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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Dub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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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DUBITO · 영화 읽기 · 2 / 3

각자의 몫은 각자가 치러야 한다

Han Qin (秦汉) · 한국어판 공개: 2026년 10월 7일

이 글의 목차

중국어 원작을 바탕으로 독립적으로 다시 쓴 한국어판

중국어 원작의 논지를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해 새로 쓴 글이다. 대사와 표현은 이 글을 위한 한국어 옮김이며, 공식 자막을 인용한 것이 아니다.

란초가 두 친구에게 해 주는 조언은 같아 보인다. 두려움이 네 인생을 대신 선택하게 두지 말라는 것이다. 그러나 파르한과 라주는 서로 다른 두려움 속에서 산다. 조언하는 사람의 자유를 그대로 가져다 자기 삶에 적용할 수도 없다.

친구는 다른 길이 없다는 믿음이 거짓임을 밝혀 주고, 실제로 고를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며, 용기를 빌려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대가를 감당해야 할 사람이 스스로 책임지고 답할 수 있을 때에야 선택은 진정으로 그의 것이 된다.

1. 사랑의 이름으로 정해진 진로

파르한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아버지는 아들을 엔지니어로 만들겠다고 결정한다. 이 장면이 우스운 것은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도 알기 전에 결정부터 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정에는 맞서기도 어렵다. 사랑의 언어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온 가족의 생활은 이미 파르한의 미래를 중심으로 짜여 있다. 아버지는 자동차 대신 스쿠터를 타고, 아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도록 집에 하나뿐인 에어컨을 아들 방에 설치한다. 엔지니어가 되라는 말은 단순한 명령이 아니다. 그 안에는 여러 해의 희생과 기대, 자부심이 담겨 있다.

사랑은 이렇게 빚이 된다. 공학을 거부하는 일은 모험인 동시에 배은망덕처럼 느껴진다. 파르한에게 자기 바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동물 사진을 찍었고, 야생동물 사진가 안드레 이슈트반과 함께 일하기를 꿈꾸었다. 다만 그 바람을 충분히 중요하게 여겨도 된다는 허락이 없다. 자신을 사랑해 온 사람을 실망시켜도 될 만큼 중요하게 여길 허락 말이다.

2. 라주가 두려워하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라주는 막연히 위험이 싫은 사람이 아니다. 우체국장이었던 아버지는 마비로 누워 지내고, 교사였던 어머니는 은퇴한 뒤 적은 수입으로 약값과 식비를 댄다. 누나의 결혼도 지참금 요구에 발목이 잡혀 있다. 엔지니어의 월급 하나면 가족 전체의 살림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그는 손가락마다 반지를 끼고 여러 신에게 기도한다. 가능한 보호를 모조리 끌어모아 불확실성을 없애려 한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졸업장이 절실해질수록 매번 치르는 시험은 여러 사람의 인생을 한꺼번에 판결하는 자리가 되고, 그는 제대로 행동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영화는 우리에게 그 두려움을 불합리한 것으로 치부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현실에 근거한 두려움이 어떻게 점점 커지다가, 마침내 한 사람을 대신해 그의 인생에 서명하게 되는지를 보여 준다.

3. 란초는 문을 열고 선도 넘는다

란초는 친구들이 아직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을 알아본다. 파르한에게 사진은 ‘제대로 된 삶’의 주변부에 있는 취미가 아니다. 오래전부터 그가 향해 가고 있던 일이다. 라주의 가장 깊은 문제도 재능이 없다는 데 있지 않다. 그의 삶 전체가 닥쳐올 재앙을 피하는 데 매여 있다는 데 있다.

하지만 란초는 질문만 던지고 절대 개입하지 않는 소크라테스가 아니다. 그는 파르한이 5년 전 이슈트반에게 썼다가 부치지 못한 편지를 발견하고, 허락도 없이 보내 버린다. 답장이 오면서 구체적인 선택지가 생긴다. 브라질 우림에서 보수를 받고 사진을 찍는 일이다. 그러나 그 문을 열기 위해 란초는 친구의 동의를 건너뛰었다.

나중에는 파르한과 함께 총장실에 침입해, 라주를 낙제시키려고 특별히 출제한 시험지를 훔친다. 구하려는 마음에서 했어도 그 행동은 여전히 절도다. 라주의 미래를 되찾아 주겠다는 바로 그 순간, 두 사람은 라주 본인의 판단까지 대신하려 한다.

