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해야 작동한다
여자부 출전 자격의 기준은 60년 동안 거듭 바뀌었다. 2025년 세계육상연맹이 SRY 검사를 도입한 일은, 분류란 자연에 있는 경계를 발견하는 일이 아니라 제도의 경계를 선택하는 일임을 한층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글의 목차
1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내려야 하는 판단
여자부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주최 측은 누가 이 부문에 들어올 수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이 결정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미룰 수 없다. 참가 신청에도, 출전 선수 확인에도, 기록 공인에도, 메달 수여에도 필요하다. 출발 총성이 울리기 전에 출발선에 선 사람은 누구나 이미 그곳에 서도 된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다. 여자부는 우선 하나의 생리적 사실이기 전에 출전 자격을 나누는 분류다. 경기 전에 내려야 하는, 둘 중 하나를 택하는,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결정이다.
이 글은 바로 그 결정과, 그 결정의 근거가 되는 선이 60년 동안 어떻게 거듭 바뀌었는지를 다룬다.
앞선 제13편에서는 구축이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 곧 생물학적 팔다리를 지닌 그 선수와 마주했을 때 입증책임을 배분하는 자리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 이야기는 그와 이웃해 있지만 다르다. 여기서 구축이 마주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아니라 반드시 내려야 하는 분류다. 그런데 분류의 기준은 연속적이고 서로 겹치며 여러 요인이 함께 결정하는 생리적 현실 위에 놓여 있다. 그것을 깔끔하게 둘로 가를 수는 없다.
먼저 이 글이 무엇을 하려 하고, 무엇을 하려 하지 않는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어느 쪽이 옳은지 판정하지 않는다. 여성의 참된 정의를 내리지도 않는다. 글 한 편으로 내릴 수 있는 정의가 아니며, 어느 중재재판부도 그런 정의를 내려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려는 일은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지난 60년 동안 “누가 여자부에 들어올 수 있는가”에 답하는 기준은 적어도 일곱 국면을 거쳤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은 이전 기준을 더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측정하는 대상 자체가 전혀 다른 것으로 거듭 교체되었다.
이 사실 자체는 어느 편에 서느냐와 무관하다. 이 문제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든, 판정 기준이 거쳐온 이 일곱 국면은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리고 바로 그 사실이 이 글에서 살펴보려는 구축의 처지를 드러낸다.
이 점부터 못 박아두는 까닭은 이 글이 지켜야 할 선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여자부에는 명확한 경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확신할 수도 있고, 현재의 경계가 잘못된 곳에 그어져 있다고 확신할 수도 있다. 두 입장과 그 사이의 수많은 입장을 재단하는 일은 이 글의 몫이 아니다. 관찰하려는 것은 어느 경계가 옳은지가 아니라, 구축이 어떤 경계를 긋든 공통으로 마주하는 어려움이다. 구축은 경기 전에 집행할 수 있는 명확한 이분법적 판정을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판정의 근거는 어느 것이든 그 자체로 뚜렷하게 두 쪽으로 나뉘지 않는 생리적 현실에서 가져온다. 이 어려움은 어느 입장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2 판정 기준이 거쳐온 일곱 국면
먼저 기준이 바뀌어온 경로를 펼쳐보자. 이 글은 그 위에 서 있다.
1966년 무렵, 일부 국제대회는 의사가 외형을 살피거나 신체검사 또는 부인과 검사를 하는 방식을 시범적으로 시행했다. 판정 기준은 몸의 겉모습이었다.
1967년에는 국제육상경기에서 성염색질 검사, 곧 바소체 검사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구강 점막 세포를 채취해 비활성화된 성염색체 하나가 형성한 성염색질을 찾는 검사였다. 기준이 겉모습에서 세포 안의 염색체 표지로 바뀌었다.
1990년대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중합효소연쇄반응, 즉 PCR 검사로 전환했다. 특정 성염색체의 고유한 염기서열을 검출하는 방식으로, 대개 성 결정에 관여하는 유전자 서열이나 그 밖의 특이적 DNA를 표적으로 삼았다. 기준이 성염색질에서 특정 유전자 서열로 바뀌었다.
2011년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안드로겐 수치가 높은 여성의 출전 자격에 관한 규정을 발표했다. 기준이 유전자 서열에서 혈청 테스토스테론 수치로 바뀌었고, 여기에 몸이 안드로겐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더해졌다.
2018년에는 특정 성발달 차이를 대상으로 하는 규정으로 바뀌었다. 규정에 열거된 특정 상태에 해당할 것, 혈청 테스토스테론이 정해진 수치 이상일 것, 안드로겐에 충분히 민감할 것 등이 조건에 포함되었다. 기준의 대상이 일반적인 고테스토스테론 상태에서 특정한 유형의 신체 상태로 좁아졌다.
