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내기와 구축의 주기 법칙 · 고생물 · 02

최후의 공통 조상: 부재로부터 재구축한 틀

지금 살아 있는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어떤 조상이 보일까?

Han Qin · 읽는 데 약 33분 · 공개일

1 모든 생명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조상

2024년 여름, 영국 브리스틀 대학교의 한 연구팀이 《네이처 생태학과 진화》에 지구의 모든 세포 생명이 공유하는 조상의 초상을 그려 보였다.

그 모습은 이렇다. 약 42억 년 전에 살았다. 지구가 만들어진 지 겨우 3억여 년이 지났을 때다. 달은 지금보다 지구에 훨씬 가까웠고, 바다는 막 안정을 찾은 참이었다.

지질학자들은 이 가장 이른 시기를 명왕누대라고 부른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 속 저승의 왕에게서 가져왔다. 예전에는 당시 지구가 지옥처럼 온통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으리라 생각했다. 그 인상을 바꾼 것이 오스트레일리아 잭힐스의 지르콘이었다. 44억 년 전 지르콘에 담긴 산소 동위원소의 양상은, 결정이 만들어질 때 이미 액체 상태의 물과 접촉했음을 보여 주었다. 당시 태양은 지금보다 30퍼센트쯤 어두웠고, 하늘에는 훨씬 커다란 달이 걸려 있었으며, 하루 동안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기세도 지금보다 훨씬 거셌다.

이미 제법 갖출 것을 갖춘 세포였다. 복잡한 정도는 오늘날의 세균과 비슷했다. 유전체는 약 275만 염기쌍, 유전자는 약 2,600개였다. 지금 흔히 볼 수 있는 세균 하나에는 대략 4,000개의 유전자가 있다.

산소를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때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다. 수소에서 전자를 얻고, 이산화탄소를 차근차근 조립해 유기물로 바꾼 다음, 아세트산 같은 작은 분자를 내보냈다.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 한 벌과 회전하는 에너지 기계를 이미 갖추고 있었다. 어쩌면 바이러스에 맞서는 면역 체계까지 있었을지 모른다. 침입자의 서열 일부를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다시 나타나면 알아보고 잘라 버리는 체계다. 혼자 외롭게 사는 것도 아니었다. 배출한 노폐물이 같은 해저에 사는 다른 미생물의 먹이가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오늘날의 모든 세균, 모든 고세균, 모든 동물과 식물과 균류,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까지, 모두가 공유하는 조상이 바로 이것이다. 생물학자들은 최후의 공통 조상이라고 부른다. 영어 약자인 LUCA를 읽으면 흔한 사람 이름인 ‘루카’처럼 들려서, 아예 그렇게 부르는 사람도 많다.

이 초상은 단 하나의 화석에도 기대지 않았다. 42억 년 전의 암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남아 있다 한들 ‘바로 이것이다’라는 표지가 달려 있을 리 없다.

지금 살아 있는 생물에서 거꾸로 추론해 얻은 그림이다. 무엇을 함께 가지고 있고 무엇이 없는지 비교하며, 한 걸음씩 과거로 돌아갔다. 이 글에서는 그 초상이 어떻게 그려졌는지, 어떤 선은 단단하고 어떤 선은 아직 흔들리는지 살펴보려 한다.

이 생각을 처음 내놓은 사람은 다윈이었다. 1837년, 그는 늘 지니고 다니던 공책에 작은 가지 그림을 그렸다. 줄기 하나에서 몇 가닥 가지가 갈라지고, 그 가지에서 다시 가지가 갈라지는 그림이었다. 위에는 ‘I think’라는 두 단어, 곧 ‘나는 생각한다’라고 적었다. 22년 뒤, 《종의 기원》의 끝부분에는 이런 말이 실렸다. 유추해 보건대, 지구에서 한 번이라도 살았던 모든 생물은 아마도 어떤 하나의 원초적 형태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다윈은 생각을 제시했지만 그것을 찾아낼 방법은 주지 않았다. 데이터로 답할 수 있는 질문이 되려면, 사람이 분자를 읽을 줄 알게 될 때까지 100년 넘게 더 기다려야 했다.

먼저 이름부터 분명히 하자. ‘최후’란 거슬러 올라갈 때 모든 계보가 마지막으로 한데 모이는 지점을 가리킨다. 시간상 맨 처음 나타난 생명이라는 뜻이 아니다.

인류 자체가 좋은 예다. 지금 지구에 살아 있는 모든 사람의 가계도를 거슬러 올라가면, 언젠가는 같은 한 사람에게 모인다. 2004년의 한 모형 연구는 그 사람이 불과 몇천 년 전에 살았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5편에서 다룰, 모든 현대인의 모계 조상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약 20만 년 전에 살았다. 그것은 어머니에서 어머니로 이어지는 한 줄만 거슬러 올라간 결과다. 물론 인류는 이 어느 쪽보다도 훨씬 오래되었다. 그 조상 이전에도 수많은 사람이 살았다. 다만 그들의 혈통은 중간에 끊겼거나, 이미 같은 줄기로 흘러들었을 뿐이다.

생명도 마찬가지다. 최후의 공통 조상 이전에 이미 긴 생명의 역사가 있었을 수 있다. 최초의 막, 최초의 대사, 처음으로 복제할 줄 알게 된 분자들이 등장하는 역사다.

동시대에 다른 생명도 많이 있었을지 모른다. 다만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후손을 남기지 못했기에 이 나무에는 들어 있지 않다. 8절에서 그들에게 다시 돌아오겠다.

그러므로 최후의 공통 조상이란 어떤 관계에 붙인 이름이다. 정의는 ‘오늘날의 모든 후손을 거슬러 올라갈 때 만나는 합류점’이다. 가령 내일 모든 세균이 멸종하고 고세균과 그 후손만 남는다면, 이 합류점은 곧바로 더 뒤의 시대로 옮겨 가 고세균 가지 안쪽에 놓일 것이다. 42억 년 전의 그 조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아직 살아 있는지가 달라진다.

관계는 암석 속에 남지 않는다. 설령 40억 년 전 세포 하나가 완벽하게 보존되어 현미경 아래 놓인다 해도, 그것이 바로 그 마디임을 증명할 방법은 없다. 조상의 사촌일 수도, 조상의 조상일 수도, 같은 시대의 곁가지일 수도, 그 조상의 어느 후손일 수도 있다. 이 대상은 살아 있는 후손에서 거꾸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

이 시리즈에서 말하는 구축, 그리고 그렇게 구축된 틀은, 결국 선 하나를 긋는 일이다. 선 안에 있는 것은 셈에 넣고, 바깥에 있는 것은 넣지 않는다. 그 선은 한 벌의 판정 기준처럼 사람이 그을 수도 있고, 한 겹의 막처럼 자연이 그을 수도 있다.

이번 글의 선은 ‘지금도 후손이 있다’는 사실에 그어진다. 후손이 있는 것은 모두 이 마디로 모인다. 후손이 없는 것은 당시 아무리 번성했어도 선 안에 들어오지 못한다.

