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 권리론
SAE · Rights Theory · 한국어 재구성판
01 / 07

권리가 아닌 것

Han Qin (秦汉)

권리는 선물도 허가도 아니다

기본권을 누군가가 ‘준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그것을 거둘 수 있는 사람도 함께 상정된다. 1215년 마그나 카르타는 정치적 압력 속에서 승인되었고, 존 왕의 요청으로 곧 무효화되었으며, 여러 차례 재발행된 뒤에야 법적 전통이 되었다. 이 역사는 문서상의 인정이 중요하다는 것과, 그 인정이 권리의 최종 근거라는 것이 서로 다른 주장임을 보여 준다.

권리는 허가와도 다르다. 허가는 없던 법적 자격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말할 권리나 신체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에서는 정당화의 방향이 반대다. 먼저 설명해야 할 사람은 행동하는 주체가 아니라 그 행동을 제한하려는 쪽이다.

권력·법·이익만으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권력과 권리는 겹칠 수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힘이 없는 사람도 권리를 가지며, 힘이 센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이 정당한 권리가 되지는 않는다. 제도적 권력은 권리를 집행할 수 있지만 그 도덕적 근거까지 자동으로 생산하지는 못한다.

법은 권리에 공적 형식과 절차, 구제 수단을 준다. 다만 법적 유효성, 실제 집행 가능성, 도덕적 정당성은 구분해야 한다. 제도가 어떤 법적 지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기본권의 궁극적 원천이 되지는 않는다.

이익도 중요하다.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 알려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이익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누가 1인칭의 권리 주체로 서는지, 누가 포기할 수 있는지, 모든 보호가 같은 종류의 권리인지까지 정해지지는 않는다.

자유와 권리 주체

자유는 장애물이 하나도 없는 상태가 아니다. 위협이 선택지를 하나로 줄인 상태도 아니다. 행동의 이유를 스스로 만들고 검토하며 자기 이유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가 핵심이다. 외부 명령이 아니라 내적으로 성립한 필연성이다.

아이나 의사를 독립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도 권리를 잃지 않는다. 권리를 보유하는 것, 직접 행사하는 것, 대리나 지원을 통해 행사하는 것은 서로 다른 문제다. 동물의 지위 역시 닫힌 결론이 아니다. 고통, 선호, 저항을 이론 밖으로 미리 밀어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