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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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 · 세계 축구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 제14편 / 총 22편

로즈볼: 뿌리내리지 못한 땅에 옮겨진 월드컵과 사람에게 돌아간 계산서

1994년 미국 월드컵은 사업으로는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계산되지 않는 위험은 사라지지 않고 바조의 한 발과 에스코바르의 목숨 같은 구체적인 사람에게 전가됐다.

Han Qin (秦汉)·2026

축구보다 월드컵이 먼저 온 나라

미국이 1988년 개최권을 얻었을 때 안정된 1부 프로축구리그는 아직 없었다. 메이저리그 사커(MLS)는 대회 뒤인 1996년에야 출범했다. 뿌리가 자라서 월드컵을 부른 것이 아니라, 거대한 행사를 먼저 들여온 뒤 뿌리를 심기로 약속한 셈이었다.

결과는 상업적으로 눈부셨다. 총관중은 약 359만 명, 경기당 평균은 약 6만 9천 명으로 기록됐고 조직위원회는 큰 흑자를 남겼다. 축구의 주변부로 여겨지던 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린 월드컵을 만들었다.

성공 자체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다만 돈과 관중으로 측정되는 항목이 유일한 자가 되면, 그 자에 걸리지 않는 몸과 기억은 가벼운 것으로 취급된다. 구(構)가 장부를 완성하는 동안 다른 비용은 장부 밖으로 밀려났다.

상품의 시간, 선수의 몸

유럽 방송 시간에 맞춘 한낮 경기는 미국의 여름 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폰티액 실버돔에는 실내 천연잔디라는 볼거리를 위해 밖에서 기른 잔디를 옮겨 깔았다. 시간과 식물, 선수의 신체가 상품의 진열 방식에 맞춰 재배치됐다.

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에서 시장은 매우 강력한 구다. 경기장, 중계, 후원과 관중을 하나의 매끈한 회로로 묶는다. 그러나 그 회로가 모든 위험을 없애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셈할 수 없는 것을 특정 개인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깨끗해 보인다.

착(鑿)은 바로 그 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성공의 표면에 금이 갈 때 우리는 비용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1994년에는 그 균열이 두 사람의 이름으로 남았다.

바조의 마지막 한 발

로베르토 바조는 나이지리아전 동점골과 연장 결승골, 스페인전 결승골, 불가리아전 두 골로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끌고 갔다. 부상 탓에 온전하지 않은 다리로 로즈볼에 섰고, 브라질과 120분을 0대0으로 버틴 뒤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가 됐다.

그의 슛은 크로스바 위로 날아갔다. 그러나 그 한 번만으로 우승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 앞서 프랑코 바레시와 다니엘레 마사로도 실패했고, 당시 브라질은 이미 앞서 있었다. 바조가 넣었더라도 이탈리아는 다음 브라질 킥을 막아야 했다.

그럼에도 기억은 팀 전체의 여정을 한 사람의 뒷모습으로 압축했다. 승패를 분명히 끝내려는 구는 수많은 원인을 승부차기 한 점에 모으고, 대중의 서사는 다시 그 무게를 한 선수에게 얹는다. 여항(餘項)은 ‘왜 그 사람 혼자 책임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남는다.

자책골과 열흘 뒤의 총성

콜롬비아는 27경기 무패와 우승 후보라는 기대를 안고 미국에 왔다. 그러나 미국전에서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의 자책골을 포함해 1대2로 졌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수비수라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수가 국가적 추락의 표적이 됐다.

에스코바르는 귀국한 뒤 1994년 7월 2일 새벽 메데인에서 말다툼 끝에 총격으로 숨졌다. 범인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자책골과 도박 손실, 조직범죄의 지시를 잇는 완전한 배후 사슬은 법정에서 확정되지 않았다. 널리 알려진 동기와 사법적으로 확정된 동기는 같은 말이 아니다.

‘자책골 때문에 살해됐다’는 문장은 강렬하지만 복잡한 폭력의 토양을 한 줄로 줄인다. 확인된 것은 살인과 범인이고, 끝내 닿지 못한 것은 총을 쏘게 만든 전체 경로다. 승부의 책임을 한 몸에 전가한 사회는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고도 완전한 진실을 얻지 못했다.

잘려 나간 또 다른 두 다리

마라도나는 그리스와 나이지리아전에 출전한 뒤 도핑 검사에서 에페드린 계열 금지 성분들이 검출돼 대회에서 제외됐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두 다리를 잘라 냈다고 말했다. 이후 국제축구연맹은 15개월 출전 정지를 부과했다.

바조는 다리를 잘라도 결승에 나서겠다는 심정으로 부상을 견뎠고, 마라도나는 규정의 판결로 상징적인 두 다리를 잃었다. 성격은 전혀 다른 사건이지만, 거대한 대회가 개인의 신체와 명예를 통과해 계속 굴러간다는 점에서는 씁쓸하게 겹친다.

끝나지 않은 결산

1994년은 시장의 승리였고 브라질의 네 번째 우승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장부가 바조의 경력을 한 번의 실축으로 줄인 기억이나, 에스코바르의 죽음에 남은 동기의 공백을 처리하지는 못한다. 사업은 끝났어도 사람의 결산은 끝나지 않았다.

구는 위험을 제거했다고 생각할 때 종종 위험을 사람에게 떠넘긴다. 전가된 무게에 사람이 무너져도 구가 원한 확실성은 오지 않는다. 그 불가능한 확실성이 바로 이 대회의 여항이며, 상품화된 축구의 가장 비싼 비용이었다.

중문 원문의 논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호흡에 맞게 구성과 문장을 새로 짠 독립 편집·재구성판이다. 중·영문 원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