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당신의 몸에는 두 벌의 DNA가 있다
당신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는 서로 독립된 두 벌의 DNA가 들어 있다. 한 벌은 세포핵에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에게서 절반씩 받은 것이다. 다른 한 벌은 다른 곳에 있으며, 오직 어머니에게서만 온다.
그곳의 이름은 미토콘드리아다. 세포 안에서 음식과 산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작은 구조물로, 흔히 세포의 발전소라고 부른다. 보통 세포 하나에 수백 개에서 천 개 넘게 들어 있고, 심장근육이나 간처럼 에너지를 많이 쓰는 곳에는 특히 많다.
미토콘드리아 하나하나에는 자기 DNA가 여러 벌씩 들어 있다. 그래서 세포 하나에 들어 있는 이 DNA의 사본 수는 핵 DNA의 천 배가 넘을 수도 있다.
정자의 꼬리가 시작되는 부분에도 미토콘드리아가 한 겹 둘러 감겨 있다. 정자를 헤엄치게 하는 엔진이다. 하지만 아버지 쪽에서 온 미토콘드리아는 수정이 끝나면 대부분 제거된다. 그래서 이 DNA는 모계라는 외길을 따라 전해진다.
바로 그 모계만을 따른다는 특성 덕에, 미토콘드리아 DNA는 조상을 추적하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이를 따라 거슬러 올라가면 오늘날 모든 사람의 모계 계보는 약 십몇만 년에서 20만 년 전 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여성에게 모인다. 이른바 ‘미토콘드리아 이브’다.
그녀가 당시 유일한 여성이었던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의 모계 계보를 따라가다 보니 그녀에게서 만나는 것일 뿐이다. 이 DNA로 친족 관계도 확인할 수 있다. 1993년 영국의 필립 공은 혈액 샘플을 제공해 러시아 마지막 황제의 황후와 딸들의 유골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황후의 언니가 그의 외할머니였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변화가 빨라 가까운 종들을 구별할 때도 자주 쓰인다. 동물에게 ‘바코드’를 붙일 때 흔히 쓰는 것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한 구간이다. 시장에서 파는 생선살이 이름표에 적힌 바로 그 물고기인지도 이것으로 알아낸다. 이 DNA의 유전자는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질병을 일으킬 수 있고, 어머니를 통해서만 전해진다.
2015년 영국은 한 가지 방법을 법으로 허용했다. 어머니의 결함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다른 여성이 기증한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에게는 세 사람의 DNA가 들어 있다. 2025년 영국 뉴캐슬의 의사들은 이 방법으로 이미 여덟 명의 아이가 태어났다고 보고했다.
문제는 이것이다. 세포의 부품 하나가 왜 자기 DNA를 가지고 있을까. 당신의 간에는 간만의 DNA가 따로 없고, 뼈에도 뼈만의 DNA가 따로 없다. 세포 안에서 운반하고 분해하고 합성하는 구조물에도 전부 없다. 왜 하필 이 부품에는 있는가. 게다가 DNA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이 DNA를 읽어 단백질을 만드는 자기만의 기계를 쓴다. 그런데 이 기계는 세포의 다른 부분에 있는 것보다 세균의 것을 더 닮았다. 세균을 겨냥하는 일부 항생제는 이 기계의 작동을 방해하면서도 세포질에서 일어나는 같은 종류의 과정은 방해하지 않는다. 겉을 감싼 막은 한 겹이 아니라 두 겹이다. 세포가 새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둘로 나뉘어 늘어난다.
마지막 특징이 특히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세포 안의 구조물은 대부분 세포가 분열할 때 다시 조립된다. 미토콘드리아는 다르다. 세균처럼 스스로 자라고 스스로 둘로 나뉜다. 이것들을 한데 놓고 보면 유난히 간결한 설명 하나가 나온다. 한때 세균이었다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한 세포가 다른 세포를 집어삼켰지만 소화하지는 않았다. 삼켜진 세포는 그 안에 남아 계속 복제되었고, 독립해서 살아가는 능력을 조금씩 잃다가 마침내 숙주의 부품이 되었다.
이 설명을 세포내공생이라고 한다. 한 생물이 다른 생물의 몸속에 들어가 살면서, 그 뒤로 다시는 갈라서지 않는 것이다. 지금은 중등학교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지만, 처음 제안된 뒤 널리 받아들여지기까지는 반세기가 훌쩍 넘게 걸렸다.
1905년 러시아의 식물학자 메레시콥스키는 독일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했다. 식물세포에서 광합성을 맡는 엽록체는 한때 독립해서 살던 남조류 비슷한 생물에서 왔다는 주장이었다. 1920년대에는 미국의 해부학자 월린이 한 발 더 나아갔다. 동물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를 꺼내 따로 배양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이라면 더없이 직접적인 뒷받침이었다. 미토콘드리아를 아직도 따로 배양할 수 있다면, 여전히 세균이라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 배양물에서는 외부 세균에 의한 오염을 배제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고, 그 생각 자체의 평판까지 덩달아 나빠졌다.
1967년 미국의 생물학자 마굴리스는 「유사분열 세포의 기원」을 발표했다. 논문에 적힌 이름은 린 세이건이었다. 첫 결혼 때 쓰던 성으로, 전남편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었다. 그녀는 여러 세포 구조를 하나의 세포내공생 틀에 넣었다. 미토콘드리아는 호흡하는 세균에서, 엽록체는 광합성하는 세균에서, 진핵세포의 편모는 스피로헤타에서 왔다는 것이다.
앞의 두 주장은 나중에 강력한 분자 증거를 얻었지만, 세 번째는 그렇지 못했다. 이 논문이 열다섯 곳 안팎의 학술지에서 거절당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 숫자는 여러 해 뒤 그녀 자신이 회고한 데서 나왔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나온 반론을 모으면 다섯 가지다. 하나하나가 나름의 근거를 갖추고 있었다. 첫째, 미토콘드리아에 정말로 자체 유전물질이 있는지, 1960년대 초까지도 아무도 직접 본 적이 없었다.
둘째, 닮았다는 것만으로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두 겹의 막, 세균만 한 크기, 둘로 나뉘어 늘어나는 방식은 모두 세포내공생과 들어맞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느 생물에서 왔는지 말할 수 없다. 2편에서 보았듯, 비슷한 모습은 공통 조상에게서 물려받을 수도 있고 각자 진화한 끝에 생길 수도 있다.
셋째, 통제권이 세포핵에 고도로 집중되어 있다.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의 상당수는 세포핵의 유전자에 암호화되어 있다.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어떻게 들어가는지 모르던 때에는, 이것을 ‘독립적인 세균 같지 않다’는 증거로 읽을 수 있었다.
넷째는 월린의 배양 실험이 남긴 나쁜 평판이다. 다섯째는 마굴리스 이론에서 나중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부분이었다. 그 부분 때문에 이론 전체가 의심을 받았다.
판단을 바꾼 것은 구체적인 발견이 하나씩 쌓인 결과였다. 가장 먼저 나온 두 발견은 마굴리스의 논문보다 앞섰고, 그녀도 바로 그것들을 근거로 삼았다.
1962년, 한 녹조류의 엽록체에서 DNA로 보이는 영역이 관찰되었다. 이듬해에는 부부 연구자가 닭 배아의 미토콘드리아에서 DNA의 특징을 지닌 가느다란 실들을 보았다.
