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한구석에》 읽기
줄곧 밥을 지어 온 한 사람에게서 출발하는 세 편의 글이다. 남들이 대신 정해 준 삶 속에서 스즈가 어떻게 자기 세계를 만들어 가는지, 오른손을 잃은 뒤 무엇이 남는지, 그리고 항복 방송을 들으며 어떻게 그토록 오래 견딘 이유가 날아가 버리는 것을 보게 되는지 읽는다.
《이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片隅に)는 전쟁을 한 집안에서 되풀이되는 노동 속에 놓는다. 쌀, 나물, 바느질, 줄 서기, 경보, 그리고 한눈팔 수 없는 솥 하나. 이 작은 단위가 역사를 축소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가 어떻게 먼저 사람의 손에 들어오고, 그다음 그 사람의 정치적 언어에 들어오는지 드러낸다.
세 글은 코우노 후미요(こうの史代)의 원작 만화와 카타부치 스나오(片渕須直)의 2019년 확장판 영화 《이 세상의 (그리고 다른 세상의) 한구석에》(この世界の(さらにいくつもの)片隅に)를 주된 텍스트로 삼고, 2016년 극장판의 중요한 삭제와 변경도 살핀다. 스즈를 순진함이나 죄책, 꿋꿋함의 상징 하나로 줄이지 않는다. 그녀가 만들어 낸 것, 잃은 것, 알게 된 것, 그러고도 계속 해 나가는 일을 따라간다. 결말을 포함한 작품 전반의 내용이 나온다.
- 1 / 3그녀는 계속 밥을 지었다한 여자가 부뚜막 앞에서 궁리한다. 같은 양의 쌀로 밥을 더 많이 지을 수는 없을까. 방법은 있다. 당시 난코메시(楠公飯)라고 부르던 밥이다. 쌀을 불리고, 한 번 끓인 다음 다시 끓인다. 쌀알이 잔뜩 부풀어 양이 제법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 식감은 형편없지만, 어쨌든 먹을 양은 늘어난다.
- 2 / 3오른손1945년 6월 22일, 구레(呉)가 공습을 당한다. 그해에는 이미 공습이 낯선 일이 아니었다. 경보가 울리면 방공호에 들어가 쪼그려 앉는다. 기다리다가 나온다. 하던 일을 계속한다. 이 집 식구들은 여러 차례 되풀이해서 그 순서에 익숙해져 있었다. 공습이 지나가면 사람들은 방공호에서 나왔고, 생활은 다시 이어졌다.
- 3 / 3날아가 버렸다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가 켜져 있다. 항복 조서를 전하는 방송이다. 스즈(すず)는 끝까지 듣고 나서 집 밖으로 뛰쳐나간다. 영화 전체에서 스즈가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은 이때 한 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