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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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知道德經解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제44장 · 총 81장

가진 것에 나를 넘겨주지 않기

秦汉(대지) · Han Qin

이 장의 중국어 원문

백서 정리본 · 이 주석에서 채택한 중국어 본문

名与身孰亲?身与货孰多?得与亡孰病?甚爱必大费,多藏必厚亡。故知足不辱,知止不殆,可以长久。

판본과 구두점에 관하여

저자의 『道德经注·君子不器』에서 채택한 백서 정리본을 따릅니다. 갑본과 을본을 함께 참고하고 글자를 교정하거나 보충한 본문으로, 어느 한 사본을 글자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닙니다. 장 번호는 통행본을, 구두점은 이 주석을 따릅니다. 읽는 언어를 바꾸어도 경문의 중국어 표기는 바뀌지 않습니다.

이 장의 바탕이 된 논문 읽기 (영어·중국어)

1. 늘었는데 안심되지 않는다

처음 목표한 돈을 모으면 안심할 줄 알았다. 그런데 목표에 닿자 다음 금액이 마음에 걸리기 시작한다. 직급이 오르면 자리를 잡을 것 같았는데 오른 날부터 내려갈 일이 두렵다. 이름이 알려지면 만족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누군가의 한마디로 잃을 것이 생겼다.

소유는 생활을 지탱한다. 돈이 있으면 선택지가 늘고 신뢰가 있으면 일하기 쉬워진다. 그런데 가진 것이 늘어나는 일과 마음이 놓이는 일은 같지 않다. 늘어난 만큼 잃어서는 안 되는 것도 늘었다고 느낄 수 있다.

『도덕경』 44장은 이 어긋남을 세 질문으로 살핀다. 끝에서는 ‘知足不辱,知止不殆,可以长久’라고 한다. 충분함을 알고 멈출 곳을 알면, 자기를 계속 소모하지 않으면서 살아갈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이 장을 가난을 받아들이라는 설교나 재산은 모두 나쁘다는 이야기로 읽고 싶지는 않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쓰는 내 시간과 몸과 생활이 어느새 계산에서 빠진 것은 아닌가? 그 물음에서 시작하고 싶다.

2. 무엇과 무엇을 바꾸고 있는가

‘名与身孰亲?身与货孰多?得与亡孰病?’ 이름과 몸 가운데 무엇이 더 가까운가? 몸과 재물 가운데 무엇이 더 무거운가? 얻음과 잃음 가운데 무엇이 더 괴로운가?

경문은 독자에게 답을 돌려준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고 고개 끄덕이기는 쉽다. 하지만 다음 일을 맡을 때, 평판을 지키려고 입을 다물 때, 몸에 무리를 줄 때에는 행동으로 다른 답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신(身)은 마음 깊은 곳의 진정한 자아만을 말하지 않는다. 몸을 가지고 먹고 자고 다치고 누군가와 함께 사는 생을 포함한다. 명성과 재물이 몸 바깥에 있다고 생활과 무관한 것은 아니다. 주거와 식사를 마련하는 돈은 몸을 지킨다. 신용을 잃으면 일할 길도 좁아질 수 있다. 외적인 것이니 필요 없다고 간단히 버릴 수는 없다.

그래서 질문은 나냐 돈이냐 하는 추상적인 양자택일에서 끝나지 않는다. 몸과 삶을 얼마나, 무엇을 위해 내주고 있는가? 수입이 늘면서 잠 못 드는 밤도 늘었다면 그것도 교환의 일부다. 좋은 평가를 받는 동안 소중한 사람과 만날 시간이 사라졌다면 그것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세 번째 질문인 득여망숙병은 잃는 쪽이 무조건 나쁘다는 반사적인 답을 멈추게 한다. 얻느라 잃은 것이 더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의 선택이 무엇 하나 잃지 않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족을 부양하려고 힘든 일을 계속하는 사람도 있다. 이 질문은 그 사람을 밖에서 가볍게 재판하기보다 보이지 않게 된 대가를 다시 보이게 하는 데 쓰고 싶다.

3. 아끼던 손이 움켜쥐는 손이 될 때

‘甚爱必大费,多藏必厚亡.’ 지나치게 아끼면 크게 쓰게 되고 많이 쌓으면 크게 잃는다는 말이다. 집착과 축적의 비용을 강한 어조로 드러낸다.

심애를 깊이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명령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사랑이 깊을수록 나쁘다면 사람을 돌보는 힘까지 의심하게 된다. 여기서는 잃을 수 없다는 마음 때문에 상대와 자신을 같은 모습에 붙들어 두려는 손을 생각해 보자.