2023년에는 테스토스테론 상한이 더 낮아졌고, 규제 대상도 일부 달리기 종목에서 모든 랭킹 대상 대회로 확대되었다. 같은 시기의 트랜스젠더 선수 규정은 테스토스테론을 몇 년 동안 억제했는지만 보지 않고, 남성 사춘기를 거쳤는지를 보게 되었다. 판정 기준에 발달 이력이 들어왔다.
2025년 세계육상연맹은 다시 유전자 서열을 일생에 한 번 검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성발달 차이가 있는 선수와 트랜스젠더 선수를 별도로 다루던 종전 제도를 대체한 것이다. 기준은 한 바퀴를 돌아 유전자 서열로 돌아왔다. 다만 이번에는 통합된 일회성 사전 선별검사라는 역할을 맡았다.
외형, 성염색질, 특정 성염색체의 고유 서열, 혈청 테스토스테론, 특정 성발달 차이, 남성 사춘기, 그리고 다시 유전자 서열. 일곱 국면에 걸쳐 측정 대상과 분류의 근거가 바뀌었고, 한때 사용했던 대상은 새로운 역할을 맡아 돌아오기도 했다.
여기서 쉽게 놓치는 사실 하나를 짚어야 한다. 이 일곱 국면은 하나의 검사를 일곱 번 개량한 역사가 아니다. 같은 것을 점점 더 정확하게 잰다면 개량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사에서는 측정 대상 자체가 거듭 바뀌었다. 외형과 염색질은 같은 것이 아니며, 염색질과 테스토스테론도, 테스토스테론과 사춘기 이력도 같은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자부라는 분류는 줄곧 존재했다”는 말은 참이지만, “여자부 출전 자격의 과학적 정의가 언제나 같았다”는 뜻은 아니다. 분류는 계속 있었고 기준은 계속 바뀌었다. 바뀐 것은 정밀도만이 아니라 대상이었다.
이 차이가 낳는 실제 결과도 짚어둘 만하다. 일곱 국면이 같은 것을 더 정확하게 재어온 과정이라면, 가장 최근의 기준은 앞선 모든 기준의 개선판이어야 한다. 여전히 같은 것을 재되 더 잘 재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최신 유전자 선별검사가 재는 것은 더 정밀한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더 정밀한 염색질도 아니다. 그것들과 다른 것, 특정 유전자 서열의 유무를 잰다. 테스토스테론 기준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대체한 것이다. 언젠가 기준이 유전자에서 다른 것으로 바뀐다면, 그때도 유전자 기준의 개선이 아니라 또 한 번의 교체가 된다. 이 구축은 한 길을 따라 점점 멀리 나아가는 것이 아니다. 거듭 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점은 제7편의 10종경기 점수표와 통하면서도 더 날카롭다. 거기서는 서로 다른 종목을 어떻게 환산할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다섯 가지 답을 내놓았다. 여기서는 누구를 여성으로 볼 것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답하는 기준이 일곱 국면을 거쳐왔다. 차이가 있다면, 점수표가 바꾼 것은 환산 규칙이었지만 여기서 바뀌는 것은 한 사람이 출전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입구의 근거 자체라는 점이다.
3 어느 기준도 정작 재려는 것을 직접 재지 못한다
각 기준의 과학적 한계를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공통점이 보인다. 어느 것도 정작 판정해야 하는 것을 직접 측정하지 못한다.
규정을 지지하는 쪽의 설명에 따르면, 실제로 판정해야 하는 것은 어느 선수가 특정 종목에서 남성 사춘기의 안드로겐 작용으로 인한 충분히 큰 경쟁상 이점을 지녔는가이다.
하지만 각각의 기준이 재는 것은 다른 것이다.
