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째 글. 2008년: 받아줄 수 있었던 것은 단단히 연결된 것들뿐
2008년 구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기준은 시스템 리스크였다. 계약망의 연결은 정교하게 포착했지만, 집과 가족에만 연결된 보통 사람의 붕괴는 같은 자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이 글의 목차
1. 결함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2008년 10월 23일, 미국 하원의 한 위원회에서 청문회가 열렸다. 증인석에는 얼마 전 물러난 중앙은행의 전 의장이 앉아 있었다. 그 자리를 18년 반 동안 지켰던 사람이었다.
한 의원이 물었다. 세상을 보는 자신의 시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냐고.
그는 훗날 거듭 인용될 한마디로 답했다. 결함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질문이 이어지자 그가 인정한 내용도 더 구체적이 되었다. 그는 손익을 스스로 책임지는 기관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라도 주주와 회사의 권익을 잘 지킬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여든두 살이 되던 해, 의회 증인석에서 수십 년 동안 써온 자신의 판단 체계가 한 지점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 일 자체를 한 줄 적어둘 만하다. 앞선 열여덟 편에서 구축은 이런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름을 바꾸고, 묻지 않고, 경계를 안으로 좁히고, 잔여항에 장부 둘레를 도는 궤도를 내주고, 사람들에게 증빙을 내놓으라고 했다. 하지만 나서서 이렇게 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내가 쓰던 자에 잘못된 곳이 하나 있다.
다만 무엇을 인정했는지는 눈여겨보아야 한다. 그가 한 말은 그 기관들이 자신의 생각만큼 스스로를 지키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결함은 사람에 대한 그의 판단에 있었다. 모든 것을 가격으로 눌러 담는 이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구축이 매개변수 하나를 잘못 보았다고 인정하는 것과, 자신의 측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은 아주 멀리 떨어진 두 가지 일이다.
인정한 시점은 더욱 드물었다. 자신의 주장이 반박된 뒤에 인정한 것도 아니고, 수십 년 뒤 후대의 사람들이 기록을 뒤져 찾아낸 것도 아니었다. 일이 막 벌어진 직후, 당사자들이 아직 살아 있고 손실도 계속 커지는 중에, 그 자를 지켜온 핵심 인물 스스로 한 말이었다.
이 문장을 먼저 여기 놓아둘 만하다. 뒤에서 어디를 보아야 할지 정해주는 말이기 때문이다.
앞의 글에서는 그 기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썼다. 표준화된 계약, 계산할 수 있는 가격, 일곱 토막으로 나뉜 사슬, 그리고 다른 장부를 기록하기 시작한 장부였다.
이제 쓸 것은 그 기계가 멈춘 며칠간의 일이다. 멈춘 뒤 누구는 받아주었고, 누구는 받아주지 않았는지에 관한 일이다.
기계가 고장 나는 것은 기술의 문제다. 고장 난 뒤 누구부터 받아줄지를 누가 결정하는가는 다른 종류의 문제다. 그것은 기계공학에 속하지 않는다.
위기에서 가장 분석할 가치가 있는 대목도 여기에 있다. 평소에는 모두가 장부에 올라 있어 순서가 보이지 않는다. 자원이 모자라 줄을 서야 할 때에야 그 줄의 순서가 처음으로 드러난다.
그 순서를 위기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줄곧 있었다. 평소에는 쓸 일이 없었을 뿐이다.
제도가 평소에 보이는 모습과 자원이 모자랄 때 보이는 모습은 서로 다른 두 얼굴이다. 뒤의 얼굴이 그 제도의 실제 구조에 더 가깝다. 평소의 얼굴에는 모두가 들어갈 자리가 있어, 누가 먼저인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 단 한 건의 주택 구입에도 자금을 대지 않았다
그 순서를 분명히 보려면, 이 기계가 끝내 어디까지 갔는지부터 보아야 한다.
2006년에 이르면 증권화는 더 이상 주변적인 자금조달 기법이 아니었다. 그해 미국의 서브프라임 대출 실행액은 6,0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전체 주택담보대출 실행액의 23.5퍼센트였으며, 대부분이 증권화되었다. 비기관계 주택담보대출 실행액은 1조 4,800억 달러로, 기관계보다 45퍼센트 넘게 많았다.
대출 한 건이 만들어지고 나면, 당연한 종착지는 묶어서 팔리는 것이었다.
이 문장은 천천히 읽어야 한다. 대출을 팔 수 있게 되었다는 뜻만이 아니다. 돈을 빌려주는 행위의 목적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예전에 은행이 대출을 해준 것은 앞으로 30년 동안 그 이자를 받고 싶어서였다. 이제 기관이 대출을 해주는 것은 석 달 안에 그 대출을 팔고 싶어서였다. 같은 계약, 같은 집, 같은 차입자다. 그런데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바라보는 것은 전혀 달랐다.
이 변화는 관계 속에서 한 가지를 떼어냈다. 30년 동안 보유할 대출이라면, 빌려주는 사람은 그 사람이 앞으로 30년 동안 어떻게 살아갈지 신경 써야 한다. 석 달 안에 팔 대출이라면, 그 석 달 동안 어떻게 보일지만 신경 쓰면 된다. 앞의 관심은 이해관계에 묶여 있으므로 누구의 선의에도 기댈 필요가 없다. 뒤의 관심은 기한이 되면 끊긴다.
가격을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까지 밀어낸 것은 합성이라는 이름의 상품이었다.
