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작 본 사람이 있었다, 다만 이름을 잘못 붙였을 뿐
요즘은 아무 공룡 책이나 펼쳐도 동물들에게 색이 있다. 밤색 꼬리, 검정과 흰색이 엇갈리는 긴 깃털, 등은 짙고 배는 옅은 몸통. 하지만 이십 년 전만 해도 그 색은 모두 화가의 손끝에서 나왔다.
화석은 회색이고 갈색이다. 돌 본래의 색이다. 거기에 붓으로 얹은 색은 한 획 한 획이 상상이었고, 그리는 사람도 상상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1993년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온 공룡의 회녹색 피부도 마찬가지였다.
당시의 설명은 간단명료했다. 색은 화석이 되지 않는다. 이 말 뒤에는 제법 단단한 이유 두 가지가 버티고 있었다.
첫째, 화석에서 보이는 색은 대개 광물의 색, 산화막의 색, 탄소질 잔류물의 색이다. 그 동물이 살아 있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와는 상관이 없다. 둘째, 원래의 색소 분자가 실제로 있었다 해도 수천만 년이 지났으니 분자는 진작 무너졌을 것이다. 화석이 남아 있다고 해서 당시의 광학적 성질까지 남아 있다는 뜻은 아니다.
색은 오랫동안 어떤 종류의 부재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예였다. 물건은 남았는데, 남은 물건에 우리가 묻고 싶은 속성이 없다. 뼈가 있고 깃털 자국도 있는데 색은 없다. 이번 글은 나중에 이 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다룬다. 그 주장은 부분적으로 뒤집혔다. 그런데 뒤집힌 뒤에 벌어진 일이, 뒤집힌 사실 자체보다 더 중요하다.
다만 “원칙적으로 색의 증거는 아무것도 남을 수 없다”는 말에는 사실 오래전부터 반례가 있었다. 오징어나 문어 같은 두족류의 먹물주머니는 화석에서도 검은 유기물 잔해로 남는다고 일찍부터 알려져 있었다. 1973년에는 이미 화석 먹물과 현대 멜라닌의 적외선 스펙트럼을 나란히 놓고 비교한 사람이 있었다.
2012년에는 더 직접적인 화학 분석으로, 적어도 1억 6천만 년 된 쥐라기 먹물주머니 두 점에서 상당히 강한 유멜라닌의 증거를 얻었다. 먹물은 극단적인 사례다. 색소가 더는 짙을 수 없을 만큼 농축되어 있고, 애초부터 주머니 안에 담겨 있다.
그래도 멜라닌 같은 분자가 유난히 잘 보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에는 충분하다. 2009년 영국의 연구자들은 1억 6천여만 년 전 쥐라기 화석에서 오징어류 동물의 먹물주머니를 꺼냈다. 먹물을 빻아 암모니아수에 갠 다음, 그 먹물로 바로 그 동물의 모습을 그렸다.
화석 딱정벌레와 나방의 금속 광택은 전혀 다른 길을 보여 준다. 나노미터 규모의 층상 구조가 남아 있다면 전자현미경으로 층의 두께와 간격을 재고, 광학 모형을 이용해 당시에 어떤 파장의 빛을 반사했는지 거꾸로 계산할 수 있다.
어떤 연구에서는 4천7백만 년 전 나방의 날개 비늘 구조로부터, 살아 있을 때 앞날개 윗면이 황록색이었으며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달라지지도 않았다는 결과를 얻었다. 1천5백만 년에서 4천7백만 년 전 딱정벌레 화석 연구는 뒤에서 거듭 마주칠 골칫거리도 덤으로 내놓았다. 화석이 지금 띠는 색이 생전의 색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딱정벌레들의 나노층은 꽤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었다. 달라진 것은 외골격을 이루는 물질 자체의 광학적 성질이었다. 반사색이 전체적으로 붉은 쪽으로 밀려, 원래 파랗던 것은 초록이 되고 노랗던 것은 주황이 되었다.
그러니 공룡의 색이 연구 대상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정말로 오래 비어 있던 것은 ‘색과 관계된 정보 자체’가 아니었다. 비어 있던 것은 보정의 사슬이었다. 화석 속 물질이나 나노 구조를 생전의 색 범주에 안정적으로 대응시켜 줄 연결 고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앞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따로 있다. 그 작은 알갱이들을 현미경으로 본 사람은 진작 있었다.
먼저 우리가 찾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사람의 머리카락과 피부에 짙고 옅은 차이가 나는 것은 멜라닌 때문이다. 멜라닌은 세포 안의 아주 작은 알갱이에 담겨 있다. 이 알갱이를 멜라노솜이라고 한다. 길이가 고작 1~2마이크로미터로, 머리카락 굵기보다 수십 배 작다.
멜라닌은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유멜라닌은 검정과 회색을, 페오멜라닌은 빨강과 노랑을 낸다. 붉은 머리카락의 붉은빛도 페오멜라닌에서 온다. 새 깃털에서는 유멜라닌이 든 알갱이가 대개 소시지처럼 길쭉하고, 페오멜라닌이 든 알갱이는 미트볼처럼 짧고 둥글다.
독일 메셀은 폐쇄된 오일셰일 채굴장이다. 4천7백만 년 전에는 화산 호수였고, 화석이 어찌나 잘 보존되어 있는지 동물이 마지막으로 먹은 한 끼까지 뱃속에서 보인다. 지난 세기 1980년대에는 이곳을 쓰레기 매립장으로 채울 뻔했다.
1983년, 메셀 화석에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막대 모양과 구형 알갱이가 대량으로 보고되었다. 깃털과 털도 조사 대상에 들어 있었다. 당시의 해석은 이랬다. 연조직을 썩히는 데 관여한 미생물이라는 것이다.
1995년에는 다른 연구자 두 사람이 이 생각을 더 발전시켰다. 깃털을 분해하는 세균이 유기물 막을 만들어 깃털의 윤곽을 지켜 주었다고 제안했다. 나중에는 알갱이를 감싼 물질을 세균이 분비한 세포외 고분자 물질이라고 해석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니까 증거는 줄곧 현미경 아래 놓여 있었다. 누군가 보았고, 사진으로 찍었고, 논문에 실었다. 다만 다른 이름 아래 분류되어 있었을 뿐이다. 이후 이십 년을 이해하려면 이 점이 중요하다. 똑같은 사진들이 전혀 다른 두 세계를 뒷받침할 수 있었다.
진짜 전환점은 2008년에 왔다. 연구자 네 사람이 브라질 크라투층에서 나온, 밝고 어두운 띠가 있는 전기 백악기 깃털 한 점을 다시 살폈다. 크라투층은 1억 1천여만 년 전 호수 바닥에 쌓인 석회암층이다. 현지에서는 바닥을 포장할 돌로 캐내는데, 돌판 사이에서 화석이 흔히 나온다. 연구자들은 이 깃털을 현대 조류의 검은 깃털과 비교했다.
그들이 본 것은 이랬다. 어두운 띠에는 길이가 1~2마이크로미터쯤 되는, 길쭉한 타원체 모양의 탄소 함유 알갱이가 빽빽했다. 밝은 띠에는 거의 깃털의 눌린 자국만 남아 있었다. 알갱이의 크기와 모양, 깃가지와 작은깃가지의 방향을 따라 늘어선 배열은 무작위로 퍼진 세균막보다 멜라노솜에 가까웠다.
