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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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知道德經解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제57장 · 총 81장

규칙을 하나 더 만들기 전에

秦汉(대지) · Han Qin

이 장의 중국어 원문

백서 정리본 · 이 주석에서 채택한 중국어 본문

以正治邦,以奇用兵,以无事取天下。吾何以知其然哉?夫天下多忌讳而民弥贫,人多利器而国家滋昏,民多伎能而奇物滋起,法物滋彰而盗贼多有。是以圣人之言曰:我无为也而民自化,我好静而民自正,我无事而民自富,我欲无欲而民自朴。

판본과 구두점에 관하여

저자의 『道德经注·君子不器』에서 채택한 백서 정리본을 따릅니다. 갑본과 을본을 함께 참고하고 글자를 교정하거나 보충한 본문으로, 어느 한 사본을 글자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장 번호는 통행본을, 구두점은 이 주석을 따릅니다. 읽는 언어를 바꾸어도 경문의 중국어 표기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 장의 바탕이 된 논문 읽기 (영어·중국어)

1. 어제의 대책이 오늘의 업무가 된다

실수가 한 번 생겨 확인란을 추가했다. 다른 부서와 생긴 혼선을 막으려고 승인하는 사람도 늘렸다. 각각의 대책에는 당시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나자 일을 시작하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정작 본래 일보다 오래 걸린다.

누군가 어려움을 말하면 이번에는 어려움을 보고하는 양식이 생긴다. 현장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는 방법보다 문제없이 칸을 채우는 방법에 익숙해진다. 규칙은 늘었지만 판단력은 자라지 않았다.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 같았는데 아무도 결정하지 못하는 자리가 넓어졌다.

57장의 질문은 이런 증가를 향한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손이 무엇인가 더하는 쪽으로만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만든 대책이 해결하려는 문제를 다른 모습으로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규칙이 많으면 반드시 나쁘고 적으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안전을 지키는 규칙과 부당한 대우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는 사람을 자유롭게 하기도 한다. 다시 볼 것은 수뿐 아니라 규칙이 실제로 무엇을 하게 하고 누구의 부담을 늘리며 무엇을 지키는지다.

2. 정과 기와 무사라는 세 방향

‘以正治邦,以奇用兵,以無事取天下.’ 바름으로 나라를 다스리고 뜻밖의 수로 군사를 쓰며 일을 일으키지 않음으로 천하를 얻는다. 질서 있는 통치, 의외성을 쓰는 군사 행동, 불필요한 일을 벌이지 않는 다스림이 나란히 대비된다.

이를 규칙은 낮은 단계, 책략은 그 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라는 보편적 순위표로 만들 필요는 없다. 규칙과 전략에는 각각 쓰이는 자리가 있다. ‘取天下’도 먼저 고대의 통치와 천하의 획득에 관한 말이지 현대의 신망을 얻는다는 뜻으로 곧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오늘의 조직으로 가져올 질문은 있다. 한 사안을 통과시키는 데 유효한 지시나 경쟁에서 한 번 이기기 위한 기발한 전략이 사람들이 오래 안심하고 일할 조건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매번의 승부를 지휘할 수 있어도 매일의 판단을 모두 대신 맡을 수는 없다.

‘無事’는 그 한계를 아는 태도로 읽을 수 있다. 필요한 일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사람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일을 늘리지 않는다. 천하를 강하게 붙잡으려는 손을 물었던 29장, 불필요한 작용을 덜어 내던 48장과도 이어진다.

방향을 분명히 하고 필요한 자원을 준 다음 그 이후의 판단에는 여지를 남긴다. 조용한 환경은 아무도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환경이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 일에 힘을 쓸 수 있도록 불필요한 흔들림을 줄인 환경이다.

3. 네 대비가 바꾸는 시선

‘吾何以知其然哉.’ 내가 무엇으로 그러함을 아는가. 그 뒤로 네 가지 대비가 이어진다. 천하에 금기가 많으면 백성은 더 가난해지고, 사람에게 이로운 도구가 많으면 나라는 더 혼란해지며, 재주가 늘면 기이한 물건이 생기고, 법과 제도가 더욱 뚜렷해지면 도적이 많아진다.

먼저 ‘多忌諱而民彌貧’은 제한의 부담에 눈을 돌리게 한다. 일할 때마다 허가를 받고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할 때마다 질책받는다면 생산과 생활에 쓸 힘이 줄어든다. 회사에서 승인 절차가 여러 겹이면 담당자는 개선보다 누구에게도 혼나지 않을 순서를 지키는 데 힘을 쓰게 된다.

‘人多利器而國家滋昏’의 ‘利器’에는 무기나 유리하게 작용하는 도구 등 여러 해석이 있다. 여기서는 경쟁과 지배에 유리한 수단이 늘어도 전체를 더 잘 보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부서마다 자기에게 유리한 숫자만 다듬으면 조직 전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오히려 흐려진다.

‘民多伎能而奇物滋起’도 기술과 과학을 통째로 의심하는 문장으로 만들 일은 아니다. 기교가 필요에 응답하기보다 눈길을 끌고 이기고 규칙을 빠져나가는 데 쓰이면 창의성의 방향이 달라진다. 플랫폼의 규칙이 이용자의 실제 사정과 맞지 않으면 건전한 활동보다 판정을 피하는 기술이 발달할 수 있다.

‘法物滋彰而盜賊多有’는 법과 제도가 눈에 띄게 정비되는 것과 부정이 줄어드는 것 사이에 자동적인 연결이 없음을 드러낸다. 그렇다고 도둑질을 금지하면 도둑질이 생긴다는 인과 법칙은 아니다. 폭력을 금지하는 법은 사람을 보호할 수 있다. 문제는 부담만 무겁고 적용이 불공정하며 위반을 숨기는 쪽이 이득인 제도다.