첫 번째 반론은 곧바로 무너졌다. 하지만 반론 하나가 무너졌다고 논증 전체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세 번째 반론은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어떻게 운반되는지 밝혀진 뒤에야 반대의 증거에서 지지의 증거로 바뀌었다.
다음은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였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 안의 기계가 세균형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고, 세균을 겨냥하는 일부 항생제가 그것도 방해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떤 항생제의 부작용은 미토콘드리아 속 이 세균식 기계가 엉뚱하게 피해를 입어서 생긴다.
하지만 이 증거들에는 공통된 한계가 있었다. ‘세균을 닮았다’고는 말할 수 있어도 ‘어느 세균 무리와 가장 가까운가’는 말할 수 없었다. 그 천장을 뚫고 올라간 것이 서열이었다.
1975년에서 1976년 사이, 연구자들은 홍조류 엽록체의 리보솜 RNA를 원핵생물의 것과 비교했다. 2편에서 계통수를 만들 때 썼던 바로 그 분자다. 엽록체의 것은 남세균 쪽에 놓였다. 1978년 미국의 슈워츠와 데이호프는 단백질 서열과 핵산 서열을 함께 비교해 원핵생물, 진핵생물, 미토콘드리아, 엽록체의 계통 관계를 그렸다.
2편의 그 나무가 여기서 쓰이는 까닭이다. 나무를 그릴 수 있으면 ‘어느 가지에 놓이는가’를 물을 수 있다. 겉모습이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다. 두 가지 합의가 이루어진 날도 같지 않았다.
엽록체와 남세균의 관계는 조금 더 일찍 정리되었고, 더 직관적이기도 했다. 미토콘드리아와 그쪽 세균 무리의 관계에는 더 많은 서열과 더 복잡한 보정이 필요했다. 다음 절에서 할 이야기다.
2 어느 가지에서, 그리고 언제 왔을까
미토콘드리아가 세균에서 왔다는 데에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그런데 구체적으로 어느 가지에서 왔는지는 오랫동안 정해지지 않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구체적인 이유가 있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안에서 약 20억 년을 보냈다. 그 20억 년 동안 유전체는 빠르게 변해 왔다. 자유생활을 하는 세균보다 훨씬 빠르게. 원래는 선택의 제약을 받던 기능 중 상당수가 더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통 관계를 그린 그림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유난히 긴 가지로 나타난다. 바로 그런 긴 가지가 가장 엉뚱한 자리에 놓이기 쉽다.
먼저 어느 큰 무리에 속하는지부터 보자.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는 세균의 큰 분류군이다. 다른 세포 안에 사는 종류도 많고, 바다에서 자유롭게 사는 세균도 많다. 콩과 식물의 뿌리혹에서 질소를 고정하는 뿌리혹박테리아도 이 무리에 속한다. 미토콘드리아가 이 큰 무리와 깊은 계통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데에는 강력한 서열 증거가 있다. 정해지지 않은 것은 그 안에서 정확히 어느 자리에 놓이느냐다.
한때 가장 유력한 후보는 리케차목이었다. 발진티푸스를 일으키는 병원체도 이 무리에 속한다. 모두 미토콘드리아처럼 다른 세포 안에 살기 때문이다. 1998년 스웨덴 연구자들은 발진티푸스 병원체의 유전체를 해독했고, 미토콘드리아와 닮은 점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동안 미토콘드리아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포 안에 산다는 사실 자체가 서열을 빠르게 바꾸고 그 조성까지 치우치게 한다. 긴 가지 끌림을 만들어 내기에 꼭 알맞은 조건이다. 2편에서 말했던 그 착시, 유난히 빠르게 진화한 두 가지가 서로 친연관계가 없더라도 그림에서는 한데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한 연구는 표본을 넓히고 이 편향을 따로 다루었다. 그중 가장 좋은 모형은 미토콘드리아를 당시 알려진 모든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바깥에 놓았다. 2022년에는 더 정교한 모형을 쓴 연구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알려진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 대부분의 자매군’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미토콘드리아는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와 기원을 공유하는 한 가지에서 왔다. 가장 가까운 현생 친척은 이미 사라졌을 수도 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시기의 문제는 더 까다롭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처럼 논리가 빙빙 돈다. 오늘날 세포가 세균 하나를 삼키려면 한 벌의 장치가 통째로 필요하다. 세포골격이 막을 밀어 모양을 바꾸고, 대상을 감싸 소낭을 만든 뒤, 다시 융합한다. 이 장치는 복잡하고 에너지도 많이 든다.
완성된 식세포작용 장치가 먼저 있었다고 가정하면 세균이 들어오는 과정은 설명하기 쉽다. 하지만 내부 ‘발전소’도 아직 없는 숙주가 어떻게 그 에너지 많이 드는 장치부터 만들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미토콘드리아가 먼저 들어왔다고 하면 또 다른 설명이 필요하다. 오늘날 아메바가 먹이를 먹고 백혈구가 세균을 잡을 때는 모두 삼키는 방식을 쓰는데, 아직 삼킬 줄도 모르던 숙주가 어떻게 세균과 충분히 가까운 관계를 맺어 마침내 몸 안으로 받아들였을까.
1998년 마틴과 뮐러는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수소 가설을 내놓았다. 숙주는 수소로 살아가는 고세균형 세포이고, 세균 파트너는 조건에 따라 호흡도 하고 수소를 만들어 내기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둘은 처음에는 물질을 주고받으며 묶여 있었다. 미리 갖춰진 식세포작용 체계는 필요하지 않았다. 두 가게가 나란히 문을 열었는데, 한 가게의 폐기물이 마침 다른 가게의 원료였던 셈이다. 오래 붙어 있다가 결국 한 가게가 되었다. 2편에서 이야기한 아스가르드 고세균은 오늘날 발견된 것 가운데 이 숙주와 가장 가까운 친척 무리다.
이 가설의 강점은 많은 혐기성 진핵생물에게 왜 여전히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구조가 있는지 설명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후의 유전체 연구는 한때 ‘원래부터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생물’로 분류되던 많은 생물이 사실은 축소된 미토콘드리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도 구체적이다. 세포핵과 내막계, 복잡한 세포골격이 어떤 단계를 거쳐 생겨났는지는 직접 보여 주지 못한다.
2014년, 친가 쪽 사촌 사이인 바움 두 사람이 안팎 뒤집기 모형을 제안했다. 한 사람은 세포의 모양을, 다른 한 사람은 식물의 진화를 연구했다. 이들은 공간의 구도를 바꾸었다. 숙주의 세포막에서 바깥쪽으로 많은 돌기가 자라나, 표면에 붙어 있던 미토콘드리아의 전신을 에워쌌다는 것이다.
이 돌기들이 커지고 서로 합쳐지면서 세포질과 내막이 되었고, 오늘날의 세포핵은 조상 세포의 원래 몸통에 해당한다. 이 모형은 ‘핵막과 내막이 하나로 이어진다’는 사실과 ‘먼저 삼킬 줄 알 필요가 없다’는 조건을 함께 다룰 수 있다. 어려운 점은 핵심적인 중간 형태의 직접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가 들어올 무렵 숙주는 이미 상당히 컸으며, 움직이는 막과 세포골격을 갖추고 심지어 다른 것을 삼킬 줄도 알았다는 모형도 있다. ‘어떤 진핵생물은 원래부터 미토콘드리아가 없었다’는 옛 주장은 부정되었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뒤늦게 들어왔다는 모형까지 전부 탈락한 것은 아니다.
