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은 정말 고통을 푼다
인류보완계획은 개인의 경계를 녹여 의식을 하나로 모은다. 거리가 없으면 거절, 오해, 외로움은 익숙한 뜻으로 사라진다. 작품이 그 제안을 우스운 환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실제 고통에 대한 실제 해법이기에 그 대가를 정확히 봐야 한다.
상처와 함께 관계를 없애기
경계 없는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이 놀라게 하거나 거부하거나 인정할 수도 없다. 상처가 생기는 자리를 없애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던 관계도 없어진다. 완벽한 합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나’와 ‘너’가 구분되는 문법의 정지다. 외롭지 않지만 함께 있는 사람도 없다.
고통이 돌아올 수 있는 세계
신지는 영구 융합을 거절하고 자신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 개체로 돌아올 세계를 택한다. 해변 장면은 위로가 아니다. 신지는 아스카의 목을 조르고, 아스카는 그의 얼굴을 만지며, 마지막 말은 하나로 닫히지 않는다. 분리는 폭력, 다정함, 혐오, 불확실성을 함께 되돌린다.
벽 너머에서 만나기
벽은 장애물이면서 두 중심을 보존한다. 벽이 없는 세계에는 상호 인정도 없다. 벽이 있는 세계에는 사랑과 버림이 모두 가능하다. 윤리의 과제는 경계를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쪽도 소유할 수 없는 경계를 건너 만나는 것이다. 관계의 가치는 상대에게 아니라고 할 힘이 남는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대상 작품: GAINAX / Hideaki Anno, Neon Genesis Evangelion. 1995~1996년 TV 시리즈와 1997년 극장판을 주요 텍스트로 삼은 독립 비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