바소체 검사는 세포 안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비활성 성염색체가 있는지를 본다. 운동능력을 재지 않고, 생식샘의 기능을 재지 않으며, 안드로겐의 작용도 재지 않는다. 바소체가 없는 일부 여성은 일차 검사에서 부적격으로 분류될 수 있고, 바소체가 있으면서 상당한 안드로겐 작용을 겪은 사람은 통과할 수도 있다. 여성인지를 믿을 만하게 판별하는 검사도, 경기상 이점을 재는 검사도 아닌 것이다. 1991년에 발표된 한 연구 논문은 이런 선별검사가 여성 선수 약 504명 중 한 명을 부당하게 배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PCR 검사는 특정 유전자 서열의 존재 여부를 잰다. 바소체 검사보다는 직접적이지만, 그 서열이 정상적으로 발현되는지, 몸이 안드로겐에 반응하는지, 사춘기에 어떤 표현형 변화가 일어났는지, 특정 종목에서 얼마나 큰 이점을 얻었는지는 그것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특정 DNA를 검출하는 민감도는 높였지만, 그 결과를 출전 자격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해결하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는 여자 선수 3,387명이 검사를 받았다. 여덟 명은 일차 검사 뒤 재검토가 필요했지만, 결국 여덟 명 모두 출전을 허가받았다. 해당 성염색체에 특이적인 물질을 검출했다고 해서 반드시 부적격으로 보지는 않았던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생리적 작동 원리에 더 가까운 기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 역시 완전한 대리지표는 아니다. 근육이 안드로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직접 재지 않으며, 사춘기 발달이나 특정 종목의 경기력도 재지 않는다. 엘리트 선수 693명의 경기 후 시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특정 측정 조건과 문턱값을 적용했을 때 남녀의 테스토스테론 분포가 겹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모든 남성과 모든 여성의 혈청 수치를 한 번씩 측정하면 절대로 겹치지 않는다는 절대적 명제를 반박한다. 그러나 중첩 구간에 놓인 각 개인의 안드로겐 반응, 사춘기 경험, 경기상 이점이 어떠한지까지 이 결과 하나로 답할 수는 없다.
유전자 서열이라는 최신 기준은 경기상 이점과의 분리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경우다. 새 규정의 첫 관문은 시료에서 그 서열이 검출되는가이다. 어느 선수의 현재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재거나 그 선수 개인의 이점을 추정하는 일이 아니다. 이 검사는 표적 서열이 시료에 있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답할 수 있다. 그렇다고 종목별 경기력도 같은 정확도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규정 자체가 안드로겐에 전혀 반응하지 않는 경우를 예외로 두어야 한다. 유전적 표지의 존재와 기능적인 안드로겐 작용이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음을 바로 그 예외가 보여준다.
그러므로 일곱 국면에 등장한 기준들에는 한 가지 공통된 성질이 있다. 외형, 염색질, 유전자, 호르몬처럼 분명히 측정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잰다는 점이다. 반면 정작 판정하려는 것, 특정 종목에서 충분히 큰 경쟁상 이점이 있는지는 어느 기준도 직접 재지 못한다. 모든 기준은 대리지표다. 재기 어려운 것을 재기 쉬운 것으로 대신하는 대역이다. 그리고 대리지표와 그것이 대신하는 대상 사이에는 아직 건너지 못한 골이 놓여 있다.
이 골은 과학이 덜 발달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판정해야 할 대상, 곧 특정 종목에서 충분히 큰 경쟁상 이점이라는 것 자체가 한 번의 측정으로 붙잡을 수 있는 단일한 양이 아니다. 사춘기의 발달, 호르몬에 대한 근육의 반응, 골격과 심폐 구조,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어느 종목에서 실제 성적으로 바뀌는 방식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어떤 기준이든, 외형이든 유전자든 호르몬이든, 이 긴 인과 사슬에서 한 고리만 붙잡을 수 있다. 한 고리로 사슬 전체를 대신하면 다른 고리들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더 좋은 검사가 나오기만 하면 메울 수 있는 골이 아니다. 판정 대상 자체의 복합성에서 생기는 골이다.
4 그 선은 한 번도 계산으로 나온 적이 없다
테스토스테론이 기준이던 시절, 이 골은 아주 구체적인 질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문턱값은 어떻게 정했는가.
2011년 규정은 일정한 이점의 비율을 하나의 공개된 수치로 환산하지 않았다. 정상 남성 범위를 기본 경계로 삼고, 여기에 안드로겐 민감성에 대한 판단을 덧붙였다. 문턱값의 출처는 임상 참고구간과 범주라는 개념이었다. 테스토스테론이 한 단위 늘 때 기록이 몇 초 좋아지는지를 계산해 얻은 값이 아니었다.
2018년 규정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이를 성발달 차이가 없는 대다수 여성의 수치보다 뚜렷이 높고 일반적인 남성 범위보다는 낮은, 집행 가능한 경계라고 설명했다. 검사 오차와 개인별 변동을 감안할 여유도 있다는 설명이었다. 중재 기록에서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략적인 범위는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없는 여성에게서는 매우 낮았고, 남성에게서는 훨씬 높았다. 선택된 수치는 두 집단의 평균값도 아니었으며, 그 대회 연구에서 나온 효과크기로부터 수학적으로 도출한 값도 아니었다.