오늘날 확실히 아는 것은 마지막 진핵생물 공통 조상에게 이미 미토콘드리아도, 복잡한 진핵세포 장치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효모부터 다시마, 사람까지 모두 그 후손이다. 이 장치들 가운데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줄곧 순서를 매기지 못했다. 2025년 말 나온 한 연구는 유전자 중복이 일어난 순서로 이를 배열했다. 세포핵, 세포골격, 막 수송, 심지어 삼키는 장치까지 모두 미토콘드리아보다 앞섰고, 미토콘드리아는 맨 나중에 들어왔다고 보았다. 아직 결론은 아니지만, 늦게 들어왔다는 쪽의 저울에 커다란 추 하나를 보탰다.
이 공통 조상이 언제 살았는지에 대한 분자시계의 답은 약 10억 년 전에서 23억여 년 전까지 다양하다. 육지에는 식물이 한 포기도, 바다에는 동물이 한 마리도 없던 때다. 어떤 화석을 보정 기준으로 택하는지, 어떤 모형과 표본을 쓰는지, 이 공통 조상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 차이가 난다.
3 지금도 일어나는 편입
세포내공생은 20억 년 전에만 일어난 일이 아니다. 2024년 미국과 일본 연구자들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바다에 사는 한 단세포 조류 안의 남세균 계통이 질소 고정을 전담하는 세포소기관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여기에 니트로플라스트, 곧 질소 고정 세포소기관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숙주는 오각형의 작은 탄산칼슘 판을 두른 원석조류다. 연구자들의 추정으로는 이 둘이 함께 살기 시작한 때가 약 1억 년 전이다.
질소 고정이란 공기 중의 질소 기체를 생물이 쓸 수 있는 질소로 바꾸는 일이다. 식물도 동물도 스스로는 할 수 없다. 콩과 식물은 뿌리혹 속 세균에 기대고, 농작물은 화학비료에 기댄다.
그전까지 알려진 진핵세포의 세포소기관 가운데 질소를 고정하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이 체계가 아주 매력적인 방향에 실마리를 줄지도 모른다고 했다. 언젠가 이런 세포소기관을 농작물에 넣는 일이다.
이 남세균은 이미 1998년 태평양 바닷물에서 검출되었다. 하지만 숙주를 배양해서 살려 두는 데는 계속 실패했다. 일본의 한 연구자는 삼백 번 넘게 바다로 나가 표본을 모았고, 십수 년을 들인 끝에야 이 조류를 실험실에서 길러 냈다. 살아 있는 재료를 얻고 나서야 연구자들은 둘이 어떻게 함께 사는지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증거는 세 가지였다. 단백질체를 분석하니 숙주의 핵 유전자가 암호화하는 단백질 삼백여 종이 공생체 안으로 운반되고 있었다. 공생체의 분열은 숙주의 세포주기와 맞물려 있었다. 숙주가 둘로 나뉘면 공생체도 둘로 나뉘어 두 딸세포에 고르게 배분되었고, 크기도 늘 숙주에 비례했다.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처럼. 유전체는 이미 크게 줄어 약 140만 염기쌍만 남았고, 완전한 광합성 장치와 핵심 대사의 여러 부분이 빠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세포소기관인가. 주로 다투는 것은 이 관측들이 아니라 ‘세포소기관’이라는 말의 경계를 어디에 긋느냐다. 유전체가 작다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다른 세포 안에서만 살 수 있는 많은 세균은 유전체가 극히 작아도 여전히 공생 세균이라 불린다.
분열이 맞물리고 후손에게 안정적으로 전달되는 것도 강한 지표지만, 일부 공생 세균도 그럴 수 있다. 어떤 규조류 안에도 질소를 고정하는 남세균이 산다. 통합된 정도가 저마다 다르므로 전부 세포소기관이라고 부르기는 곤란하다.
가장 강력한 증거는 숙주의 단백질이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제 숙주의 물자 공급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생물학에는 ‘몇 가지 조건을 채우면 자동으로 세포소기관으로 이름을 바꾼다’는 규칙이 없다.
해당하지 않는 사례와 비교하면 선명해진다. 어떤 바다민달팽이는 조류를 먹을 때 엽록체를 남겨 자기 세포 속에 감춘다. 그리고 그 엽록체로 햇볕을 받으며 몇 달씩 살아간다.
하지만 숙주가 그 엽록체 안으로 단백질을 보내는 모습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엽록체가 바다민달팽이의 세포분열에 맞춰 나뉘지도 않는다. 훔친 엽록체는 복제되지 않는다. 닳아 못 쓰게 되면 또 먹어야 한다.
사람들이 더 오래전부터 알던 살아 있는 사례도 있다. 주로 민물에 사는, 껍데기를 가진 아메바 무리인 파울리넬라다. 몸 안에 광합성을 담당하는 색소체가 있는데, 세포 하나에 딱 두 개뿐이며 소시지 두 개처럼 생겼다.
그것은 다른 남세균 계통에서 왔다. 엽록체와는 전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일어난 편입이다. 초기에는 적어도 6천만 년 전에 일어났으리라고 추정했다. 2016년의 분자시계가 내놓은 연대의 상한은 9천만 년에서 1억 4천만 년 전 사이였다.
엽록체의 편입보다 열 배 이상 최근의 일이므로 많은 중간 상태가 아직 보인다. 색소체의 유전체는 약 102만 염기쌍이고, 단백질 약 867개를 암호화한다. 반면 가까운 친척인 자유생활 남세균에는 약 2,917개가 있다.
약 4분의 1에서 30퍼센트만 남긴 것이다. 엽록체는 이미 5퍼센트 미만으로 줄었다. 서로 다른 편입 사건에서 왔지만, 비슷한 통합 과정의 서로 다른 단계를 보여 준다. 더 젊은 계통이 같은 종착점에 이르리라는 보장은 없다.
숙주의 세포핵에서는 이 남세균 계통에서 온 것이 분명한 유전자가 이미 수십 개 발견되었다. 2012년의 실험은 숙주 핵의 유전자가 암호화한 단백질이 이 색소체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을 직접 보여 주었다.
2017년의 단백질체 연구는 들어가는 단백질이 그 수십 개의 옮겨 간 유전자가 만드는 산물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까지 입증했다. 이제는 숙주가 단백질을 공급해야만 돌아가는 체계다.
편입은 겹겹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떤 조류가 삼킨 것은 이미 엽록체를 가진 진핵세포였다. 그 결과 러시아 인형 같은 구조가 생겼다. 바깥에는 숙주, 중간에는 삼켜진 세포의 잔해, 맨 안쪽에야 맨 처음 남세균의 후손이 있다. 그래서 어떤 무리의 엽록체는 서너 겹의 막에 싸여 있다. 두 조류 무리에는 삼켜진 세포의 핵 잔재까지 조금 남아 있다.
