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보다 먼저 필요한 말
해고된 하인은 비 내리는 라쇼몬 아래서 굶어 죽거나 도둑이 되는 두 길을 생각한다. 그는 힘도 칼도 있지만 도둑이 되겠다는 생각을 긍정할 용기가 없다. 여기서 용기는 위험을 감수하는 담력이 아니라 행동 뒤에도 자신을 나쁜 사람이라 부르지 않을 설명이다. 그 설명이 없다면 손은 움직여도 자기 판단은 남는다.
노파의 생존 논리
문루 위에서 하인은 시체의 머리카락을 뽑는 노파를 발견하고 악에 대한 혐오로 그녀를 붙잡는다. 노파는 머리카락으로 가발을 만들어야 살 수 있고, 죽은 여자도 생전에 뱀 고기를 생선처럼 팔았다고 설명한다. 모두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으니 죽은 여자도 자신을 원망하지 않으리라는 논리다. 그녀는 하인을 설득하려 한 것이 아니라 자기 목숨을 구하려 말한다.
첫 사용자는 발급자였다
하인은 노파의 말을 듣자 자신이 방금까지 갖지 못했던 용기를 얻는다. 그는 ‘나도 이러지 않으면 굶어 죽으니 원망하지 말라’며 노파의 옷을 벗겨 달아난다. 이유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녀의 문장을 그대로 돌려준다. 악행의 허가증을 우연히 건넨 사람은 그 허가증이 처음 사용되는 피해자가 된다.
선과 악보다 서 있을 자리
하인이 노파를 제압할 때의 정의감과 옷을 빼앗을 때의 생존 논리는 반대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행동 모두 그 순간 자신이 설 자리를 노파에게서 얻었다는 점에서는 같다. 처음에는 더 나쁜 사람을 발견해 정의로운 사람이 되고, 다음에는 모두가 생존 중이라는 말로 도둑이 아닌 사람이 된다. 그는 선에서 악으로 추락했다기보다, 자기 판단 없이 가장 가까운 설명 위로 옮겨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