여기가 이 절의 핵심이다. 그 수치 이상에서는 반드시 일정한 최소 비율의 이점이 생기고, 조금만 낮아지면 생기지 않는다고 입증한 공개 용량–반응 모형은 없다. 중재에서 신청인 측 전문가들은 이 점에 명확히 의문을 제기했다. 기관의 답변은 주로 참고구간, 안드로겐의 생리 작용, 행정적 집행 가능성에 기대었다. 따라서 그 문턱값은 규범적·임상적 경계로 설명할 수는 있어도, 1%대에서 4%대에 이르는 그 효과크기로부터 정밀하게 계산해낸 값이라고 할 수는 없다.
2023년에는 그 수치가 다시 낮아졌다. 공식 설명은 새로운 수치가 일반적인 여성 참고구간의 상한에 더 가까운 기준이라는 것이었다. 공개 규정은 의무와 기한을 제시했지만, 새 수치와 특정 경기 효과의 비율을 하나하나 연결하는 계산은 첨부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왜 모든 육상 종목에 똑같은 호르몬 수치를 적용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공개 모형도 없었다.
2025년 기준이 유전자 서열로 바뀌자 같은 문제가 다른 형태로 남았다. 그 검사의 정확성은 분석 차원의 정확성이다. 서열이 있는지 없는지에는 정확히 답한다. 그러나 그 서열의 검출과 특정 종목의 구체적 이점 사이에 어떤 정량적 관계가 있는지에는 여전히 답하지 못한다. 기준은 연속적인 호르몬 수치에서 유전자의 유무로 바뀌었다. 효과크기를 도출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는 문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메워지지 않았다.
이는 앞선 글들과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다. 제7편에서는 10종경기 점수표 계수의 완전한 도출 과정이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제12편에서는 러닝화의 40밀리미터 경계가 어떻게 도출되었는지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제13편에서는 의족의 ‘전체적인 순이점’이 직접 측정하는 변수가 아니라 증거에 적용하는 법적 기준이었다. 이번 글에서 살펴본 테스토스테론 문턱값들도 효과크기로부터 계산해낸 값은 아니다.
네 곳에 네 개의 정밀한 선이 있다. 그러나 어느 선이든 왜 바로 그 자리에 그어져야 하는지 입증할 수 없는 곳에 놓여 있다. 어느 한 기관의 부주의가 아니다. 이런 경계들이 공통으로 처한 상황이다. 가르려는 대상은 연속적이다. 허용할 수 있던 것이 갑자기 허용할 수 없는 것으로 바뀌는 자연적 단절점은 없다. 대상이 연속적인 이상, 어떤 선이든 누군가가 그어 갈라놓은 선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그은 선은 설명할 수 있고 옹호할 수 있다. 그러나 증명할 수는 없다.
5 개인에게 나눠 줄 수 없는 집단의 차이
이 글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양쪽의 가장 강한 논거까지 제시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절과 다음 절에서는 규정의 지지자와 반대자가 각각 내놓는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을 나란히 놓는다. 어느 쪽이 옳은지는 판정하지 않는다.
먼저 양쪽이 모두 인정하면서도 정반대로 사용하는 사실 하나를 보자.
근력·속도·지구력을 겨루는 대부분의 종목에서 성인 엘리트 선수의 남녀 성적 차이는 대략 10~12%다. 규정을 지지하는 쪽은 사춘기의 테스토스테론이 일으키는 근육량, 헤모글로빈, 골격, 심폐의 변화를 그 격차를 만드는 주요 기전 중 하나로 본다. 이 집단적 격차는 여자부를 두는 핵심적인 경험적 근거다.
이 사실은 양쪽 논증의 공통 출발점이다. 동시에 결정적인 한계가 하나 있고, 그 한계에도 양쪽이 동의한다. 집단적 격차 자체만으로는 어떤 특정한 여성 개인이 10~12%의 이점을 지녔음을 직접 입증할 수 없다.
집단과 개인은 다르다. 두 집단 사이의 평균 차이가 12%라고 해서 한 집단의 모든 사람이 다른 집단의 모든 사람보다 12% 빠른 것은 아니다. 분포는 서로 겹치고 개인들은 흩어져 있다. 따라서 확실한 집단적 격차에서 특정 개인의 이점으로 가려면 한 단계를 더 건너야 한다. 집단의 숫자 자체만으로는 그 단계를 건널 수 없다.
이제 양쪽이 이 한 단계를 각각 어떻게 다루는지 보자.
규정을 지지하는 쪽은 말한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점을 정확한 백분율로 검사할 수 없기 때문에 관리 가능한 범주별 규칙을 쓸 수밖에 없다고. 출전 자격은 경기 전에 집행 가능한 양자택일의 결정으로 주어져야 하는데, 과학의 변수들은 흔히 연속적이고 서로 겹치며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어떤 경계를 그어도 경계선상의 사례는 생긴다. 이를 근거로 기관은, 규정의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이 모든 경기에서 정확히 같은 이점을 지녔음을 증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범주 차원의 대리 기준이 합리적이고, 증거가 충분하며, 절차가 일관적임을 입증하면 된다는 것이다.