우정은 두려움에 가려진 선택지를 드러낼 수 있다. 그러나 상대를 위하는 일이 너무 급해서 동의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우정은 ‘너를 위해서’라며 상대의 결정을 대신하는 온정적 간섭이 되기도 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인정할 때 영화는 오히려 더 힘을 얻는다.

4. 파르한은 자기 입으로 말해야 한다

부쳐진 편지가 파르한의 인생을 대신 결정해 주지는 않는다. 이슈트반의 채용 제안도 아직은 하나의 가능성이다. 그는 여전히, 실제로 많은 것을 희생해 온 아버지 앞에 앉아 말해야 한다. 남이 골라 준 직업을 갖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교내 채용 면접에 가지 않았다고.

그는 사진으로 부자가 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 수입이 더 적을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평생 원망하며 살지 않을 삶을 한번 살아 보도록 허락해 달라고 할 뿐이다. 결정적인 말은 란초가 없는 자리에서 나온다. 파르한이 누구보다 실망시키기 두려워했던 사람에게 직접 건네는 말이다.

아버지는 결국 엔지니어가 될 아들에게 주려던 비싼 컴퓨터를 반품하고, 대신 전문가용 카메라를 사라고 한다. 물론 이 화해는 행운이다. 현실의 수많은 대화가 이런 결말에 이르지는 못한다. 하지만 아버지가 거절했더라도 파르한의 선택이 덜 그의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정은 대가를 덜어 줄 수 있어도, 그를 삶의 주체로 만들어 주는 근원일 수는 없다.

5. 라주가 거절한 두 가지 거래

총장은 라주를 협박한다. 란초를 팔아넘기든지, 자신이 퇴학당하든지 택하라는 것이다. 라주는 3층에서 뛰어내린다. 회복한다고 생계의 필요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달라진 것은 그 필요를 대하는 방식이다. 그는 반지를 빼고, 부상도 낮은 성적도 두려움도 감추지 않은 채 면접에 들어간다.

면접관들은 채용할 수 있다고 하면서 조건을 붙인다. 그가 이제 막 얻은 솔직한 태도를 바꾸라는 것이다. 라주는 거절한다. 일자리를 달라고 빌지 않고, 차라리 이 태도를 지키고 일자리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결국 그는 채용된다. 그러나 이 좋은 결과 때문에 거절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탈락할 수 있었던 그 순간, 행동은 이미 그의 것이었다.

두 번째 거절은 더욱 분명하다. 란초와 파르한이 훔친 시험지를 내놓지만 라주는 쓰지 않는다. 합격한다면 자기 실력으로 할 것이고, 떨어진다면 그것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다. 친구들은 불법적인 탈출구를 만들어 주었다. 라주는 그 출구를 거절하고, 남아 있는 불확실한 길을 자기 책임으로 걷는다.

6. 누구도 다른 사람의 몫을 대신 치를 수는 없다

란초는 대단히 중요하다. 그가 없었다면 파르한은 사진을 자기 인생으로 여겨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라주는 두려움과 책임이 같은 것이 아님을 끝내 깨닫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가능한 삶의 범위를 전혀 바꾸어 주지 못하는 우정이라면, 그것도 아마 빈약한 우정일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고 해서 그 뒤의 인생까지 자기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상처와 줄어든 수입, 재능이 직업으로 이어지지 않을 위험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은 파르한이다. 실업의 가능성과 시험지를 거절한 결과를 떠안을 사람은 라주다. 란초는 어느 쪽의 대가도 대신 감당해 줄 수 없다.

해방과 대리 결정의 경계는 여기에 있다. 한쪽은 이렇게 말한다. 두려움에 가려져 있던 선택지가 여기 있어. 네가 그걸 볼 수 있도록 곁에 있을게. 다른 쪽은 이렇게 말한다. 무엇이 너에게 좋은지는 내가 알아. 그러니 네 몸을 빌려 내가 결정해도 돼. 란초는 때로 이쪽에, 때로 저쪽에 선다. 두 친구가 마침내 자유로워지는 것은 란초에게 복종해서가 아니다. 그가 열어 준 가능성을 자기 이름으로 서명할 수 있는 답으로 바꾸기 때문이다.

이 글은 라지쿠마르 히라니가 연출한 2009년 영화 《세 얼간이》를 다룬다. 영화는 체탄 바갓의 소설 『Five Point Someone』을 참고한 작품임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의 줄거리 분석은 영화와 정식으로 출간된 각본을 기준으로 삼는다.

원문과 영어판 · 중국어 간체·번체 원작 및 영어판은 원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