, 그를 자동으로 국민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떠나는 것이 한 지역 전체의 문제일 때도 있다. 남완주의 주민투표는 투표율 63퍼센트, 탈퇴 찬성 52.4퍼센트였다. 항구의 두 구역은 찬성이 다수였고, 북부의 세 구역은 반대가 다수였다. 헌장에 탈퇴가 적혀 있지 않다는 이유로 중앙 집정원은 투표를 무효라고 선언하고 협상을 거절했다. 하지만 제헌 당시에는 탈퇴 허용안도 금지안도 통과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중앙에 몰래 남겨 둔 영구 거부표는 아니다.

투표 한 번이 모든 일을 깨끗이 정리해 주는 것도 아니다. 떠나지 않으려는 사람, 공동의 항만과 세관과 기지, 남는 나라에서 그들과 연결된 사람들은 다수가 정해졌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시작할 수 있고, 결정을 만들 수 있고, 교착을 처리할 수 있는 공적 절차가 필요하다. 시작하는 데 중앙의 선행 동의가 필요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한쪽의 선언을 모든 공동 사안의 종착점으로 삼아서도 안 된다. 문턱은 높을 수 있지만 실제로 통과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협상이 필요하다고 각 당사자에게 영원히 협력하지 않을 권한이 생기지도 않는다. 미결 사항이 탈퇴를 무기한 붙들어서는 안 된다.

이 글은 남완주가 나갈지 남을지를 대신 결정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쪽도 가장 힘센 쪽이 모두를 대신해 끝까지 말해 버릴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절차가 끝나더라도 누구를 받아 내지 못했고, 원래 연결되어 있던 어떤 생활을 갈랐는지 기억해야 한다. 그 기술자가 마침내 국적을 바꿨다고 해서, 결국 되었으니 그 전 몇 해 동안 그녀에게 답할 책임이 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거꾸로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원논문과 읽기 안내

기존 중국어 교양 산문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문장과 호흡에 맞춰 독립적으로 다시 썼다. 바탕이 된 연구는 SAE 국가론의 여덟 논문이며, 각 글에서 해당 논문으로 이어진다. 사례 속 국가·지명·사건은 원논문이 설정한 허구다. 이 글은 철학적 요구와 제안하는 제도, 개별 상황에서의 판단을 구별하며 현행법을 설명하거나 현실의 특정 국가를 판정하지 않는다. 기술적 논증을 모두 옮긴 것도, 모든 사례의 결론을 내렸다는 뜻도 아니다. 개념의 엄밀한 정의와 상세한 한정, 정치철학과의 대화는 논문에 남겨 두고, 여기서는 결정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을 따라 질문을 읽는다.

원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