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의 실제 역사를 읽다 · 역사 읽기 11
배분표는 썼는데, 백신은 어디에 있을까
아크라에 도착한 백신에서 낮아진 공급 전망과 이후의 방식 조정까지 읽는다. 공정하게 배분받는 것과 제때 받을 수 있는 것은 아직 다르다.
2021년 2월 24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코로나19 백신 60만 회분이 도착했다. 인도 세럼연구소가 생산해 전날 푸네에서 출발한 물량이었다. COVAX가 아프리카에 처음 전달한 백신이다.[1]
60만 회분. 운송장에 적고 수량을 세며 비행기 도착을 확인할 수 있는 숫자다. 모금과 협상, 기다림 뒤에 세계적 협력이 마침내 땅에 내려놓을 수 있는 무게를 얻었다.
다만 도착 소식이 접종 기록은 아니다. 공항 뒤로는 또 다른 길이 남아 있다. 이 물량이 도착하는 동안에도 다른 곳의 다음 물량은 여전히 전망 속에만 있을 수 있었다.
COVAX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바로 배분과 전달 사이에 숨어 있었다. 이미 있는 백신을 공정하게 나누기도 어렵다. 배분을 기다리는 백신이 제때 생기게 하려면 다른 능력도 필요하다.
모든 곳에 먼저 시작할 몫을
2020년에는 백신이 아직 개발 중이었다. 무엇이 성공하고 언제 승인되며 얼마나 생산할 수 있을지 정해지지 않았다. 공동구매가 매력적인 이유는 어렵지 않다. 각국이 혼자 특정 후보에 전부 걸지 않아도 되고, 최고가를 낼 수 없는 지역이 다른 나라가 충분히 살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 하려는 것이다.[2]
COVAX는 세계 보건정부가 아니었다. 서로 다른 기관의 일을 연결했다. Gavi는 조달·재정체제를 조직하고 CEPI는 연구개발과 관련 생산 준비를 지원했다. WHO는 기술과 배분의 틀을, 유니세프는 조달과 전달을 맡아 참여했다. 생산기업과 자금 제공자, 각국 보건체계도 함께했다. 협력으로 연결할 수 있다고 같은 지휘본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1][2]
WHO의 2020년 초기 틀은 인구 비례에 따른 단계적 배분을 구상했다. 첫 물량은 인구 약 3%를 기준으로 의료인 등 우선 대상자를 보호하고 이후 20%까지 나아가려 했다. 20%는 초기 배분에서 최소한 확보하려는 목표이지 전 세계가 거기서 접종을 멈추라는 상한이 아니다. 어느 날 물건을 받는다는 보증서도 아니었다.[2]
이 방식에는 소박한 설득력이 있다. 누가 시작할지를 구매력만으로 정하지 말자는 것이다. 모두 부족한 동안 어떤 곳은 멀리 나아가는데 다른 곳은 출발점에도 못 닿게 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하지만 인구 비례는 여러 다른 사정을 잠시 괄호 안에 둔다. 의료인이 차지하는 비율과 노년 인구, 유행 시기와 기존 의료 여건이 다르다. 같은 비율은 협상을 시작하게 할 방법이지 현실까지 같아졌다는 뜻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배분의 틀이 그 체제가 확보할 수 있는 백신만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표 한 장으로 세계의 모든 생산라인과 수출 결정, 이미 체결한 양자 주문까지 가져올 수는 없다. 공정해야 한다는 요구의 범위는 실행 기관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보다 컸다.
그렇다고 요구가 거짓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듣기 불편한 질문을 피할 수 없게 한다. 누구도 뒤에 남겨서는 안 된다고 모두 동의하지만 첫 물량이 이미 남의 계약 안에 있을 때 그 말을 실현할 능력은 누구에게 있는가.
전망을 고쳐도 기다림이 다시 시작되지는 않는다
2021년 9월 8일 COVAX 공동성명은 기대치를 낮췄다. 당시 가장 가능성 높은 전망은 연내 확보량 14억 2,500만 회분이었다. 전달 가능한 물량 20억 회분이라는 원래 이정표는 2022년 1분기로 늦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의 공급 전망이지 나중에 계산한 연간 실제 전달량이 아니다.[3]
같은 성명은 부유국의 선구매와 수출 제한, 양자 주문 우선 이행, 증산 및 승인 지연을 어려움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협력 당사자들이 처지를 공개적으로 설명한 것이므로 이것만으로 개별 계약의 책임을 판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배분 공식을 올바르게 썼다고 백신까지 그 시간표대로 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드러난다.[3]
사후 정리에서 지연은 두 날짜 사이의 선 하나로 보이곤 한다. 진행 중인 유행 속에서는 그렇지 않다. 늦게 온 백신도 여전히 유용할 수 있지만 뒤늦은 보호가 앞서 위험에 노출된 시간을 자동으로 메워 주지는 않는다. 나중의 누적 수량으로 그 시간을 이야기에서 지울 수 없다.