2010년에 나온 논문 두 편은 여기서 또 한 걸음을 내디뎠다. ‘어떤 깃털 한 점에 멜라노솜이 보존되었을 수 있다’는 데서, 공룡 표본에서 시료를 체계적으로 채취해 색의 범주를 판별하고 온몸의 무늬를 복원하는 데로 나아갔다. 보폭이 컸다. 그리고 그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문제가 시작되었다.
2 스물아홉 개의 점
2010년 1월, 『네이처』에 논문 한 편이 온라인으로 실렸다. 연구 대상은 시노사우롭테릭스, 시노르니토사우루스, 공자새, 그리고 따로 떨어져 나온 깃털 한 점이었다. 모두 랴오닝 서부 일대의 1억 2천여만 년 전 호수 퇴적층과 화산재층에서 나왔다. 털 달린 공룡과 옛 새들이 무더기로 묻힌 이 생물군을 제홀 생물군이라고 한다. 방법은 주사전자현미경이었다. 깃털과 실 모양 구조의 표면에 있는 마이크로미터에서 그보다 작은 크기의 알갱이를 관찰한 뒤, 현대 깃털의 멜라노솜과 크기 및 형태를 비교했다.
연구자들은 알갱이를 두 부류로 나눴다. 비교적 긴 막대 모양, 그리고 비교적 짧고 구에 가까운 모양이었다. 현대 조류에서는 앞의 것이 유멜라닌에, 뒤의 것이 페오멜라닌에 대응한다.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꼬리는 부위마다 알갱이 유형이 달랐다. 그래서 연구진은 맨눈으로도 보이는 꼬리의 고리무늬를 색소가 다른 구역으로 해석하고, 적갈색과 더 옅은 색이 번갈아 나타났다고 제안했다. 시노사우롭테릭스는 1996년 랴오닝에서 발견된, 몸에 털이 난 비조류 공룡의 첫 사례다. 이번에는 그 꼬리에 색이 생겼다. 적갈색과 옅은 색이 고리를 이루며 번갈아 둘린 모습은 라쿤의 꼬리와 조금 닮았다.
같은 해 『사이언스』에는 다른 논문이 실렸다. 대상은 약 1억 6천만 년 전 오늘날의 랴오닝에 살았던, 비둘기만 한 작은 공룡 안키오르니스였다. 이 논문은 훗날 거의 모든 공룡 컬러 복원도의 원형이 되었고, 이 증거의 사슬을 이해하는 데도 가장 좋은 출입구가 되었다. 연구자들은 표본에 남아 있는 머리, 몸통, 앞다리, 뒷다리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여러 유형의 깃털을 고루 포함해 모두 스물아홉 지점에서 채취했고, 그 하나하나를 주사전자현미경에 넣었다.
측정한 알갱이의 길이는 100나노미터부터 거의 2천 나노미터까지였다. 대부분의 부위에는 유멜라닌을 담는 길쭉한 멜라노솜이 우세했다. 머리 볏의 끝부분에서는 약 500나노미터의 구에 가까운 알갱이가 나왔다. 페오멜라닌에 대응하는 형태였다.
연구자들은 우선 색을 알고 있는 현대 조류의 검정, 회색, 갈색 깃털로 통계 기법에 분류법을 익히게 했다. 이 깃털 묶음이 훈련 자료다. 그런 다음 장축 길이의 변이, 단축 길이의 왜도, 가로세로비, 밀도를 변수로 삼아 화석의 알갱이를 이미 알려진 범주에 넣었다. 이 과정이 판별분석이다.
결과는 무늬가 또렷한 작은 공룡이었다. 몸은 대체로 회색이고, 날개와 다리의 긴 깃털은 흰 바탕에 끝이 검어서 줄지어 흑백 무늬를 만들었다. 정수리에는 적갈색 볏이 한 줌 솟았고, 얼굴에는 적갈색 점이 흩어져 있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날개와 다리의 무늬는 오늘날 스팽글드 함부르크라고 부르는 닭 품종과 무척 비슷했다. 공룡 한 마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채색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여기서 잠깐 멈춰야 한다. 이제 나올 한 문장이 이 글의 가장 중요한 문장이기 때문이다. 스물아홉 개의 점은 스물아홉 개의 화소가 아니다. 휴대전화 사진 한 장에도 화소가 천만 개 넘게 들어간다.
스물아홉 지점에서 끊김 없는 전신 컬러 그림까지 가려면 이런 사슬을 거친다. 한 지점에서 시료를 떼고, 그곳의 수많은 알갱이를 재고, 그 지점을 어떤 색 범주에 넣는다. 그런 다음 그 지점이 어느 깃털 구역에 속하는지를 바탕으로, 채취하지 않은 주변의 같은 유형 깃털에도 그 범주를 적용한다. 마지막으로 화가가 이 구역들을 이어 붙인다. 인터넷에서 보는 그림은 색이 연속적으로 펼쳐진 한 면이다. 원래 측정한 것은 따로 떨어진 스물아홉 위치다.
판별의 신뢰도 자체도 고르지 않다. 논문에는 스물아홉 시료 가운데 스물넷의 분류 확률이 0.9보다 높다고 명시되어 있다. 세 개는 0.56~0.74에 그쳐, 분류가 뚜렷이 모호한 경우였다.
또 몇몇 지점에서는 멜라노솜이 너무 적었다. 색소가 거의 쌓이지 않은 곳이라고 해석해 ‘옅은 색’ 또는 ‘흰색에 가까운 색’으로 보았다. 14번 시료는 판별 공간에서도 눈에 띄는 이상치였다.
검정과 갈색은 형태상 비교적 잘 갈리지만 회색은 까다롭다. 회색은 형태와 밀도를 여러 방식으로 조합해도 나올 수 있다. 그래서 판별 공간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더 넓고 다른 범주와 더 가까이 맞닿는다. 저자들도 분명히 적었다. 카로티노이드나 포르피린 같은 색소는 같은 방식으로 읽어 낼 형태를 남기지 않으므로, 이 분석으로는 당시의 실제 깃털색에 그런 색소가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복원도 옆에는 거의 적히지 않는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그 안키오르니스 표본에는 애초에 꼬리가 보존되어 있지 않았다. 논문의 도판에 나온 꼬리는 더 온전한 다른 안키오르니스 표본을 참고해 메워 넣은 것이다. 따라서 모범처럼 여겨지는 이 ‘전신 복원’에는 출처가 다른 정보 세 종류가 한꺼번에 들어 있다. 해당 표본의 측정값, 다른 표본에서 가져온 해부학적 보완, 그리고 화가가 이어 붙인 부분이다.
마지막은 보정의 규모다. 안키오르니스 연구의 최초 훈련 자료는 검정, 갈색, 회색 세 범주만 구분했다.
연구진은 나중에 이 방법을 돌아보며, 선택지가 셋으로 제한된 이 문제에서 판별 정확도가 약 90퍼센트였다고 보고했다. 세 범주, 90퍼센트. 보정의 사슬이 처음 지니고 있던 무게는 그게 전부였다.
이후 데이터베이스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공룡과 옛 새 연구에 흔히 쓰이는 한 비교 데이터베이스는 현대 조류 101종의 깃털 시료 168개로 늘어났다.