규정에 반대하는 쪽은 말한다. 남녀 집단 사이의 격차를 특정 여성 개인에게 그대로 나눠 줄 수는 없다고. 혈청 테스토스테론은 근육의 반응이나 사춘기 발달, 종목별 경기력을 완전히 대신하는 지표가 아니다. 성발달 차이가 있는 선수의 표본은 애초에 매우 적고, 핵심 연구도 대부분 관찰연구이거나 성발달 차이가 없는 집단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므로 규정은 통제하려는 특성이 충분히 크고, 해당 종목에 충분히 구체적이며, 충분히 재현 가능한 이점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일반적인 남성의 자료에서 유추해 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두 주장은 같은 사실 위에 서 있다. 10~12%의 집단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것을 개인에게 그대로 배분할 수 없다는 한계다. 그러나 같은 사실에서 정반대의 결론으로 간다. 한쪽은 개인을 잴 수 없으니 범주를 쓸 수밖에 없다고 한다. 다른 쪽은 개인을 잴 수 없으니 집단에서 유추한 범주로 개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 글은 두 주장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지 판정하지 않는다. 두 주장 모두 성립하며, 각각 같은 한계에 대한 서로 다른 대응 위에 서 있다.
이 점이 왜 중요한지 알려면 한 가지를 보아야 한다. 양쪽이 다투는 것은 사실 집단적 격차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10~12%라는 차이는 양쪽 모두 받아들인다. 다투는 것은 확실한 집단적 사실을 구체적인 개인에게 적용할 수 없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한쪽은 그렇다면 범주로 물러서야 한다고 답한다. 개인은 잴 수 없고, 범주가 유일하게 집행 가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다른 쪽은 그렇다면 범주로 개인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답한다. 개인의 실제 상태는 범주의 평균에서 크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에 관한 두 개의 상충하는 설명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대하는 두 태도다. 의견이 갈리는 곳은 과학의 층위가 아니다. 과학이 해줄 수 있는 일을 다 한 뒤에도 결정을 내려야 하는 층위다. 그 층위를 판정해줄 더 높은 과학은 없다.
6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는 증거
구체적인 과학적 증거에서도 양쪽의 이견은 분명하다. 그중 한 대목은 이 글에서 가장 단단하게 짚고 넘어갈 부분이다.
규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연구는 2017년의 분석이다. 두 차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얻은 2천여 건의 선수 관측자료를 분석하면서, 남녀 선수를 각각 유리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나누고 성적을 비교했다. 여자 표본에서는 몇몇 종목에서 고테스토스테론 집단의 성적이 저테스토스테론 집단보다 대략 1%대에서 4%대까지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회 자료를 분석한 관찰연구였지 무작위 실험은 아니었다. 여러 방향에서 비판이 제기되었다.
한 방향은 자료의 질이었다. 공개 자료를 재검토한 연구자들은 중복된 기록, 불가능하거나 잘못된 경기 성적, 불투명한 자료 수정 과정을 지적했다. 중재 증거에도 상당수 선수가 두 대회에 중복해서 등장했고, 일부 표본은 분류할 수 없었으며, 도핑의 영향이 별도로 분석되지 않았다는 점이 기록되었다. 규정을 지지하는 쪽의 연구자들은 일부 오류를 고쳤지만, 이런 문제가 전체적인 관계를 뒤집는다는 주장은 부인했다.
다른 방향의 비판에는 이 글에서 가장 오래 멈춰볼 만한 대목이 있다.
그 연구가 유의한 효과를 제시한 여자 종목에는 몇몇 달리기 종목과 해머던지기, 장대높이뛰기가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2018년 규정은 400미터부터 1마일까지를 대상으로 삼으면서 해머던지기와 장대높이뛰기는 포함하지 않았다. 거꾸로 규정에 들어간 1,500미터와 1마일에 대해서는 원래 연구가 그에 해당하는 유의한 차이를 제시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규정의 근거라고 제시된 연구와 실제 규제 대상 종목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연구에서 효과가 나타난 일부 종목은 규정에서 빠졌고, 규정에 들어간 일부 종목에서는 연구가 효과를 제시하지 않았다.
