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知道德經解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제9장 · 총 81장
공을 이루면 물러난다
가득 차게 붙드는 순간
持而盈之,不若其已;揣而銳之,不可長葆之。
그릇을 가득 채우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은 가득 찬 상태를 붙드는 일이다. 내가 자리를 점유하면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없고, 날을 계속 세우면 날카로움 자체를 지키는 데 모든 힘을 쓰게 된다. 노자는 “그만두는 편이 낫다”고 짧게 말한다.
금과 옥이 방에 가득하면 이제 삶은 누리는 일이 아니라 지키는 일이 된다. 귀함과 부유함을 자신과 동일시하면 현재의 모습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가득 참은 풍요처럼 보이지만 생성의 빈자리를 닫는다.
‘공성’이 아니라 ‘공수’
통행본의 익숙한 표현은 공성신퇴(功成身退)이지만 백서는 공수신퇴(功遂身退)다. ‘성(成)’은 완성의 선언에 가깝고, ‘수(遂)’는 일이 제 길을 끝까지 가도록 해 주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내가 완성했다는 표지보다, 일이 이루어졌으니 자리를 비운다는 움직임이다.
퇴장은 실패도 자기희생도 아니다. 다음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중심을 내어 주는 마지막 작업이다. 공을 쌓는 능력과 공에서 떠나는 능력은 별개의 능력이다.
노자가 보여 준 퇴장
전설 속 노자는 오천 자를 쓰고 함곡관을 떠났다. 학파를 세워 해석권을 독점하지도, 제자를 붙잡고 자신의 이름을 영속시키지도 않았다. “그 끝을 알 수 없다”는 사마천의 문장은 아홉째 장의 주석처럼 읽힌다.
스승과 제자가 반목하고 창업자가 후계자를 억누르는 까닭은 종종 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완성자의 자리를 사랑해서다. 공을 이루고 물러날 때 함육은 비로소 끝까지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