뒤이어 현생 양막동물 181개 분류군을 아우른 연구도 나왔다. 그런데 이 연구의 가장 중요한 결과는 ‘이 대응 관계가 더 보편적이다’가 아니었다. 정반대였다. 형태와 색의 강한 연관은 새의 깃털과 포유류의 털에서는 비교적 의미가 있지만, 도마뱀과 거북, 악어류의 피부에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2012년에는 무지갯빛 광택이 있는 깃털과 펭귄 같은 깃털을 더했다. 세 개 가운데 하나를 고르던 문제는 다섯 개 가운데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되었고, 멜라노솜 형태만으로 깃털색을 예측하는 정확도는 약 82퍼센트로 내려갔다. 2019년에는 무지갯빛 광택이 없는 구조색까지 넣자 정확도가 약 62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다. 특히 회색과 이런 구조색이 잘 구분되지 않았다. 형태와 색의 관계는 일대일로 맞춰 놓은 대조표가 아니라 확률적 관계다. 그 확률은 어떤 분류군으로 훈련했는지, 어떤 조직인지, 색 범주를 어떻게 나눴는지, 어느 통계 모형을 썼는지에 달려 있다.
3 멜라노솜인가 세균인가
2014년, 연구자 일곱 명이 아주 직설적인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멜라노솜인가 미생물인가」였다.
주장은 좁았고, 그래서 오히려 상대하기 어려웠다. 현미경 사진만으로는 미생물을 배제할 수 없다.
실험은 대조 비교였다. 연구자들은 현대 닭 깃털 안에 들어 있는 진짜 멜라노솜, 깃털 표면에서 자란 미생물, 그리고 미생물이 깔아 놓은 끈적한 막을 한데 놓고 비교했다. 수도관 안쪽의 미끈거리는 층 같은 막이다. 주사전자현미경, 전계방출 주사전자현미경, 투과전자현미경을 썼다.
그런 다음 간수스 유메넨시스의 것으로 분류된 화석 깃털 한 점과, 이미 발표된 여러 화석 현미경 사진을 다시 살폈다. 결론은 세 문장이었다. 크기가 겹친다. 모양이 겹친다. 분포도 겹칠 수 있다.
크기는 가장 이해하기 쉽다. 새 깃털의 멜라노솜은 대개 수백 나노미터에서 약 2마이크로미터 사이인데, 수많은 구균과 간균도 그 정도 크기에 들어간다.
이후 화석 개구리 연구는 더 눈에 선한 예를 내놓았다. 어떤 막대 모양 세균은 1.5~2.5마이크로미터까지 자란다. 구형이나 타원체형 알갱이는 주사전자현미경만으로는 구균인지 멜라노솜인지조차 가릴 수 없다. 그러니 ‘약 1마이크로미터’에는 식별력이 없고, ‘긴 막대’에는 제한적인 식별력만 있으며, ‘구형’은 특히 위험하다.
모양도 둘 중 하나로 딱 갈리는 스위치가 아니다. 초기 과학 해설 그림은 유멜라닌을 담은 멜라노솜을 소시지로, 페오멜라닌을 담은 멜라노솜을 미트볼로 그리곤 했다. 가르치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동정하기에는 너무 거칠다. 세균에도 구균과 간균, 온갖 중간 형태가 있다. 멜라노솜 자체의 가로세로비도 연속적으로 달라지며, 조직에 따라서도 다르다.
멜라노솜이라는 해석을 지지하는 쪽은 나중에 전술을 바꿨다. 하나씩 맞대 보는 대신 알갱이 집단 전체의 통계적 분포를 비교했다. 화석 깃털의 알갱이들은 전체적으로 현대 멜라노솜의 비교적 좁은 크기·형태 범위에 들어가지만, 대조 실험에서 미생물의 형태 범위는 훨씬 넓다는 주장이었다. 여기까지 오자 논쟁의 형식이 바뀌었다. 더는 ‘멜라노솜처럼 생긴 세균이 단 하나라도 있는가’가 아니라 ‘이 알갱이 집단 전체의 분포가 어떤 구조와 가장 닮았는가’가 되었다.
실제로 저울을 기울인 것은 다른 두 종류의 증거였다. 첫째는 배열이다. 크라투 깃털에서는 알갱이들이 원래 어두웠던 띠에 모여 있었고, 깃가지와 작은깃가지의 축을 따라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밝은 띠에는 같은 탄소질 알갱이가 거의 없었다. 현대 깃털의 멜라노솜 역시 깃털이 발달하는 구조를 따라 케라틴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아무렇게나 표면을 뒤덮는 것이 아니다.
메셀의 무지갯빛 깃털에서는 구조가 더 구체적이었다. 작은깃가지 표면에 알갱이가 연속적이고 조밀한 한 층을 이루고, 그 안쪽에는 더 성긴 배열이 있었다. 현대 새 깃털의 박막 간섭 구조와 들어맞았다. 무작위로 생긴 부패 생물막 하나가 깃털의 해부학적 경계와 방향성, 광학적으로 필요한 층 구조까지 동시에 재현했다고 설명하려면 훨씬 많은 것을 떠안아야 한다. 다만 이 판정 기준에도 적용 범위가 있다. 심하게 눌리고 케라틴이 완전히 사라져 미세 알갱이 한 층만 남은 표본에서는 바로 이런 위상적 정보가 사라진다. 유난히 잘 보존된 한 사례의 식별력을 모든 화석에 저절로 옮겨 붙여서는 안 된다.
둘째는 위치다. 2016년, 1억 3천만 년 전의 옛 새 에오콘푸키우소르니스의 깃털을 연구한 논문은 이렇게 보고했다. 알갱이와 보존된 케라틴 유사 구조가 원래 깃털 조직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위치 관계를 이루고 있었으며, 케라틴과 멜라닌의 분자 증거도 함께 얻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2014년 논문이 제기한 핵심 질문에 직접 답했다. 현대 멜라노솜은 본래 깃털 조직 내부의 성분이어야 한다. 나중에 표면을 덮은 외부 유래 세균막이어서는 안 된다. 이 결과가 앞서 발표된 모든 미세 알갱이가 멜라노솜임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멜라노솜은 실제로 깃털과 함께 원래 자리에 보존될 수 있다’는 일반 명제를 크게 강화했다.
화학 증거는 세 번째 길이다. 그리고 이 길에서는 지켜야 할 원칙을 특히 분명히 해야 한다. 2012년, 표면의 분자 조각을 읽어 내는 질량분석법으로 에오세 어류 눈에 있는 멜라노솜 유사 구조를 분석한 연구가 나왔다. 분자 조각의 스펙트럼은 현대 멜라닌과 일치했고, 그 신호는 공간적으로 알갱이의 위치와 겹쳤다. 2015년에는 다른 연구진이 같은 논리에 속성작용 실험을 연결했다. 현대 멜라닌을 섭씨 200도와 250도에서 성숙 처리하자, 스펙트럼이 점차 화석의 것에 가까워졌다.
이는 ‘화석의 스펙트럼이 신선한 멜라닌과 다르다’는 사실이 반드시 원래 멜라닌이었다는 해석을 부정하지는 않음을 보여 준다. 재현 가능한 속성작용의 변환 결과일 수 있다. 다만 판정의 근거는 여러 분자 조각의 통계적 조합이다. 신호 하나하나가 멜라닌에만 고유한 것은 아니다.
방사광을 이용한 원소 영상화도 마찬가지다. 2011년에는 화석 깃털에서 구리 등 미량 원소의 분포를 그려, 구리가 유기물과 결합한 형태로 원래 멜라닌이 있던 구역에 집중되어 있다고 지적한 연구가 나왔다.
장점은 넓은 영역을 지도로 만들 수 있어, 무늬에 화학적으로도 구역 차이가 있는지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구리, 아연, 칼슘 어느 것도 멜라닌만의 원소가 아니라는 것이다. 퇴적물과 미생물도 이 원소들을 흡착하며, 미생물은 스스로 멜라닌을 합성하기도 한다.