일반적인 재포장 상품의 바닥에는 실제 주택저당증권이 있다. 그 증권 아래에는 실제 대출이, 그 대출 아래에는 실제 집과 실제로 돈을 갚아야 할 사람이 있다. 줄은 아주 길게 늘어났지만, 이어져 있다.
이어져 있다는 사실에는 무게가 있다. 연결이 남아 있는 한, 사슬의 맨 위에서 증권을 사는 사람과 맨 아래에서 매달 돈을 갚는 사람 사이에는 거꾸로 되짚어갈 길이 있다. 걸어가기는 몹시 번거롭다. 일곱이나 여덟 고리를 지나야 한다. 그래도 길은 있다. 뒤에서 보겠지만 실제로 그 길을 걸어간 사람들도 있었다.
합성 상품은 그렇지 않다. 그 바닥에 있는 것은 그 증권들이 아니라, 그 증권의 성과를 놓고 하는 내기다.
위기를 조사한 위원회는 아주 직설적으로 썼다. 시장에서 실제 상품이 부족해지자 월스트리트는 더 싸고 대량으로 만들기도 쉬운 합성 상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고. 위원회는 이 상품들이 단 한 건의 주택 구입에도 자금을 대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단 한 건에도.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합성 상품이 사기라는 뜻은 아니다. 정당한 용도가 있다. 이미 주택저당증권을 많이 가진 기관은 보유한 증권을 실제로 팔지 않고도 이 상품으로 자기 포지션을 헤지할 수 있다. 이 용도는 실제로 존재하며 위험관리의 관점에서도 이치에 맞는다. 문제는 비율이었다. 헤지하려고 사는 양보다 내기를 하려고 사는 양이 많아지면, 그 물건의 성격이 달라진다.
규모도 작지 않았다. 단 한 투자은행이 2004년 7월부터 2007년 5월까지 묶어서 판 합성 상품만 730억 달러였다. 이 상품들이 참조한 3,400종이 넘는 주택저당증권 가운데 610종은 적어도 두 차례씩 반복해서 참조되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의 추적에 따르면, 중간층의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 채권 약 5,500종이 구조화된 재포장 상품에 편입되거나 참조된 횟수는 약 3만 7,000번이었다. 640억 달러의 채권이 약 1,400억 달러의 자산으로 불어난 것이다.
640억이 1,400억이 되었다. 그사이에 집을 한 채 더 짓지도 않았고, 집을 사려는 누구에게도 돈 한 푼 더 빌려주지 않았다.
앞의 글에서는 장부가 다른 장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합성 상품에 이르면 한 겹 더 들어가야 한다. 장부는 이제 가리킬 대상마저 필요로 하지 않는다. 실제 채무를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채무의 성과를 놓고 맺은 내기 계약을 기록한다. 그 내기 계약은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다.
한 차입자의 상환 능력이 수십 건의 계약에 동시에 등장할 수 있다. 정작 그 사람은 돈을 한 번 빌렸을 뿐인데도.
여기까지 온 구축은 더 이상 외부의 대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참조할 대상 하나와 양쪽에서 기꺼이 돈을 걸 사람들이면 된다.
그 양쪽 모두 나쁜 사람일 필요도 없다. 사는 쪽은 이 대출들이 상환될 것이라고 믿고, 파는 쪽은 상환되지 못할 것이라고 본다. 양쪽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값을 부른다. 어느 계약이든 하나씩 놓고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총량에 있다. 대출 한 건의 채무불이행은 한 번뿐인데, 그 주변에 맺힌 내기 계약은 수십 건이다. 대출이 부도나면 물어주어야 할 것은 한 건이 아니라 수십 건이다.
위험은 분산되지 않았다. 복제되었다.
이 문장은 앞선 몇 편을 관통하던 한 줄기를 끝까지 밀고 간다. 열째 글에서 구축은 답하지 못하는 질문을 문밖으로 밀어냈다. 열두째 글에서는 잔여항에 장부 둘레를 도는 궤도를 내주었다. 열여덟째 글에서는 장부가 다른 장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여기서 구축이 하는 일은 더 이상 잔여항의 처리가 아니다. 자기 증식이다. 세상에 무엇 하나 더 생길 필요도 없다. 누군가 같은 일에 한 번 더 돈을 걸기만 하면, 장부는 그만큼 더 자랄 수 있다.
3. 소가 짜 맞춘 구조라도
이 기계가 돌아가려면 중간에 관문 하나가 필요하다. 신용평가다.
신용평가란 본래 판단이었다. 누군가 비전문 투자자를 대신해 이 자산 묶음의 질을 살피고, 비교할 수 있는 등급을 내놓는다. 다른 도시에 있는 연기금 운용자가 그 집들을 보러 직접 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 기능은 실제로 존재하며, 필요하기도 하다. 이것이 없으면 증권화는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낯선 대출 수천 건을 실사하는 비용을 감당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이것 역시 통약이 실제로 해낸 일이다. 거꾸로 말해서는 안 된다. 다른 나라의 연기금이 영영 만나지 않을 한 가정에 돈을 빌려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관문 덕분이다. 그사이 절약되는 비용은 막대하며, 절약된 몫 가운데 일부는 실제로 더 낮은 대출금리가 되어 집을 사는 사람에게 돌아갔다.
문제는 그 관문이 나중에 무엇으로 자라났느냐에 있다.
한 신용평가사가 다룬 각종 재포장 상품의 거래 건수는 2004년 220건에서 2006년 749건으로 늘었다. 그 거래액은 900억 달러에서 3,370억 달러로 불어났다.