이 불일치는 외부 비판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다. 중재재판부가 직접 기록한 사실이다. 다수의견은 규정을 유지하면서도 1,500미터와 1마일의 증거 기반에는 명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규정 지지자들은 적용 종목을 정할 때 생리적 기전, 가까운 거리의 종목, 다른 증거들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반대자들은 이런 사후적 선택이야말로 규정이 연구 결과에서 직접 도출되었다는 주장을 약화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목은 제11편과 이어진다. 그 글에서는 창의 설계를 바꾼 이유로 창이 평평하게 떨어지는 문제와 비거리가 함께 제시되었다. 한 번의 변경이 두 문제를 동시에 처리했기에, 나중에는 어느 쪽이 주목적이었는지 분명히 말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서 규정은 연구가 입증한 이점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된다. 그러나 규정의 적용 종목과 연구의 종목이 어긋나면서, 규정을 연구에서 도출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고려로 먼저 만든 뒤 연구를 뒷받침 자료로 가져온 것인지 분명히 말하기 어려워진다. 구축이 내놓는 이유와 실제로 하는 일 사이에 틈이 있다.
이 틈을 반드시 기만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더 개연성 있는 설명은 규정의 형성이 애초부터 하나의 연구에서 곧장 뻗어나오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생리적 기전에 대한 일반적 이해, 인접 종목에서의 유추, 집행의 편의, 각 당사자의 힘겨루기가 함께 작용하고, 연구는 여러 투입 요소 가운데 하나가 된다. 따라서 규정과 연구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연구를 왜곡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규정은 처음부터 연구의 직접적인 산물이 아니었는데도 흔히 그런 것처럼 설명되었다는 뜻에 가까울 수 있다. 이는 제7편의 점수표 계수들과도 통한다. 정밀해 보이고 과학의 외양을 갖춘 것의 실제 출처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보다 훨씬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유와 실제 사이의 틈은, 정밀한 근거가 가장 절실한 곳에서 도리어 정밀해 보이는 외양에 가장 쉽게 가려진다.
다른 증거를 두고도 이견은 이어진다. 한 무작위 대조시험은 엘리트 선수가 아닌 젊은 여성들에게 10주 동안 테스토스테론을 투여했다. 달리다 탈진할 때까지 버티는 시간이 개선되었지만, 일부 근력과 순발력 지표에서는 집단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지지자들은 무작위 설계가 관찰연구보다 강한 인과적 증거를 제공한다고 본다. 반대자들은 표본이 작고, 참가자들이 엘리트 선수가 아니며, 개입 기간이 10주에 불과하고, 평가 지표가 정식 경기 기록이 아니라 탈진까지의 달리기 시간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건강한 여성에게 외부에서 단기간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으로는 성발달 차이가 있는 선수가 평생 겪어온 발달 과정을 온전히 재현할 수도 없다.
경합하는 증거들은 나란히 놓여 있다.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완전히 압도하지 못했다. 이 글은 그들 스스로 내리지 못한 판정을 대신 내려주지 않는다.
7 네 단계의 심사, 서로 다른 질문
세메냐 사건은 네 단계의 심사 절차를 거쳤다. 이 글이 판정을 유보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한 방법은, 그 어느 단계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판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는 것이다.
첫 단계는 스포츠중재재판소였다. 2019년 다수의견은 2018년 규정에 차별성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당시 증거에 비추어 여자부라는 경기 범주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하고 합리적이며 비례적인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규정에 대한 이의를 기각했다. 동시에 규정을 공정하게 집행할 수 있는지, 선수들이 요구 수치를 안정적으로 충족할 수 있는지, 약물 부작용과 비밀보장의 위험은 어떠한지, 1,500미터와 1마일의 증거가 부족하지 않은지에 관해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재판부가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보아야 한다. 적용한 판단 기준은 당시 증거가 규정을 유지하기에 충분한가였다. 규정의 영향을 받는 모든 선수에게 반드시 같은 이점이 생긴다고 입증하지 않았다. 개인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로 경기 시간을 초 단위까지 정확히 계산하는 공식도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실제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지나치게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비례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단서를 분명히 남겼다. 판단한 것은 당시 증거에 비추어 이 구체적인 규정이 유효한가였지, 여성의 정의가 아니었다.
두 번째 단계는 스위스 연방대법원이었다. 2020년 법원은 중재판정 취소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나 이는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지를 극히 좁은 범위에서 심사한 것이었다. 핵심 질문은 모든 과학적 증거를 처음부터 다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재판정이 스위스의 공공질서에 위반된다는 매우 엄격한 문턱을 넘는가였다. 법원이 확인한 것은 스위스 중재법이 인정하는 제한된 사유로 그 판정을 취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든 과학적 결론이 옳다고 독자적으로 확인한 것은 아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단계는 유럽인권재판소였다. 2023년 소재판부는 4 대 3으로 스위스가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스위스 정부가 대재판부 회부를 요청했고 사건의 회부가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소재판부 판결은 확정판결이 되지 않았다.