라만 분광법은 시료에 레이저를 쏘아 분자의 진동을 읽는 방법이다. 그 처지는 가장 미묘하다. 멜라닌과 온갖 무질서한 탄소질 물질이 거의 같은 스펙트럼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에 탄소질 물질이 있고, 멜라닌으로 보아도 모순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있어도 ‘이 알갱이들이 바로 멜라노솜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 갈래 화학 증거를 합치면, 듣기에는 달갑지 않아도 정확한 한 문장이 나온다. 멜라닌과 비슷한 신호를 검출했다고 해서 사진 속 작은 알갱이가 하나하나 모두 멜라노솜이라는 뜻은 아니다. 신호와 알갱이가 공간적으로 겹친다는 사실도 입증해야 하고, 퇴적물과 미생물의 멜라닌, 다른 탄소질 공급원도 배제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디까지 왔을까. 경우를 나눠야 한다. 잘 보존되어 있고 깃가지 구조 및 색 띠와 들어맞으며 화학 신호도 같은 자리에 있는 사례에서는, 세균이라는 설명은 이미 매우 약한 대안이다. 반면 암석 표면에 따로 드러나 있고 조직상의 위치도 화학적 검증도 없는 알갱이라면, 세균은 여전히 반드시 배제해야 할 출처다.
2020년의 한 방법론 종설은 단계별 점검의 틀을 제시했다. 실제로 적용하면 뜻은 이것이다. 표본마다 개별적으로 검사하고, 어디에나 통하는 허가증을 내주지 말 것. 꽤 엄격한 원칙이다. ‘이러이러한 방법이 이미 멜라노솜을 입증했다’는 식의 일괄 허가를 거두고, 입증 책임을 표본 하나하나에 다시 돌려놓는다.
4 모양은 달라진다
그 알갱이들이 정말 멜라노솜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해 보자. 논쟁은 끝나지 않는다. 층위가 바뀔 뿐이다. 두 번째 공방의 질문은 이렇다. 정체를 잘못 짚지 않았더라도, 모양에서 색으로 가는 길을 얼마나 멀리 걸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서로 독립적인 다섯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를 풀었다고 다른 하나까지 풀리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문제는 속성작용이 모양을 바꾼다는 것이다. 2013년, 연구자 다섯 명이 현대 깃털을 고온·고압에 넣어 매몰 뒤의 성숙 과정을 흉내 냈다. 섭씨 200도와 250도, 약 250기압의 조건 등이 쓰였다.
결과는 멜라노솜의 파괴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깃털 구조가 눈에 띄게 분해된 뒤에도 멜라노솜은 남았다. 하지만 크기와 모양, 공간적 분포는 달라졌다. 일부 시료에서는 선형 치수가 20퍼센트 가까이 줄었다고 보고되었다.
이는 판별의 사슬에 숨어 있던 전제 하나를 정면으로 건드렸다. 현대 훈련 자료에 쓰인 길이, 폭, 가로세로비는 속성작용을 겪지 않은 값이다. 반면 판별 모형에 들어가는 화석의 길이, 폭, 가로세로비는 어떤 열을 얼마나 겪었는지 모르는 과정을 지난 뒤의 값이다. 양쪽에서 비교하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다.
얼마나 달라지는지도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2015년의 다른 실험에서는 멜라노솜이 대체로 비율을 유지한 채 10~20퍼센트 줄었다. 실험 조건은 정해져 있지만 자연의 화석은 저마다 묻혀 지낸 이력이 다르다. 모양이 바뀐다는 사실은 이제 알지만, 개별 화석에서 얼마나 바뀌었는지는 모른다.
2023년 실험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멜라닌을 지닌 현대 깃털을 다져진 퇴적물 안에 묻고 성숙시켜, 자연의 공극 구조에 더 가까운 조건을 만들었다. 온도 범위는 섭씨 190도에서 300도였다. 190~225도 구간에서는 서로 색이 다른 깃털들이 차츰 비슷비슷한 갈색 얼룩으로 변했다. 검던 것도 적갈색이던 것도, 결국 모두 갈색이 되었다.
250도 가까이에서는 탄화가 강해졌다. 300도 가까이에서는 유기 탄소가 더 빠져나갔다. 뒤에서 다시 쓸 세부 사항이 하나 있다. 성숙도가 높을 때 유멜라닌은 페오멜라닌보다 더 안정적인 듯하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화석의 크기에서 생전의 크기를 역산하는 공식이 없다. 비교적 믿을 만한 방법은 같은 표본 안에서 색이 다른 부위끼리 견주는 것이다. 신선한 현대 깃털에 바로 갖다 대는 것보다 낫다.
두 번째 문제는 더 근본적이다. 모양이 백 퍼센트 원형 그대로 남더라도, 모양 자체가 색을 하나로 지정해 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2절에서 말했듯, 이 관계는 새 깃털에서는 비교적 잘 통하지만 도마뱀과 거북, 악어류의 피부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포유류의 털은 어떨까.
2025년의 대규모 표본 연구는 이 문제를 더 매섭게 드러냈다. 연구자들은 현생 포유류 59종과 쥐라기 화석 한 점에서 멜라노솜을 7천6백 개 넘게 측정했다. 결과는 이랬다. 멜라노솜 형태가 ‘붉은 정도’를 설명하는 힘은 약 4분의 1에 불과했고, 명도를 설명하는 힘은 10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가장 눈앞에 잘 그려지는 예가 있다. 아프리카코끼리와 아시아코끼리는 몸 색이 다른데도 멜라노솜의 기하학적 형태는 거의 같다.
거꾸로 같은 색을 서로 다른 조합으로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알갱이의 모양과 사람이 눈으로 보고 이름 붙이는 색 사이에는 색소의 화학 성분, 알갱이의 수와 빽빽한 정도, 케라틴 속에 박혀 있는 방식, 빛이 산란하는 방식이 더 끼어 있다. 초기 모형은 보통 그중 두세 가지만 보았다.
세 번째 문제는 구조색이다. 무지갯빛 광택은 색소 자체의 색이 아니다. 굴절률이 다른 물질들이 나노미터 규모의 층을 이루면서 생겨난다. 비눗방울의 오색빛도 같은 원리다.
깃털에서는 멜라노솜, 케라틴, 공기가 맞닿는 경계가 박막이나 다층막을 이룰 수 있다. 이웃한 경계면에서 반사된 빛들이 간섭하면서 특정 파장을 더 강하게 만든다. 층의 두께를 바꾸거나 멜라노솜 사이 간격을 바꾸거나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바꾸면 가장 강한 색도 달라진다.
그러므로 화석에 무지갯빛 광택이 있었는지 알려면 멜라노솜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층층이 배열된 모습이 보여야 하고 층 사이 간격도 재야 한다. 그런데 다져지면서 달라지는 것이 바로 이것들이다. 몇 나노미터에서 수십 나노미터의 거리 차이만으로도 색이 달라질 수 있다.
미크로랍토르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연구는 온몸이 새까맣고 까마귀 깃털 같은 청흑색 광택이 있었다고 밝혔다. 검다는 판단은 비교적 단단하다. 멜라노솜이 많고 형태도 짙은 검정 깃털의 범위에 들어간다.
광택 쪽은 좀 더 약하다. 원래 케라틴은 대개 사라졌고, 납작하게 눌린 화석이 당시의 층간 간격을 지켰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매우 검고 광택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이 부분은 정확히 청흑색 금속 광택이었다’는 말보다 훨씬 믿을 만하다.
네 번째 문제는 방법 자체의 사각지대다. 카로티노이드는 수많은 노랑, 주황, 빨강을 만든다. 홍학의 분홍과 카나리아의 노랑도 여기서 온다. 포르피린은 빨강, 초록을 비롯한 여러 색조를 만들 수 있다.