2 공통의 장치

초상의 첫 획은 놀라운 사실 하나에서 시작된다. 지구의 모든 세포가 같은 핵심 장치 한 벌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1961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니런버그와 마테이는 한 종류의 글자만 거듭 이어 붙인 인공 리보핵산을 시험관에 넣고, 세포에서 꺼낸 단백질 제조 기계를 더했다. 그랬더니 페닐알라닌만 길게 이어진 단백질이 만들어졌다.

그렇게 유전 암호의 첫 ‘낱말’이 해독되었다. 같은 글자 세 개가 아미노산 한 종류에 대응했다. 몇 년 안에 코돈 64개를 모두 읽게 되었다. 세 글자의 조합 64가지가 아미노산 20종과 ‘여기까지’라는 종결 신호에 대응했고, 많은 아미노산에는 뜻이 같은 표기법이 여럿 있었다. 1968년, 니런버그는 유전 암호를 연구한 다른 학자 두 사람과 노벨상을 공동 수상했다.

뒤이은 발견은 더 뜻밖이었다. 세균, 효모, 옥수수, 쥐, 사람이 거의 같은 암호표를 쓰고 있었다. 같은 세 글자 조합이 대장균에서 어떤 아미노산을 가리킨다면, 사람에서도 바로 그 아미노산을 가리켰다.

미토콘드리아와 일부 생물만 조금씩 고쳐 썼다. 이를테면 사람의 미토콘드리아에서는 다른 곳에서 ‘멈춤’을 뜻하는 조합 하나를 트립토판으로 읽는다.

1968년, 크릭은 이 암호표를 ‘얼어붙은 우연’이라고 불렀다. 처음 어떻게 정해졌는지는 여러 우연에 달려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단백질이 그 암호로 쓰이게 되고 나면, 낱말 하나를 바꾸는 순간 수천, 수만 개의 단백질이 한꺼번에 잘못된다. 그래서 그대로 얼어붙었다.

공통인 것은 암호표만이 아니다. 단백질을 만드는 기계는 리보솜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종류의 세포에서 설계가 같다. 큰 소단위체와 작은 소단위체가 전령을 사이에 끼우고, 아미노산을 하나씩 이어 붙인다.

2000년 무렵, 연구자들은 마침내 리보솜의 원자 구조를 뚜렷이 보았다. 그리고 아미노산을 이어 붙이는 바로 그 단계를 담당하는 것은 리보솜 안의 리보핵산이며, 주위의 단백질은 조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리보솜 안에서 진짜 일을 하는 것은 리보핵산이다. 이 발견으로 많은 사람이, 생명이 DNA와 단백질을 쓰기 전에 주로 리보핵산에 의지하던 단계가 있었으리라고 믿게 되었다. 2009년, 리보솜 구조를 밝혀낸 과학자 세 사람이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단백질을 이루는 아미노산 20종도 어디서나 같은 한 벌이다. 좌우 구별이 없는 글리신을 빼면 모두 왼손형을 쓰고, 생명은 오른손형을 거의 쓰지 않는다. 왜 하필 왼손인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1969년 오스트레일리아 머치슨이라는 마을에 떨어진 운석에서 연구자들은 수십 종류의 아미노산을 찾았다. 그중 몇 종류에서는 왼손형이 조금 더 많았다. 그런 아미노산이 지구에 떨어지기도 전에, 우주에서 일어난 어떤 과정이 생명의 취향을 살짝 밀어 준 것은 아닐까. 그렇게 짐작하는 사람도 있다.

세포가 값을 치를 때 쓰는 에너지 분자도 모두 같은 아데노신 삼인산이다. 성인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만들었다가 쓰는 아데노신 삼인산을 다 합치면 자기 몸무게와 거의 맞먹는다. 세균도 이 분자를 쓴다. 유전자는 모두 DNA에 쓰이고, 먼저 RNA로 베껴진 뒤 단백질로 번역된다.

이 한 벌의 장치가 각기 독립적으로 여러 번 발명되었을 가능성은 낮다. 가장 단순한 설명은 모두 같은 출처에서 왔다는 것이다.

2010년,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교의 시어볼드는 이 ‘가장 단순한 설명’을 정식 통계 검정으로 옮겼다. 모든 생명에 있는 단백질 스무 가지 남짓을 골라, ‘모든 생명이 하나의 공통 조상에서 왔다’는 모형과 ‘서로 독립적인 여러 기원에서 왔다’는 모형 중 어느 쪽이 지금 관찰되는 서열을 더 잘 설명하는지 비교했다.

결과는 공통 조상 모형이 이기는 승산이 10의 2,860제곱 대 1이었다. 우주에 있는 원자를 전부 세어도 10의 80제곱 정도에 불과하다.

공통의 장치가 있으면 비교할 수 있다. 생물마다 같은 일을 하는 분자들이 있다. 같은 일을 맡은 분자라도 생물이 다르면 서로 다른 서열로 이루어지고, 그 서열은 글자 하나씩 맞대어 볼 수 있다.

두 생물의 같은 분자에 차이가 적을수록, 대개는 서로 갈라진 시기가 늦다. 여러 생물을 둘씩 짝지어 비교하면, 누가 먼저 갈라지고 누가 나중에 갈라졌는지 관계도를 그릴 수 있다. 이것이 분자 수준에서 그린 생명의 나무다.

생김새로도 나무를 그릴 수는 있지만, 멀리 가지 못한다. 개와 늑대는 닮았으니 가까운 친척이다. 개와 물고기는 닮지 않았으니 멀다. 하지만 차이가 큰 집단 사이로 넘어가면 생김새는 쓸모를 잃는다. 가까운 공통 조상이 없어도, 비슷한 생활을 하다 보면 두 생물이 닮을 수 있기 때문이다.

9편에서 에디아카라를 다룰 때 이 어려움을 다시 만나게 된다. 닮음은 공통 조상에서 올 수도 있고, 각자 독립적으로 비슷한 모습이 된 결과일 수도 있다. 나무를 세우는 데 쓸 수 있는 것은 앞의 경우뿐이다. 분자는 이 두 경우를 훨씬 또렷하게 가려 준다.

나무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든 가지가 한곳에 모인다. 그 합류점이 최후의 공통 조상이다.

3 나무의 모양

조상을 재구축하려면 먼저 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한다. 이 나무의 모양 자체를 놓고 40년에 걸친 논쟁이 있었다.

우즈 이전에도 생명의 나무는 여러 번 그려졌다. 1866년, 독일의 헤켈은 큰 가지 셋으로 이루어진 나무를 그렸다. 식물, 동물, 그리고 온갖 단세포 생물을 담은 또 하나의 가지였다.

1969년, 미국의 휘태커는 생물을 동물, 식물, 균류, 원생생물, 세균의 다섯 계로 나눴다. 이 나무들은 모두 눈에 보이는 형태와 영양을 얻는 방식을 따라 그렸다. 단세포 생물끼리 누가 가깝고 누가 먼지는 거의 손댈 엄두가 나지 않았다.

