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나카모토와 암호화폐: 신뢰 없는 장부도 사용자는 필요하다
비트코인은 믿을 만한 중앙기관 없이 거래 순서를 합의하는 장부를 만들었다. 그러나 법정화폐 교환, 보관, 소프트웨어와 규칙 변경에서는 신뢰가 다시 사람과 기관의 세계로 돌아왔다.
사이퍼펑크는 코드를 쓴다
1990년대 사이퍼펑크의 구호는 정부나 기업에 프라이버시를 부탁하지 말고 그것을 코드로 구현하자는 것이었다. 권리의 보장을 선의에 맡기지 않고 소프트웨어의 작동방식에 넣으려 했다.
1980∼1990년대에는 추적하기 어려운 전자현금, 작업증명, 분산 원장과 디지털 서명에 관한 여러 제안이 나왔다. 각각은 중앙발행자와 이중지불, 합의의 문제 가운데 일부를 풀었지만 마지막으로 누가 원장을 관리할지는 남았다.
사토시 나카모토의 혁신은 완전히 새로운 부품 하나보다 기존 부품을 이전에 성공하지 못한 방식으로 결합한 데 있었다. 목표는 신뢰를 더 잘 길들이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거래 확인에서 신뢰할 사람 자체를 필요 없게 만드는 것이었다.
10분마다 쌓이는 순서
디지털 서명만으로는 같은 코인을 두 번 쓰는 문제를 막을 수 없다. 비트코인은 거래를 블록에 묶고 작업증명을 통해 하나의 시간순서에 연결했다. 네트워크는 누적된 계산작업이 가장 큰 체인을 기준으로 역사를 공유한다.
약 10분이라는 블록 간격과 난이도 조정은 중앙시계 없이 합의할 리듬을 만들었다. 금의 희소성을 금속 무게로 증명하는 대신 해시 계산, 장비, 전력과 시간이 비용의 흔적이 됐다.
누구나 같은 데이터를 다시 계산해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은행의 금고나 결제기관 내부장부에 접근할 권한이 없어도 검증은 가능하다. 이 점에서 비트코인은 이전 장부가 하지 못한 일을 실제로 해냈다.
첫 블록과 피자 두 판
2009년 1월 3일 첫 블록에는 영국 재무장관이 은행의 두 번째 구제금융을 준비한다는 신문 제목이 들어갔다. 이는 생성시점을 증명하는 표지인 동시에 금융위기와 은행구제에 대한 문제의식 위에서 출발한다는 선언처럼 읽혔다.
초기의 반응은 열광보다 회의에 가까웠다. 2008년 10월 공개된 설계안과 2009년 소프트웨어는 작은 암호학 커뮤니티에서 시험됐다. 2010년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 판을 산 거래는 코드의 단위를 사회적 교환가치로 시험한 상징이 됐다.
첫 가격의 근거가 이후의 가격을 계속 결정하지는 않았다. 금속화폐와 금환본위가 처음의 물질적 기준을 떠난 것처럼, 비트코인도 채굴비용만으로 시장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가격은 결국 사람들이 얼마로 인정하고 교환하는지에서 나온다.
신뢰는 사라지지 않고 경계 밖으로 이동했다
프로토콜은 체인 위의 거래순서를 검증하지만 사용자가 체인에 도달하는 모든 단계를 맡지는 않는다. 법정화폐를 바꿀 거래소, 개인키를 보관할 지갑, 코드를 작성한 개발자, 채굴풀과 인터넷·전력 인프라를 신뢰해야 한다.
2014년 마운트곡스 파산은 거래소가 한때 생태계의 얼굴이자 주요 출입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중앙은행을 피한 사용자가 보관의 편의를 위해 새 중앙기관에 자산을 맡겼다. 공식제도가 적을수록 평판과 소수 중개의 무게는 더 커졌다.
‘신뢰가 필요 없다’는 말은 프로토콜 안의 특정 신뢰를 암호학적 검증으로 대체했다는 뜻에서는 강력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신뢰가 0이 됐다는 뜻이라면 지나치다. 여항(餘項)은 코드에서 사라져 이용자가 코드를 만나는 경계로 이동했다.
되돌릴 수 없음과 2016년의 분기
블록체인의 안전은 기록을 누구도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는 데서 나온다. 개인키를 잃거나 잘못 송금해도 고객센터가 되돌려 줄 수 없다. 수정 권한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을 신뢰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2016년 이더리움의 대규모 탈취 사건 뒤 커뮤니티는 회의와 투표, 하드포크를 통해 거래효과를 되돌리는 체인을 선택했다. 원래 기록을 지켜야 한다는 쪽은 다른 체인으로 남았다. 논쟁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두 개의 계속 작동하는 역사로 갈라졌다.
착구주기율(鑿構周期律)에서 암호화폐의 새 구(構)는 거래장부에서 신뢰받는 중개자를 크게 줄였다. 하지만 위기라는 착(鑿)이 왔을 때 누군가는 복구 여부를 선택해야 했다. 장부는 아무도 믿지 않고도 존재할 수 있지만, 사용되고 변경되는 순간 사람을 완전히 떠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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