이 분자들은 모양으로 읽어 낼 수 있는 알갱이를 만들지 않는다. 안키오르니스를 다룬 최초 논문도 이를 인정했다. 전혀 남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멜라닌보다 훨씬 알아보기 어렵고, 화학 표지를 검출하더라도 원래 어느 부위에 있었는지 말하기가 어렵다.
다섯 번째 문제. 멜라노솜은 깃털과 피부만의 것이 아니다. 현대 척추동물의 망막 색소상피, 피부 색소세포, 일부 내장에도 멜라노솜이 많다. 우리 눈알의 뒤쪽 벽에도 멜라닌 층이 있다. 카메라의 암상자처럼 남는 빛을 흡수한다.
현대 개구리와 화석 개구리를 연구한 결과, 간과 폐, 비장 같은 내부 조직의 멜라노솜이 피부보다 오히려 많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부패 실험에서는 내장 멜라노솜의 대부분이 몸통에 머물렀지만, 교란과 부패, 물의 흐름은 일부를 원래 자리에서 옮겨 놓을 수 있었다. 화석 개구리 표본 73점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약 93퍼센트에 몸 표면에서 온 것이 아닌 멜라노솜이 남아 있었다. 그 가운데 약 4분의 1에서는 알갱이의 분포가 몸통을 넘어 팔다리까지 뻗었다.
그러니 몸의 윤곽을 덮은 검은 알갱이 층이 반드시 ‘피부의 원래 색’인 것은 아니다. 눈, 간, 복막, 그 밖의 조직이 분해된 뒤 옮겨 와 다시 퍼진 멜라노솜이 섞여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멜라노솜 동정’은 실제로 서로 다른 두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이것이 멜라노솜인가. 그리고 원래 어느 조직의 멜라노솜이었는가. 앞의 질문에는 화학이 힘을 보탤 수 있지만, 뒤의 질문은 여전히 주로 해부학적 위치에 기대야 한다.
5 고쳐 그린 몇 장의 그림
증거의 사슬을 믿을 만한지 가장 잘 시험하는 방법은 무엇을 주장하는지 보는 것이 아니다. 어디가 고쳐졌으며, 어느 층위가 고쳐졌는지 보는 것이다.
가장 크게 달라진 사례는 시노사우롭테릭스다. 2010년의 유명한 결론은 꼬리에 짙고 옅은 고리무늬가 있다는 것이었고, 일부 멜라노솜의 형태를 밤색 또는 적갈색으로 해석했다. 2017년에는 여러 시노사우롭테릭스 자료를 다시 체계적으로 지도화한 연구가 나왔다. 꼬리 띠를 확인한 데 그치지 않고 짙은 등과 옅은 배, 복면강도 같은 눈 주위의 짙은 ‘가면’, 뚜렷한 역음영까지 제안했다.
흥미로운 것은 수정의 방향이다. 무늬의 범위는 넓어졌다. 꼬리 띠에서 온몸의 등배 색 기울기와 가면까지 뻗었다. 반면 색상에 대한 확신은 더 좁아졌다. 페오멜라닌의 보존 문제와 형태 보정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정확한 밤색 값을 고집하기보다 ‘짙고 옅은 차이가 있고 멜라닌 분포가 다르다’고 쓰는 편이 훨씬 안전해졌다. 그림 한 장이 동시에 더 풍부해지고 더 신중해질 수 있다. 둘은 모순되지 않는다.
간수스 유메넨시스는 1억 년도 더 전에 물가에 살았던 옛 새로, 간쑤성 위먼에서 화석이 나왔다. 여기서 수정된 것은 다른 층위, 그것도 더 아래쪽 층위였다. 초기 연구에서는 이 표본의 깃털 알갱이를 멜라노솜의 증거 체계에 포함했다.
2014년 「멜라노솜인가 미생물인가」는 이 깃털을 다시 살피고, 주사전자현미경으로 본 알갱이만으로는 정체를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고친 것은 ‘간수스의 컬러 초상화’에 칠한 어느 색조가 아니었다. 색의 복원을 뒷받침하는 그 대상 자체를 제대로 알아본 것인지가 문제였다.
시조새는 흔히 가장 오래된 새로 여겨진다. 1억 5천만 년 전 오늘날의 독일 일대에 살았다. 그 이름으로 알려진 낱깃털 한 점의 사연은 더 복잡하다. 1860년 또는 1861년 독일에서 출토되어, 시조새 골격보다 한발 앞서 1861년에 기재되었다. 시조새라는 이름도 처음에는 이 깃털에 붙인 이름이었다.
2012년 연구는 이 유명한 깃털에 멜라닌이 매우 많아 거의 검정이었다고 해석했고, 시조새의 깃털색을 논하는 데 포함했다. 2013년 다른 연구진은 방사광 화학 영상화를 이용해, 색소가 많은 곳은 주로 깃털 끝과 바깥쪽 깃판이라고 보았다.
2019년에는 레이저 유도 형광으로, 오래전 표본을 손질할 때 제거된 깃털 밑동의 윤곽을 되찾은 연구가 나왔다. 이 깃털이 시조새 몸의 어느 유형 깃털과도 맞지 않으며, 아예 시조새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다. 2020년에는 다른 연구진이 다시 이 깃털을 시조새의 것으로 보아도 모순이 없다고 논증했다.
이 논쟁에서 ‘알갱이에서 멜라닌으로, 멜라닌에서 검정으로’ 이어지는 국소적인 사슬은 거의 건드리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이 검은 깃털이 시조새의 것인지, 몸의 어느 부위에 났는지, 동물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지였다. 측정에 잘못이 없다고 해서 복원도에 놓인 자리까지 옳다는 보장은 없다. 색 측정만 정밀하게 해서는 누구의 깃털이고 어디에 났는지 정할 수 없다. 해부와 분류를 비롯한 다른 증거가 필요하다.
보레알로펠타는 안킬로사우루스류 공룡이다. 2011년 캐나다의 한 오일샌드 광산에서 굴착기 기사가 맞닥뜨렸다. 몸길이는 5미터가 넘고 무게는 1톤이 넘었다. 피부와 갑옷까지 입체로 보존되어 돌로 깎은 조각상 같았다.
2017년 논문은 피부의 유기물 흔적에서 등은 짙고 배는 옅은 무늬를 복원하고, 적갈색을 띠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토록 큰 동물도 등배의 명암 차이로 몸을 숨겨야 했다니, 당시 그것을 잡아먹던 포식자들이 만만치 않았다는 뜻이다. 이 동물 역시 ‘색 이름보다 무늬가 더 믿을 만하다’는 예로 적합하다.
그러나 더 폭넓은 화학 연구에서, 황을 포함한 방향족 화합물과 속성작용을 거친 멜라닌 신호는 성숙도, 황화, 다른 유기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이 드러났다. 따라서 ‘역음영의 공간적 기울기’와 ‘정확히 적갈색이었다’는 같은 등급의 결론이 아니다. 그런데 공개 복원도에 고르게 칠한 갈색 한 겹은 눈으로 볼 때 둘을 같은 사실로 눌러 합쳐 버렸다.
가장 멋진 실험은 프시타코사우루스를 대상으로 했다. 개만 한 초식 공룡으로, 입이 앵무새를 닮았다. 등이 짙고 배가 옅은 모습은 지금의 동물에서도 흔하며 역음영이라고 부른다. 위에서 빛이 내려오면 배는 본래 어두워진다. 등에 짙은 색, 배에 옅은 색을 입히면 동물은 납작해 보이고 눈에 덜 띈다.