1977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의 우즈와 폭스는 당시로서는 꽤 이상해 보이는 일을 했다. 형태도 대사도 보지 않고, 분자 하나만 골라 모든 단세포 생물을 비교한 것이다. 리보솜에 있는 리보핵산의 한 구간이었다.

그것을 고른 이유는 세 가지였다. 모든 세포에 있으니 모든 생물을 비교할 수 있다. 변화가 무척 느려 아주 오래된 신호를 간직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혀 변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비교할 만한 차이가 남는다.

그가 고른 리보핵산 구간은 훗날 미생물을 알아보는 표준 도구가 되었다. 오늘날 흙이나 바닷물, 사람의 장에서 처음 보는 세균을 발견하면, 거의 언제나 맨 먼저 이 구간의 서열을 읽고 우즈가 그린 나무에 올려놓는다.

그때는 자동 염기서열 분석기가 없었다. 우즈는 이 리보핵산을 방사성 동위원소로 표시하고, 효소로 잘게 자른 뒤, 여과지 위에서 분리했다. 그 위에 감광 필름을 대고, 필름에 찍힌 반점을 한 장씩 가려 읽었다. 실험실의 라이트박스 앞에서 수천, 수만 장의 필름을 들여다보는 일이 십여 년 이어졌다.

그들이 얻은 결론은 당시의 눈에는 상당히 거슬렸다. 그전까지 생물은 세포핵이 있는 것과 없는 것,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세균은 뒤쪽에 속했다. ‘세포핵이 없다’는 말은 무엇이든 담아 두는 한 바구니였다.

우즈는 그 바구니에 사실 아주 깊이 갈라진 두 계보가 들어 있음을 발견했다. 하나는 보통의 세균이었다. 다른 하나는 늪, 온천, 소의 위에 살면서 메탄을 내놓는 미생물들이었다. 소 한 마리가 하루 동안 트림으로 내뿜는 수백 리터의 메탄은 주로 위 안의 이 미생물들이 만든다. 두 계보 사이의 차이는, 각각과 핵을 가진 생물 사이의 차이만큼 컸다.

그는 뒤쪽 집단에 처음에는 아르케박테리아라는 이름을 붙였고, 나중에는 아르케아, 곧 고세균으로 바꿨다. 1977년 11월, 《뉴욕 타임스》는 이 연구를 1면에 보도했다. 과학자들이 동식물 같은 복잡한 생물보다 오래된 생명의 형태를 발견했다는 제목이었다.

많은 동료가 믿지 않았고, 우즈는 그 일로 여러 해 동안 냉대를 받았다. 1990년, 우즈는 독일의 칸들러 등과 함께 세균, 고세균, 그리고 세포핵이 있는 진핵생물을 최상위의 세 분류군으로 공식화했다. 세 역이었다. 역은 종래의 계보다 한 단계 위였다. 2003년에는 노벨상이 다루지 않는 분야를 위해 마련된 크라포르드상을 받았고, 2012년에 세상을 떠났다.

세 역의 그림에서는 세균이 한쪽에 있고, 고세균과 진핵생물은 동등한 자매군이다.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레이크는 다른 그림을 제안했다. 진핵생물은 고세균의 자매가 아니라 고세균 안에서 뻗어 나온 가지라는 것이다.

그가 비교한 것은 리보솜의 겉모양이었다.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진핵생물의 리보솜과 열을 견디는 어느 고세균 집단의 리보솜에는 같은 작은 돌기가 있었다. 그는 그 고세균을 ‘새벽 세포’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이 생각이 주류가 되지 못했다. 비교할 수 있는 특징이 너무 적었고, 고세균 표본의 폭도 좁았다. 깊은 곳의 가지들은 한 가지 착시에도 쉽게 흔들렸다. 유난히 빨리 진화하는 두 가지는 친연관계가 없어도 그림 위에서 서로 끌려 붙는다. 이를 긴 가지 끌림이라고 한다.

전환점은 북극해 밑바닥에서 왔다. 그린란드와 노르웨이 사이 중앙해령에는 2008년에 발견된 열수 분출공 지대가 있다. 검은 굴뚝들이 성처럼 보였기에, 발견자들은 북유럽 신화의 변덕스러운 신 로키의 이름을 따 ‘로키의 성’이라 불렀다. 2015년,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의 연구팀은 그 근처 해저 진흙에서 이전에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고세균의 유전체를 조립했다. 로키고세균이었다.

등장 경로부터 특별했다. 이 생물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진흙 한 덩이에 든 유전물질을 통째로 뽑아 모두 서열을 읽은 다음, 계산으로 같은 생물에 속하는 조각들을 다시 맞췄다.

조립된 유전체에는 과거에 진핵생물만 가진다고 생각했던 여러 단백질의 가까운 친척이 있었다. 세포의 모양을 잡는 골격 단백질, 막의 작은 주머니에 짐을 싸서 나르는 단백질이었다. 2년 뒤, 이 집단은 큰 한 가족으로 확장되었다. 이번에도 북유럽 신화에서 이름을 가져와 아스가르드고세균이라고 했다. 아스가르드는 신들이 사는 곳이다.

가족의 여러 가지에는 로키, 토르, 오딘, 헤임달이라는 북유럽 신들의 이름이 각각 붙었다. 계통수에서 진핵생물은 이 가족 안에 놓였다. 2023년의 대규모 분석은 진핵생물의 가장 가까운 친척을 헤임달 가지 안의 작은 한 집단으로 좁혔다.

그리고 누군가 실제로 길러 냈다. 2020년,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의 이마치 히로유키 등은 일본 난카이 해곡의 수심 2,500미터가 넘는 해저 진흙에서 약 12년을 들여 마침내 아스가르드고세균 한 균주를 배양했다고 보고했다.

12년 동안 실험실에 심해 퇴적물의 조건을 재현하고, 이 지독히 느리게 자라는 생물을 조금씩 늘렸다. 세포가 한 번 분열하는 데 약 20일이 걸렸다.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서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에게서 가져왔다.

길러 낸 세포는 약 0.5마이크로미터로 아주 작고 둥글었다. 가늘고 길며 가지를 치는 촉수를 여러 가닥 뻗었다. 안에는 세포핵도, 내막도, 어떤 진핵세포 소기관도 없었다.

아미노산을 분해해 수소와 포름산을 내놓았다. 이 생성물을 곁의 동료 미생물들이 끊임없이 먹어 치워야, 에너지 면에서 반응의 수지가 맞았다. 동료 없이는 살 수 없었다.

동료 없이는 살지 못하고 긴 촉수를 뻗는 작은 고세균. 그것은 ‘진핵세포가 고세균과 세균의 오랜 공생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에 살아 있는 모습을 부여했다. 5편에서 그 공생을 다룰 것이다.

오늘날의 주류 견해는 진핵생물이 고세균 안에서 나왔으며, 생명의 나무를 최상위 분류로 나누면 세균과 고세균이라는 두 큰 가지가 된다는 것이다. 아스가르드의 어느 가지가 진핵생물에 가장 가까운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다.

