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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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 · 경제
제10편 · 총 23편

한계혁명: 가치가 의식에 들어갔다가 숫자로 나온 순간

제번스·멩거·왈라스는 가치의 질문을 마지막 한 단위와 주관적 판단, 연립 시장의 균형으로 옮겼다. 경제학이 통일된 수학 언어를 얻는 동안 정의와 제도, 시간과 협상은 학문 경계 밖으로 이동했다.

Han Qin (秦汉)

1871년은 한순간이 아니었다

1862년 케임브리지의 학술대회에서 스물일곱 살 윌리엄 스탠리 제번스의 짧은 논문이 낭독되었지만 거의 반응을 얻지 못했다. 존 스튜어트 밀이 가치법칙에는 더 밝힐 것이 없다고 자신하던 시대였다. 제번스가 1871년 책을 내고, 같은 해 카를 멩거가 빈에서, 1874년 레옹 왈라스가 로잔에서 서로 다른 길을 내놓은 뒤에도 즉각 혁명은 일어나지 않았다.

후대의 교과서는 세 사람을 공동 발견자, 1871년을 한계혁명의 원년으로 묶었다. 그러나 서로 긴밀히 연락한 팀도 아니었고 수학 사용과 가격관, 연구 대상도 크게 달랐다. 사건이라기보다 한 세대에 걸친 과정이었고, 왜 시작되었는가만큼 왜 늦게 승리했는가를 설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공통된 변화는 있다. 경제학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을 공통 척도에 올리는 일을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변호했다. 경제는 수량을 다루므로 수학과학이어야 하며 교환가치는 측정 가능한 양이라는 주장이 책과 강의실에 들어왔다. 구가 자기 계산법에 이론적 정당성을 부여한 순간이다.

마지막 한 단위와 샘가의 물

제번스는 가치가 효용에 달려 있다고 선언했지만 총효용이 아니라 마지막 한 단위의 효용을 보았다. 물은 삶에 필수지만 풍부한 곳에서는 마지막 한 컵의 긴급성이 낮고, 다이아몬드는 전체 쓸모가 작아도 희소한 마지막 한 개의 중요성이 크다.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은 질문의 위치를 바꾸자 풀렸다.

노동과 비용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동은 생산비와 공급량을 바꾸고, 공급량은 마지막 단위의 효용에 영향을 주므로 간접 요인이 되었다. 고전학파가 묻던 생산과 분배의 문제는 틀렸다고 폐기되기보다 가격을 직접 결정하는 자리에서 한 단계 뒤로 이동했다.

멩거는 수식 없이 더 급진적인 말을 했다. 가치는 물건에 붙은 객관적 성질이 아니라 필요와 물건의 관계에 대한 판단이다. 샘가에 물이 넘치면 가치가 없다가 샘이 마르면 같은 물에 가치가 생긴다. 사람은 효능 없는 약을 유용하다고 믿듯 판단을 틀릴 수도 있다. 가치가 의식 안으로 들어왔지만, 이론은 그 안에서 모두가 읽을 수 있는 수를 요구했다.

말 한 마리의 가격은 점이 아니다

멩거의 교환 사례에서 말 한 마리를 가진 판매자와 곡물을 가진 구매자의 평가가 다르면 거래 가능한 가격은 한 점이 아니라 구간이다. 판매자가 받아들일 최저선과 구매자가 낼 최고선 사이 어디에서든 양쪽이 이익을 볼 수 있다. 실제 가격은 누가 더 급하고 대안이 있으며 협상에 능한지에 따라 달라진다.

경쟁자가 늘면 구간은 좁아지지만 무한한 참가자와 완전한 정보라는 극한에 이르기 전에는 완전히 한 점이 되지 않는다. 멩거가 불연속성과 오판, 협상을 남긴 이유다. 공정가격론은 도덕에서, 멩거는 주관적 평가에서 출발했지만 둘 다 실제 가격이 허용 범위 안에서 형성된다고 보았다.

방정식에는 구간보다 점이 편하다. 사람마다 다른 사정과 기다릴 능력, 정보 격차를 지우면 가격은 깔끔한 하나의 수가 된다. 그러나 바로 그 차이 때문에 절박한 구매자는 구간의 꼭대기 값을 내고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은 낮은 값을 얻는다. 익명의 가격은 자연적으로 익명인 것이 아니라 참여자의 구체성을 덜어 내어 만든 결과다.

24프랑과 세 개의 방

왈라스는 시장 하나가 아니라 모든 시장의 가격이 동시에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물었다. 밀 100리터가 24프랑이라는 문장을 자연현상이자 수학현상으로 보고 수요·공급과 희소성의 연립방정식을 세웠다. 완전경쟁에서 올바른 교환이란 각자가 마땅히 받을 것을 얻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같은 비율로 거래하는 일이 되었다.

이 치환은 양면을 가졌다. 신분과 종교에 따라 다른 가격을 매기던 오랜 질서를 부수고 누구나 같은 시장 비율로 대하는 해방의 힘이 있었다. 동시에 마땅함과 존엄, 분배 정의는 가격이 답할 질문에서 빠졌다. 동일한 비율은 편견을 막지만 출발점의 불평등을 심판하지 않는다.

왈라스는 세계를 교환가치의 순수경제학, 산업의 응용경제학, 재산과 정의의 사회경제학으로 나누었다. 계급, 법, 관습, 정책과 분배는 부정되지 않고 옆방으로 옮겨졌다. 완전경쟁의 가상 경매인도 방정식 밖에서 가격을 외치고 수요와 공급이 맞을 때까지 조정한다. 비인격적 시장의 해를 얻는 데도 이름 없는 행위자가 필요했다.

통일 언어가 닫은 문

한계분석은 재생산할 수 없는 그림과 토지, 단기 가격까지 고전적 생산비 이론보다 넓게 다뤘다. 소비, 생산, 요소 보수와 시장청산을 하나의 언어로 연결했고 한계, 균형, 탄력성, 기회비용은 오늘날 비판자도 사용하는 공통 문법이 되었다. 수학화는 시험과 검증, 전문 학술지에 적합해 학문적 권위도 높였다.

그 승리는 늦고 불균등했다. 제번스는 오래 무시되었고 멩거는 역사학파의 냉대를 받았으며 왈라스는 동료들에게 책을 보내고도 답을 거의 받지 못했다. 1890년 마셜의 종합과 학과·학회·교과서가 새 문법을 가르치면서 세 갈래의 계보가 한 혁명으로 압축되었다. 구는 자기 기원까지 깔끔한 연표로 만들었다.

착구주기율에서 이번 착은 학문의 경계를 안쪽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제도, 시간, 신용, 협상과 정의를 틀렸다고 반박하지 않고 핵심 학문이 다루지 않는 조건으로 둔다. 덕분에 문 안의 계산은 닫혔지만 여항은 세계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1936년 케인스가 기대와 관습, 군중심리를 다시 들여왔듯 닫힌 문 밖의 문제는 다른 입구로 돌아온다.

중문 원문의 논증과 사료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의 호흡에 맞게 구성과 문장을 새로 짠 독립 편집·재구성판이다. 中文・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