2025년 7월 10일, 대재판부가 최종 판결을 내렸다. 15 대 2로 스위스가 협약 제6조 제1항, 곧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세메냐는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선택 없이 스포츠중재재판소의 전속 관할을 받아들여야 했고, 분쟁은 인격과 신체에 관한 기본적 권리와 관련되어 있었다. 그런데 스위스 연방대법원이 공공질서를 극도로 좁게 해석함으로써 충분한 보장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여기서는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가장 쉽게 잘못 읽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대재판부는 스위스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동시에 차별, 사생활, 실효적 구제에 관한 청구들은 부적법하다고 보았다. 스위스와의 영토적 연관이 충분하지 않아, 해당 청구들에 관한 한 세메냐가 스위스의 관할 범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는 관할에 관한 결론이다. 성발달 차이 규정이 실체적으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 아니다. 대재판부는 중재재판소의 판정을 취소하지 않았고, 세계육상연맹 규정의 무효를 선언하지 않았으며, 세메냐에게 여자 종목 출전 자격을 직접 부여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 네 절차는 심사 범위가 서로 다르다. 첫 단계는 당시 증거에 비추어 규정이 유효한지를, 두 번째는 중재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지를 심사했다. 세 번째인 2023년 소재판부는 협약상 권리 침해에 관한 청구들을 심사했지만, 회부 뒤 그 판결은 확정되지 않았다. 네 번째 단계의 최종 판단은 스위스가 제공한 사법절차의 공정성을 다루었다. 어느 단계도 누구를 여자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여성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추상적이고 최종적인 답을 주지 않았다. 절차상 승소가 곧 규정의 실체적 무효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 근본적인 실체의 문제는 네 절차를 거친 뒤에도 최종적으로 판정되지 않은 채 남았다.
네 절차의 역할 차이는 이런 문제들에 관한 일반적인 사실을 드러낸다. 어느 심사기관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려 하지 않거나 답할 수 없다. 중재재판소는 당시 증거 아래 이 규정이 유효한지로, 스위스 법원은 그 판정을 취소할 수 있는지로 범위를 한정했다. 유럽인권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다룬 핵심은 절차의 공정성이었다. 기관들은 저마다 한 걸음 물러나 자기 권한 안의 더 좁은 문제를 처리하고, 가장 큰 질문은 그 자리에 남겨둔다.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니다. 누구를 여자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여성으로 보아야 하는가라는 최대의 질문은 법이나 중재가 단번에 영원히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각 기관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마다 감당할 수 있는 작은 조각을 다룬다. 큰 덩어리는 여전히 매달린 채 남아 있다.
8 어디에 그어도 연속체를 가르는 선
이제 논의를 마무리하자. 마무리하는 방식 역시 하나의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다.
이 구축은 반드시 해내야 하지만 깔끔하게 해낼 수는 없는 과제 앞에 서 있다. 경기 전에 모든 신청자를 두 집단으로 나누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경기를 조직하려면 집행 가능한 이분법적 결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나누는 데 쓰는 기준은 외형이든 염색질이든 유전자든 호르몬이든 사춘기 이력이든, 연속적이고 서로 겹치며 여러 요인이 함께 결정하는 생리적 현실 위에 놓여 있다.
이것이 이번 글의 잔여항이다. 그 형태는 앞선 어느 글의 잔여항과도 다르다.
앞선 글들의 잔여항은 명단에 들지 못한 이름이었고, 계산해 분리할 수 없는 원인이었으며, 판정되지 않는 기술이었다. 선택되지 않은 선택지, 비교할 수 없는 기록, 존재하지 않는 몸이기도 했다. 각각 고유한 모습이 있었다. 이번 글의 잔여항은 판정 기준 자체가 담아내지 못하는 연속성이다. 성별과 관련된 생리적 특성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떨어져 전혀 겹치지 않는 두 무더기로 존재하지 않는다. 연속적으로 분포하고 서로 겹치며 수많은 요인이 함께 빚어내는 지형을 이룬다. 그런데 분류는 이 지형 위에 선 하나를 명확히 긋도록 요구한다.