관계를 아끼는 사람이 상대의 행동과 인간관계를 전부 확인하려 한다. 안심하려고 묻는 일이 늘고, 바로 답하지 않는 시간은 의심의 근거가 된다. 지키고 싶었던 친밀함을 지키기 위한 감시가 해친다. 사랑이 문제라기보다 상대의 자유를 없애야 사랑을 보존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

직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긴다. 자리를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동료의 성장을 위협으로 느끼고 정보를 움켜쥔다. 한동안은 자신이 없어서는 안 될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맡길 수 없고 아무도 믿지 못하고 쉬지도 못하는 자리를 스스로 만든다. 지위를 유지하는 비용으로 마음의 여유를 지불하는 것이다.

성과를 붙드는 방식도 있다. 가장 잘됐던 시절에 계속 살려는 것이다. 그 성공을 다시 인정받고 싶고, 그때와 다른 일을 하면 가치가 떨어지는 것 같다. 그러면 성과는 새 도전을 지탱하는 바탕이 아니라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울타리가 된다. 40장의 돌아볼 힘과 41장의 형태를 닫지 않는 성장이 여기서도 필요하다.

다장필후망은 가진 것이 많아지면 관리하고 지키고 잃을까 걱정하는 부담도 늘 수 있음을 보여 준다. 9장의 금옥만당과 통한다. 재산뿐 아니라 쓰지 못하는 물건, 유지 자체가 일이 된 인맥, 잃기 두려워 거절하지 못하는 직함에도 비용이 든다.

그렇다고 저축하면 파산한다거나 수집하면 불행해진다는 법칙은 아니다. 비상시에 대비한 돈과 생활의 여유분은 불안을 줄여 주기도 한다. 좋아하는 것을 모으는 기쁨도 실제다. 지금 소유가 삶을 돕는가, 아니면 소유를 유지하려고 삶이 종속되는가? 구별하고 싶은 것은 이 차이다.

4. 충분함을 아는 일과 존엄

‘故知足不辱.’ 충분함을 알면 욕되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 불욕을 마음가짐만 바꾸면 남의 모욕과 차별을 없앨 수 있다는 약속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사람은 부당한 대우를 당한다. 자기 삶에 만족하는 사람을 공격하는 이도 있다. 피해를 입은 것은 충분함을 몰라서라고 말하면 이 구절로 피해자를 한 번 더 다치게 하는 셈이다. 그 책임은 가해하는 쪽에 있으며 지족으로 대신 떠맡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자기 가치를 남과의 순위에 전부 맡기지 않는 작용은 생각할 수 있다. 반드시 남보다 위에 있어야 한다고 믿으면 동료의 승진이 나의 패배가 된다. 오래된 친구의 좋은 소식까지 나를 욕되게 하는 사건으로 느낀다. 실제로는 친구의 성취가 내 삶의 가치를 줄이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충분함을 안다는 것은 필요와 바람을 모두 없애는 일이 아니다. 수입을 늘리고 좋은 일을 하고 싶어도 된다. 다만 그 바람이 이루어지기 전에도 내 존엄은 있다. 순위 한 칸을 올릴 때마다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다시 사 올 필요는 없다.

생활에 필요한 것이 모자란 사람에게는 그것을 충족할 길이 먼저 필요하다. 지족을 낮은 임금이나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게 하는 말로 쓰고 싶지는 않다. 충분하냐는 질문은 자신의 바람을 구별하도록 돕는 것이지 남의 요구를 작게 눌러 두는 도구가 아니다.

5. 위험해지기 전에 멈출 방법을 갖는다

‘知止不殆.’ 멈출 곳을 알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지족이 바람의 방향을 살핀다면 지지는 실제 행동을 바꾼다.

회사의 매출이 늘고 지점을 더 낼 수 있게 되었다. 확장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그러나 새 공간의 비용, 사람을 구하는 일, 예상이 어긋났을 때 버틸 여유를 살피지 않고 나아가면 매출 증가가 자금의 어려움을 가릴 수도 있다. 잠시 확장을 멈추고 지금의 일을 지탱할 조건을 정비하는 것은 성장에 반대하는 일이 아니다.

개인의 일에서는 좋은 제안이 이어져 거절하기 어려워진다. 하나하나 중요하고, 맡으면 평가도 좋아질 것 같다. 그래도 모두를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나중에 쉬겠다며 미뤄 놓은 것이 잠만 아니라 식사, 친구, 생각할 시간까지 넓어진다. 그때 한 건을 거절하는 일은 일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일할 수 있는 생활을 지키는 행동일 수 있다.

이 예를 어느 단계에서 반드시 건강이 무너진다는 의학적 예측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회사와 개인에게는 저마다 사정이 있고, 멈춘다고 외부의 위험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자신의 선택으로 더하고 있는 위험 가운데 알아차리고 줄일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뜻이다.

9장의 ‘持而盈之,不若其已’는 가득 찬 것을 더 채우려는 손을 멈추게 한다. 그 이미지를 빌리면, 넘친 다음이 아니라 넘칠 듯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려놓아도 된다. 40장의 되돌아감도 모든 극단이 반드시 붕괴한다는 물리 법칙은 아니다. 내 방식이 내 목적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 말이다.