같은 회사의 투자자서비스 부문에서 구조화 상품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2000년 1억 9,900만 달러에서 2006년 8억 8,700만 달러로 늘었다. 이 수입이 회사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서 44퍼센트로 높아졌다.
인력은 그에 맞춰 늘지 않았다. 훗날의 증언에는 같은 말들이 거듭 등장한다. 사람이 부족했다. 늘 급한 불을 끄느라 바빴다. 제대로 된 연구를 할 여력이 거의 없었다.
조사 기록에는 나중에 가장 많이 인용된 내부 메신저 대화가 하나 있다. 한 분석가가 어느 거래는 너무 터무니없으며, 모형이 위험의 절반도 잡아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분석가가 답했다.
우리는 모든 거래에 등급을 매겨. 소가 짜 맞춘 구조라도 등급을 매길 거야.
이 말이 중요한 것은 거칠기 때문이 아니다. 사실 하나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는 더 이상 위험에 대한 판단이 아니었다. 생산라인의 한 공정이 되어 있었다.
공정의 임무는 물건을 통과시키는 것이지, 멈춰 세우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이 공정에는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성질이 있다. 만들어 내놓는 것이 제품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근거로 삼을 수 있는 판단이다. 공장이 부품 한 묶음을 잘못 만들면 그 부품들이 불량이다. 신용평가 하나가 틀리면 그것을 따라 결정한 사람들 모두가 틀리게 된다. 판단이 사실처럼 쓰일 때, 오류의 비용은 그 판단을 내놓은 사람이 부담하지 않는다.
이 변화에는 누군가의 결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양이 늘면서 생긴 변화였다. 거래가 220건에서 749건으로 늘어나는데 인력이 따라 늘지 않으면, 한 건에 돌아가는 시간은 몇 분의 일로 줄어든다. 시간이 어느 선 아래로 줄고 나면, 꼼꼼히 들여다볼 것인지 모형을 그대로 따를 것인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돈을 내는 쪽은 투자자가 아니라 발행자였다.
이 대목은 도덕의 언어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구조적인 사실이다. 누구를 위해 살피는가와 누구의 돈을 받는가가 갈라졌다. 살피는 사람은 투자자를 대신해 살피지만, 돈은 발행자가 댄다. 업계에 공개된 방식이었고, 문서에도 적혀 있었으며, 누구나 알고 있었다.
열셋째 글에서 이런 말을 했다. 모든 과정이 완전히 합법적이어도 결과는 여전히 극도로 비대칭적일 수 있다고. 그 모습이 여기서 다시 나타난다.
기술적으로 잘못된 지점도 구체적이었다. 평균적인 질이 높지 않은 대출 묶음에서 높은 등급의 증권을 큰 덩어리로 뽑아내려면, 강한 전제가 필요하다. 이 대출들이 같은 순간에 함께 부실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다. 적어도 그렇게 일제히 부실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제다.
훗날의 복원 연구에 따르면, 신용평가 모형은 상관관계를 너무 낮게 추정했고 분산의 효과를 지나치게 크게 보았다.
2008년 말에 이르러 신용평가사들은 핵심적인 상관관계 가정을 위기 이전의 두세 배로 높였다.
가정은 바꿀 수 있다. 집은 이미 빼앗겼다.
두 문장 사이에는 모형과 현실의 시차가 놓여 있다. 모형은 언제든 고칠 수 있다. 매개변수 하나를 바꾸고 다시 돌리면 이튿날 새 등급이 나온다. 하지만 옛 매개변수로 값을 매긴 대출은 이미 실행되었고, 집도 이미 샀으며, 계약은 30년짜리로 맺어졌다. 구축은 자신을 빨리 고친다. 자신이 이미 일으킨 일들은 고칠 수 없다.
여기서 공통 척도에 관해 한마디 덧붙일 수 있다. 시장이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정보 하나를 발견한 것이 아니었다. 발견한 것은 모두가 함께 쓰던 자가 실은 공통 척도가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같은 알파벳도 어떤 상품에 붙느냐에 따라 뜻이 크게 달랐다.
연방준비제도의 한 글은 아예 이렇게 썼다. 이 위기에서 신용점수는 실제 채무불이행 위험을 예측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자가 가장 위험해지는 순간은 한 번 잘못 쟀을 때가 아니다. 모두가 아직 그 자를 쓰고 있는데, 그 자는 이미 그것을 재고 있지 않을 때다.
4. 공존
위기가 지나간 뒤 가장 손쉬운 설명 하나는 이것이다. 그때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
자료는 그 설명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2004년, 연방수사국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사기를 번져가는 유행병이라고 불렀다. 그해 첫 아홉 달 동안 접수된 의심스러운 활동 보고만 1만 2,000건이 넘으며, 2001년 한 해 전체의 약 세 배에 이른다고 했다.
2005년, 국제결제은행의 연구는 구조화금융의 층별 분할 수단이 기관의 포트폴리오 안에 예상치 못한 위험 집중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이미 경고했다.
같은 해, 한 대형 채권펀드는 신용분석가들을 스무 도시로 보냈다. 부동산 중개인, 주택담보대출 중개인, 현지 투자자에게 직접 물으러 갔다. 주택시장과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물었다. 누군가는 이런 방식을 구두 밑창을 닳게 하는 옛날식 조사라고 불렀다.
그들이 찾으려던 것은 어떤 숫자에도 환산되어 들어가지 않은 정보였다.
그런데 같은 시기인 2007년 봄에도 중앙은행의 의장은 의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브프라임 문제가 더 넓은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아마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 절에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누가 맞았고 누가 틀렸는지가 아니다.