나무의 뿌리가 어디인지는 또 다른 난제다. 보통의 관계도라면 이 집단 바깥에 있다고 이미 알려진 분류군을 기준으로 삼아, 그쪽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를 외군이라고 한다.

모든 세포 생명을 아우르는 나무에는 외군이 없다. 기준으로 쓸 네 번째 생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1989년, 일본 규슈 대학교 미야타 다카시의 연구팀과 미국의 고가르텐 등은 각자 같은 묘안을 떠올렸다. 최후의 공통 조상보다 앞서 한 차례 복제되어 사본 둘이 된 유전자들이 있다. 두 사본은 이후 따로 진화했으니, 서로를 외군으로 삼을 수 있다. 두 연구진은 두 종류의 오래된 중복 유전자를 써서 같은 방향을 얻었다. 뿌리는 세균 가지와, 고세균에 진핵생물을 합친 가지 사이에 놓였다.

나무의 모양은 재구축 결과를 곧바로 좌우한다. 세 역의 그림에서 어떤 유전자가 세균, 고세균, 진핵생물에 모두 있으면, 세 곳에서 독립적으로 보존된 것처럼 보여 조상까지 쉽게 거슬러 올릴 수 있다.

두 큰 가지의 그림에서는 진핵생물이 고세균 안에서 나중에 뻗은 가지이므로, ‘진핵생물에도 있다’는 사실이 독립적인 세 번째 증거가 되지 않는다. 조상을 재구축할 때 실제로 힘을 발휘하는 깊은 대조는 세균과 고세균, 두 쪽만 남는다.

4 이 조상이 가지고 있던 것

2016년,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 마틴의 연구팀은 이 조상의 유전자에 대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목록을 내놓았다.

세균과 고세균의 유전체 2,000개 가까이에서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약 610만 개를 꺼냈다. 먼저 기능이 가깝고 서열이 비슷한 것들을 무더기별로 묶었다. 같은 무더기의 유전자들은 같은 조상 유전자에서 왔다고 보았다. 이렇게 모인 무더기는 모두 약 28만 6,500개였다.

그다음 체질을 시작했다. 한 무더기를 ‘조상에게 이미 있던 것’으로 세려면 세균과 고세균 양쪽의 여러 큰 분류군에 함께 나타나야 했다. 그 무더기 자체의 관계도도 말끔해야 했다. 세균 쪽 서열은 한 가지로, 고세균 쪽 서열은 다른 가지로 모여, 둘이 또렷하게 나뉘어야 했다.

이 규칙은 옆으로 건너온 유전자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이야기는 6절에서 다룬다. 체에 거르고 나니 355개 무더기가 남았다. 1,000개 가운데 겨우 하나만 통과할 만큼 말끔했다.

이 355개 무더기에서 추론한 조상은 이런 모습이었다. 산소를 쓰지 않고 수소에서 전자를 얻으며, 이산화탄소를 유기물로 바꿀 수 있었다. 몸속 많은 효소의 활성 중심은 철과 황으로 이루어졌다. 높은 온도를 좋아했고,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할 수도 있었다.

마틴의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이 조상이 수소와 이산화탄소와 철이 풍부한 해저에 살았다고 보았다. 오늘날 해저의 알칼리성 열수 분출공 같은 곳이었다. 3편에서 다룰 대서양 중부의 ‘로스트 시티’, 높이가 60미터에 이르는 흰 굴뚝들이 그런 장소의 살아 있는 본보기다. 2000년 심해 탐사 도중 대서양 중앙해령 근처의 해산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다. 따뜻한 알칼리성 물을 뿜어내며, 검은 굴뚝에서 나오는 펄펄 끓는 산성 열수와는 완전히 다르다.

마틴과 영국의 지구화학자 러셀은 2003년 공동으로, 생명이 이런 알칼리성 열수 분출공에서 기원했다는 논증을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암석과 바닷물이 반응해 수소를 내놓고, 분출공 안팎의 산도 차이가 천연 전지처럼 작동한다. 조상이 이산화탄소를 조립해 유기물로 만들던 경로는 오늘날에도 아세트산 생성균이라는 세균들이 쓴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탄소 고정 경로일지 모른다.

8년 뒤, 브리스틀의 연구팀은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같은 일을 했다. 먼저 고세균 350개와 세균 350개의 유전체로 큰 나무를 세웠다. 그런 다음 수천 개 유전자 가족마다 그린 작은 나무를 하나씩 큰 나무에 대어 보았다.

의심스러운 유전자를 버리지는 않았다. 대신 모형 안에서 유전자의 수평 이동, 중복, 소실을 명시적으로 허용하고, ‘이 조상이 어떤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을’ 확률을 계산했다. 가장 엄격한 기준에서는 기능 단위 399개가 나왔다. 마틴 연구팀의 355개와 같은 규모였다.

그런 다음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존재 확률이 높은 유전자, 중간인 유전자, 낮은 유전자의 확률을 전부 더했다. 여기에 현대 유전체에서 ‘확실한 핵심 유전자가 전체의 얼마를 차지하는가’라는 비율을 이용해 조상의 완전한 유전체 규모를 추정했다. 약 275만 염기쌍,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 약 2,657개였다. 1절의 초상은 여기서 나왔다.

355와 2,657은 거의 열 배 차이다. 두 숫자 모두 맞다. 서로 다른 질문에 답하고 있을 뿐이다. 오래된 창고의 재고를 센다고 생각해 보자.

한 방법은 표지가 온전하고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상자만 등록한다. 그렇게 세고 나니 355개다. 다른 방법은 모든 상자를 살펴보고, 상자마다 ‘원래 여기에 있었을’ 가능성을 매긴 다음 그 가능성을 더한다. 그렇게 2,657을 얻는다.

앞의 방법은 빠뜨리는 것이 많고, 뒤의 방법은 추정에 더 의존한다. 등록 방식은 거의 하나하나 확실하지만 실제로 창고에 있던 많은 상자를 놓친다. 추산 방식은 놓치지 않지만 숫자 하나하나가 추정에 기대고 있다.

더 이른 연구들에서는 규칙이 달라 80개, 572개, 1,500개 안팎이라는 결과도 나왔다. 눈금이 서로 다른 자들이 나란히 놓인 것과 같다. 저마다 자기 규칙 아래에서는 정확하다.

2,600개가 넘는 유전자가 있으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브리스틀 연구팀은 조상의 유전자에서 단백질 제조 기계 한 벌, 핵심 대사망, 에너지 기계, 그리고 오늘날 세균이 바이러스를 기억하고 잘라 내는 데 쓰는 면역 체계의 부품을 찾았다.

이 면역 체계의 발견 자체도 한 편의 이야기다. 1990년대, 스페인 알리칸테 대학교의 모히카는 바닷가 염전의 고세균을 연구하다가 유전체에 이상한 반복 서열들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조각들이 끼어 있음을 알아차렸다.