지구 광합성의 약 5분의 1을 담당하는 바닷속 규조류도, 적조를 일으키는 많은 와편모조류도 조상 대에 이 단계를 거쳤다.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말라리아원충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는 오래전에 광합성 능력을 잃고 퇴화한 엽록체가 아직 남아 있다. 어떤 항말라리아제는 바로 그것을 공격한다. 이 퇴화한 엽록체가 정체를 드러낸 것은 199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이런 이차 편입이 몇 번 일어났는지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정수 하나의 답이 없다. 홍조류에서 온 복잡한 엽록체와 녹조류에서 온 복잡한 엽록체가 같은 사건에서 나왔을 수는 없으므로 적어도 두 번이다. 서로 독립적인 몇몇 무리까지 세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이미 적어도 세 번이다.
4 유전체는 어디로 갔을까
1981년 영국 케임브리지의 한 연구팀이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완전히 해독했다. 사람 몸에서 처음으로 끝까지 읽어 낸 유전체였다. 인간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16,569염기쌍, 유전자 37개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13개가 단백질을 암호화하고, 나머지는 번역에 필요한 RNA를 암호화한다. 비교해 보자. 자유생활을 하는 한 알파프로테오박테리아의 유전체는 약 400만 염기쌍, 유전자 3,700여 개다.
인간 미토콘드리아는 그 약 240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유전체의 길이와 조상에게서 물려받아 남겨 둔 유전자의 수는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석죽과의 야생화인 끈끈이장구채속 식물 가운데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가 약 1,130만 염기쌍에 이르는 것도 있다. 그것도 백 개 넘는 작은 고리형 염색체로 나뉘어 있다. 시베리아낙엽송의 것은 약 1,170만 염기쌍이다.
많은 세균 유전체의 전체 길이를 넘어서는 수치다. 하지만 유전자 수가 그에 비례해서 늘어난 것은 아니다. 비암호화 서열과 반복 서열, 외부에서 들어온 서열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유전체는 어디로 갔는가’를 물을 때 비교해야 할 것은 길이가 아니라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유전자다.
전형적인 엽록체 유전체는 약 12만에서 16만 염기쌍이며, 보통 식별할 수 있는 유전자가 약 100개에서 120개다. 미토콘드리아보다 훨씬 많다. 광합성의 핵심 부품 중 상당수가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 있다. 한편 자유생활을 하는 시네코코쿠스의 유전체는 약 270만 염기쌍이다.
그러니 엽록체 쪽에서 일어난 축소도 미토콘드리아 쪽과 모양이 같다. 둘 다 자유생활을 하는 가까운 친척의 극히 일부로 줄었고, 얼마나 줄었는지는 계통마다 다르다.
사라진 유전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길은 세 가지다. 세포핵으로 옮겨 가 계속 일한다. 그냥 사라진다. 숙주에게 같은 기능의 체계가 이미 있거나, 그 기능이 더는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니면 다른 곳에서 온 유전자로 대체된다.
파울리넬라에서는 이 점이 직접 눈에 보인다. 색소체에는 가까운 자유생활 남세균과 비교해 유전자가 약 4분의 1에서 30퍼센트만 남아 있다. 그런데 기원이 명확히 확인된 핵 유전자는 수십 개다. 그 사이의 차이는 대부분 유전자 소실에 해당한다. 전부 핵으로 옮겨 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이사’라는 말은 작은 일부에만 들어맞는다. 대부분의 유전자는 이사한 것이 아니라 없어졌다. 숙주에게 같은 기능의 체계가 이미 있었거나, 세포 내부에서는 그 기능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사한 것은 소수이며, 남아 있는 것은 더 소수다.
옮겨 가는 부분은 직접 측정할 수 있다. 1990년 연구자들은 세포핵에 들어가야만 작동하는 유전자를 효모의 미토콘드리아에 넣었다. 그리고 그것이 핵으로 빠져나가는 빈도를 측정했다. 세포분열 약 10만 번에 두 번이었다. 반대로 핵 DNA가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는 빈도는 적어도 약 10만 배 더 낮았다.
이 10만 배의 비대칭이 중요하다. 양방향으로 무작위 확산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이 정해진 일방통행이라는 뜻이다. 물건은 핵 쪽으로 가고,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2003년 담배 실험도 똑같이 영리했다. 세포핵에 들어가야만 발현되는 유전자를 엽록체 유전체에 넣었다. 약 25만 개체의 자손에서 독립적인 삽입 사건 16건을 얻었다. 꽃가루 약 1만 6천 개마다 하나가 핵으로 옮겨 간 엽록체 DNA를 지녔다는 셈이다.
사람에게서도 이 일은 지금껏 일어나고 있다. 누구의 세포핵에나 미토콘드리아에서 온 오래된 조각이 수백 개씩 들어 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핵 내 미토콘드리아 DNA 조각이라고 부른다.
한 인구집단 유전체 연구는 이전까지 기록되지 않았던 삽입 위치 141곳을 찾아냈다. 최근 들어온 조각은 집단마다, 심지어 사람마다 달랐다. 더 큰 규모의 분석에서는 갓 일어난 새로운 삽입도 측정되었다. 대략 수천 번의 출생마다 한 번이었다.
바꿔 말하면, 신생아 수천 명마다 한 명쯤은 미토콘드리아에서 세포핵으로 막 이사 온 DNA 조각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멈추지 않았다. 바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 조각들은 때로 법의학자나 고대 DNA 연구자를 곤란하게 한다. 핵 안의 오래된 조각을 미토콘드리아 DNA로 잘못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5 옮겨 갈 수 없는 부분
이동이 계속되고 있고, 그것도 약 20억 년 동안 이어졌다면 질문은 이렇게 바뀐다. 왜 아직 13개가 남아 있는가. 답하기 전에 한 가지부터 분명히 해 두자. 그 13개의 단백질은 지금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가.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은 대다수가 세포질에서 만들어진 뒤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운반된다. 미토콘드리아 막에는 전용 통로가 있다. 단백질은 ‘주소표’에 해당하는 구간을 달고 와서 인식되고, 막을 가로질러 끌려 들어간 뒤 안에서 접혀 제 모양을 갖춘다. 따라서 이론상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어느 것이든 세포핵으로 이사할 수 있다. 그 산물을 다시 돌려보낼 수만 있다면.
그렇다면 왜 13개는 돌려보낼 수 없을까. 이 질문에는 여러 설명이 있다. 어느 하나도 전부를 설명하지는 못한다.
첫 번째는 현장 통제다. 영국의 앨런이 1993년에 제안한 이 생각은 이렇다. 호흡사슬의 핵심 부품을 만드는 유전자가 같은 미토콘드리아 안에 있어 그 자리에서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면, 현지의 상태에 직접 반응할 수 있다. 그 미토콘드리아가 바쁜지, 문제가 생겼는지, 멀리 있는 세포핵은 모를 수도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한 가지는 분명하다. 가장 꾸준히 남아 있는 유전자들은 호흡사슬의 핵심 막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쪽에 크게 집중되어 있다.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 번역용 RNA와 리보솜 단백질의 유전자도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자 전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반대로 호흡사슬을 잃어버린 미토콘드리아 변형체는 대부분 유전체도 함께 잃었다. 그 점은 이 설명의 예상에 꼭 들어맞는다.
두 번째는 너무 기름져서 실어 나를 수 없다는 설명이다. 여기서는 장면 하나를 떠올려 보자. 단백질은 아미노산을 꿰어 만든 사슬이다. 아미노산 중에는 물과 잘 어울리는 것도, 물을 싫어하는 것도 있다.