위기 전 몇 년 동안 경고와 낙관적인 판단이 계속 함께 존재했다는 사실이다.
이 절의 무게는 그 공존에 실려 있다. 위기 전 몇 년 동안 누군가는 유행병이라는 말을 썼고, 누군가는 스무 도시를 다녔으며, 누군가는 아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고와 낙관적인 판단이 함께 존재하는 동안, 기계는 날마다 수십억 달러의 새 증권을 평소처럼 찍어냈다.
이 공존에는 한 가지 결과가 따른다. 일이 지나간 뒤 어느 편에 선 사람이든, 당시 자료에서 자기 주장을 받쳐줄 증거를 찾을 수 있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는 사람은 낙관적인 판단들을 내놓을 수 있다. 일찍부터 경고한 사람이 있었다는 사람은 그 경고들을 내놓을 수 있다. 양쪽이 인용하는 것은 모두 실제 자료다. 위기 전 그 몇 년의 기록에 함께 남아 있는 자료다.
경보는 울렸고,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이어졌으며, 논쟁은 계속되었고, 장사는 그대로 이루어졌다. 누군가 먼저 경고했고, 그 경고가 묵살되었으며, 끝내 모두가 뒤늦게 후회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모든 일이 동시에 공존했는데, 어느 고리에도 기계를 멈출 권한은 없었다는 이야기다.
열여섯째 글에서도 비슷한 구조를 썼다. 세 곳 모두 본 사람이 있었고, 세 곳 모두 적어둔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기계는 그대로 돌았다.
그때는 곡식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주지 않은 일이었다. 이번은 다르다. 이번에는 아무도 그 제동장치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
어느 거래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아본 분석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내부 대화에서 한마디 하는 것이었다. 스무 도시로 사람을 보낸 펀드가 할 수 있는 일은 자기 몫을 조금 덜 사는 것이었다. 수사국이 결론을 써내면, 그 결론은 이미 감당할 능력을 넘어서 돌아가고 있던 법 집행 절차로 들어갔다. 감독 당국자에게는 권한이 있었지만, 그는 시장이 스스로를 규율하리라고 믿었다. 당시에는 그 믿음이 주류였다.
구축을 상대하기 가장 어려운 지점은 흔히 여기에 있다. 누군가 악의를 품을 필요도, 계속하라는 명령을 내릴 필요도 없다. 각 자리에 앉은 사람이 자기 자리에서 자신에게 합리적인 일을 하기만 하면 된다.
멈추는 일은 누구의 직무에도 속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열여섯째 글과 어떻게 다른지는 분명히 해야 한다. 그 세 차례 기근에서는 기계를 멈출 수 있었다. 당시에도 어떻게 멈추어야 할지 지적한 사람이 있었고, 멈출 권한 역시 구체적인 누군가의 손에 있었다. 이번은 달랐다. 기계 전체를 멈출 스위치가 어느 한 곳에도 없었다. 멈출 수 있는 것은 자기 구간뿐이었다. 그런데 자기 구간을 멈추면, 대개는 그 거래를 다른 회사가 하게 될 뿐이었다.
이 국면에서 책임을 가르기가 유난히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잘못한 사람을 찾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 각 자리에 있는 사람이 모두 그 자리에서 맡은 일을 했는데, 그 일들을 합치니 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기계를 멈추려면 누군가 자기 자리 밖으로 나서야 한다. 하지만 자리를 벗어나는 일에는 제도적인 보상이 없고, 대개는 벌이 따른다.
5. 그 주말
시간의 흐름을 분명히 놓아야 한다. 구제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갈린 것은 불과 며칠 사이였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이어서 읽어야 뜻이 있다. 따로 보면 저마다 한 기관이 겪은 고립된 곤경이다. 이어서 보면 같은 일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차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처음에는 가장 부실한 끝단이 팔리지 않았다. 다음에는 그것을 보유한 펀드에서 환매가 막혔다. 그다음에는 펀드에 자금을 대던 은행이 돈을 빌리지 못했다. 마지막에는 그 은행들에 돈을 빌려주던 모든 사람이 한꺼번에 더는 빌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2007년은 기계가 동력을 잃은 해였다. 2월 27일, 한 정부지원기관은 가장 위험한 서브프라임 주택담보대출과 관련 증권을 더 이상 사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4월 2일, 한때 선두에 섰던 서브프라임 대출업체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6월에는 신용평가사들이 일련의 서브프라임 관련 채권 등급을 내리기 시작했다. 6월 7일, 한 투자은행의 고레버리지 구조화신용 펀드가 환매를 중단했다. 7월 31일에는 그 은행 산하에서 주택저당증권에 집중 투자하던 두 펀드가 청산에 들어갔다. 8월 9일, 프랑스의 한 은행이 세 펀드의 환매를 동결했다. 시장에서는 이날을 세계적인 신용 공황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로 널리 여긴다.
이날이 중요한 것은 소식이 바깥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전의 사고들은 모두 미국 주택시장의 국지적인 문제라고 설명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한 은행이 환매를 동결했다는 것은 그 물건들이 이미 다른 사람의 대차대조표 위에 놓여 있다는 뜻이었다. 열여덟째 글에서 일곱 토막으로 잘랐던 사슬이 이때 그 길이를 드러냈다.
맨 먼저 무너진 것은 단기자금조달 시장이었다.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의 미상환 잔액은 2007년 8월 1조 1,800억 달러에서 2008년 8월 7,450억 달러로 줄었다. 37퍼센트가 사라졌다.