가정에서도 이유를 말하지 않는 금지가 쌓이면 아이는 판단보다 숨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약속까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네 대비를 읽는 힘은 모든 제한을 걷어 내는 기세가 아니라 어떤 조건이 회피와 속임수를 키우는지 확인하는 주의에 있다.

4. 네 번의 ‘나’는 다른 사람이 움직일 자리를 남긴다

후반에는 성인의 말로 네 문장이 나온다. ‘我無為也而民自化,我好靜而民自正,我無事而民自富,我欲無欲而民自樸.’ 스스로 변화하고 바르게 되며 풍요로워지고 소박해진다. 그 주체가 백성이라는 점을 보아야 한다. 다스리는 사람이 한 사람씩 완성품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이 아니다.

‘我無為’를 관리자의 일로 가져오면 목표와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자료와 시간, 의논할 곳을 마련한 뒤 모든 결정을 도로 가져오지 않는 것이다. 맡은 사람이 생각할 범위를 실제로 넘겨준다. 실패했을 때만 스스로 책임지라고 한다면 제대로 맡긴 것이 아니다.

‘我好靜’을 부모의 일로 가져오면 그날의 기분에 따라 기준을 바꾸지 않고 아이가 시도할 안정된 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필요한 설명과 안전의 지원이 있으므로 감시받지 않아도 해 볼 수 있다. 조용히 있는 것은 불러도 응답하지 않는 일이 아니다.

‘我無事’를 플랫폼의 일로 가져오면 기반을 사용하기 쉽게 만들고 예고 없이 조건을 바꾸지 않으며 이용자가 자기 목적대로 활동할 시간을 지키는 것이다. 안전 대책과 이의 제기, 떠날 권리는 그 기반의 일부다. 공적인 통치에서도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려면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수 있다. 물러나기만 하면 풍요가 저절로 고르게 퍼진다고 할 수는 없다.

‘我欲無欲’은 욕구 자체를 없애는 일이 아니다. 앞에 선 사람이 끝없이 더 가지려는 모습을 모두의 기준으로 만들지 않는 것이다. 성과를 자기 이름에 모으지 않고 누가 일했는지 정확히 인정하며 언제나 승리를 과시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다. 사람들의 욕망이 한 사람의 행동만으로 정해지지는 않지만 위에 있는 사람이 무엇에 보상하는지는 그 자리의 방향을 바꾼다.

네 문장을 오늘에 살린다면 스스로 자랄 힘을 믿고 그 힘이 작용할 조건에 책임지는 일이 된다. 자유는 돌봄을 생략한 빈자리가 아니라 자기 힘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마련된 여지다.

5. 나를 없애지 않고 늘 중심에 두지도 않는다

앞의 질문에서는 ‘吾’를 쓰고 성인의 말에서는 ‘我’를 쓴다. 이 전환이 고대어 안에 두 종류의 심리적 자아가 있음을 증명한다고 할 수는 없다. 질문하는 목소리에서 다스리는 사람이 직접 말하는 목소리로 옮겨 가는 문학적 움직임으로 읽을 수 있다.

그 안에서 오늘의 독자가 생각해 볼 차이는 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 훌륭한 무위를 모두가 인정해 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 겉으로는 맡겨도 결과가 자기 예상과 다르면 결정권을 전부 거두어들인다. 그 중심에는 여전히 자기 중요성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반대로 매번 눈에 띄지 않아도 일이 진행되는 것을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은 필요할 때 앞으로 나서고 필요하지 않을 때 물러날 수 있다.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상태를 지도에 성공한 결과라고 여기지 않는다.

51장에서 낳고 길러도 소유하지 않던 태도가 여기서는 다스림의 모습이 된다. 자기 역할을 지우는 것이 아니다. 판단하고 지원하며 책임을 지되, 그 일의 중심에 다른 사람의 성장이 놓일 여지를 지킨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꾸미는 칭호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개입하는지 다시 선택하는 실천이다.

6. 무엇을 하나 덜어 낼 것인가

현재의 규칙 하나를 골라 보자. 원래 무엇을 막으려고 만들었는가. 지금도 그 문제가 있는가. 지키는 부담은 누구에게 가고 실제로 보호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사용하는 사람에게 물으면 만든 쪽이 몰랐던 일이 그 규칙 아래에서 늘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덜어 낸다면 한꺼번에 없애기보다 영향을 살필 수 있는 범위에서 시험한다. 안전과 권리를 지키는 부분은 남기고 중복 승인이나 목적이 흐려진 보고를 줄인다. 어려움을 말할 통로를 열어 두고 잘되지 않으면 수정한다. 이런 점검도 덜어 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음에는 맡길 기반이 있는지 본다. 방향만 말하고 시간과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사람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지원이 닿고 실패를 의논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거절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조건을 마련한 뒤 세부적인 방법을 상대에게 돌려준다.

마지막은 자기 행동이다. 언제나 응답하는 사람을 칭찬하면서 쉬어도 된다고 말하지는 않는가. 다른 의견을 환영한다고 하면서 정작 반대한 사람은 멀리하지 않는가. 사람들은 규칙뿐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보상받고 무엇이 벌을 받는지 보고 있다.

처음의 확인란은 하나 없어질 수 있다. 없어도 문제가 없고 일이 조금 나아간다면 그 조용한 변화를 놓치지 말자. 57장은 관리를 없애자는 구호가 아니다. 관리하는 쪽이 늘린 일을 바라보고 필요한 지원은 남기면서 사람이 스스로 일할 자리를 돌려주기 위한 질문이다.


자세한 주석과 본문 비교는 일곱 번째 논고와 Zenodo판에 있다. 앞선 논고: 제1편, 제2편, 제3편, 제4편, 제5편, 제6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