호흡사슬의 핵심 부품은 막에 박혀 있으므로 표면이 물을 싫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막 안에 머물 수 없다. 그런데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단백질을 세포질이라는 물의 환경에 놓으면 어떻게 될까.
뭉친다. 물속의 기름 한 방울이 둥글게 모이듯, 분자끼리 달라붙어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 엉뚱한 막으로 들어가 버릴 수도 있고, 수송 통로에 끼어 통과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02년의 한 연구는 직접적인 뒷받침을 내놓았다. 콩 같은 콩과 식물에서는 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자연적으로 세포핵으로 옮겨 갔는데, 그 유전자가 만드는 단백질은 물을 싫어하는 정도가 뚜렷하게 낮아져 있었다. 실험으로 그 성질을 약하게 해도 안으로 들여보내기가 쉬워졌다. 2016년에는 사람 세포에서 그중 두 유전자를 세포핵으로 옮긴 다음, 만들어진 단백질이 미토콘드리아를 다시 찾아가게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놀랍게도 일부는 성공했다.
이 설명으로 풀리지 않는 것은 여전히 미토콘드리아에 남아 있는 친수성 단백질 유전자와 RNA 유전자다. 물을 싫어하는 정도가 비슷한 단백질인데도 어떤 계통에서는 그 유전자가 이미 옮겨 갔고 다른 계통에서는 그대로 남아 있는 이유 역시 풀리지 않는다.
세 번째는 암호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DNA는 글자 세 개를 한 묶음으로 삼아 아미노산을 암호화한다. 이 암호책은 거의 모든 생물이 함께 쓴다.
그런데 여러 미토콘드리아 계통에서는 일부 세 글자 묶음의 뜻을 새로 정했다. 사람의 미토콘드리아에도 다른 곳에서는 ‘멈춤’을 뜻하는 묶음이 한 아미노산으로 읽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바뀌지 않은 채 표준 암호를 쓰는 핵으로 옮겨 가면 다른 아미노산으로 번역되거나, 번역이 중간에 끝나 버릴 수 있다.
이것도 보편적인 답은 아니다. 많은 계통에서 핵의 암호와 다른 부분은 제한적이다. 옮겨 간 뒤 돌연변이로 해당 세 글자 묶음이 바뀔 수도 있다. 암호의 뜻을 다시 정하는 일 자체가 수많은 유전자의 이사 뒤에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그 밖에도 수송 신호의 제약, 유전자 자체의 염기 조성, 현장에서 조립해야 한다는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하나의 이유로 전부 설명한다’는 합의는 없다. 어느 설명이 더 강한지 가늠할 직접적인 검사가 하나 있다. 서로 다른 계통에 남은 유전자들이 동일한 작은 묶음으로 수렴하는가.
인간 미토콘드리아의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 13개는 모두 호흡사슬과 그 회전 장치의 핵심 막단백질을 암호화한다. 일곱 개는 호흡사슬의 첫 번째 양성자 펌프에, 세 개는 마지막 펌프에, 두 개는 회전 장치에 속한다. 나머지 하나는 중간에 있다.
그 단백질들은 모두 미토콘드리아 내막에 박혀, ‘양성자를 막 너머 바깥으로 퍼 올리는 일’이나 ‘양성자가 다시 흘러들어 오며 회전자를 돌리게 하는 일’에 직접 참여하는 부품이다. 3편에서 말했던 댐 체계의 가장 핵심적인 몇 조각이다. 바꿔 말하면, 가장 옮기기 어려운 유전자들이 바로 막에 가장 깊이 박힌 단백질을 암호화한다.
이 극히 작은 집합은 ‘막 속 핵심 부품일수록 남기 쉽다’는 경향에 강하게 들어맞는다. 하지만 다른 생물에게 남은 것이 모두 이 13개인 것은 아니다.
1997년 서열이 해독된 한 원생생물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는 약 6만 9천 염기쌍이며, 약 97개의 유전자를 간직한다. 유전자가 풍부했던 조상의 상태에 가장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미토콘드리아 중 하나다. 또 다른 종류에는 약 100개가 남아 있다. 어떤 계통은 동물보다 몇 배나 많은 유전자를 보존한다.
여러 미토콘드리아를 가로질러 가장 강한 부분적 수렴이 나타나는 것은 시토크롬 산화효소와 시토크롬 환원효소 복합체의 핵심 소단위, 그리고 에너지를 합성하는 장치의 핵심 막 소단위들이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느 소단위를 여전히 미토콘드리아가 암호화하는지는 계통마다 달라진다.
그러므로 남은 것은 아무거나 몇 개도 아니고, 모두에게 똑같은 목록도 아니다. 부품의 종류는 몇 가지로 같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집집마다 다르다. 제약이 하나가 아니라 겹쳐 작용한다는 뜻이다.
계통마다 남긴 유전자 목록은 일부 겹치면서도 서로 다르다. 공통의 제약과 계통별 차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을 싫어하는 성질과 막에서의 조립’, ‘현장 통제’는 모두 설명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목록만으로 어느 한 기작이 충분하다고 판정할 수는 없다. 아직 이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말로 기작에 대한 연구를 대신할 수도 없다.
반대쪽 끝에는 완전한 소실이 있다. 2016년, 미토콘드리아도 없고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어떤 구조도 없는 혐기성 단세포 진핵생물이 보고되었다.
그 생물은 친칠라의 장에 산다. 흔히 반려동물로 기르는 바로 그 설치류다. 현미경으로 못 찾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유전체와 전사체에서도 미토콘드리아로의 단백질 유입과 철-황 중심 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표지 단백질 무리가 통째로 발견되지 않았다.
미토콘드리아를 얻기 전 갈라져 지금껏 남은 가지도 아니다. 계통 증거는 조상에게 미토콘드리아가 있었고 나중에 완전히 잃었음을 보여 준다. 중요한 대체 변화 중 하나는 세포질에 새 체계를 얻은 것이었다. 원래 미토콘드리아에 의존하던 철-황 중심 합성을 세포질에서 끝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알려진 모든 진핵생물 계통은 한때 미토콘드리아를 지녔던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중 소수의 계통은 나중에 그것을 전부 잃을 수 있다. 구조가 사라지기에 앞서 유전체부터 사라질 수도 있다.
깨끗하지 않은 물을 마시고 배탈이 났다면 흔한 범인 중 하나가 지아르디아다. 이 생물의 퇴화한 미토콘드리아에는 유전체가 없고, 주로 철-황 단백질을 조립하는 기능이 남아 있다. 트리코모나스의 것도 대개 자체 유전체는 없지만, 미토콘드리아에서 유래한 단백질 유입 체계와 일부 에너지 대사를 유지한다.
온전한 미토콘드리아, 에너지 대사가 남아 있는 축소형, 주로 철-황 조립을 맡는 축소형, 그리고 완전한 부재. 서로 다른 여러 종착점이다. ‘미토콘드리아가 있다’와 ‘미토콘드리아가 없다’라는 이분법으로는 이를 설명할 수 없다.