2008년 3월, 그 투자은행이 거의 쓰러질 지경에 이르렀다. 3월 13일에는 시장에서 더 이상 자금을 구할 수 없다고 중앙은행에 알렸다. 3월 14일에는 가교금융으로 간신히 목숨을 이었다. 3월 16일에는 다른 대형 은행에 인수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훗날의 공식 회고는 직설적이었다. 대규모 유동성 지원을 받거나 더 튼튼한 기관에 인수되지 않았다면, 3월 17일 월요일 개장 때까지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9월 7일, 정부 지원을 받던 두 주택금융기관이 정부 관리 아래 들어갔다.
9월 12일 금요일, 또 다른 투자은행이 중앙은행의 한 자금지원 수단을 통해 빌린 돈은 여전히 185억 달러에 이르렀다. 9월 15일 월요일에는 다른 수단을 통해 280억 달러를 더 빌렸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자금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그 주말, 역사는 하마터면 다른 길로 갈 뻔했다.
조사 기록에 따르면, 영국의 한 은행이 가장 유력한 인수자였다. 하지만 영국 재무장관은 영국 납세자의 돈으로 미국 은행의 뒤를 받치는 일을 거부했다. 그 투자은행 측 변호사의 회고에 따르면, 미국 재무장관은 나중에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이 일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9월 15일, 그 은행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같은 날, 다른 한 투자은행은 상업은행에 인수된다고 발표했다.
훗날 한 연구자는 이 실패를 냉정하게 요약했다. 9월 15일 새벽에 파산한 것은 그날 아침 문을 열고 영업할 현금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이 설명은 사건 전체를 자산보다 부채가 많았다는 이야기에서, 단기자금 조달이 갑자기 끊겼다는 이야기로 되돌려놓는다.
두 설명의 차이는 학술적인 사소한 구별이 아니다. 부채가 자산을 넘어 기관이 무너졌다면, 구제는 이미 썩어버린 것을 살리는 일이 된다. 하룻밤 사이에 돈을 빌릴 수 없어 무너졌다면, 구제는 시간상의 빈틈을 메우는 일이 된다. 같은 일도 앞의 해석을 따르면 마땅히 받을 벌을 받은 것이고, 뒤의 해석을 따르면 운이 나빴던 것이다. 당시에는 어느 쪽도 입증할 수 없었다. 입증하려면 그 자산의 실제 가치가 얼마인지 알아야 했다. 하필 그것이 당시 누구도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은행이 쓰러진 뒤 48시간이야말로 체계 전체를 뒤흔든 진짜 벼락이었다.
9월 16일, 뉴욕의 연방준비은행은 한 보험그룹에 최대 850억 달러를 대출할 권한을 받았다. 같은 날, 그 투자은행의 어음을 보유한 한 머니마켓펀드의 순자산가치가 1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나중에 확인된 값은 97센트였다. 머니마켓펀드에서 대규모 자금 인출이 벌어졌다.
9월 19일, 중앙은행은 머니마켓펀드에서 양질의 기업어음을 사들이는 일을 지원할 수단을 내놓았다. 재무부는 최대 500억 달러 규모의 머니마켓펀드 보증 계획을 발표했다.
9월 21일, 가장 큰 두 투자은행이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가받았다.
10월 3일, 7,000억 달러 규모의 그 구제 계획이 법률로 통과되었다.
열흘 남짓한 사이에, 본래 따로 관리되며 서로 오가지 않던 경계 전체가 다시 그려졌다. 누가 중앙은행의 돈을 받을 수 있는지, 누가 신분을 바꿀 수 있는지, 누가 국가의 보증을 받을 수 있는지가 그 열흘 남짓한 사이에 정해졌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말은 신분이다. 가장 큰 두 투자은행의 은행지주회사 전환을 허가했다는 것은, 그들이 다른 범주로 옮겨갔다는 뜻이다. 이제 다른 문으로 들어가고, 다른 종류의 돈을 받으며, 다른 규칙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열셋째 글에서 말했다. 구축이 긋는 경계는 활동과 활동 사이가 아니라 조직 형태와 조직 형태 사이에 있다고. 이번에는 누군가 경계를 넘어간 것이 아니었다. 경계가 몇몇 회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6. 명단
이제 그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째서 이들은 되고, 저들은 안 되는가.
답은 음모가 아니다. 음모보다 더 눈여겨볼 만한 것이다.
음모는 바로잡을 수 있다. 공모한 사람들을 찾아 바꾸면 규칙은 되살아난다. 하지만 자가 어떤 것에 닿지 못하는 문제는 누가 그 자를 쓰든 마찬가지다.
구제에도 자가 하나 필요하다.
그 며칠 동안 결정을 내리던 사람들의 손에는 실제로 계산할 수 있는 양이 하나 있었고, 그들은 정말 그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그 양의 이름은 시스템 위험이었다. 이 기관이 무너지면 거래 상대방 몇 곳이 휘말리는가. 자금조달 사슬 몇 개가 얼어붙는가. 몇 건의 계약에서 동시에 결제를 요구하게 되는가. 연쇄적인 자금 인출이 일어나는가.
이 자로 재면, 한 보험그룹에는 850억 달러를 대출할 가치가 있었다. 신용부도스와프의 무수한 거래에서 상대방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이 무너지는 것은 계약 수백 건의 다른 한쪽 끝을 한꺼번에 빼내는 것과 같았다.
이 자로 재면, 한 투자은행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슬에 끼어 있는지, 그리고 인수할 사람이 있는지에 달렸다.
이 자로 재면, 머니마켓펀드는 반드시 보증해야 했다. 수천만 명이 그것을 현금으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자금 인출이 몰리면 기업어음으로 번지고, 기업이 급여를 지급할 돈으로까지 번진다.
