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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Dubito

SAE와 스피노자의 『에티카』 · 들어가며

들어가며 · 정의에서 시작하는 책

기하학의 글쓰기를 먼저 살펴보고, 정의와 주석 사이에서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어 봅니다.

Han Qin ·

한 권의 책

스피노자는 17세기에 네덜란드에서 살았습니다. 『에티카』는 그가 살아 있을 때 나오지 않았습니다. 1677년 그가 세상을 떠나자, 같은 해 친구들이 유고를 출판했습니다. 표제지에는 저자의 이름을 다 쓰지 않고 B. D. S.라는 세 글자만 인쇄했습니다. 그해 네덜란드어판도 나왔습니다.

책의 정식 제목은 『기하학적 순서에 따라 증명된 윤리학』이며, 모두 다섯 부로 나뉩니다.

차례는 이렇습니다. 신에 관하여, 정신의 본성과 기원에 관하여, 감정의 기원과 본성에 관하여, 인간의 예속 곧 감정의 힘에 관하여, 지성의 힘 곧 인간의 자유에 관하여.

기하학의 글쓰기

기하학적 순서라는 말은 기하학 책처럼 쓴다는 뜻입니다. 먼저 정의를 세우고, 따로 증명하지 않고 출발점으로 쓰는 공리들을 놓습니다. 그런 뒤 명제를 하나씩 내놓고, 각 명제 뒤에 증명을 붙입니다. 명제에서 곧바로 따라 나오는 것은 따름정리라고 합니다. 책 전체의 명제는 259개입니다.

그렇다고 책이 그것들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명제 사이사이에는 저자가 잠시 멈추어 따로 이야기하는 주석이 끼어 있습니다. 3부부터 5부까지는 앞에 각각 서문이 있고, 1부와 4부 뒤에는 각각 부록이 있습니다.

몇 가지 말부터

앞으로 자주 만날 말들을, 읽다가 걸려 넘어지지 않을 만큼만 먼저 알아둡시다.

1부의 정의에는 네 가지 말이 나옵니다. 실체는 자기 안에 있으며 자기 자신을 통해 생각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양태는 다른 것 안에 있고, 그 다른 것을 통해 생각되는 것입니다. 스피노자는 실체의 여러 상태라고도 부릅니다. 속성은 지성이 실체에 관해 그 본질을 이룬다고 파악하는 것입니다. 신은 절대적으로 무한한 존재, 곧 무한히 많은 속성으로 이루어진 실체입니다.

이어서 그는 신 이외의 다른 실체는 존재하지 않으며 생각할 수도 없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신 안에 있다고 증명합니다. 무한히 많은 속성 가운데 이 책에서 다루는 것은 사유와 연장, 두 가지입니다. 인간의 몸은 연장의 한 양태이고, 인간의 정신은 그 몸의 관념입니다.

이 신은 어떤 목적을 향해 일하지 않습니다. 4부 서문에서 스피노자는 우리가 신 또는 자연이라고 부르는 영원하고 무한한 존재가, 존재하는 것과 같은 필연성으로 활동한다고 말합니다. ‘신 또는 자연’이라는 표현은 책 전체에서 네 차례 나오며, 모두 4부에 있습니다.

뒤의 세 부는 이런 길을 갑니다. 3부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자연 안의 일로 다루고, 바탕이 되는 감정을 기쁨·슬픔·욕망 셋으로 봅니다. 4부는 사람이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는 무력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는 그것을 예속이라고 부릅니다. 5부에서는 지성이 감정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룹니다. 그것이 그가 말하는 자유입니다.

인용한 본문

바탕 원고는 어느 인쇄본을 따른 것인지 밝혀져 있지 않은 공개 라틴어 본문에서 『에티카』를 인용했습니다. 웹판에서는 원고의 옮겨 쓴 내용을 보존하면서, The Latin Library의 라틴어 전사본으로 대조하고 각 글 끝에 해당 위치와 링크를 실었습니다. 이 전사본을 새 비평판으로 취급하지는 않습니다. 영어판은 따로 다시 쓴 글이며, 현대 영어 번역의 문구를 빌리지 않았습니다.

이어지는 글들

이 연작이 들여다보려는 것은 이 책의 생김새입니다. 정의에서 출발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책 안에서, 저자는 어느 대목에 직접 목소리를 내며, 무슨 말을 할까요.

글 끝에는 SAE라는 현대의 틀을 곁에 놓는 짧은 글도 있습니다. 곁글일 뿐, 논증은 아닙니다. 건너뛰어도 괜찮습니다.

본문·판본·출처

이 한국어판은 Non Dubito에 공개된 중국어 산문 전문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가 읽기 편하도록 독립적으로 다시 쓴 글입니다. 『에티카』 전체나 전문 논문을 옮긴 번역은 아닙니다. 기존 영어판도 영어권 독자를 위해 따로 썼으며, 중국어 간체판과 번체판에는 전문이 있습니다. 바탕 원고가 인용한 공개 라틴어 본문에는 사용한 인쇄본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웹판에서는 The Latin Library의 라틴어 전사본으로 대조하고, 각 편의 판본 주와 링크에 해당 위치 및 확인 범위를 적었습니다. 이 전사본을 새로 편집한 비평판이라고 하거나, 원고가 처음 이용한 미상의 웹페이지와 같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SAE와 나란히 읽는 곁글은 선택해서 읽는 비교이며, 증명은 아닙니다.

본문과 판본에 관한 주

각 글은 부, 명제, 주석, 서문, 부록으로 해당 위치를 가리킵니다. 링크로 제시하는 The Latin Library는 대조에 사용한 공개 전사본입니다. 원고가 처음 이용한,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웹페이지와 같은 곳이라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다섯 부의 명제 수는 차례로 36·49·59·73·42개이며 합계 259개입니다. ‘신 또는 자연’이 네 차례라는 수는 라틴어의 격에 따른 여러 형태를 합친 것으로, 고정된 문자열 하나의 검색 횟수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