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시공요새 마크로스》 읽기
다섯 편의 글은 전쟁만을 위해 만들어진 종족에서 출발한다. 무기로 오인된 미인대회, 세 첩자와 인형 하나, 자신을 유지하려고 달라진 이들을 제거하는 체제를 거쳐, 2년 뒤에도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평화에 이른다.
《초시공요새 마크로스》는 흔히 변형 전투기와 아이돌 가수, 삼각관계로 기억된다. 더 기묘한 점은 따로 있다. 살아가야 하는 도시 하나를 전쟁 기계 안에 집어넣고, 기능 하나만 수행하도록 만들어진 병사들에게 식사와 장난감, 연애와 노래를 만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 다섯 글은 36화로 이루어진 텔레비전판만을 주된 텍스트로 삼는다. 1984년 극장판은 중요한 사건을 여럿 다시 썼고, 후속 시리즈는 세계관을 넓혔다. 여기서는 그 설정들을 말없이 원작에 소급해 끼워 넣지 않는다. 작품 전체의 줄거리와 결말을 다룬다.
- 1 / 5그들에게는 싸우지 않는다는 선택지가 없었다전쟁을 하도록 만들어진 종족이 있다. 싸움을 잘한다거나 전쟁으로 나라를 세웠다는 뜻이 아니다. 만들어질 때부터 그 용도가 새겨져 있었다. 몸은 대단히 강하고 무기는 정교하다. 함대는 함선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그런데 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
- 2 / 5그들이 포착한 것은 미인대회였다정찰정 한 척에 젠트라디 병사 세 명이 타고 있다. 임무는 저 요새에 접근해 정보를 모으는 것이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이들은 함내 방송을 수신한다. 미인대회 방송이다.
- 3 / 5탈영병 세 명과 인형 하나젠트라디 병사 세 명이 자원한다. 지원한 임무는 ‘마이크론화 조사원’이다. 몸을 인간 크기로 줄인 뒤 그 도시 안에 숨어들어 정보를 모으는 일이다. 통통한 사람은 와레라, 키 작은 사람은 로리, 키가 크고 머리가 긴 사람은 콘다다. 세 사람은 도시로 들어간다.
- 4 / 5그는 지구의 생명을 거의 전멸시켰다젠트라디군 제118기간함대의 총사령관은 보돌 저(Boddole Zer)다. 그가 지휘하는 것은 제118기간함대다. 모든 젠트라디의 유일한 지배자는 아니다. 작품에 나오는 그의 함대 규모는 함선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그가 명령 하나를 내린다. 그 명령이 집행된 결과, 지구 표면은 거의 완전히 파괴된다. 후대의 설정에서는 보통 ‘생명체의 약 99퍼센트가 사라졌다’고 정리한다.
- 5 / 52년 뒤27화의 전투가 끝났을 때, 이 이야기도 끝날 수 있었다. 적의 기함이 파괴되고 최고사령관이 죽으면서 전쟁은 끝난다. 그 결전을 전후해, 이치조 히카루와 린 민메이, 하야세 미사는 저마다 중요한 말을 한다. 전쟁의 줄거리도 온전히 매듭지어진다. 다만 이들의 감정 관계에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