하나하나 계산할 수 있었고, 하나하나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들은 당시 상황에서 대체로 타당했다.
그 몇 주 동안 결정을 내린 사람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시간은 한 시간 단위로 흘렀고,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동원할 수 있는 법 조항은 한정되어 있었다. 한 시간만 늦어도 한 곳이 더 무너질 수 있었다. 그런 조건에서 다른 곳까지 함께 끌고 내려갈 곳부터 받아주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책임 있는 판단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계산들이 틀렸다는 데 있지 않다. 이 자가 어디까지 비출 수 있느냐에 있다.
기관은 비춘다. 개인은 비추지 못한다.
기관은 시스템 위험의 계산 안에 들어갈 수 있다. 그곳의 붕괴가 다른 곳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거래 상대방이 있고, 대차대조표가 있고, 계약의 그물망이 있으며, 연결된 회사가 수백 곳 있다. 모두 셀 수 있는 것들이다.
집을 잃은 한 사람의 손실은 전파되지 않는다. 그의 채무불이행이 다른 300명의 동시 채무불이행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그에게는 거래 상대방이 없고, 손실은 그 자신과 가족에게서 끝난다.
시스템 위험이라는 양으로 재면, 그의 측정값은 0이다.
이렇게 그 명단의 모양이 생겼다. 구제받기 위한 전제는 상처가 얼마나 큰지도,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도, 누가 더 구제받을 만한지도 아니었다. 그 양의 계산 안에 들어갈 수 있느냐였다.
그 양에 들어가려면 먼저 한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연결이 단단할수록 측정값도 높아진다. 이 자에는 좀처럼 드러내 말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얽힘에 보상을 준다는 것이다. 더 많은 이와 묶인 기관일수록 위태로운 순간에 더 앞자리를 차지한다.
무너지면 연쇄반응을 일으킬 기관은, 이번 일에서 가장 낯부끄러운 짓을 했더라도 반드시 받아주어야 한다. 받아주는 것은 다른 이들을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읽어도 이해하지 못한 계약에 서명했고 이제 다음 달 상환액을 마련할 수 없는 사람은, 나쁜 짓을 단 하나도 하지 않았더라도 그 명단에 들 수 없다. 그를 구하는 것은 그 한 사람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 이치는 말이 된다. 그 몇 주 동안에는 유일하게 말이 되는 이치였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시간은 한 시간씩 다투어야 했다. 다른 이들을 함께 끌고 내려갈 쪽부터 받아주는 것은 합리적인 분류였다.
동시에 그것은 가치의 순위를 적은 표이기도 했다.
자가 무엇에든 순서를 매기기 시작하면, 무엇을 중요하게 셀 것인지 선언하는 셈이다. 시스템 위험이라는 양은 어떤 것이 다른 것들과 얼마나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잰다. 그 자체는 어떤 처지인지 적을 칸은 없다.
열여섯째 글에서 명부 밖에 사람이 서 있다고 했다. 이번은 모양이 다르다. 이번에 그 사람들이 명부에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명부에 있다. 신용기록에도 있고, 담보권 실행 통계에도 있고, 실업률에도 있다. 다만 그 결정적인 명부에만 없다.
잔여항은 여기서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누락된 것이 아니다. 뒤로 밀린 것이다.
평소에는 순서가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는 순서를 매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 논쟁이 유난히 풀기 어려운 까닭도 여기에 있다. 평소에는 누구나 이 제도가 모두를 똑같이 대한다고 말할 수 있다. 증거도 내놓을 수 있다. 같은 금리표, 같은 신청 절차, 같은 계약서 양식이다. 모두 사실이다. 순서는 그 문서들에 적혀 있지 않다. 자원이 모자랄 때 누가 먼저 돈을 받는지에 적혀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은 수십 년에 한 번 일어난다.
위기는 자원을 모두에게 나누어줄 수 없을 만큼 줄여놓는다. 그렇게 줄곧 존재하던 순서가 처음으로 소리 내어 읽힌다.
7. 380만과 780만
대가에는 숫자가 있다.
여기에 숫자를 놓아야 하는 것은, 앞의 몇 절에서 줄곧 기관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기관은 잠 못 드는 밤을 보내지 않는다.
이 숫자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전부 일이 지나간 뒤에 집계되었다는 점이다. 그 몇 주 동안 결정을 내릴 때는 이 숫자 가운데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 몇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 몇 가구가 집을 떠날지, 당시에는 누구도 계산할 수 없었고 누구에게도 계산하라는 요구가 없었다. 어느 기관을 구제할 것인지는 그날 답을 내야 하는 문제였다. 이런 대가를 얼마나 치르게 될지는 몇 년이 흐른 뒤에야 누군가 세어보는 일이었다.
2007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전국 평균 집값은 5분의 1 넘게 떨어졌다.
실업률은 2007년 12월 5퍼센트에서 2009년 6월 9.5퍼센트로 올랐고, 2009년 10월에는 10퍼센트에 이르렀다. 그달 실업자는 1,500만 명을 넘었다.
담보권 실행이 몇 건이었는지는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 정확히 말하기 어렵다는 사실 자체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한 연방준비은행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약 380만 건의 담보권 실행이 있었다고 추정했다. 다른 데이터 기관은 더 긴 기간을 기준으로 돌아보며, 2007년 이후 완료된 담보권 실행이 누적 약 780만 건이라고 했다.
