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이 빠뜨린 합리성
효용 함수가 담지 못하는 네 개의 층위
표준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은 합리성의 전부가 아니라 12DD 한 층을 정확히 묘사한다. 원칙과 no deal, genuine C가 왜 효용 언어에서 손실되는지 네 층위 표와 함께 설명한다.
경제학은 인간이 주어진 선택지 가운데 효용이 가장 큰 것을 고른다고 가정한다. 가격 이론과 게임 이론, 거시 모형의 상당 부분이 이 단순하고 강력한 가정 위에 서 있다. 실제 시장의 넓은 영역에서 이 설명은 놀랄 만큼 잘 작동한다.
문제는 오류가 아니라 범위다. 효용을 계산하는 합리성을 합리성 전체로 간주하면, 가격이 유보 가격을 충분히 넘은 뒤에는 거절할 이유가 없고 협상 결렬은 언제나 손실이 된다. 그러나 현실에는 값을 올려도 팔지 않는 것, 타협하느니 거래를 끝내는 편이 합리적인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한 가지 합리성이 아니라 네 가지 작동
차원 계열 이론, 곧 SAE 프레임워크는 합리성을 도덕 점수가 아니라 서로 다른 인지 작동의 층위로 나눈다.
| 층위 | 핵심 작동 | 경제학의 대응 개념 |
|---|---|---|
| 12DD | 이익과 효용을 계산해 최댓값을 선택한다 | 표준적 합리적 행위자 |
| 13DD | 불확실성을 감시하며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점검한다 | 행동경제학의 편향 교정 |
| 14DD |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양보할 수 없는 선, 곧 거래할 수 없는 원칙을 세운다 | 신성 가치, 보호 가치, 정체성 경제학 |
| 15DD | 서로의 양보할 수 없는 선 사이에서 전에 없던 해법을 만든다 | 현재의 주류 어휘에는 뚜렷한 대응이 없다 |
카너먼 이후의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계산을 얼마나 자주 잘못 수행하는지 정교하게 밝혔다. 이는 주로 13DD의 점검을 12DD 모형에 보태는 작업이다. 반면 14DD와 15DD는 계산의 정확도를 고치는 층이 아니다. 무엇이 애초에 선택지로 들어오는지, 두 주체가 선택지 집합 자체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묻는다.
“아주 비싸다”와 “거래 대상이 아니다”
누군가가 “얼마를 줘도 이것은 팔지 않는다”고 말할 때 효용 언어는 그 대상을 극도로 높게 평가했다고 번역한다. 그러나 높은 유보 가격과 거래 가능성의 부정은 다르다. 전자는 가격을 더 올리면 움직일 수 있지만, 후자는 가격을 올려 거래를 성립시키려는 접근 자체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번역은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대신 바로 그 차이를 잃는다.
협상에서 양측이 처음에는 갖고 있지 않던 해법 C를 만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은 더 넓은 선택 공간에서 파레토 개선을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C는 숨겨진 메뉴에서 찾아낸 항목이 아니다. 각자가 양보할 수 없는 선을 지킨 채 상대의 선도 실제 제약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새로 생긴 것이다.
이때의 진정한 C(genuine C)는 절반씩 양보한 타협도, 기존 안 가운데 덜 나쁜 것을 고른 절충도 아니다. 협상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고 두 주체가 함께 있을 때만 생기는 해법이다. 이를 단순한 선택으로 환원하면 창조가 발견으로 바뀌고, 협상의 핵심 작동이 사라진다.
비합리성이라는 오진
주류 모형은 팔지 않겠다는 결정을 비합리성으로, no deal을 협상 실패로, 원칙을 굽히지 않는 태도를 완고함으로 읽기 쉽다. 그러나 14DD의 관점에서는 정반대다. 팔 수 없는 것을 팔지 않고, genuine C가 아직 없을 때 협상을 접으며, 거래할 수 없는 원칙을 타협안에 넣지 않는 것이 구조에 맞는 선택이다.
경제학이 비합리적 행동이라고 부르는 것 가운데 상당수는, 더 높은 층위의 합리성을 낮은 층위의 언어가 체계적으로 오독한 결과다.
칸트가 말한 ‘목적의 왕국’(Kingdom of Ends)에서는 모든 이성적 존재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다. 이에 빗대어 이 시리즈가 말하는 ‘수단의 왕국’(Kingdom of Means)은 모든 가치를 선호로, 모든 선호를 교환 대상으로, 모든 행위자를 서로의 수단으로 다루는 경제의 문법이다.
수단의 왕국은 비난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거래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낯선 사람 사이의 교환을 가능하게 했다. 다만 세계의 전부는 아니다. 효용 함수에 들어가지 않는 나머지를 다시 경제 분석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이 연작의 출발점이다.
중국어 원고의 논증을 바탕으로 한국어 경제·철학 독자를 위해 독립적으로 다시 쓴 판본입니다. 中文・Engli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