그렇다고 기다리는 동안 발생한 모든 감염과 사망을 COVAX 책임으로 돌릴 수도 없다. 전파와 국내 정책, 의료 여건, 다른 조달 경로가 함께 결과에 영향을 준다. 시간에 대가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과 사람마다 인과관계를 계산해 냈다는 것은 다른 말이다.
그러나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고 답할 필요까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접종 계획에는 인력과 장소, 후속 접종 일정이 필요하다. 다음 물량 도착 시점이 계속 바뀌면 계획을 다시 짜는 데도 힘이 든다. 공급자에게는 한 번의 전망 조정인 것이 받는 곳에서는 여러 결정을 다시 내려야 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전달의 불확실성이 실제로 뜻하는 바를 말하는 것이지 기록에 없는 어느 간호사의 하루를 만들어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백신 한 회분의 가치를 도착했다는 말만으로 표현할 수는 없다. 언제 오는지, 유효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현지에서 제때 쓸 수 있는지가 원조가 실제로 어떤 능력을 더했는지 좌우한다. 보내는 쪽의 재고 정리에는 편리하되 준비할 틈이 없는 위험은 받는 쪽에 남기는 전달이라면 숫자는 늘어도 도움의 무게가 같은 비율로 늘지는 않을 수 있다.
2021년 공동성명 자체도 기부가 더 예측 가능하고 물량이 더 안정적이며 유효기간이 더 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3] 물류의 세부처럼 들리지만 같은 질문이다. 선의가 현장에 닿기 전의 어려움은 누가 맡는가. 물자를 받는 쪽도 어떻게 언제 받을지 결정할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따라서 아크라의 60만 회분은 진지하게 기억할 만하다. 이후의 어려움이 없애 버린 출발로 쓸 필요는 없다. 물건은 실제로 도착했다. 도착이 사실이기에 아직 오지 않은 다른 약속도 그 옆에서 구분해야 한다. 완료한 지점 하나가 전체 연결망의 성공을 대신 보고하게 해서는 안 된다.
나중에는 남은 물량만 묻지 않았다
2022년 배분 2단계에 이르러 상황은 달라져 있었다. WHO 설명은 참여자의 수요에 더 맞추어 공급하고 COVAX 밖에서 얻은 백신도 함께 계산하도록 했다. 각지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양을 고려하고 상황에 맞춰 계속 조정하는 계획으로 불확실성에 대응했다. 2020년에 예상한 2단계를 그대로 실행한 것이 아니라 바뀐 조건에 맞게 고친 것이다.[4]
전에는 사지 못할 곳을 걱정했다면 나중에는 지금 쓸 수 없는 양이 오는 것도 걱정해야 했다. 두 문제가 서로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부족할 때 높은 가격만 보아서는 안 되고 공급이 늘어도 누가 보내겠다는지만 보아서는 안 된다. 사람을 보호할 이유는 그대로여도 실행 방법은 다시 살펴야 한다.
수요를 듣는다고 문제를 각국에 모두 돌려보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더 신청하지 않았으니 필요하지 않다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표현한 수요는 인력과 예산, 서비스 역량에 제한받을 수 있다. 당장 더 많은 백신을 쓰기 어렵다는 것과 그곳 사람들이 충분히 보호받는다는 것은 다르다.
반대로 외부 기관도 그 한계가 걱정된다는 이유로 현지보다 언제나 적정 물량을 더 잘 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능력을 보충하도록 돕는 일과 상대 대신 결정하는 일 사이의 선을 선의만으로 넘을 수는 없다. 실제 계획을 한 번 더 묻는 것이 한 상자를 더 보내는 것보다 협력에 가까울 때도 있다.
사람이 접종률의 한 칸으로만 남아서도 안 된다. COVAX AMC는 2021년 지원 대상인 92개 중저소득 국가·경제권에서 요건에 맞는 심각한 백신 관련 피해에 대한 무과실 보상제도를 마련했다. 자체 자격 요건과 절차가 있다. 모든 건강 손실을 보상한다는 약속이 아니다.[5]
이 경로는 적어 둘 가치가 있다. 개인에게 이의 제기나 보상 제도가 전혀 없다고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백신 피해 보상은 어느 곳이 왜 기대한 백신을 오래 받지 못했는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은 아니다. 한 종류의 피해를 다루었다고 다른 질문까지 갈 곳을 얻지는 않는다. 정부의 참여 역시 개개인의 구체적인 접종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대신할 수 없다.