어떤 구조가 아직 남아 있는지 판단하려면 잔존하는 대사, 단백질 유입, 유전적 통합을 보아야 한다. 조상에게서 가장 눈에 띄던 기능 하나만 보아서는 안 된다. 광합성을 잃었다고 엽록체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말라리아원충이 그 예다. 호흡사슬을 잃었다고 미토콘드리아 유래 구조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6 새로 생긴 것은 또 무엇일까
진핵세포의 ‘진핵’은 말 그대로 진짜 세포핵이 있다는 뜻이다. 유전물질이 두 겹의 막에 싸여 세포의 다른 부분과 분리되어 있다. 사람의 세포핵 하나에 든 DNA를 쭉 펴면 길이가 약 2미터다. 그런데 지름이 겨우 몇 마이크로미터인 핵 안에 들어가야 한다. 세균과 고세균에는 이런 포장이 없으며, 둘을 합쳐 원핵생물이라 부른다.
진핵세포에 더해진 것은 미토콘드리아 하나와 핵 하나뿐만이 아니다. 내부에는 한 벌의 막 체계가 있어 짐을 소낭에 담아 이리저리 나르고, 모양을 바꾸는 세포골격도 있다. 다른 것을 통째로 삼키는 종류도 많다. 이것들이 어디서 왔는지는 진핵생물의 기원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세포핵이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세 부류의 설명이 있다. 하나는 숙주 자신의 막이 안으로 접히면서 유전물질을 감쌌다는 것이다. 오늘날 핵막의 바깥층은 세포 안의 또 다른 막 체계인 소포체와 하나로 이어져 있다. 소포체는 넓은 막이 접혀 있는 구조로, 단백질과 지질을 전문적으로 만든다. 핵공과 화물을 나르는 소낭 바깥의 단백질도 같은 접힘 구조를 공유한다. 모두 이 설명과 양립한다. 그러나 오늘날 이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옛날에 어떤 공간적 과정이 있었는지 복원할 수는 없다. 안으로 움푹 들어가는 방식도, 2절에서 말한 안에서 밖으로 뒤집히는 방식도 핵막과 소포체를 이어지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둘이 들려주는 역사는 정반대다.
두 번째는 세포핵이 커다란 DNA 바이러스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이런 바이러스는 세포 안으로 들어가면 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복제 구역을 스스로 만들고, 복제와 번역을 서로 다른 장소에 나누어 놓는다. 세포핵과 제법 닮았다.
하지만 이런 바이러스와 진핵세포는 오랫동안 서로 유전자를 주고받았다. 공유하는 단백질만으로 누가 누구에게 주었는지 알 수 없고, 어느 생물에서 왔는지 보여 주는 안정적인 계통수도 미토콘드리아 때처럼 그릴 수 없다.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이런 것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세균을 감염시키는 한 거대 바이러스가 세균 안에 들어간 뒤 단백질로 핵 같은 작은 방을 만든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자기 DNA를 그 안에 가두고 복제하며, 미세소관을 닮은 단백질 실로 그것을 세균 한가운데로 밀어 놓기까지 한다.
세 번째는 세포핵 자체도 한 차례의 세포내공생에서 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포핵에는 독립된 세균이나 고세균에서 온 것으로 알아볼 만한 작은 유전체가 없다.
세 부류 가운데 어느 것도 승리하지 못했다. 확실히 아는 것은 다른 사실이다. 마지막 진핵생물 공통 조상에게는 이미 복잡한 핵공이 있었다. 핵공 하나는 수백 개에서 천 개가 넘는 단백질이 모인 것으로, 세포에서 가장 큰 단백질 복합체 중 하나다. 초당 천 개 넘는 분자를 통과시킬 수 있다. 2010년 연구자들은 갖가지 진핵생물의 유전체 모두에서 핵공 주요 부품의 상동체를 찾아냈다.
세포골격 쪽에서는 한결 분명한 결과가 나왔다. 옛 교과서에는 원핵생물에게 세포골격이 없다고 쓰여 있었지만, 그 말은 이미 뒤집혔다. 세균의 한 단백질 부류는 2001년에 밝혀진 구조가 액틴과 거의 같았다. 우리 근육을 수축시키는 바로 그 단백질이다. 이 세균 단백질도 실처럼 이어질 수 있다.
세균의 분열에 참여하는 또 다른 단백질 부류는 1998년에 구조가 밝혀졌는데, 튜불린과 같은 종류의 접힘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이들과 진핵생물의 단백질은 같은 오래된 계열에 속한다. 다만 아주 오랫동안 각자 진화했으므로 어느 쪽도 다른 쪽의 직접적인 전신은 아니다. 세포골격을 만드는 부품은 진핵세포보다 먼저 있었다는 뜻이다. 2편에서 이야기한 아스가르드 고세균의 유전체에도 한때 진핵생물에만 있다고 여겼던 세포골격과 막 수송 유전자가 일부 들어 있다.
이 부품들을 조직해 막을 밀고, 짐을 나르고, 염색체를 떼어 놓는 연결망으로 만든 것은 나중의 일이다. 세포분열 때 염색체를 양쪽으로 끌어당기는 방추체도 미세소관으로 세운 것이다.
진핵생물의 새로움은 오히려 단백질 계열의 확장, 새로운 중합 방식, 분자 모터와 조절의 조합에 더 많이 있다. 신경세포에서는 분자 모터가 짐을 실은 소낭을 등에 지고 미세소관을 따라 한 걸음씩 걷는다. 한 걸음이 8나노미터다. 척수에서 발가락까지 가려면 1미터를 걸어야 한다.
내막계도 마찬가지다. 여러 진핵생물의 유전체를 비교하면, 마지막 진핵생물 공통 조상에게는 단순한 소포체 하나가 아니라 대단히 완비된 막 수송 기계가 이미 있었다. 일부 부품의 더 깊은 상동성은 고세균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단백질 계열의 확장은 진핵생물이라는 가지 자체에서 일어났다.
확실한 것은 마지막 진핵생물 공통 조상이 미토콘드리아, 세포핵, 핵공, 복잡한 막 수송과 성숙한 세포골격을 모두 함께 지녔다는 점이다. 이 중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아직 논쟁 중이다. 2절의 2025년 연구는 미토콘드리아가 가장 늦게 왔다고 본다.
선형 염색체는 새로운 문제도 가져왔다. 세균의 염색체는 대부분 고리형이라 끝이 없다. 선형 염색체는 복제할 때마다 양 끝이 조금씩 짧아진다.
진핵세포는 끝에 반복 서열을 이어 붙여 완충재로 쓰고, 전용 효소로 그것을 다시 채운다. 이 효소를 텔로머레이스라고 한다. 이와 관련된 발견은 2009년 노벨상을 받았다. 수상자 세 명 중에는 3편에서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던 쇼스택도 있다.
우리 몸의 대부분의 체세포에서는 분열을 거듭할수록 텔로미어가 조금씩 짧아진다. 반면 대부분의 암세포는 이 효소를 다시 켜 놓는다. 진핵생물마다 염색체 끝의 체계가 다 같지는 않다. 사람의 것을 그대로 조상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7 한 차례 뒤집힌 증거
화석 쪽에서는 1편의 구분을 빌리자. 갑 층위는 비교적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 을 층위는 타당성은 있지만 아직 단단히 서지 못한 것이다.
