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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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 · 세계 축구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 제20편 / 총 22편

모스크바: 기계는 사실을 보았지만 그 의미까지 정하지는 못했다

VAR는 월드컵의 오심을 줄였지만 사실과 판단의 간격까지 없애지는 못했다. 공이 손에 닿았는지는 보여도 그 접촉이 반칙인지, 개최권이 깨끗했는지라는 물음은 화면 밖에 남는다.

Han Qin (秦汉)·2026

진실 기계의 데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처음 사용된 남자 월드컵이었다. 국제축구평의회는 2년간의 시험 뒤 2018년 3월 이를 정식 승인했다. 개입 범위는 득점, 페널티킥, 직접 퇴장, 징계 대상 오인이라는 경기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네 영역으로 제한됐다.

조별리그 동안 335차례 확인과 17차례 공식 리뷰가 이뤄졌고, 국제축구연맹은 결정적 판정 정확도가 95퍼센트에서 99.3퍼센트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와 호주의 경기에서 앙투안 그리에즈만이 넣은 페널티킥은 월드컵 최초의 VAR 판정 페널티킥이었다.

기계는 분명 오심을 줄였다. 오프사이드 위치나 접촉 유무처럼 화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 사실을 여러 각도로 복원했다. 문제는 경기의 가장 뜨거운 질문들이 사실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결승전의 손

프랑스와 크로아티아의 결승 전반, 코너킥 공이 이반 페리시치의 손에 닿았다. 네스토르 피타나 주심은 VAR의 권고를 받은 뒤 화면을 오래 본 다음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그리에즈만이 넣어 프랑스가 2대1로 앞섰다. 경기는 4대2 프랑스의 우승으로 끝났다.

공이 손에 닿았다는 사실은 리플레이 화면이 또렷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당시 규칙이 요구하던 고의성, 팔의 자연스러운 위치, 피할 시간 같은 요소의 무게는 화면에서 자동 계산되지 않았다. 같은 장면을 본 전문가들도 판정에 동의하지 않았다.

VAR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밝히는 장치이지 ‘그 일이 규칙상 무엇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가 아니다. 마지막 선은 여전히 사람이 그었다. 진실 기계는 사실을 넓혔지만 책임 있는 판단을 없애지는 못했다.

선을 더 또렷하게 그린 뒤

이듬해 핸드볼 규정은 팔로 신체 면적을 부자연스럽게 넓혔는지, 손이나 팔이 어깨보다 높았는지 같은 표현을 넣어 다시 쓰였다. 2018년의 논쟁은 기존 규정이 충분히 명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법자가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 셈이다.

그러나 새 문장은 논쟁을 없애지 않고 장소를 옮겼다. 무엇이 신체 면적을 ‘부자연스럽게 넓힌’ 것인지, 정확히 어디부터 어깨보다 높은지라는 경계 사례가 생겼다. 연속적인 몸의 움직임을 두 칸으로 나누는 순간 경계선 위의 공은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

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에서 VAR는 인간 시야의 낡은 구(構)를 깨뜨린 착(鑿)이었다. 더 정교한 구가 세워졌지만 여항(餘項)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에서 밀려난 논쟁은 해석과 가치의 층으로 이동했다.

개최권에는 되감기 화면이 없었다

러시아가 2018년 개최권을 얻은 과정도 ‘깨끗했는가’라는 질문에 싸여 있었다. 국제축구연맹의 윤리 조사에는 러시아 유치팀이 사용한 컴퓨터가 반환 뒤 파기돼 자료가 제한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사자 마이클 가르시아는 자신의 보고서를 요약한 방식에 반발해 사임했다.

2015년 이후 국제축구계의 광범위한 부패 사건에서 많은 기소와 유죄 인정이 나왔고, 2020년 미국 검찰 문서에는 개최권 투표 관련 뇌물 혐의도 포함됐다. 그러나 혐의 제기와 특정 개최권을 뇌물로 샀다고 법원이 최종 확정한 것은 구별해야 한다.

최종 유죄 판결이 없다는 말이 곧 개최 과정이 깨끗했다는 뜻도 아니다. 직접 기록이 사라지고 조사 절차 자체가 논쟁이 된 상황에서 가장 정직한 위치는 의심을 지우지도, 미완의 혐의를 확정판결로 바꾸지도 않는 것이다. 경기장의 화면과 달리 이 문제에는 다시 돌려 볼 온전한 영상조차 없었다.

기계가 닿지 않는 사람의 무게

개최국 러시아를 둘러싼 도핑의 그림자와 영국 솔즈베리 독극물 사건은 또 다른 판단을 요구했다. 영국 정부와 왕실 인사는 대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표팀은 출전했다. 외교적 항의와 스포츠 참여는 나란히 갔고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취소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서는 인구가 작은 크로아티아가 세 경기 연속 연장전을 견디며 결승까지 갔다. 루카 모드리치는 골든볼을 받았다. 기계는 달린 거리와 패스 수를 읽지만 한 팀이 탈진 직전까지 버틴 마음의 무게나 ‘최고의 선수’라는 판단을 수치 하나로 결정하지 못한다.

VAR의 성취는 작지 않다. 다만 더 잘 보는 눈이 더 옳은 윤리를 자동으로 주지는 않는다. 구가 사실의 문을 닫을수록 바깥에는 ‘그래서 이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더 선명한 여항이 남는다. 2018년은 기술의 실패가 아니라 기술의 정확한 한계를 보여 준 대회였다.

중문 원문의 논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호흡에 맞게 구성과 문장을 새로 짠 독립 편집·재구성판이다. 중·영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