그 조각들이 과거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에서 왔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십여 년이 걸렸다. 세포는 바이러스의 작은 일부를 자기 유전체에 베껴 넣어 기록으로 보관했다. 같은 바이러스가 다시 들어오면 기록에 맞춰 잘라 버렸다. 2012년, 미국의 다우드나와 프랑스의 샤르팡티에는 이 가위를 유전자 편집 도구로 바꾸었고, 2020년에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브리스틀의 추론이 맞는다면 이 가위의 조상은 40억 년도 더 전부터 쓰이고 있었던 셈이다.

원한을 기억하는 세포가 있었다면, 그 곁에는 이미 바이러스가 맴돌고 있었을 것이다. 모형 속에서 이 세포가 배출하는 아세트산과 수소는 다른 미생물을 먹여 살리기에 알맞았고, 이들은 함께 작은 생태계를 이루었다. 42억 년 전 해저에는 이미 먹이그물이 있었을지 모른다.

높은 온도를 좋아했는지는 다른 방법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옛 단백질을 ‘되살리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오늘날의 서열에서 수십억 년 전 어떤 조상 단백질의 서열을 추정하고, 실험실에서 합성한 다음 몇 도까지 작동하는지 측정한다.

2008년, 미국의 연구자들은 이 방법으로 세균의 조상이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던 오래된 인자 하나를 복원했다. 섭씨 60도대에서도 안정적이었다. 이후 일본 연구자들이 복원한 또 다른 옛 효소는 열을 더 잘 견뎠다. 수십억 년 전의 단백질이 오늘의 시험관에서 다시 접히고, 다시 일을 한다.

몇몇 특징에서는 두 연구의 판단이 완전히 같지 않다. 마틴 연구팀의 조상은 분명 고온을 좋아한다. 브리스틀 연구팀은 증거가 그렇게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는다고 본다. 질소를 고정하는 능력도 나중에 다른 곳에서 건너왔다는 견해가 있다. 초상의 윤곽은 단단하지만 세부는 아직 흔들린다.

5 이 조상에게 없는 것

무엇이 있었는지 세었으니, 이번에는 무엇이 없는지 세어 보자. 빠진 몇 가지가 오히려 가장 곤혹스럽다.

먼저 DNA를 복제하는 기계를 보자. 1999년, 미국 국립보건원의 쿠닌 등은 세균과 고세균의 DNA 복제 부품을 체계적으로 비교하다가, 지금도 유효한 대비 하나를 발견했다.

원료를 합성하고 손상을 고치는 것처럼 DNA와 관련된 주변 단계에서는 양쪽이 상동이다. 같은 조상에서 왔다는 뜻이다. 그런데 실제로 염색체 복제를 맡는 핵심 부품 가운데 여럿은 양쪽이 서로 다르다. 새 가닥에 글자를 하나씩 이어 붙이는 효소는 세균이 한 부류를 쓰는 반면, 고세균은 다른 한두 부류를 쓴다. 구조와 서열을 보면, 같은 조상 효소에서 갈라진 두 후손이 아니다. 박쥐의 날개와 곤충의 날개 같은 관계다. 시작을 맡는 효소와 두 가닥을 벌리는 효소 역시 양쪽에서 서로 다른 가족에 속한다.

두 큰 생물 집단 모두 이중 가닥 DNA에 정보를 저장하고, 두 가닥을 열고, 복제를 시작하고, 주형을 따라 새 가닥을 늘려야 한다. 하는 일은 같은데, 실제로 일하는 핵심 부품 여러 곳이 서로 다른 두 벌이다.

이 관찰은 20년 넘게 뒤집히지 않았다. 하지만 설명은 네 가지이고, 아직 어느 하나도 배제되지 않았다.

첫 번째 설명은 더 큰 구상과 이어진다. 1986년,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길버트는 그 구상에 ‘RNA 세계’라는 이름을 붙였다. DNA와 단백질의 분업 이전에는 리보핵산이 정보를 저장하면서 촉매도 맡아, 한 몸으로 두 일을 했다는 생각이다.

2절에서 말했듯, 리보솜에서 실제로 아미노산을 잇는 것은 리보핵산이다. 그것은 그 세계가 남긴 화석이다. 이 설명에 따르면 조상은 아직 주로 RNA에 정보를 저장했고, 현대식 DNA 복제는 두 가지가 갈라진 뒤 각자 자리를 잡았다. 난점은 양쪽이 DNA에 관한 주변 기계를 그렇게 많이 공유한다는 것이다. 그 기계들은 왜 그토록 오래되었을까.

다른 설명은 조상이 이미 DNA를 썼지만, 두 큰 집단이 나중에 복제의 핵심을 각각 갈아 끼웠다고 본다. 문제는 염색체 복제를 멈추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큰 교체를 해냈느냐는 것이다. 차를 몰면서 엔진을 바꾸는 셈이다.

또 다른 설명에서는 조상이 두 벌, 혹은 그보다 많은 복제 체계를 동시에 갖고 있었고, 세균과 고세균이 나중에 서로 다른 부분을 버렸다고 한다. 이러면 복제가 두 번 발명되었다고 가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생각보다 더 복잡한 조상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지막 설명은 바이러스를 불러들인다. 초기 바이러스들이 각자의 복제 기계를 가지고 서로 다른 세포 계보에 들어가, 다른 기계를 들여놓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는 지금도 복제 기계의 거대한 보물 창고다. 많은 바이러스의 중합효소는 세포에서 가까운 친척을 찾을 수 없다. 난점은 그렇게 오래된 바이러스 계보에는 대조해 볼 화석도 연속된 기록도 없다는 데 있다.

이번에는 막을 보자. 두 손을 내밀어 보라. 모양은 같지만 왼손을 아무리 돌려도 오른손과 포개지지 않는다. 엄지가 늘 반대쪽에 있기 때문이다. 분자도 그럴 수 있다. 같은 원자가 같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거울상이라 겹칠 수 없는 두 형태가 존재한다.

세균의 막 지질과 고세균의 막 지질이 바로 이런 관계다. 세균 막 지질의 골격은 한 입체 배치를 쓰고, 고세균은 그 거울상을 쓴다. 이어 주는 화학 결합도 다르고, 거기에 매달린 기름 성질의 긴 사슬도 다르다.

세 겹의 차이가 동시에 존재한다. 생물학자들은 이를 막 지질 분기라고 부른다. 고세균의 막은 특히 튼튼하다. 어떤 고세균에서는 막 지질의 양 끝이 연결되어 막 전체를 가로지르는데, 스테이플러 심을 줄지어 박은 것 같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거의 끓는 산성 온천에도 이런 고세균이 산다. 다른 세포라면 벌써 흩어져 버렸을 온도와 산도에서 평소처럼 살아간다.

조상의 막이 어떤 모습이었는지에도 여러 구상이 있다. 현대식 막이 이미 있었고, 두 큰 집단이 나중에 합성 체계를 바꾸었을 수 있다. 조상의 막에는 두 종류의 지질이 섞여 있었는데, 이후 두 가지가 각자 하나씩 굳혔을 수도 있다.

