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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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 · 세계 축구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 제21편 / 총 22편

루사일: 가장 아름다운 결말과 끝내 맞지 않는 장부

카타르는 돈과 기술로 달력과 기후까지 바꾸고 눈부신 결승을 만들었다. 그러나 서로 다른 통계 속에 사라진 이주노동자의 죽음은 경기의 아름다움과 교환될 수 없는 여항으로 남았다.

Han Qin (秦汉)·2026

겨울로 옮겨 간 월드컵

2022년 월드컵은 북반구의 여름이 아니라 11월과 12월에 열렸다. 카타르의 폭염 때문에 세계 각국 리그 일정과 선수의 몸 리듬이 한꺼번에 재조정됐다. 냉방 경기장과 새 교통망, 도시 인프라는 자연과 관습도 충분한 자원 앞에서는 움직일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비용은 층위를 나눠 봐야 한다. 유치 당시 경기장 건설·개보수 예산과, 이후 도로·지하철·공항·호텔·신도시를 포함해 흔히 2천억 달러 이상으로 불린 국가 인프라 총액은 같은 장부가 아니다. 서로 다른 수치를 섞으면 규모는 커 보이지만 의미는 흐려진다.

그럼에도 이 대회가 현실을 재배열한 힘은 분명하다. 구(構)는 시간표와 기후, 도시를 하나의 거대한 공연에 맞췄다. 무엇이든 배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곧 무엇이 배열되지 않는지를 더 날카롭게 드러냈다.

서로 맞지 않는 사망 숫자

2021년 한 조사 보도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인도, 파키스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출신 노동자 6천5백 명 이상이 카타르에서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 숫자는 월드컵 경기장 노동자만이 아니라 해당 국적의 여러 업종과 모든 사망 원인을 합친 총계다.

반면 대회 조직 측이 오래 제시한 37명은 경기장 건설에 직접 참여한 노동자의 사망이며, 그중 3명을 업무 관련으로 분류했다. 두 숫자는 모집단도 범위도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넓은 건설·서비스 생태계까지 포함하는 또 다른 추정도 존재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많은 죽음이 ‘자연사’나 ‘심정지’로 적혔을 뿐 충분한 사인 조사를 거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확한 한 숫자를 찾으면 장부가 닫힐 것처럼 싸우는 동안, 이름과 가족을 가진 사람이 통계 항목으로 축소된다. 여항(餘項)은 숫자의 오차가 아니라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 생명이다.

고쳐진 법과 바뀌지 않은 현장

카타르는 2018년 다수 이주노동자의 출국허가 요건을 없앴고, 2020년에는 이직 때 고용주의 이의 없음 확인서를 요구하던 핵심 장치를 폐지했다. 최저임금과 산업안전 개혁도 도입됐다. 많은 노동자가 실제 개선을 체감했고 수십만 건의 이직 신청이 승인됐다.

동시에 여권 압수, 임금 체불, 과도한 알선료와 ‘도주’ 신고를 통한 압박이 여전히 보고됐다. 종이 위의 규칙이 바뀌었다고 현장의 권력관계가 같은 날 사라지지는 않는다. 개혁은 진짜였고 미완성도 진짜였다.

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의 착(鑿)은 국제적 비판과 노동자의 목소리가 낡은 카팔라 구조에 낸 균열이었다. 새 법이라는 구가 세워졌지만 현실의 통제는 더 어두운 통로로 옮겨 갔다. 진전을 인정하는 일과 남은 억압을 묻는 일은 서로 반대가 아니다.

막이 오르기 이틀 전

개막 이틀 전 경기장 주변의 알코올 함유 맥주 판매가 철회됐다. 여러 유럽 대표팀은 ‘원러브’ 완장을 차려다 선수에게 경고가 주어질 수 있다는 통보를 받고 물러섰다. 잔니 인판티노의 장시간 기자회견까지 더해지며, 무엇을 말하고 보여 줄지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경기보다 먼저 전면에 나왔다.

논쟁을 눌러 공연을 매끈하게 만들려는 조치는 오히려 논쟁을 키웠다. 착용되지 않은 완장은 착용됐을 때보다 더 많이 보도됐다. 구는 불협화음을 무대 밖으로 밀었지만, 밀어내는 손 자체가 새로운 장면이 됐다.

공이 굴러가자 계획 바깥의 생명력이 터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아르헨티나의 36경기 무패를 끊었고, 모로코는 아프리카 팀 최초로 4강에 올랐다. 돈으로 대회를 만들 수는 있어도 이런 이변의 순서까지 살 수는 없었다.

3대3 뒤에도 닫히지 않은 것

12월 18일 루사일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와 프랑스는 연장까지 3대3으로 맞섰다. 리오넬 메시는 두 골, 킬리안 음바페는 결승전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스가 마지막 순간 랑달 콜로 무아니의 슛을 막았고,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에서 4대2로 우승했다.

메시의 첫 월드컵 우승과 대회 골든볼, 음바페의 여덟 골 골든부트는 가장 아름다운 결말 가운데 하나를 만들었다. 그러나 ‘역대 최고의 결승’과 ‘역대 최고의 선수’는 공식 기록이 아니라 판단이다. 한 번의 우승은 논쟁을 풍요롭게 할 수는 있어도 영원히 종료하지는 못한다.

‘스포츠워싱’이라는 말은 국가가 스포츠로 이미지를 바꾼다는 중요한 비판을 담지만, 한 단어가 지역의 역사와 개혁, 억압과 관중의 진짜 감동을 모두 설명하지는 못한다. 결승의 아름다움은 실제였고 노동의 장부도 실제였다. 아름다움으로 죽음을 상쇄할 수 없고, 죽음을 말하기 위해 경기의 아름다움을 거짓이라 할 필요도 없다. 서로 환전되지 않는 두 진실이 이 대회의 끝나지 않는 결산이다.

중문 원문의 논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호흡에 맞게 구성과 문장을 새로 짠 독립 편집·재구성판이다. 중·영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