약 16억 5천만 년 전이면 비교적 널리 인정되는 진핵생물 미화석이 이미 있다. 갑 층위다. 지름 수십 마이크로미터의 작은 주머니들로, 벽면에 복잡한 장식과 돌기, 가지가 달려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가시 난 작은 성게 같기도 하고 가장자리에 레이스를 두른 작은 공 같기도 하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소속을 분명히 알 수 없는 미화석을 아크리타크라고 부른다.
진핵생물로 보는 이유는 크기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이 벽면 구조와 유연한 형태를 알려진 원핵세포가 만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는 중국 화북의 옌산 일대 지층에서 나왔다.
또 하나의 갑 층위 자료는 방기오모르파다. 어딘가에 붙어 자라는 세포 실들이 줄줄이 이어진 모습으로, 오늘날 홍조류의 일부 성장 방식과 몹시 닮았다. 현생 분류군에 넣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다세포생물 가운데 하나다. 2018년, 그것이 들어 있는 암층의 나이를 다시 측정해 약 12억 년 전에서 약 10억 4,700만 년 전으로 고쳤다. 1억 5천만 년 젊어진 셈이다. 캐나다 북극의 한 섬에서 나왔으며, 7편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을 층위에는 아주 아름다운 자료가 하나 있다. 2017년 스웨덴 연구자들은 방사광으로 단층촬영을 하여, 인도 중부의 약 16억 년 전 암석에서 두 종류 화석의 입체적인 세포 구조를 보았다. 이들은 이를 홍조류로 해석했다. 어떤 세포 안에는 작은 마름모꼴 구조도 여럿 보였다. 연구자들은 엽록체에서 탄소 고정을 맡는 부품이라고 보았다.
맞는 해석이라면 홍조류의 기록이 단번에 5억 년 넘게 앞당겨진다. 하지만 형태만 있고 독립적인 분자 정보는 없으므로, 일단 을 층위에 둔다.
다음은 한 증거가 완전히 뒤집힌 과정이다. 1999년, 당시 호주에서 박사과정을 밟던 독일 청년 브록스와 동료들은 서호주의 약 27억 년 전 암석에 스테레인이라는 분자들이 있다고 《사이언스》에 보고했다.
스테레인은 콜레스테롤 같은 분자가 오랜 매몰 끝에 남긴 안정적인 탄소 골격이다. 콜레스테롤과 같은 부류의 분자는 진핵생물에 널리 존재하지만 세균에서는 드물다. 건강검진 결과지의 콜레스테롤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암석에서 스테레인이 발견되면 보통 진핵생물의 흔적으로 받아들인다. 이 분자들이 암석과 같은 나이라면 진핵생물은 이미 27억 년 전에 존재했다는 뜻이다. 가장 오래된 진핵생물 화석보다 거의 10억 년 빠르다.
나중에 불거진 문제는 ‘기기가 잘못 보았는가’가 아니라, 분자들이 정말 암석과 같은 나이인가였다. 2008년 연구자들은 암석 속 유기물 입자들의 탄소 동위원소를 측정했다. 그리고 이 분자들이 약 22억 년 전 암석이 열을 받아 변성된 뒤에야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나중의 유체가 실어 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2012년 여러 실험실이 힘을 합쳐 이전에 없던 청정한 방법으로 서호주의 같은 지층에서 암석 코어를 다시 시추하고, 각자 독립적으로 분석했다. 2015년 발표된 결과는 이랬다. 새로 채취한 코어 내부의 스테레인 농도는 절차 바탕시료와 거의 같았다. 측정된 양이 아무 시료도 넣지 않았을 때 기기에 잡히는 배경 수준과 같았다는 뜻이다. 반면 옛 방식으로 채취한 코어의 겉면에서는 바탕값보다 열 배 이상 높았다.
이 연구는 그 오래된 암석에 본래 속해 있던 유기물이 지열에 이미 몰라보게 구워진 반면, 앞서 보고되었던 스테레인들은 상대적으로 ‘젊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27억 년 전 진핵생물의 존재를 주장하는 데 쓰였던 스테레인은 더 이상 유효한 증거가 아니었다. 그것을 뒤집은 논문의 저자 가운데는 1999년의 브록스 자신도 있었다. 훗날 그는 같은 부류의 분자를 이용해 약 6억 5천만 년 전 암석에서 조류가 바다에 크게 퍼져 나간 사건을 읽어 냈다.
오염은 세 곳에서 들어올 수 있다. 시추, 시료 표면, 실험 처리 과정 모두 현대의 유기물이나 더 젊은 유기물을 들여올 수 있다. 지하 유체는 긴 지질시대에 걸쳐 젊은 유기물을 더 오래된 암석 안으로 실어 나를 수 있다. 그리고 현대의 오염이 전혀 없더라도 분자가 들어온 때가 퇴적보다 늦다면, 퇴적 당시의 생명을 입증할 수 없다.
2023년에는 새로운 분자 증거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가장 오래된 것이 약 16억 4천만 년 전인 원시 스테로이드 분자들을 보고했다. 오늘날 콜레스테롤 같은 분자를 합성할 때 초기에 생기는 중간 산물들로, 합성 경로가 현대의 것보다 짧다. 연구자들은 모의실험으로 그 대응 관계를 세웠다. 논문 제목의 앞부분은 바로 ‘복잡한 생명의 잃어버린 세계’였다. 이 분자들을 만든 생물에는 세균도 있었을 수 있고, 진핵생물 계통의 뿌리 쪽에 자리한, 오래전에 멸종한 생물들도 있었을 수 있다. 이들은 바다에서 수억 년 동안 번성했다.
이것은 1999년의 주장보다 약 10억 년 젊고, 분자의 종류도 다르다. 옛 주장을 되살린 것이 아니다. 한 갈래의 증거가 뒤집힌 뒤, 나중에 같은 갈래에서 새 증거가 나왔다고 해서 옛 주장이 저절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8 한 번, 그리고 아직 떠나지 않은 열세 개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에 무엇을 주었을까. 2010년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생화학자 레인과 수소 가설을 내놓았던 마틴은 아주 유명한 답을 제시했다. 에너지.
논증은 이렇다. 세균이 에너지를 더 많이 생산하려면 호흡에 쓰는 막을 넓혀야 한다. 세균의 호흡막은 세포 전체를 둘러싼 바로 그 세포막이다.
막을 넓히려면 세포 전체를 키워야 한다. 그런데 세포가 커져도 유전체는 여전히 한 벌이라, 더 큰 부피에 필요한 것을 공급해야 한다. 반면 진핵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수백 개에서 천 개 넘게 들어갈 수 있다. 하나하나에 자기 호흡막이 있고, 저마다 극히 작은 유전체만 남겨 둔다. 대부분의 단백질은 훨씬 큰 세포핵의 유전자에 암호화되어 있다.
그들이 계산해 낸 숫자는 이렇다. 유전자 하나당 쓸 수 있는 에너지가 진핵세포에서는 원핵세포의 약 20만 배다. 유전자 하나하나를 측정해 얻은 수치가 아니라 모형의 산물이다. 레인은 나중에 이 생각을 베스트셀러가 된 대중과학책에 담았다.
반론 역시 정량적이었다. 유전체 진화를 연구하는 미국 학자 린치는 유전체가 커지고 복잡해지는 것이 많은 경우 선택에 밀린 결과가 아니라, 작은 집단 안의 무작위 유전적 부동 때문이라고 줄곧 주장해 왔다.