선을 어디에 긋든, 그 자체로 자연적 단절점이 없는 연속체 위에 긋게 된다. 판정 기준의 역사가 일곱 국면을 거쳐온 까닭이다. 그것은 일곱 단계에 걸쳐 참된 선에 가까이 다가간 역사가 아니다.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참된 선이 거기에 없기 때문이다. 자연적 경계가 없는 곳에서 측정 가능한 대상을 근거로 선을 거듭 달리 배치해온 역사다. 그 일곱 국면의 어느 배치도 자신이 유일하게 옳은 자리를 갈랐다고 증명할 수 없다. 그런 자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제12편에서 보았던 이치를 더 근본적인 차원으로 가져온다. 그곳에서는 러닝화의 이점이 연속적이고 자연적 단절점이 없었기에 40밀리미터라는 선은 그어야만 했고 증명할 수는 없었다. 여기서는 성별과 관련된 생리적 특성이 연속적이고 자연적 단절점이 없기에 모든 기준과 문턱값 역시 그어야만 하는 것이며 증명할 수 없는 것이다. 차이는 대가에 있다. 신발의 선을 잘못 그었을 때 걸리는 것은 어떤 장비로 낸 기록을 인정할 것인가이다. 그러나 이 선이 어디에 놓이느냐에는 한 사람의 몸과 직업, 존엄과 정체성이 걸려 있다. 구체적인 한 사람이 줄곧 살아온 자기 모습 그대로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지가 걸려 있다. 그래서 이 선을 한 번 움직이는 일은 장비의 규격을 바꾸는 일보다 훨씬 무겁다.
그토록 무겁기에 이 글에는 각별한 절제가 필요하다. 얼마든지 어느 편에 서는 글이 되어, 이미 충분히 소란스러운 논쟁에 합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연작이 하려는 일은 그것이 아니다. 이 연작은 언제나 구축이 완결할 수 없는 지점 앞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한다. 구축 자신도 내리지 못하는 판정을 대신 내리려 하지 않는다. 이 문제에서 구축의 움직임은 분명하다. 분류해야 하지만 증명 가능한 분류선을 찾을 수 없다. 그래서 기준을 거듭 바꾸고, 그때마다 이유를 내놓고, 그때마다 도전받고, 그때마다 종점에 닿지 못한다. 이 움직임을 관찰하는 일과 그 논쟁에 참여하는 일은 서로 다르다. 이 글은 앞의 일만 한다.
처음에 세운 원칙을 여기서도 지켜야 한다. 이 글은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하는지 판정하지 않는다. 기록하는 것은 지난 60년 동안 그 선을 긋는 방식이 적어도 일곱 국면을 거쳤다는 사실이다. 그때마다 선을 긋는 기관은 이유를 내놓았고, 그때마다 그 이유는 도전받았다. 이번에야말로 마침내 옳은 곳에 그었다고 선언한 최종 판정은 한 번도 없었다.
구체적인 사람을 이야기할 때, 이 글은 그들이 스스로 공개한 말만 사용한다. 한 선수는 자신이 쓴 2005년 글에서 일상적으로 시행되는 유전 검사를 여성이 스포츠에 들어가는 데 놓인 추가적인 장벽이라고 표현했다. 한 선수는 중재 증언에서 자신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임을 강조했다. 한 선수는 중재 과정에서 자신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진 몸이, 이점에 대한 충분한 증거도 없이 자신을 배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그들 자신의 입장과 경험이다. 스스로 말한 것이지 어느 기관이 유출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은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은 어떤 의료기록도 옮기지 않는다. 그 중재재판부들 역시 이 문제를 검사 결과지 한 장에서 읽어낼 수 있는 답으로 끝내 환원하지 않았던 것처럼.
오늘날 스포츠 단체들은 서로 다른 곳에 선을 긋고 있다. 어떤 곳은 사춘기 이력을 따르고, 어떤 곳은 유전자를 따르며, 어떤 곳은 별도의 오픈 부문을 두고, 어떤 곳은 여전히 기준을 바꾼다. 서로 다른 위치 자체가 보여주는 바가 있다. 이 문제에는 과학에서 곧바로 읽어낼 수 있고 모두가 동의하는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해답이 있다면 이미 한곳으로 모였을 것이다. 각 종목 안에서는 어느 대회든 같은 공인 세계기록을 기준으로 삼는 것처럼. 그러나 이들은 수렴하지 않았다. 수렴해 갈 그 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구축은 한 사람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잴 수 있고, 특정 유전자 서열이 있는지를 검사할 수 있으며, 집단 사이의 평균 성적 차이가 몇 퍼센트인지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연속적이고 겹치는 그 지형에서 여자부의 경계가 정확히 어느 점에 놓여야 하는지는 잴 수 없다. 그 점은 측정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반드시 그어야 하지만 어디에 그어도 유일하게 옳다고 증명할 수 없는 선이다. 그리고 이 구축은 60년 동안, 일곱 국면에 걸쳐 그 선을 거듭 그어왔다.
자는 아직 정확히 재지 못했다. 그래도 여전히 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