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에서》 읽기
몸속에 심어 놓은 평화에서 시작해 사라지는 아이들, 누군가 옮겨 놓은 ‘동족’의 경계, 법정에서 비웃음을 산 진실 한마디를 따라간다. 그리고 스스로 죽음을 받아들여 마을 전체를 구한 사람에게 닿는다. 다섯 편에 걸쳐 읽는 《신세계에서》다.
작품은 먼저 관객을 밝고 조용한 전원 사회로 이끈 뒤, 그곳이 왜 조용할 수 있는지 조금씩 드러낸다. 제도들은 이유 없는 악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문명을 무너뜨릴 만큼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한 해법이었다. 그리고 너무도 효과적이었기에, 누가 그 대가를 치르는지는 차츰 보이지 않게 됐다.
이 다섯 편은 애니메이션이 진실을 드러내는 순서대로 나아간다. 모든 인물에게 최종 판결을 내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사회가 기억과 분류, 그리고 이의를 제기할 언어까지 장악했을 때 사람을 지키던 규칙의 적용 범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살핀다. 작품 전체의 결말을 포함한다.
- 1 / 5그들은 토대를 몸 안에 심었다열두 살 아이 다섯이 야외에서 무언가를 붙잡는다. 하얗고 길쭉한 몸을 보아서는 동물 같다. 하지만 정체는 천 년 전에 남겨진 도서관 단말이다. 말을 하고, 질문에 답하고, 영상까지 보여준다. 아이들이 묻자, 그것이 답한다. 《신세계에서》가 처음으로 감춰 둔 진실을 꺼내는 순간이다. 그 답이 드러내는 것은 이 사회가 서 있는 토대다.
- 2 / 5고양이마을 아이들 사이에는 이런 이야기가 돈다. 어느 고양이에게 찍히면 그 아이는 사라진다고. 아이들은 그것을 ‘거짓고양이’, 네코다마시라고 부르며 무서운 전설처럼 서로에게 전한다. 어른들은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한다.
- 3 / 5동족이라는 말이 세계에는 요괴쥐라는 생물이 있다. 두 발로 걷고 말을 하며 도구를 쓴다. 사회도 이룬다. 여러 콜로니로 나뉘어 각자 여왕과 위계, 군대를 갖추고 있다. 전쟁도 한다. 인간이 정한 규칙에 따라 싸우며 그 규칙을 지키는지는 인간이 감독한다. 그들은 인간을 신이라고 부른다. 비유가 아니다. 그들의 말에서 인간을 가리키는 단어가 실제로 ‘신’이고 행동도 거기에 따른다.
- 4 / 5나는 인간이다재판이 열린다. 피고석에는 야코마루가 있다. 인간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켜 마을 주민을 무수히 죽인 자다. 끌려온 그는 죄를 추궁당하고 자기 입장을 진술하라는 요구를 받는다. 그가 거듭 하는 말은 하나다. 우리는 요괴쥐가 아니다. 우리는 인간이다. 법정은 비웃음으로 답한다.
- 5 / 5그녀는 스스로 나선 이의 희생을 받아들였다마을 사람들이 ‘악귀’라 부르는 그 아이는 거의 죽일 수 없는 존재다. 주력으로 아이를 공격할 수가 없다. 공격 억제가 가로막아 인간 쪽에서는 손조차 들지 못한다. 반대로 아이는 아무 제약 없이 사람을 죽인다. 마을은 아이 앞에서 구역마다 무너져 간다. 사키가 방법을 하나 생각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