2015년 린치와 마리노프는 한 유전자를 복제하고 전사하는 데서 단백질을 만들고 교체하기까지 드는 비용을 모두 계산했다. 세포 에너지 예산에서 유전자 자체가 차지하는 몫은 ‘미토콘드리아 없이는 큰 유전체를 부양할 수 없다’는 장벽을 만들 만큼 크지 않다고 보았다. 2017년의 종간 비교 연구도 실제 대사 출력을 세포의 부피, 표면적, 생물량에 맞춰 환산했지만, 미토콘드리아 때문에 진핵세포의 단위 부피당 에너지 생산량이 열 배 규모로 뛰었다는 결과는 찾지 못했다.
더 직접적인 간극도 있다. 전형적인 세균에는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가 3천에서 4천 개 있고, 현생 진핵생물에는 대체로 6천에서 4만 개가 있다. 실제로는 약 1.5배에서 10배일 뿐이다. 20만 배가 아니다.
이론적인 여유가 정말 그렇게 크다면 유전자 수는 왜 몇 배만 늘었을까. 유전자 수가 에너지 하나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닐 수도 있고, 모형의 분모를 잘못 잡았을 수도 있다. 두 가능성 모두 아직 배제되지 않았다.
세 번째 반론은 맨눈으로 보이는 세균 하나다. 2009년 프랑스의 한 연구자가 카리브해 과들루프섬의 맹그로브 숲에서 처음 채집했고, 십여 년이 지난 2022년에야 연구자들은 이 거대한 황세균을 정식으로 기술했다. 세포 하나의 평균 길이가 9밀리미터를 넘고, 가장 긴 것은 거의 2센티미터다. 크기도 모양도 속눈썹 한 가닥 같다. 이름의 뜻은 ‘장려한 황 진주’다. 보통 세균은 몇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니 수천 배나 크다.
유전체는 1,100만 염기쌍이 넘어 대부분의 세균보다 크고, 같은 유전체가 세포 하나에 수십만 벌 들어 있다. DNA, 그리고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는 막으로 둘러싸인 수많은 작은 주머니에 모여 있다. 세포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액포가 있어 부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활발히 활동하는 부분을 바깥쪽의 얇은 층으로 밀어붙인다. 덕분에 확산으로 이동해야 할 거리는 매우 짧다.
이 세균이 깨뜨린 것은 세균 크기의 옛 기록이다. 그전까지 알려진 가장 큰 세균도 1밀리미터가 안 되었는데, 단번에 약 50배 커졌다. 깨뜨리지 못한 것은 ‘거대한 세균은 특수한 구조로 확산과 유전자 발현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큰 액포와 수십만 벌의 유전체, 작은 주머니들이야말로 그 문제가 실제로 존재함을 보여 준다.
그 작은 주머니들을 세포핵의 상동체라고 부를 수도 아직 없다. 따라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렇다. 미토콘드리아는 진핵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공간 배치를 크게 바꾸었다.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그것 없이는 넘을 수 없는 문턱이었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어느 쪽이 더 많은지는 4편에서 이미 계산했다. 탄소로 세면 진핵생물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며, 주로 육상식물 덕분이다. 세포 수로 세면 지구 전체에서는 원핵생물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진핵생물의 이런 조직 체계는 몇 번 나타났을까. 현존하는 진핵생물은 세포핵, 핵공, 세포골격, 막 수송 체계,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이라는 복잡한 상동 체계들을 공유한다. 모두 같은 마지막 공통 조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따라서 ‘현대 진핵생물의 기본 조직을 갖춘 계통’으로 세면 지구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원은 단 한 번이다. 이 사실로 다른 행성에서 이런 조직이 나타날 확률을 계산할 수는 없다. 표본이 하나뿐이다.
하지만 세포내공생 자체는 여러 번 일어났다. 엽록체에서 한 번, 파울리넬라에서 독립적으로 한 번, 복잡한 엽록체에서는 여러 차례의 이차 편입을 거쳤다. 질소 고정 세포소기관은 또 한 번이며, 생겨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진핵생물의 기본 조직은 한 번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와 ‘세포내공생은 한 번만 일어났다’는 같은 말이 아니다.
이제 이 글에서 말하는 구축으로 돌아오자. 이 시리즈의 구축은 사람이 만든 판별 기준만을 뜻하지 않는다. 경계를 긋고 무엇을 그 안에 넣을지 정하는 것은 모두 포함된다. 이 글에서는 더 높은 층위의 단위다.
자유생활을 하던 세포 하나가 다른 세포에 편입되어 독립적으로 복제하는 능력을 잃는다. 유전체는 해체되고, 기능 대부분은 옮겨지거나 지워진다. 통합이 끝나면 이 더 높은 층위의 단위가 하나의 전체로 복제되고 선택되기 시작한다.
이 시리즈에서 선택되는 단위의 층위가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선 글들에서는 구축된 틀에 다 담을 수 없으면 수선하거나, 바깥으로 넓히거나, 같은 층위의 새 틀로 바꾸었다. 이번에는 방법이 다르다. 층위를 바꾼다. 원래 저마다 복제할 수 있던 두 단위가 함께 번식하는 새 단위 하나가 되었다.
구축된 틀에 담기지 않으면서 없애 버릴 수도 없는 부분을, 이 시리즈에서는 잔여항이라 부른다. 이 글의 잔여항은 옮겨 갈 수 없는 그 한 줌의 유전자다. ‘아직 이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가 아니다.
미토콘드리아가 편입된 역사는 약 2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간 미토콘드리아에는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 13개가 남아 있다. 지금도 미토콘드리아 DNA 조각이 세포핵으로 들어가며, 그 빈도는 대략 수천 번의 출생에 한 번이다. 하지만 조각이 들어갔다고 해서 핵이 제대로 작동하는 단백질을 만들어 미토콘드리아로 돌려보낼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DNA를 핵으로 옮기는 일과 기능을 옮기는 일은 같은 단계가 아니다.
20억 년. 수천 번의 출생에 한 번. 남은 것은 13개. 특수한 사례 하나가 아니다. 파울리넬라의 젊은 색소체도 조상 유전자 구성의 약 4분의 1에서 30퍼센트를 보유한다. 엽록체에도 백 개 넘는 유전자가 남아 있다. 자체 유전체를 간직한 이 세포소기관들은 편입이 반드시 원래의 유전 체계를 모두 비우는 일은 아님을 보여 준다.
당신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그 13개의 유전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토콘드리아의 작은 DNA 고리 위에 있다. 몇 군데 고쳐 쓴 암호책에 따라 세균식 기계로 읽히고 있다. 잔여항의 가장 순수한 형태 중 하나다. 전부 측정되었고, 전부 인정되었으며, 계속해서 옮기려는 시도가 이어지는데도 여전히 제자리에 남아 있다. 왜 떠나지 않는지, 어떤 한 가지 이유도 전부를 설명하지 못한다.
물을 극도로 싫어하는 성질, 현장 통제의 필요, 수송과 조립의 제약, 염기 조성, 계통마다 고유한 암호. 하나하나가 일부분을 설명한다. 남은 부품의 종류는 몇 가지로 같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집집마다 다르다.
이 구축된 틀은 앞선 글들에서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층위를 바꾸었다. 해내지 못한 것은 편입된 쪽을 완전히 녹여 내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