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본에 관하여
판본 안내: 중국어 원작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해 새로 쓴 글이다. 원문 사이트에서는 중국어 간체와 번체를 전환해 읽을 수 있다.
카나메 마도카가 다가가 큐베에게 소원을 빌겠다고 말한다.
큐베는 기쁘다. 꼬박 열두 화를 기다렸다.
무슨 소원을 빌겠느냐고 묻는다.
그 소원
마도카의 말은 이런 뜻이다.
모든 마녀를 태어나기 전에 없애고 싶어. 모든 마녀를, 내 손으로.
큐베가 잠시 멈칫하더니 정말 신이 될 작정이냐고 묻는다.
마도카의 대답은 이렇다.
신이든 무엇이든 상관없어. 마녀와 싸우고 희망을 믿었던 사람들이 우는 건 싫어.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게 해 주고 싶어. 그걸 가로막는 규칙은 내가 깨뜨리고 바꿀 거야.
이것이 내 소원이고 기도야. 이루어 줘, 큐베.
하나의 결과를 빌지 않았다
이 글의 첫 번째 판단이다.
앞선 소원들은 모두 하나의 결과를 구했다.
손을 고치는 일. 사람들이 설교를 들으러 오게 하는 일. 자기 목숨을 구하는 일. 한 번의 만남을 다시 시작하는 일.
세상에 어떤 일 하나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소원들이다. 세상 자체는 그대로 돌아간다.
마도카가 소원으로 삼은 것은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하나의 규칙이다.
사야카를 구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호무라가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아도 되게 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발푸르기스의 밤을 이기게 해 달라고 하지 않는다.
마법소녀가 마녀가 되는 일 자체가 더는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한다. 과거에도, 미래에도, 모든 우주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이 소원은 특정한 사건 하나를 해결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바꾼다.
치러야 할 대가
큐베는 그 대가를 설명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노골적으로 셈을 해 보이는 대목이다.
설명의 뜻은 이렇다. 우주 하나를 창조하는 것과 맞먹는 희망을 실현했다면, 우주 하나를 끝장낼 만큼의 절망도 생긴다. 당연한 이치다.
소원이 큰 만큼 짊어질 저주도 크다는 이야기다.
마도카가 어떻게 할지도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아무도 저주하지 않고, 해를 끼치지도 않을 거라고. 모든 인과는 자신이 떠맡겠다고 한다.
그 빚을 전부 자기 앞으로 돌려놓는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잃는가
소원이 이루어지자 우주는 다시 짜인다.
마도카 자신이 어떤 처지가 되는지도 큐베가 설명한다. 작품이 마지막으로 닿는 곳은 이 말에 있다.
네 삶에는 시작도 끝도 없어. 네 존재는 하나의 개념일 뿐이야. 이제 너는 이 우주의 일원이 아니야.
다시 짜인 세계에 카나메 마도카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런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남동생은 여전히 마도카를 그리고 ‘마도카’라는 이름을 부르지만, 어른들은 아이가 상상 속 친구를 만든 것으로 여긴다. 어머니도 그 이름을 듣고 까닭 모를 그리움만 느낀다. 마도카의 방은 더는 마도카의 방이 아니다. 이 세계에는 생일도, 사진도, 살아온 기록도 다른 사람과 함께 대조해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남아 있지 않다.
오직 아케미 호무라만이 온전한 기억을 간직한다. 실제로 있었던 역사로 말할 수 있는 기억이다.
바랐던 일은 이루어졌다. 그 대가로, 호무라의 기억을 빼면, 마도카가 그 일을 했다는 역사를 함께 확인할 사람이 없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아니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에 이르렀다. 이 부분은 자칫 밝은 결말로 써 버리기 쉽다.
다시 짜인 세계에서도 희생은 사라지지 않았다.
마법소녀는 여전히 있다. 여전히 싸운다. 상대가 마수로 바뀌었을 뿐이다. 인간 세상의 저주가 형체를 얻은 것들이다.
여전히 죽는다. 힘을 다 쓰면 보석이 사라지고, 사람도 함께 사라진다.
계약도 남아 있고, 대가도 남아 있고, 죽음도 남아 있다.
마도카가 없앤 것은 그 일 자체가 아니다. 그 일의 결말이다.
이전에는 소녀가 소원을 빌고, 싸우고, 절망하고, 마녀가 된 뒤 다음 소녀에게 죽었다.
이제는 소녀가 소원을 빌고, 싸우고, 힘을 다한 뒤 사라진다. 그때는 마도카가 데리러 온다.
소녀들은 자신이 한때 싸웠던 것이 되지 않는다.
바뀐 것은 이 한 가지다.
큐베는 정상 영업 중
한 가지는 꼭 써야 한다. 쓰지 않으면 이 글은 정직하지 못하다.
큐베는 그대로 있다.
장사는 계속된다. 여전히 소녀들과 계약하고, 물으면 모두 대답하며,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은 달라졌지만 단 하루도 영업을 멈추지 않았다.
적응도 잘한다. 새 시스템은 큐베에게 그저 몇 가지 설정값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다.
작품은 끝까지 누구에게도 큐베를 처단하게 하지 않는다. 큐베는 패배하지도, 쫓겨나지도, 설득되지도 않는다.
규칙 하나는 바뀌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운영하던 쪽의 자리는 남아 있다. 에너지를 거두는 효율은 달라졌어도.
다섯 소원
이 연작은 여기서 끝난다.
마지막으로 다섯 소원을 나란히 놓겠다. 사이에 다른 말은 넣지 않겠다.
토모에 마미. 교통사고 현장에서 죽어 가던 소녀의 소원은 살아남는 것이었다. 자신은 살았고 부모는 죽었다. 그 뒤 오랫동안 혼자 싸웠다.
사쿠라 쿄코. 사람들이 아버지의 설교를 들으러 오게 해 달라고 했다. 사람들은 왔다. 아버지는 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쿄코를 제외한 가족을 죽였다.
미키 사야카. 한 소년의 손을 고쳐 달라고 했다. 손은 나았고, 소년은 예전처럼 훌륭하게 바이올린을 켠다. 누가 그렇게 해 주었는지는 모른다.
아케미 호무라. 그 만남을 다시 시작해 마도카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수없이 다시 시작했다. 그때마다 지키려는 사람의 값어치는 더 올라갔다.
카나메 마도카. 그 규칙을 바꾸려 했다. 규칙은 바뀌었고, 마도카는 세계가 함께 기억하는 역사 밖으로 나갔다. 호무라의 기억과 가족에게 남은 희미한 흔적은 예외로 남는다.
다섯 사람이 소원을 하나씩 빌었다. 다섯 소원은 모두 이루어졌다. 어느 하나도 깎아서 들어주지 않았다.
그 이후의 날들이 이 열두 화를 채운다.
이것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 작품은 말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남기는 화면은 황야, 활을 멘 뒷모습, 머리에 맨 붉은 리본이다. 마도카를 기억하는 단 한 사람이 간직한 리본이다.
그 사람에게는 리본 말고 아무 증거도 없다. 말을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이 세계에서 마도카라는 사람은 존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