두 숫자 모두 틀리지 않았다. 서로 다른 것을 재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특정 몇 년 사이의 수를 세고, 하나는 그때부터 누적된 수를 센다. 하나는 시작된 것을 세고, 하나는 완료된 것을 센다.
두 숫자 사이의 차이는 중간 규모 국가 하나의 전체 가구 수에 대략 맞먹는다.
이 문장을 열넷째 글 첫째 절에 나온 소수점 아래 일곱 자리와 나란히 놓으면, 어떤 일의 모양이 보인다. 무엇은 극도로 정확하게 재고, 무엇은 끝까지 가도 집계 기준 하나 맞추지 못하는가. 그것은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가 아니라, 어느 쪽을 셀 수 있는 사건으로 더 쉽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앞선 열여덟 편에 등장한 그 자는 대출 한 건 한 건을 소수점 아래 여러 자리까지 계산했다. 층별로 나눈 증권의 스프레드를 베이시스포인트까지 계산했고, 계약 하나하나의 현재가치를 그날 장 마감 시점까지 계산했다.
그런데 자기 집을 떠난 가구가 얼마나 되는지 세려 하자, 집계 기준끼리 부딪치기 시작했다.
통계기관이 성실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담보권 실행은 가지런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절차가 끝나기 전에 먼저 집을 팔았다. 어떤 사람은 3년을 버티다 떠났다. 어떤 집은 담보권이 실행될 때 이미 반년째 비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공식 절차에 들어가지 않은 채 어느 날 은행에 열쇠를 우편으로 돌려보낸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일을 정확하게 집계하려면 먼저 정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 모양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살 곳을 잃는 일에는 그런 모양이 없다.
모양이 없는 일도 일어난다. 그 일은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일어난다. 다만 기록될 때에는 먼저 적을 수 있는 어떤 모양으로 잘려야 한다. 잘려나간 부분은 숫자에 들지 않는다. 열두째 글에서는 자가 비추지 못하는 곳에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게 된다고 했다. 여기서는 자가 비추기는 했다. 다만 비추어 내놓은 것이 서로 맞지 않는 두 숫자였다.
무너진 기관 안에도 사람은 있었다. 그 투자은행이 파산한 뒤 전 세계에서 약 2만 6,0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중앙은행 의장 자신이 한 말이 있다. 그는 2007년 서브프라임 시장에 관한 연설에서 이미 인정했다. 차입자에게 채무불이행은 주택의 순자산 가치와 주택 자체를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이웃에게는 특정 지역에 집중된 담보권 실행이 주변 부동산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현직 중앙은행 의장이 공개 연설에서 이 말을 하는 것은 비판자가 같은 말을 하는 것과 무게가 다르다. 당시에도 이미 보았다는 뜻이다. 최고위층에서 보았고, 공식 연설문에 써넣기까지 했다는 뜻이다. 다만 그 며칠 사이에 내려야 할 어떤 결정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다.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다.
집 한 채를 빼앗기면 옆집의 감정가도 따라서 떨어진다. 값이 떨어지면 옆집 사람도 돈을 빌리지 못할 수 있다. 돈을 빌리지 못하면 그도 집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다.
이것도 전파다. 전파되는 모습도 아주 뚜렷하다.
다만 시스템 위험이라는 양에는 들어가지 않는다. 전파되는 방향이 가로이기 때문이다. 거리에서 거리로 번진다. 세로로, 계약의 그물망을 따라 위로 올라가지 않는다.
어느 기관의 대차대조표도 흔들지 못한다. 그래서 그 자 위에는 모습이 잡히지 않는다.
이 역사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비대칭이 여기에 있다. 세로로 전파되는 것은 계산된다. 계약을 따라가고, 계약에는 번호가 있기 때문이다. 가로로 전파되는 것은 계산되지 않는다. 거리를 따라가고, 거리에는 거래 상대방이 없기 때문이다. 똑같이 한 일이 다른 일을 일으키는데, 한쪽은 모형 안에 들어가고 다른 쪽에는 변수 하나도 없다.
8. 누구의 잘못인가
원인을 놓고 연구자들의 견해는 오늘까지도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취향의 차이만은 아니다.
한 갈래는 규제 완화와 감독의 실패를 강조한다. 공식 조사에서 다수 의견이 따른 줄기다. 단일 법안이 아니라 오랜 기간 형성된 제도적 환경을 강조한다. 시장의 자기 규율에 대한 믿음, 기관이 가장 느슨한 감독자를 고를 수 있는 체제, 장외파생상품의 불투명성과 부족한 담보 제약, 그리고 은행과 비슷한 만기 변환과 유동성 불일치를 떠맡은 그림자금융이다. 조사 결론에는 단호한 문장이 있다. 30여 년의 규제 완화와 자율 규제에 대한 의존이 핵심 방어선을 약화했다고. 같은 결론은 감독 당국에 권한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권한을 가지고도 쓰지 않았다고도 못 박았다.
한 갈래는 지나치게 느슨한 통화정책을 강조한다. 어떤 연구자들은 중앙은행이 2000년대 전반에 금리를 너무 낮게, 너무 오래 유지해 주택 거품을 크게 부풀렸다고 본다.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2000년 12월 6.5퍼센트에서 2001년 12월 1.75퍼센트로 내려갔고, 2003년 6월에는 다시 1퍼센트까지 떨어졌다.
연방준비제도 안의 연구자들과 뒤에 의장을 맡은 사람은 이것을 주된 원인으로 보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단기 정책금리만으로는 집값이 그렇게 크게 오른 것, 위험 프리미엄이 그토록 좁아진 것, 여러 나라에서 거품이 동시에 생긴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양쪽이 다투는 것은 금리의 영향이 있었느냐가 아니다. 금리가 가장 중요한 동력이었느냐, 당시의 현실적인 조건에서 금리를 올렸다면 정말 거품을 막을 수 있었느냐였다.