조상에게는 더 단순한 막만 있었고, 어느 거울상을 쓸지는 정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가장 급진적인 설명은 조상에게 자기 막이 없었다고 말한다. 해저 열수 분출공 암석의 작은 구멍에 살았고, 광물로 된 구멍 벽이 세포벽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혼합 막은 한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다. 반대 거울상의 지질을 섞으면 불안정하다는 이유였다. 2011년, 인공적으로 섞은 막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음이 입증되었다.

2018년, 네덜란드 흐로닝언 대학교 연구자들은 대장균을 바꾸어, 자기 세균형 막 지질뿐 아니라 고세균형 막 지질도 대량으로 만들게 했다. 바뀐 세포는 여전히 자라고 분열했다. 세포 하나가 두 거울상을 함께 담은 막 안에서 살 수 있었다.

분명히 가지고 있던 것들도 짚어 두어야 한다. 단백질을 만드는 리보솜은 모든 생명에서 핵심 부품의 상동성이 매우 높다. 복제 기계보다 훨씬 통일되어 있다.

유전 암호는 거의 어디서나 같다. 아미노산을 나르는 작은 분자들의 기본 구조도 매우 잘 보존되어 있다. 에너지 화폐를 만드는 회전 기계는 세균형과 고세균형이 깊이 갈라졌지만, 작동 원리와 일부 부품의 오래된 중복은 두 큰 집단이 갈라지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계는 3편에서 다룰 것이다. 막 양쪽의 이온 농도 차이가 회전을 밀어 주고, 한 바퀴 돌 때마다 에너지 분자 몇 개를 만든다. 막 양쪽의 이온 차이로 발전한다는 원리는 아주 오래되었다. 맨 처음 어떤 이온을 썼는지는 아직 확언할 수 없다.

그러니 이 조상은 기묘한 혼합물이다. 충분히 세포다운 번역 장치와 에너지 장치 한 벌을 갖췄지만, 양쪽에서 상동인 현대식 복제 체계 한 벌은 재구축할 수 없고, 막이 어느 유형이었는지도 정할 수 없다. 이를 근거로 아직 완전히 세포화되지 않았으며 느슨한 공동체에 더 가까웠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반면 브리스틀이 제시한 2,600개 넘는 유전자는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원핵세포 수준의 조상에 더 가깝다. 빠진 몇 가지가 이 초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빈자리다.

6 옆으로 가는 유전자

모든 재구축은 한 가지 가정 위에 올라서 있다. 유전자는 주로 부모에서 자식에게 전해진다는 가정이다. 세균에게서는 이것이 썩 든든하지 않다.

1928년, 영국 보건부의 의관 그리피스는 폐렴구균을 연구하다가 이상한 실험을 했다. 한 균주는 표면에 협막이 있어 생쥐를 감염시켜 죽였고, 다른 균주는 협막이 없으며 무해했다.

그는 병원성 균을 가열해 죽인 뒤, 살아 있는 무해한 균과 함께 생쥐에게 주사했다. 생쥐는 죽었다. 그 몸에서 분리한 것은 살아 있고, 협막이 있으며, 병원성도 있는 균이었다. 죽은 세균 안의 무엇인가가 살아 있는 세균을 바꿔 놓았다.

1944년, 미국 록펠러 연구소의 에이버리 등은 그것이 DNA임을 증명했다. 2년 뒤, 미국의 레더버그와 테이텀은 대장균끼리 직접 ‘접합’하여 한 세포가 다른 세포에 DNA 일부를 건넬 수 있음을 발견했다. 레더버그는 이 일로 서른세 살에 노벨상을 받았다.

유전자는 여러 길로 옆으로 갈 수 있다. 세균은 주변 물에서 DNA 한 조각을 곧바로 주워 자기 유전체에 넣을 수 있다. 임시로 만든 가느다란 관을 통해 다른 세균에게서 한 조각을 받을 수도 있다.

바이러스에 실려 이사하기도 한다. 바이러스가 어느 세균에서 나올 때 숙주 DNA의 일부를 함께 챙겼다가, 다음 세균에 주입하는 것이다. 이 세 길은 모두 상대가 친척인지 따지지 않는다. 이를 수평적 유전자 이동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먼 이야기가 아니다. 1959년, 일본 연구자들은 이질균의 여러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한 벌 통째로 다른 세균에게 전달되고, 심지어 무해한 대장균에서 이질균으로도 넘어갈 수 있음을 발견했다. 내성 유전자는 독립적으로 복제하는 작은 고리 모양 DNA에 담겨 있었다. 플라스미드라고 한다. 병원에서 세균의 약제 내성이 그렇게 빨리 퍼지는 중요한 이유 하나가, 내성 유전자들이 한 덩어리째 세균 사이를 건너갈 수 있다는 점이다. 친척일 필요도, 심지어 같은 종일 필요도 없다.

얼마나 흔한 일일까. 2008년, 독일 연구자들은 세균과 고세균 유전체 181개를 분석해, 유전체마다 평균적으로 적어도 80퍼센트의 유전자가 역사상 어느 때엔가 수평 이동에 참여했으리라 추정했다. 수십억 년을 합쳐 ‘적어도 한 번’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80퍼센트가 평생 한 번 이상 이사했다’는 말과 같다. 지금 사람의 80퍼센트가 막 이사한 집에 살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1998년, 우즈는 더 근본적인 생각을 내놓았다. 생명의 아주 이른 단계에는 세포 부품들이 아직 서로 단단히 맞물려 있지 않았고, 의존 관계도 느슨했다고 보았다. 외부 부품을 쉽게 끼울 수 있었으며, 수평 교환이 일상이었다는 것이다.

세포의 설계가 점점 통합되고 부품 사이의 의존이 촘촘해지면, 외래 부품은 갈수록 많은 동료와 동시에 맞아야 한다. 옆에서 들어온 것으로 교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그제야 안정적인 수직 계보가 서서히 두드러진다. 2002년, 그는 이 전환을 정식으로 ‘다윈의 문턱’이라고 불렀다.

이 생각에 따르면 나무는 처음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다. 나무 모양 자체가 진화 도중 뒤늦게 나타나, 점점 또렷해진 성질일 수 있다. 이는 이론 모형이다. 그 일이 어느 해에 일어났는지 측정한 사람은 없다.

1999년, 캐나다 댈하우지 대학교의 둘리틀은 《사이언스》에 이렇게 썼다. 세균, 고세균, 초기 진핵생물의 유전체에 여러 출처에서 온 수많은 유전자가 섞여 있다면, 유전체 전체를 엄격한 위계적 분류에 억지로 넣는 일에는 자연적 근거가 없을 수도 있다.

그는 동시에, 분자 서열에 근거한 분류는 여전히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가 의심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모든 유전자에 대해 옳은, 단 하나의 생명의 나무가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다.

같은 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레이크 등은 멋진 가설을 제시했다. 크고 긴밀하게 협력하는 체계에 참여하는 유전자는 비교적 독립적인 유전자보다 수평 이동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보솜에는 수십 개 부품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외래 부품 하나가 받아들여지려면 그 수십 개 모두와 동시에 맞아야 한다. 대사의 한 단계만 맡는 효소는 보통 자기 단계만 잘 해내면 된다.