6. 오래가는 것은 쥐는 힘만이 아니다

‘可以长久.’ 이렇게 오래갈 수 있다고 한다. 가이에는 가능성을 여는 어감이 있다. 지족과 지지를 익히면 반드시 오래 살고 일과 관계도 영원히 지속된다는 계약은 아니다.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있고, 충분히 아껴도 끝나는 관계가 있다. 좋은 판단을 한 사람도 손실을 겪는다. 이 장을 오래 지속하지 못한 사람의 욕심을 입증하는 자료로 써서는 안 된다.

그래도 더 세게 쥘수록 오래 가진다는 믿음은 돌아볼 만하다. 관계는 상대에게도 움직일 여지가 있어야 이어진다. 일은 사람과 자원이 회복할 수 있어야 지탱된다. 저축도 그것으로 생활할 수 있기에 의미가 있다. 지키려는 것을 보존하느라 그 바탕을 전부 소모하면 순서가 뒤집힌다.

7장의 천장지구도 이런 자리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자신만 보존하려는 힘으로 다 설명되지 않는 지속이 있다. 손을 느슨하게 한다는 것은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아끼는 것이 살아갈 조건을 남겨 둔다는 말이다.

지족과 지지는 삶을 작게 만들라는 똑같은 명령이 아니다.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지 분별하고, 그것을 위해 어디까지 내줄지 정하는 서로 다른 두 작용이다. 덜 원하는 사람을 칭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다.

7. 네 가지 질문을 생활에 놓는다

먼저 지금 무엇과 몸을 바꾸고 있는지 한 번 바라보자. 종이에 적지 않아도 좋다. 얻는 것뿐 아니라 지불하는 시간과 주의력, 건강, 사람들과의 거리까지 함께 놓는다. 그다음 네 가지를 묻는다.

심애에 관해서. 잃기 싫어서 변화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 있는가? 관계, 지위, 옛 성취를 떠올려 보자. 소중해서 지켜보는 일과 소중해서 감시하는 일 사이에서 손에 힘이 너무 들어가지는 않았는가? 애정을 엷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상대와 자신이 숨 쉴 자리를 돌려줄 수 있는지 살핀다.

다장에 관해서. 가진 것 중 무엇이 생활을 지탱하고 무엇이 유지만을 위한 일을 늘리는가? 재산, 인맥, 물건, 직함을 한꺼번에 버릴 필요는 없다. 안전을 위한 대비는 남기고 아끼는 물건도 소중히 해도 된다. 다만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필요하지 않은 부담까지 계속 떠안을 의무는 없다.

지족에 관해서. 마음의 안정을 항상 남보다 위에 있는 일에 걸고 있지는 않은가? 무엇이 채워지면 지금의 삶을 일단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충분하다고 말한 뒤에도 배우고 개선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더 잘하고 싶다는 말과 이대로는 내게 가치가 없다는 말은 다르다.

지지에 관해서. 멈출 필요를 느끼면서도 이번만 예외라고 말하는 일이 있는가? 다음 한 건을 거절하거나, 규모를 줄이거나, 기한을 다시 의논할 수 있다. 한 번에 삶 전체를 바꿀 수 없어도 한곳에서 멈출 방법은 마련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떤 선택에도 대가가 있을 수 있다. 일을 거절하면 수입이 줄고, 자리를 떠나면 다시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느슨하게 쥐면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무엇을 지키려는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노자의 질문은 손쉬운 선택을 약속하지 않는다. 선택의 계산 안으로 나 자신을 다시 데려온다.

8. 다시, 무엇이 더 가까운가

가질수록 불안해지는 까닭이 물건의 개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가져야만 나로 있을 수 있다고 느끼기 시작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약속에는 끝이 없고 언제 깨질지도 모른다. 내 생활을 지탱해야 할 것이 나를 매일 심사하는 기준이 된다.

지족. 지지. 두 짧은 말은 소유를 금지하지 않는다. 가진 것에 나를 어디까지 내줄지 다시 정할 여지를 만든다. 충분히 갖기를 바라면 된다. 그래도 늘지 않은 날에 살아 있어도 된다. 맡은 일은 마치면 된다. 그래도 곧바로 다음 일을 맡지 않아도 된다.

손을 풀면 반드시 같은 것을 더 오래 가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대신 무엇을 가질지 선택할 힘이 조금 돌아올 수는 있다. 안정, 시간, 가까운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을 장부 밖에 있다는 이유로 무가치하게 취급하지 않게 된다.

이름과 몸. 몸과 재물. 얻는 것과 잃는 것. 지금 나에게 더 가까운 것은 무엇인가? 오래된 장은 아직 답을 대신 적어 주지 않는다. 그 질문만 오늘을 사는 우리의 손에 놓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