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구성이 어떻게 지위를 참칭하는가
착시가 아니라 자격 위조
SAE에서 환상은 눈앞의 사실을 잘못 보는 심리 현상에 한정되지 않는다. 인식 작업이 굳어 만든 구성이 자기 발생 기록보다 높은 직함을 요구할 때 생긴다. 가설이 필연을 자처하고 국소적 확인이 보편적 보증을 내미는 경우다.
구성은 필요하다. 개념과 제도와 모델이 없으면 경험을 지속적으로 다룰 수 없다. 그러므로 환상 진단은 구성을 없애는 일이 아니다. 어디서 생겼고 어디까지 유효하며 아직 무엇을 얻지 못했는지 장부에 되돌려 적는 일이다.
여덟 가지 전형
처음 네 가지는 우연한 길을 유일한 필연으로 만드는 필연성 참칭, 제한된 확인을 완전한 검증으로 만드는 검증 참칭, 중간 단계를 절대적 현재 위치로 만드는 역 참칭, 산물이 행위자 전체를 대표하는 수행자 참칭이다.
나머지는 한 분기의 결과를 다른 분기로 옮기고, 공준을 공리나 영점으로 승격하고, 부분을 전체로 만들고, 철학·과학·윤리 등 다른 영역으로 무심사 수출하는 경우다. 분류의 목적은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경계를 넘었는지 찾는 데 있다.
삭제보다 재주소화
환상은 단순 오류보다 오래 버틴다. 대개 실제 성공을 조금 품고 있기 때문이다. 지표와 진단과 개념이 국소적으로 잘 작동할수록 전체를 대표하려는 유혹도 커진다. 부분적 진실이 과도한 직함의 비용을 댄다.
해법은 전부 삭제하는 것이 아니다. 대상·층위·분기·공준의 주소로 되돌려 유효한 부분은 남기고 초과 자격을 거둔다. 사람을 환상이라고 판정하지 않고 주장을 진단한다. 구성은 계속 쓰되 세계나 살아 있는 주체의 이름을 빼앗지 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