뒤이은 연구에서 이 경향은 사실로 드러났다. 다만 절대적인 장벽은 없었다. 어떤 고온성 세균에서는 나무를 그릴 때 가장 전형적으로 쓰는 그 리보솜 리보핵산 구간을 다른 문에서 온 것으로 바꿔도 세포가 살아남았다.

대량의 수평 이동과 수직의 골격은 함께 존재할 수 있다. 보존성이 높은 핵심 유전자 수십 개에서 100개 이상을 쓰면, 지금도 세균과 고세균의 큰 골격을 안정적으로 복원할 수 있다. 주변으로 갈수록 그물은 더 촘촘해진다.

2018년, 같은 과에 속한 세균 105개의 유전체를 비교한 연구에서는 광합성 관련 유전자 33개 각각의 관계도가 종의 관계도와 넓은 범위에서 맞지 않았다. 지금의 분포를 설명하려면 적어도 일곱 번은 한 벌 통째로 이사해야 했다.

어떤 세균 계통이 오늘날 광합성을 한다고 해서, 그 능력을 조상에게 물려받았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종의 계보가 한 줄이라면, 광합성 유전자의 계보는 다른 한 줄이다. 두 줄은 겹치지 않는다.

7 언제였을까

최후의 공통 조상은 언제 살았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분자 시계가 필요하다.

1960년대 초,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주커칸들과 폴링은 서로 다른 동물의 헤모글로빈을 비교했다. 두 동물이 갈라진 지 오래될수록 헤모글로빈 서열의 차이가 많았고, 그 차이는 대체로 일정한 속도로 늘어났다.

그들은 이를 바탕으로 분자에 쌓이는 변화를 시계로 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여러 번 베껴 쓴 두 문서에 오자가 많을수록, 같은 원본에서 갈라져 베끼기 시작한 때가 더 오래되었다는 것과 같다.

분자 시계는 등장하자마자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1967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사리치와 윌슨은 면역학적 방법으로 사람과 침팬지의 혈청 단백질을 비교했다. 두 계통이 갈라진 때는 불과 약 500만 년 전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당시 고인류학계의 주류 견해는 1,500만 년 이상 전이었다. 논쟁은 십여 년 이어졌고, 결국 분자 시계 쪽이 대체로 이겼다.

이 비유에서는 곧바로 두 가지 문제가 따라 나온다. 하나는 베끼는 속도가 같지 않다는 것이다. 빨리 변하는 계보도, 느리게 변하는 계보도 있다. 같은 분자라도 가지에 따라 속도가 몇 배씩 다를 수 있다.

오늘날에는 나무 안에서 속도가 달라질 수 있게 하고, 통계로 추정한다. 또 하나는 시계가 상대적인 앞뒤만 알려 준다는 점이다. 몇 년인지로 바꾸려면 적어도 몇몇 마디의 시간을 독립적으로 못 박아야 한다. 그 못은 화석과 암석에서만 가져올 수 있다.

2024년 브리스틀 연구팀은 이렇게 시간을 못 박았다. 모든 세포 생명의 나무에는 외군이 없으므로, 조상 이전에 이미 중복되었던 오래된 유전자 다섯 쌍을 썼다.

같은 분기는 두 사본에 마디를 하나씩 남긴다. 두 마디의 시간은 같아야 하므로, 둘을 묶으면 ‘외군이 없다’는 난제를 피할 수 있다. 그들은 보정점 13개를 썼다. 가장 오래된 상한은 약 45억 1,000만 년 전 달의 형성에서 왔고, 가장 깊은 생물학적 보정은 약 29억 5,000만 년 전의 지구화학적 제약에서 가져왔다.

결과는 약 42억 년 전이었다. 신용구간은 약 40억 9,000만 년 전부터 43억 3,000만 년 전 사이였다. 속도 모형을 바꾸면 하한이 약 9,000만 년 움직인다. 여러 분석을 모두 포함하면 범위는 약 39억 4,000만 년 전에서 45억 2,000만 년 전까지 넓어진다.

더 이른 연구들도 아주 오래된 연대를 가리켰다. 2018년, 102종과 보존성이 높은 유전자 29개를 이용한 연구는 이 조상을 39억 년 전보다 앞에 놓았다. 2023년 브리스틀 연구팀이 에너지 기계를 다룬 다른 연구에서는 대체로 45억 2,000만 년 전부터 43억 2,000만 년 전 사이에 두었다.

가장 어려운 점은 못들이 모두 목표에서 멀리 있다는 것이다. 40억 년 전 단세포 생물의 화석은 대개 ‘여기에 생명이 있었다’는 것만 말해 준다. 세균의 어느 가지에 속하는지 말하기도 어렵고, ‘이것이 최후의 공통 조상이다’라고 표시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실제로 쓸 수 있는 생물학적 보정점은 대부분 목표보다 10억 년 이상 뒤에 있다. 거기서 속도를 나무의 뿌리 쪽으로 외삽해야 한다. 뿌리 부근의 시간은 이 외삽을 어떻게 하느냐에 크게 달려 있다.

암석 쪽에도 나름의 단서가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잭힐스에는 41억 년 전의 지르콘 알갱이들이 있다. 2015년, 연구자들은 그중 하나에서 작은 흑연 입자를 찾았다. 그 탄소는 가벼운 쪽에 치우쳐 있어 생물이 남긴 탄소와 비슷했다.

이것만으로 당시 이미 생명이 있었다고 증명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42억 년 전에 이미 복잡한 세포가 있었다’는 초상과 충돌하지도 않는다. 앞선 글에서는 약 35억 년 전의 명확한 생명 증거를 다뤘다. 공통 조상은 그보다 오래되어야 한다.

이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계산해 보자. 지구는 약 45억 년 전에 만들어졌고, 달은 약 45억 1,000만 년 전 거대한 충돌로 태어났다. 화성만 한 천체가 원시 지구에 부딪혔고, 튀어나온 파편이 뭉쳐 달이 되었다.

1편에서 말했듯, 한때는 약 39억 년 전에도 운석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대충돌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아예 없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리스틀의 연대를 따르면, 설령 그런 시기가 있었다 해도 생명은 그 전에 이미 나타났고 그 시기를 견뎌 냈다. 최후의 공통 조상이 약 42억 년 전에 살았다면, 지구가 생긴 뒤 유전자 2,600개를 가진 세포가 나타나기까지 3억 년 안팎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그 이전에는 막, 암호, 리보솜을 하나씩 만들어 내는 더 이른 생명의 역사가 있어야 한다. 이 행성에 생명은 놀랄 만큼 일찍 왔다.

8 후손을 남기지 못한 것들

최후의 공통 조상의 정의가 요구하는 것은, 오늘날의 모든 세포 생명을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 모인다는 것뿐이다. 그 시대에 그것만 존재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후의 공통 조상 앞에는 더 긴 이야기가 있다. 1871년, 다윈은 친구 후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생명의 첫 모습을 상상했다. 어느 따뜻한 작은 연못에 암모니아, 인산염, 빛, 열, 전기가 있고, 단백질 같은 화합물이 거기서 생겨나 더 복잡한 변화를 맞을 준비를 한다. 그 역사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후손을 남기지 못했다.