연구자들은 먼저 보존된 피부 흔적을 바탕으로 프시타코사우루스의 등과 배에 색소가 어떻게 퍼져 있었는지 그렸다. 이어 골격 치수에 맞춰 실물 크기의 몸 모형을 만들고, 온통 같은 회색으로 칠했다. 그리고 두 종류의 빛 아래 가져갔다. 하나는 숲속의 산란광, 다른 하나는 탁 트인 곳의 직사광선이었다.
모형 스스로 만드는 그림자를 측정한 뒤, 그 그림자를 상쇄하려면 몸에 어떤 짙고 옅은 색의 전이가 필요한지 계산했다. 이렇게 예측한 경계선을 화석에 실제로 남은 경계선과 비교했다. 결과는 숲속의 산란광과 더 잘 맞았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프시타코사우루스가 아마 숲에서 살았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이 사슬은 고리 하나를 지날 때마다 약해진다. 피부의 짙고 옅은 분포는 눈으로 보인다. 가장 단단하다. 위장을 위한 것이었다는 말은 기능 해석이라 조금 더 약하다. 숲속의 빛에 대응한다는 말은 광학 모형에 기댄다.
이 동물이 숲에 살았다고 말할 때는 평소 어떻게 서고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관한 가정까지 들어간다. 가장 약한 고리다. 2017년 시노사우롭테릭스의 ‘개활지 생활’ 결론도 같은 논리를 썼다. 마지막 문장을 첫 문장만큼 확실하게 써서는 안 된다.
6 그 그림에서 측정한 것은 어디까지인가
이제 이 글의 첫머리에 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공개된 공룡 컬러 복원도에서 측정이 뒷받침하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가장 분명한 예는 안키오르니스다. 증거가 직접 대응하는 곳은 스물아홉 채취 지점과 그 주변 깃털 구역이다. 그중 스물넷은 분류 확률이 0.9보다 높지만, 몇몇은 뚜렷이 낮다. 이 점들에서 온몸에 연속적으로 펼쳐진 색까지 가려면 중간을 보간해야 한다. 심지어 꼬리는 이 표본에 남은 부분조차 아니다.
그러니 복원도 한 장은 네 층으로 나눌 수 있다. 직접 측정의 층에는 채취 지점 알갱이의 크기, 모양, 밀도, 통계적 범주가 들어간다. 공간적 외삽의 층에서는 같은 깃털 구역의 미채취 부분도 채취 지점과 같다고 가정한다.
해부학적 보완의 층에는 이 화석에 남지는 않았지만 다른 표본으로 추정할 수 있는 깃털 윤곽이 들어간다. 예술의 층에는 끊김 없는 색의 변화, 정확한 채도, 광택의 강도, 눈 색, 입안 색, 보존되지 않은 모든 연조직, 그리고 조명과 배경이 들어간다.
이 네 층이 그림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전혀 다른데, 그림은 그 경계가 어디인지 말해 주지 않는다. 나중에 색을 입힌 옛 사진과도 좀 닮았다. 사진은 진짜다. 색은 뒤에 한 획씩 덧붙였다. 보는 사람은 어느 획에 근거가 있는지 가려내기 어렵다. 범례 없는 그림은 강도가 서로 다른 세 종류의 지식을 하나의 연속적인 색면으로 펼쳐 놓는다. 독자가 받는 것은 시각적으로 완전히 균질한 물건이다.
그중 따로 떼어 이야기해야 할 색이 있다. 흰색이다.
안키오르니스 연구는 멜라노솜이 극히 적은 깃털 밑부분을 옅은 색, 흰색에 가까운 색으로 해석했다. 현대 새 깃털에 견주면 합리적인 추론이다.
오늘날 새의 흰 깃털은 대부분 깃털 안에 색소가 없어, 빛이 케라틴 속에서 사방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희게 보인다. 몸이 흰 갈매기 중에도 날개 끝은 검은 경우가 많다. 멜라닌이 깃털을 마모에 더 잘 견디게 하므로, 가장 힘을 많이 받는 곳에 검정을 쓴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멜라노솜이 없다’에는 적어도 네 가능성이 있다. 원래 정말 색소가 없어 희었다. 원래 카로티노이드 같은 비멜라닌 색소가 있었다. 원래 멜라노솜에 기대지 않는 구조색이 있었다. 또는 보존되는 동안 멜라노솜과 조직이 사라졌다.
여기서 비대칭이 생긴다. ‘검정’에는 흔히 양성 증거가 있을 수 있지만, ‘흰색’은 부분적으로 음성 증거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둘에 같은 증거 등급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복원도에서는 똑같이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는 11편의 원칙이 적용된다. 찾지 못했다는 사실의 무게는 0이라는 숫자가 아니라, 있었다면 찾아냈을 가능성에 달려 있다.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 깃털 부위에 원래 멜라닌이 풍부했다면, 같은 보존 조건과 검사 방법으로 멜라노솜을 얼마나 확실하게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 가능성이 충분히 높아야 빈자리가 ‘원래 멜라닌이 풍부했다’는 설명을 약화한다. 그래도 흰색이었다고 단독으로 입증하지는 못하며, 다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원래 카로티노이드가 있었을 가능성은 이 형태 분석법으로 애초에 볼 수 없다.
공개된 그림은 또 다른 두 가지도 뒤섞는다. 색의 범주와, 화가가 고른 색값이다.
판별분석이 주는 것은 대개 ‘검정’, ‘회색’, ‘갈색’, ‘적갈색’처럼 넓은 범주다. 팔레트에서 딱 하나의 색값을 지정해 주지는 않는다. 같은 범주 안에서도 실제 동물은 밝기와 채도, 광택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논문 그림의 그 특정한 회색, 밤색을 띤 붉은색, 청흑색은 ‘논문이 제시한 색 범주를 만족하는 하나의 시각적 예’로 이해해야 한다. 기기가 암석에서 측정해 낸 유일한 색 코드가 아니다.
일반 독자가 써먹을 만한 원칙 하나를 줄 수 있을까. 있다. 공룡 복원도를 볼 때 ‘무늬’와 ‘색 이름’을 나눠 보자. 짙고 옅은 띠, 반점, 눈 주위 가면, 등배의 색 기울기는 무늬에 속한다.
공간적 배치가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면 무늬의 증거 등급은 꽤 높을 수 있다. 안키오르니스에 적용해 보자. 날개의 흑백 무늬, 정수리에 솟은 볏 한 줌은 무늬다. 그 볏이 ‘정확히 밤색인지 적갈색인지’는 색 이름에 속한다. 속성작용 보정, 해당 분류군에서 형태와 색을 대응시키는 과정, 밀도라는 세 관문을 지나야 하므로 등급이 뚜렷이 한 단계 낮다.
이 원칙에는 덤도 있다. 수정할 때 왜 늘 색 이름을 먼저 건드리고 무늬를 나중에 건드리는지 설명해 준다. 시노사우롭테릭스의 수정이 바로 그런 모양이었다. 무늬는 넓어졌고 색 이름은 오히려 좁아졌다. 같은 새 증거가 두 층위에 작용하는 방향은 서로 반대일 수 있다.
지나치게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다. 온몸의 색을 복원하려면 시료를 많이 채취해야 하고, 그 과정은 파괴적인 경우가 많다.
큰 표본을 통째로 전자현미경에 넣을 수는 없다. 한 지점에서 채취한다는 것은 대개 화석의 작은 조각을 긁어낸다는 뜻이다. 실제 연구는 채취 밀도의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고, 제한된 채취만으로는 온몸의 색 변화를 그려 내기에 부족할 수 있다. 이 한계는 방법론 보충 자료 속에 숨길 것이 아니라 복원도 옆에 적어야 한다.
