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혜로운 사람과 가장 어리석은 사람만 변하지 않는다’는 문장은 인간의 타고난 등급을 고정하는 데 쓰였다. 그런데 바로 앞에서는 사람의 본성은 서로 가깝고 습관이 멀어지게 한다고 말한다. 둘을 붙여 보면 간단한 신분표가 되지 않는다.
뒤 문장을 절대화하면 앞 문장은 거의 의미를 잃는다. 앞 문장을 중심에 두면 두 극단은 실제 계급이 아니라 변화를 거부하는 유형일 수도 있고, 다른 편집 층의 흔적일 수도 있다. 증거는 깔끔한 결론을 주지 않는다.
불편한 문장을 가짜로 선언하자는 뜻이 아니다. 한 문장으로 사람을 판결하기 전에 옆 문장을 읽자는 뜻이다. 글은 배치 속에서 서로를 제한한다. 인용이 내 주장을 완벽히 지지할수록 바로 옆을 열어볼 필요가 있다.
중문·영문판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해 독립적으로 다시 쓴 글이다. 자세한 논증은 시리즈 끝의 연구판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