그보다 먼저 갈라진 계보가 있었을 수 있다. 같은 시대에 살다가 나중에 멸종한 자매군도 있었을 수 있다. 유전물질을 자주 주고받아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미생물 무리들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들은 무언가를 남겼을까.

2005년,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의 철학자 클리랜드는 지구에 지금도 ‘그림자 생물권’이 살아 있을지 모른다고까지 제안했다. 우리와 조상을 공유하지 않고 다른 화학을 쓰는 미생물들이 있는데, 우리의 검출법은 알려진 생명에 맞춰 설계되어 있어 계속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다. 아직 아무런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핵심을 짚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에 맞춰 짠 그물로 생명을 찾고 있다.

현재 어떤 지구화학적 신호도 ‘최후의 공통 조상의 후손에 속하지 않는 독립 계보에서 왔다’고 믿을 만하게 지목할 수 없다. 탄소 동위원소, 황 동위원소, 오래된 미세 구조가 당시의 생물 활동을 입증할 수 있다 해도, 그 생물의 계보까지 가려 주지는 못한다.

어떤 계보가 후손을 남기지 않았고, 식별 가능한 유전자를 나중에 살아남은 계보에 수평으로 전달하지도 않았으며, 계보의 특징이 담긴 물질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면, 현존 유전체로는 원리상 복원할 수 없다. 그에 관한 정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이 사라졌다.

살아남은 계보에 유전자를 옆으로 건넨 적이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오늘의 유전체에 큰 줄기와 이어지지 않는 외딴 깊은 가지의 유전자가 남았을 수 있다. 하지만 ‘멸종한 초기 계보에서 왔다’를 ‘유난히 빨리 진화했다’ 또는 ‘아직 표본을 얻지 못한 현생 집단에서 왔다’와 구별하기는 극도로 어렵다.

바이러스와 세포가 얽힌 역사는 지금도 우리 몸에 쓰여 있다. 사람 유전체의 약 8퍼센트는 옛 레트로바이러스가 끼워 넣은 흔적이다. 수천만 년 동안 대대로 전해졌으며, 일부는 빌려 쓰여 제 몫을 하게 되었다. 태반에서 세포의 융합을 돕는 단백질 하나는 오래된 바이러스의 외피 유전자에서 왔다.

이 빈자리를 채우는 데 바이러스가 자주 불려 온다. 일부 바이러스의 핵심 복제 유전자는 아주 오래되었으며, 바이러스는 나중에 세포에서 빠져나간 조각에 불과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심지어 초기 세포에 서로 다른 복제 체계를 들여오는 데 참여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5절의 마지막 설명이 그것이다.

실제로 바이러스에는 널리 퍼져 있으면서도 세포에서는 단순한 대응물을 찾을 수 없는 단백질들이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와 숙주는 유전자를 너무 자주 주고받는다. 바이러스끼리도 리보솜처럼 두루 쓰이는 표지가 없다. 세균과 고세균의 뿌리에 믿을 만하게 접속할 바이러스 나무를 세울 수 없는 이유다.

거대 바이러스는 한때 네 번째 생명을 찾았다는 생각을 불러왔다. 1992년, 영국 브래드퍼드의 한 병원 냉각탑 물에서 아메바에 기생하는 미생물이 분리되었다. 보통 현미경으로도 보일 만큼 커서 처음에는 세균으로 여겼다.

2003년, 프랑스 연구자들은 그것이 사실 바이러스임을 확인했다. 유전자 수가 일부 세균보다 많았다. ‘세균을 흉내 내는 바이러스’라는 뜻으로 미미바이러스라고 이름 붙였다. 10년 뒤, 프랑스 마르세유의 연구자들은 칠레 앞바다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연못에서 더 큰 판도라바이러스를 찾았다. 유전체는 많은 세균보다 컸고, 유전자 대부분은 알려진 생물에서 대응물을 찾을 수 없었다. 2010년, 거대 바이러스의 단백질 몇 가지를 비교한 연구에서 일부 관계도가 이들을 생물의 세 큰 집단 바깥에 있는 깊은 가지에 놓았다. 여기서 ‘제4의 역’이 제안되었다.

1년 뒤 재분석에서는 그 깊은 가지가 긴 가지 끌림과 모형 선택 때문에 생겼다는 결론이 나왔다. 2014년의 더 폭넓은 분석은 작은 DNA 바이러스도 숙주에게서 차근차근 유전자를 모아 커질 수 있으므로, 멸종한 제4의 역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오늘날까지 널리 받아들여지는 네 번째 세포 생명의 역은 없으며, 널리 인정되는 ‘그림자 계보’의 후보도 없다.

구축된 틀에 담기지 않으면서 없애 버릴 수도 없는 부분을, 이 시리즈에서는 잔여항이라고 부른다. 이번 글에서 구축된 틀은 하나의 마디다. 위치는 분명하다. 오늘날의 모든 세포 생명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곳에서 만난다. 여기에는 잔여항이 둘 있다.

첫 번째 잔여항은 건축 자재 자체가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나무가 성립하려면 유전자가 주로 부모에서 자식으로 전해져야 한다. 그런데 세균의 유전자들은 대량으로 옆으로 간다.

핵심 유전자에는 아직 알아볼 수 있는 수직 골격이 남아 있다. 주변으로 갈수록 그물에 가까워진다. 우즈가 옳다면 나무 모양 자체가 나중에 서서히 결정화한 것이다. 이 마디가 있는 구간은 바로 나무가 아직 완전히 모습을 갖추지 못한 때일 수 있다.

두 번째 잔여항은 후손을 남기지 못한 생명들이다. 그들은 증거가 닿을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최후의 공통 조상 자체에 표본이 없는 이유는 그것이 관계이기 때문이다. 관계는 암석에 남지 않는다. 같은 시대에 살면서 후손을 남기지 못한 생명들은 관계조차 남기지 않았다. 암석에도, 살아 있는 어떤 유전체에도 그들은 없다.

두 종류의 부재를 가를 수 없는 상황은 앞으로도 거듭 등장한다. 9편의 에디아카라 생물과 11편의 화석 기록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어떤 것이 기록에 없다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일까. 아니면 있었지만 흔적을 남기지 못한 것일까.

그래서 이 마디는 이렇게 그려진다. 살아 있는 생물들이 함께 가진 것으로 위치를 잡고, 함께 결여한 것으로 윤곽을 그린다. 공유하는 부분은 끊임없이 수평 이동에 뒤섞인다. 부재하는 부분에는 가를 수 없는 두 가지가 섞여 있다. 한 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리고 존재했지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

42억 년 전의 세포 하나. 유전자 2,600개를 지니고, 수소를 먹으며, 아세트산을 내보냈다. 어쩌면 벌써 바이러스를 기억할 줄 알았다. 해마다 초상의 윤곽은 더 선명해지지만, 그 둘레에는 늘 보이지 않는 공백이 펼쳐져 있다. 판정 기준은 아직 거르고 있다. 유전자는 아직 옆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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