완성된 그림은 증거도 완성된 것처럼 보이게 한다. 그림에도 범례, 빈 부분, 여러 복원안으로 불확실성을 표시할 수 있다. 그런 표시가 없으면 우리는 선명하게 그려진 것을 분명하게 알려진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7 같은 길로 더 나아가 어디까지 갔는가
옛 새들은 이 방법을 가장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는 대상이다. 보정의 근거가 애초에 주로 현대 새의 깃털에서 왔기 때문이다. 공자새, 에오콘푸키우소르니스, 여러 에난티오르니테스류, 메셀의 새 깃털이 모두 멜라노솜 형태와 깃털 무늬, 구조색을 연구하는 데 쓰였다.
에오콘푸키우소르니스는 특히 중요하다. 멜라노솜과 케라틴이 함께 보존된 증거가 알갱이의 내인성 기원이라는 해석을 직접 강화하기 때문이다. 신뢰도는 대개 아주 소박한 한 가지에 달려 있다. 깃가지와 작은깃가지의 위치를 아직 알아볼 수 있는가. 따로 떨어져 있고 깃털의 해부학적 위치가 분명하지 않은 알갱이는 신뢰도가 뚜렷이 떨어진다.
지금 가장 흥미로운 방향은 포유형류다. 같은 해에 외삽의 성공과 보정에 대한 경고가 동시에 나왔기 때문이다. 2025년, 현대 포유류 116종으로 털 멜라노솜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약 1억 6천5백만 년에서 1억 2천만 년 전 중생대 포유형류 화석 여섯 점을 복원한 연구가 나왔다. 포유형류는 포유류와 포유류에 가장 가까운 옛 친척들을 가리키는데, 당시에는 대개 쥐만 했다. 결과는 전체적으로 아주 비슷했다. 고르게 어두운 갈색 털이었다.
같은 해, 7천6백 개가 넘는 멜라노솜과 현생 포유류 59종을 아우른 다른 연구는 형태와 털색의 상관관계가 전반적으로 약하고, 계통의 영향도 뚜렷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이 두 결과는 하나를 고를 것이 아니라 나란히 놓아야 한다.
지지하는 쪽의 뜻은 이렇다. 포유류로 따로 훈련하고 넓은 색 범주만 예측할 때는 유용한 신호를 끌어낼 수 있다. 제한하는 쪽의 뜻은 이렇다. 포유류 털에서 형태와 색은 일대일 대응과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중생대의 털색은 확률적 예측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새 깃털 연구 초기의 ‘소시지 대 미트볼’이라는 단순한 규칙을 그대로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해양 파충류는 이 방법을 깃털에서 피부로 넓혔다. 어룡, 모사사우루스류, 고대 장수거북의 피부 흔적에서 유멜라닌과 멜라노솜 유사 구조가 보고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적어도 일부 어룡은 오늘날의 장수거북처럼 몸 표면이 전체적으로 짙은 색이었다는 주장이 나왔고, 현대 해양동물의 은폐, 자외선 보호, 열생리와도 비교했다. 다만 2018년 다른 쥐라기 어룡 표본을 연구한 논문은 그 동물이 등은 짙고 배는 옅었다고 보았다.
하지만 피부에서는 형태와 색의 관계가 새 깃털만큼 안정적이지 않다. 내장 멜라노솜이 옮겨 가는 문제도 깃털이 아닌 연조직에서 특히 심각하다. 그러니 여기에도 서로 다른 두 강도가 있다. ‘피부 부위에 멜라닌이 있다’는 주장은 비교적 강할 수 있다. ‘형태를 보니 이 피부 부위는 정확히 어떤 갈색이다’라는 주장은 뚜렷이 더 약하다.
화석 곤충은 다른 가지를 따라간다. 곤충 딱지날개와 날개 비늘의 많은 색은 키틴의 나노층이나 광자 구조에서 나온다. 지금 일부 딱정벌레의 금속성 초록도 이렇게 생긴다. 남아 있는 층간 간격으로 원래의 빛 반사를 계산할 수 있지만, 속성작용이 그 값을 옮겨 놓는다.
따라서 ‘공룡의 색’이라는 길은 사실 이미 두 갈래로 나뉘었다. 하나는 세포소기관과 색소 화학을 대리지표로 삼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나노 광학 구조를 대리지표로 삼는 길이다. 두 갈래는 때때로 새 깃털에서 합류한다. 멜라노솜 자체가 광학 구조를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얼마나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오랫동안 널리 인용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약 3억 700만 년 전, 후기 석탄기였다. 미국 일리노이주 메이존크리크 화석에서 칠성장어와 먹장어 같은 무악어류의 눈, 그리고 칠성장어의 몸 표면에 있는 멜라노솜 유사 구조를 식별한 연구가 있었다.
13편에서 다룬 털리 몬스터도 그곳에서 나왔다. 판정의 근거는 크기와 형태, 보존 방식, 그리고 원래의 해부학적 구조 안에 한정된 분포였다.
2026년에는 기록이 단숨에 약 5억 1천8백만 년 전 캄브리아기까지 올라갔다. 윈난성 청장의 가장 초기 척추동물 화석들에서 멜라닌을 담은 멜라노솜을 찾아냈다. 우리 눈알 뒤쪽 벽의 그 층과 똑같았고, 멜라닌의 화학 신호도 측정되었다. 그 동물들은 머리에 눈이 네 개 있었다. 양옆에 한 쌍, 정수리에 두 개가 더 있었다.
이 두 사례 모두 먼 옛날 동물의 전신 컬러 초상화는 아니다. 증거는 대부분 눈처럼 애초에 멜라닌이 매우 많은 조직에서 나온다. 따라서 ‘멜라닌이 얼마나 오래 보존될 수 있는가’에 주는 의미가 ‘온몸의 색을 얼마나 세밀하게 복원할 수 있는가’에 주는 의미보다 크다. 이 두 질문은 수없이 같은 뉴스 제목 안에 합쳐졌다.
특히 조심해야 할 외삽이 또 있다. 이 경로는 색 이외의 질문에도 답하는 데 쓰인 적이 있다. 멜라노솜의 형태와 분포로 생리적 변화, 대사의 진화, 깃털의 진화, 심지어 화석 동물의 계통상 위치까지 논했다. 2014년의 그 대규모 연구는 깃털 공룡에서 멜라노솜이 다양해진 일이 더 폭넓은 생리적 변화와 관련될 수 있다는 제안까지 했다.
문제는 바로 그 연구가 멜라노솜 형태가 조직과 분류군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도 입증했다는 점이다. ‘멜라노솜 모양이 비슷하다’를 곧바로 멀리 떨어진 분류군의 친연 관계를 뒷받침하는 강한 형질로 쓰면 순환의 위험이 생긴다. 조직과 분류군에 따라 바뀐다고 이미 아는 양으로 분류군 사이 관계를 추론하는데, 그 양이 바뀌는 법칙은 다시 분류군 사이 관계에서 읽어 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후기 석탄기 자료를 다룬 방식은 더 견실했다. 개별 알갱이의 가로세로비를 계통발생 부호로 삼지 않고, 해부학적 위치와 색소세포의 층 배열을 사용했다.
비교적 안전하게 그을 수 있는 선은 한 칸씩 내려갈수록 약해지는 허용 범위의 연속이다. 멜라노솜에서 색소 범주로 가는 일은 적절한 조직과 여러 증거가 있으면 측정할 수 있다.
