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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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 · 경제
제13편 · 총 23편

공유지와 인클로저: 울타리 밖에 남은 이름 없는 권리

인클로저는 공유지를 사유재산으로 바꾸고 토지마다 한 명의 소유자를 적었다. 그러나 계약서 없이도 이어지던 방목·이삭줍기·연료 채취의 관습권은 새 장부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Han Qin (秦汉)

주인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쓰는 법이 있었다

근대 이전 잉글랜드의 공유지는 누구나 마음대로 쓰는 빈 땅이 아니었다. 장원재판소와 지역 관습은 어느 집이 어떤 가축을 얼마나 풀 수 있는지, 수확 뒤 밭과 습지에서 무엇을 가져갈 수 있는지 세세하게 제한했다. 권리는 공동이었지만 무제한은 아니었다.

대표적인 원칙은 한 집이 겨울 동안 자기 사료로 살릴 수 있는 만큼만 여름 공유지에 내놓게 하는 방식이었다. 숫자로 일률적인 상한을 정하지 않아도 공동체는 집의 규모와 기억, 이웃의 감시를 통해 과도한 이용을 막았다. 이 질서는 문서보다 관계에 더 많이 저장돼 있었다.

인클로저가 한 일은 무질서를 질서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하나의 사용 체계를 다른 언어로 번역했다. 지도에 경계를 긋고 면적을 재고 한 사람의 이름으로 등기할 수 있는 권리는 살아남았지만, 여러 사람이 겹쳐 쓰던 권리는 번역 도중에 자리를 잃었다.

소 한 마리의 장부

공유지 가장자리의 가난한 집에서 소 한 마리는 우유 가격만으로 계산되지 않았다. 우유를 짜고 남은 것은 돼지 먹이가 됐고, 분뇨는 채소밭으로 갔으며, 돼지와 채소는 겨울 식탁을 지탱했다. 흉년에는 이 작은 순환이 생존의 여유가 됐다.

아이의 방목 노동과 여성의 치즈 만들기, 취사와 돌봄은 임금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소는 한 집의 이름 아래 놓일 수 있었지만, 풀은 공동의 것이었고 노동과 혜택은 가족 전체에 퍼졌다. 새 재산법은 하나의 자산에 하나의 배타적 주체를 요구했다.

바로 여기에서 여항(餘項)이 생겼다. 돈으로 바꾸기 어려워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여러 사람과 계절에 나뉘어 있어 한 칸에 넣기 어려웠다. 장부는 소유자를 분명히 했지만 그 소유가 가능하게 하던 생활의 연결은 기록하지 않았다.

금지하던 의회가 추진한 공사

1489년 이후 왕권과 의회는 여러 차례 인클로저를 억제했다. 마을 인구가 줄고 사회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후대에 진보로 묘사된 변화가 처음부터 진보의 이름으로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18세기 중반 이후에는 의회 인클로저가 주된 방식이 됐다. 1604년부터 1914년까지 5천2백 건이 넘는 법안이 통과됐고, 잉글랜드 면적의 5분의 1을 조금 웃도는 약 680만 에이커의 권리 상태가 바뀌었다. 이는 한 번의 약탈이라기보다 방대한 행정 사업이었다.

회의와 공고, 조사, 이의 제기, 배정과 최종 고시가 이어졌고 문서는 교회 문에 붙었다. 절차는 공개적이었지만 관습권을 주장하는 사람이 자기 권리를 문서로 입증해야 했다. 서류가 없는 권리는 반박된 것이 아니라 아예 심리할 대상이 되지 못했다.

배타적 소유와 생산성의 숫자

1788년 이삭줍기 소송에서 법원은 이삭을 주울 관습권이 재산의 본성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산은 배타적으로 누리는 것이라는 문장이 법적 기준이 됐다. 수확 뒤 남은 곡식에 대한 가난한 이들의 오래된 기대는 권리가 아닌 허용으로 밀려났다.

인클로저가 농업 생산성을 높였다는 근거도 있다. 1만5천 개 교구를 분석한 최근 연구는 1830년 무렵 인클로저 교구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약 3퍼센트 높았다고 추정한다. 효율의 이익을 부정하면 역사도 단순해진다.

그러나 수확량 3퍼센트와 어느 집이 겨울에 땔감을 얻지 못한 일을 같은 표에 올리기는 어렵다. 한쪽에는 단위가 있고 다른 쪽에는 생활의 붕괴가 있다. 연구가 생산량과 지대는 정교하게 비교하면서 분배의 손실 앞에서 갈라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유지의 비극’이 놓친 공유지

1968년 개릿 하딘은 누구에게나 열린 목초지에서 각 목동이 소를 한 마리씩 늘리면 사적 이익은 자신이 갖고 손실은 모두가 나누므로 결국 초지가 파괴된다고 썼다. 논리는 명쾌했고 ‘공유지의 비극’은 강력한 정책 언어가 됐다.

다만 그 사고실험의 목초지는 역사적 잉글랜드 공유지와 다르다. 실제 공유지에는 이용자, 경계, 제재와 기억이 있었다. 관리되는 공동자원과 아무도 배제할 수 없는 개방 접근을 같은 것으로 놓으면, 인클로저가 없애 버린 제도적 지식도 보이지 않는다.

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에서 인클로저는 관습의 구(構)를 깨고 배타적 소유라는 새 구를 세운 착(鑿)이었다. 새 장부는 땅과 주인을 한눈에 보여 줬지만, 공동생활을 유지하던 이름 없는 권리를 울타리 밖에 남겼다. 깨끗한 장부란 때로 모든 것을 기록한 장부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것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드는 장부다.

중문 원문의 논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호흡에 맞게 구성과 문장을 새로 짠 독립 편집·재구성판이다. 中文・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