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계산한 것과 스스로 원한 것
레이는 강요받지 않고 장기가 머물 조건이라고 스스로 판단했다. 하지만 퇴로가 없는 상황에서 내린 정확한 선택과 다른 길도 있을 때 원했을 선택은 같지 않다. 그는 열 살의 자신을 다른 집에 보내 비교할 수 없고, 장기를 통하지 않은 자기 모습을 가진 적도 없다. 그래서 좋아하는지 묻는 내면의 확인만으로는 기원을 판별할 수 없다. 생존 수단으로 시작한 일이 지금 자기 것인지 작품은 마흔네 화 동안 열어 둔다.
세 사람의 서로 다른 대답
니카이도는 병든 몸과 넉넉한 집안이라는 모든 그만둘 이유에도 누구의 배치 없이 장기에 전부를 건다. 쿄코는 원했지만 아버지에게서 빼앗긴 뒤 비어 버린 자리를 다른 관계와 밤으로 채우지 못한다. 시마다는 소야와 같은 세대에 출발해 크게 뒤처졌음을 알면서도 조금씩 계속 오른다. 하고 싶지 않아도 살아남으려 내놓은 레이까지 네 사람은 배정 없이 하는 일, 빼앗긴 일, 닿지 못해도 계속하는 일, 조건으로 내놓은 일이라는 서로 다른 상태를 보여 줄 뿐 순위를 만들지 않는다.
장기 바깥에 생긴 좌표
이제 레이에게는 장기를 몰라도 밥을 주는 가족, 성적과 무관하게 함께 연구하는 친구, 생활 문제를 의논할 교사와 스스로 선택한 고등학교가 있다. 히나의 문제를 위해 처음으로 장기와 무관한 목적을 품고 대국료를 벌려 한다. 히나가 같은 학교 입시를 보는 아침에는 그가 데리러 가 함께 시험장으로 향한다. 자신을 남겨 둘 집을 더는 장기로 살 필요가 없는 관계들이 생긴 뒤에도 레이는 여전히 장기를 둔다. 그 지속은 답에 가까운 사실이지만 작품은 선언으로 바꾸지 않는다.
답 대신 남은 두 장면
레이는 자기 기풍을 만들고 패배를 막연한 자기 부정이 아니라 구체적인 아픔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이제 장기는 내 것’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없다. 첫 번째 그림에는 모든 가족을 잃고 낯선 집의 규칙을 읽어 유일한 재능을 내놓는 열 살 아이가 있다. 마지막 그림에는 봄빛 속에서 히나와 학교로 걸어가는 열아홉 살 청년이 있다. 그 사이에도 쿄코, 아유무, 치호와 아카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는다. 작품은 장기의 소유권을 판정하지 않고, 다른 목적과 관계가 생긴 뒤에도 계속 두는 시간만 독자 앞에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