색소 범주에서 눈에 보이는 색으로 가는 일은 확률적이다. 보이는 색에서 기능으로 가는 일에는 답이 여럿이다. 기능에서 행동과 환경으로 가는 일은 모형에 의존한다. 행동에서 진화의 원인으로 가는 일은 색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 한 칸 내려갈 때마다 할 수 있는 말의 강도도 한 칸 낮아진다. 그런데 대중에게 전해질 때는 대개 마지막 칸만 전달된다.
8 잔여항 하나를 끌어들인 뒤
이제 이 글이 정말 말하려던 문제로 돌아갈 수 있다. 공룡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그 절반이다. 나머지 절반은 이것이다. 원래 알 수 없던 것을 측정할 수 있게 된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알갱이에서 색까지 읽어 나가는 그 사슬은 사람이 판단하고 비교하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이런 것을 구축된 틀이라고 부른다.
먼저 불가능하다는 판정이 실제로 철회되었다는 점부터 확인하자. 오늘날에는 비교적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잘 보존된 일부 화석 깃털과 피부, 눈 조직에는 원래의 멜라닌이나 멜라노솜, 또는 그것들이 속성작용을 거쳐 남긴 잔류물이 실제로 보존되어 있다.
어떤 표본에는 실제로 짙고 옅은 띠, 반점, 가면, 등배의 색소 기울기가 있다. 시노사우롭테릭스 꼬리의 고리무늬, 안키오르니스 날개의 흑백 무늬, 프시타코사우루스와 보레알로펠타의 짙은 등과 옅은 배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 잘 보존된 새 깃털형 조직에서 아주 길쭉한 멜라노솜이 높은 밀도로 있으면, 대개 유멜라닌이 매우 많은 검정이나 짙은 갈색 부위를 뒷받침한다. 작은 결론들이 아니다. 이십 년 전에는 전부 ‘원칙적으로 알 수 없음’이라는 칸에 들어 있었다.
하지만 철회된 방식이 중요하다. ‘드디어 색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가 아니다. 통째로 복원 불가능했던 것이, 저마다 측정할 수 있고 저마다 오차를 지닌 여러 고리로 나뉜 것이다.
그렇게 나누고 나자 새로운 잔여항이 곧바로 나타났다. 구축된 틀에 담기지 않으면서도 없앨 수 없는 부분을, 이 시리즈는 잔여항이라고 부른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었다. 속성작용이 얼마나 바꿨는가. 화석마다 달라서 공통 상수가 없다. 형태와 색의 대응은 분류군과 조직에 달려 있다. 새 깃털에서는 쓸 수 있지만 악어류 피부에서는 쓸 수 없다.
멜라닌 이외의 발색 방식은 체계적인 사각지대다. 노랑과 주황, 선명한 빨강의 상당수는 다른 색소에서 나오고, 파랑의 상당수는 다른 나노구조에서 나온다. 멜라노솜의 모양만으로는 읽을 수 없다. 작은 구조가 다른 장기에서 왔을 수도 있다. 검은 층이 꼭 검은 피부는 아니다. 표본을 채취하는 밀도에도 한계가 있다. 큰 화석을 통째로 전자현미경에 넣을 수는 없다.
여기에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대목이 있다. 이 새로운 잔여항들은 옛 잔여항의 파편이 아니다.
‘색은 복원할 수 없다’는 옛 잔여항에는 ‘속성작용으로 몇 퍼센트 수축했는가’라는 질문 자체가 없었다. 있을 수가 없었다. 측정할 대상이 없으면 그 대상의 변형이라는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형태와 색의 대응이 악어류 피부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도, 그 대응 관계가 생기기 전에는 할 수 없었다. 구축된 틀이 한 층 펼쳐지면 잔여항도 한 층 펼쳐진다. 새로운 잔여항은 새로운 구축의 산물이지, 옛 잔여항을 덜 치워서 남은 찌꺼기가 아니다.
여기의 잔여항은 측정할 수 없던 것을 측정할 수 있게 바꾼 바로 그 행위가 만들어 냈다. 능력이 자랄 때 함께 자라고, 능력이 강해질수록 더 구체적이 된다. 그러니 방법이 조금만 더 좋아지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방향의 문제도 하나 있다. 지금까지 어느 문제보다 더 깊이 들어간다.
이 방법이 가장 또렷이 보는 것은 검정, 짙은 갈색, 일부 회색과 적갈색, 그리고 멜라노솜 배열이 관여해 만들어진 구조적 광택이다. 가장 쉽게 놓치는 것은 카로티노이드가 만든 노랑과 주황, 선명한 빨강이다. 잘 보존되지 않는 비멜라닌 분자들이다. 케라틴과 공기의 나노 구조에서 생기되 멜라노솜이 주된 요소가 아닌 파랑과 자외선 색이다. 여러 기제가 섞여 만들어 내는 초록이다. 여기에 2023년의 발견을 더해 보자. 성숙도가 높을 때 유멜라닌은 페오멜라닌보다 더 안정적인 듯하다.
두 가지를 겹치면 결론은 이렇다. 우리가 복원하는 중생대의 색채 세계는 방법 자체에서부터 검정과 짙은 갈색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다른 색소 때문에 선명한 노란색이었던 공룡이 있다면, 이 방법은 그 노란색을 놓칠 수 있다. 그렇다고 갈색으로 칠할 근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11편에서 다룬 것은 보존 편향, 곧 무엇이 화석이 될 수 있느냐였다. 여기서 다루는 편향은 그보다 한 걸음 뒤에 있다. 남은 것은 이미 있고, 그것이 실제로 정보를 지니고도 있는데, 측정에 쓰는 대리지표 자체에서 편향이 생긴다.
이 대리지표로 볼 수 있는 속성과 당시에 실제로 존재했던 속성은 같은 집합이 아니다. 그러니 ‘중생대 포유류는 대체로 어두운 갈색이었다’ 같은 결론은 두 번 읽어야 한다. 처음에는 무엇을 말하는지 읽고, 두 번째에는 그중 선명한 노란색이 있었다면 이 방법이 볼 수 있었겠느냐고 물으며 읽어야 한다.
여기서 보여 준 것은 잔여항 하나가 구축된 틀 안으로 끌려 들어오는 전 과정이다.
이 이십 년을 순서대로 놓으면 모양이 드러난다. 처음에는 측정 가능한 대리지표가 없었다. 대리지표를 찾았다. 그 대리지표의 정체를 잘못 알아봤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 화학적 검증과 위상적 검증을 더했다.
대리지표의 정체를 부분적으로 받아들였다. 대리지표의 값이 속성작용 중에 달라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현대의 대응 관계 자체도 분류군과 조직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매 걸음이 빈틈 하나를 닫으면서 새 빈틈 하나를 열었다.
색을 다시 ‘알 수 없음’으로 밀어 넣자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공룡의 색에 관해 할 수 있는 말은 이십 년 전보다 훨씬 많고, 한 문장 한 문장에 추적 가능한 오차의 출처가 붙어 있다. 추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성과다. 의견 차이가 제각기 자기 말만 하는 차이에서, 서로 따져 다툴 수 있는 차이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그림은 아직 닫히지 않았다. 네 층 가운데 측정으로 얻은 것은 첫 번째 층뿐이다. 색 공간의 한 덩어리는 통째로 방법 바깥에 있다. 새로운 결론은 하나 나올 때마다 자기 곁에 새로운 질문을 하나씩 남긴다.
그림은 계속 그려도 된다. 다만 한 획마다 어느 색이 화석에서 왔고 어느 색을 우리가 빌려주었는지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