한 갈래는 세계적 불균형과 저축 과잉을 강조한다. 신흥경제국과 산유국의 자본 흑자가 미국과 유럽으로 흘러들어 안전자산 수익률을 낮췄고, 금융체계가 안전해 보이는 자산을 더 많이 만들어내도록 몰아붙였다는 것이다. 세계적 불균형과 금융위기는 공통 원인이 낳은 결과이며, 같은 정책적 왜곡이 둘을 동시에 만들었다는 연구자들도 있다. 또 다른 연구자들은 세계적 불균형을 기계적으로 위기와 같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세계 금융체계가 그 자본 흐름을 어떻게 레버리지, 만기 불일치, 잘못된 가격 결정으로 바꾸어놓았느냐라는 것이다.
한 갈래는 사기와 부패한 유인 구조를 강조한다. 이쪽은 위기를 주로 거시적 불균형으로 이해하지 않는다. 미시적 차원의 허위 정보와 고의적인 은폐에 주목한다. 2007년 상원 증언은 업계 표본을 인용하며, 이른바 소득 자진신고형 대출의 90퍼센트에서 소득이 부풀려졌다고 했다. 훗날 학술 연구들은 비기관계 주택저당증권 시장에서 자산의 질을 잘못 알린 사례가 광범위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했다. 약 2조 달러 규모의 시장에서 중개기관들이 계약상 공시를 통해 매수자에게 자산의 실제 질에 관한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 차입자가 직접 거주하는지, 주택에 2순위 담보가 설정되어 있는지 같은 핵심 변수들이 상당한 비율로 잘못 보고되어 있었다.
또 한 갈래는 정부의 주택정책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그 공식 조사 안에서 나온 가장 유명한 반대 의견이다. 주택정책 목표와 기관에 대한 유인, 장기간 낮아진 대출심사 기준이 엄청난 양의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을 만들어냈고, 그것이 위기의 필요조건이었다는 것이다. 다수 의견은 지역사회재투자법을 주된 원인으로 보는 주장에 분명히 반박했다. 수많은 서브프라임 대출업체가 애초에 그 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관련된 고비용 대출의 비중도 아주 낮다고 지적했다.
여기서는 판정하지 않는다.
다만 이 설명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오히려 따로 꺼내 말하는 일이 드문 공통점이다. 진지한 연구 가운데 책임을 오직 차입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거의 없다.
견해가 갈리는 것은 책임을 주로 거시정책에 물어야 하는지, 감독 구조에 물어야 하는지, 기관의 유인에 물어야 하는지, 국제 자본 흐름에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이 요소들의 조합에 물어야 하는지다. 그런데 그 조합의 어느 판본에서도 계약에 서명한 그 사람은 주인공이 아니다.
이 점은 따로 들여다볼 만하다. 실제 결과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모든 설명에서 그는 남이 짜놓은 조건 안에 놓인 쪽이다. 그에게는 상품이 권유되었고, 기준은 완화되었고, 금리는 낮아졌고, 자본은 밀려들었으며, 자료는 잘못 보고되었고, 수익은 추구되었다. 어떤 판본에서도 그는 문장의 주어 자리에 있지 않다.
주인공은 그가 아닌데, 자기 몫을 가장 온전히 떠안은 것은 그였다.
처음의 한 문장으로 돌아가자.
한 사람이 증인석에서 말했다. 결함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결함이 있었다. 그가 짚은 자리도 맞았다. 손익을 스스로 책임지는 기관이라고 반드시 자신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잘 지켜주리라는 보장은 더더욱 없다.
다만 그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
그 기계는 한 사람의 상환 능력을 신용점수로 눌러 담았다. 집 한 채를 주택가치 대비 대출비율로, 한 동네를 채무불이행 확률 하나로, 대출 수천 건을 알파벳 하나로 눌러 담았다. 그 알파벳은 다시 날마다 움직이는 시세 하나로 눌러 담았다. 압축의 단계마다 이치가 있었다. 단계마다 효율을 높였고, 단계마다 본래 돈을 빌릴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더 많은 돈이 흘러가게 했다.
하지만 압축에는 방향이 있다.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을 뒤에 남겨둔다. 한 층 한 층 남겨둔다. 위로 올라갈수록 그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다.
구제해야 하는 날이 오자, 누구부터 구할지 결정하는 자도 같은 방향을 쟀다. 단단히 연결된 쪽이 앞에 섰다.
한 사람의 연결은 단단하지 않다. 그는 그 자신일 뿐이다. 집 한 채, 일자리 하나, 거리 하나, 몇 명의 가족과 이어져 있을 뿐이다.
이 연결들은 모두 실제다. 그에게는 전부이기도 하다. 다만 어느 대차대조표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이 점을 꼭 고발의 문장으로 쓸 필요는 없다. 대조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 몇 주 동안 결정에 쓰인 자에는 실제로 이것을 적는 칸이 없었다. 그 칸을 두려면 먼저 누군가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한 시간씩 다투던 그 며칠 동안에는 새 자를 만들 틈이 누구에게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구축이 쓰는 것은 언제나 이미 손에 쥐고 있던 자다.
셈은 아직 맞지 않는다. 장부는 지금도 쓰이고 있다.
중문 원문의 논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호흡에 맞게 구성과 문장을 새로 짠 독립 편집·재구성판이다. 中文・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