2023년 12월 협력 기관들은 마무리 성명에서 COVAX가 146개 경제권에 거의 20억 회분을 공급했다고 보고했다. 그달 31일 체제를 종료하고 관련 지원을 정규 예방접종 체계로 옮긴다고 밝혔다. 전달한 회분이지 20억 명이 접종을 마쳤다는 숫자가 아니다.[6]
거의 20억 회분을 가벼운 ‘실패’로 지워서는 안 된다. 초기 약속과 기다림도 똑같이 가벼운 ‘성공’으로 덮어서는 안 된다. 협력은 백신을 얻을 가능성을 넓혔지만 구매력과 생산력, 우선순위를 정하는 권한까지 같게 만들지는 못했다. 둘을 함께 인정하는 것은 양쪽을 반씩 나무라는 일이 아니다. 총평 하나가 실제로 겪은 순서를 삼키게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여기서 곧바로 COVAX를 최종 평가할 형용사를 고를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가져갈 만한 것은 배분표를 읽는 방법일 수 있다. 누구를 보호하려는지 보고 실제로 무엇을 동원할 수 있는지 보자. 발표된 양과 함께 어느 몫에 아직 남의 승인이 필요한지도 보자. 총량을 보되 시간을 다시 넣어 보자.
2021년 2월 24일 백신 60만 회분이 아크라에 도착했다. 이 문장은 제대로 끝까지 써도 된다. 다음 문장도 남겨야 한다. 그다음 물량은 언제 올까.
사료와 읽기 안내
실제 역사를 읽는 수필이며, 장면을 꾸며 낸 글이나 현행법 안내가 아닙니다. 사료의 사실, 당시의 법적 판단, 기관의 자체 평가, 필자의 해석을 구별합니다. 기록에 없는 속마음과 대화를 덧붙이지 않으며, 여러 피해자를 합쳐 한 인물로 만들지도 않습니다. 영어판은 영어 독자를 위해 독립적으로 썼고 간체·번체 중국어판에는 모두 전문이 있습니다. 한국어판은 현재의 중국어 수필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다시 썼습니다. 소재 선정에 도움을 준 초기 조사 보고서는 아래의 원기록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른 조직을 모두 이론상의 ‘공통의 강제적 상위자가 없는 협력’으로 간주하지도 않습니다. 원한다면 철학적 배경의 앞글 논문(영어·중국어)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선택해서 더 읽을 거리이지, 역사가 입증해야 할 결론은 아닙니다. 질문을 역사에 비추어 검토하려는 것입니다.
- 유니세프·COVAX: 가나 첫 전달 발표(2021년 2월 24일)
당시 운송 기록으로 수량과 생산자, 출발지와 도착 날짜를 확인하고 협력 기관들의 역할을 설명한다. 도착을 접종 완료로 쓰지 않는다.
- WHO: 공정 배분 체제, 2020년 9월 9일 작업 확정본
첨부 문서 21~26쪽에서 백신 확보 제도와 우선 대상, 초기에 최소한 확보하려는 배분 비율을 설명한다. 초기 설계를 이후 매 차례의 실제 방식인 것처럼 쓰지 않는다.
- COVAX 공급 전망 공동성명(2021년 9월 8일)
당시의 전망과 제약 요인에 관한 협력 당사자들의 설명이며, 예측 가능한 공급과 더 긴 유효기간도 요구한다. 전망과 전달, 개별 계약 책임을 구분한다.
- WHO: COVAX 배분 2단계 설명(2022년 4월 14일 공개)
첨부한 2022년 2월 개정본 1~4쪽은 수요 중심 접근과 모든 공급원, 사용 역량을 설명한다. 개정 2단계를 2020년의 원래 구상과 같다고 하지 않는다.
- WHO: 무과실 보상제도 발표(2021년 2월 22일)
요건에 해당하는 AMC 경제권을 위한 개인 백신 피해 보상제도를 확인한다. 공급 지연이나 모든 건강 손실로 확대하지 않으며 실제 지급 결과를 만들어 쓰지도 않는다.
- COVAX 협력 기관: 마무리 성명(2023년 12월 18일)
기관의 회고와 종료 발표이며 독립 판결로 쓰지 않는다. 보고한 전달 회분을 사용하되 접종 완료 인원으로 바꾸지 않고 모형이 추정한 사망 예방 수치도 옮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