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의 순간에 나온 농담
유페미아는 일본인이 다시 일본인이라 불릴 수 있는 행정특구를 밀어붙이고, 제로에게 책임자 자리까지 제안한다. 그녀의 진심을 확인한 를르슈는 가면을 벗고 처음으로 싸움을 멈추려 한다. 그때 통제를 잃어 가던 기아스를 설명하며 ‘일본인을 학살하라 명령할 수도 있다’고 농담한다. 말은 의도가 아니라 효력으로 남았고, 그녀가 평생 이루려던 정치적 행위는 자기 손으로 파괴된다.
사라진 것은 행동 능력이 아니다
명령을 받은 유페미아는 꼭두각시처럼 의식을 잃지 않는다. 자신이 무엇을 소중히 여겼는지 알고, 울고, 저항하면서도 자기 목소리와 몸으로 총을 들고 명령한다. 기아스는 생각하거나 움직이는 능력이 아니라 중단할 능력을 제거한다. 평소 거의 쓰지 않는 거부 가능성이야말로 나머지 행동을 그 사람의 행동으로 만드는 조건임을, 이 장면은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선의도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
를르슈는 아버지를 잃고 무너진 샤리를 불쌍히 여겨 자신에 관한 기억을 지우고, 죽으려는 스자쿠에게 ‘살아라’라고 명령한다. 둘 다 살리거나 고통을 덜어 주려는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지만, 샤리는 자기 삶의 일부를 잃을지 묻지 못했고 스자쿠는 죽음을 택할 권리를 영구히 잃는다. 구조는 가해자의 감정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사람을 구하는 행동과 그 사람을 통제하는 행동은 같은 동작일 수 있다.
당해 본 사람도 다시 사용한다
황제에게 기억을 바꿔 쓰인 를르슈는 가짜 동생과 가짜 일상을 자기 삶이라 믿어 본 사람이다. 기억을 되찾자마자 그는 자신이 당한 것과 같은 힘을 다시 쓴다. 고통을 정확히 아는 것과 그 수단을 포기하는 것은 별개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첫 화에서 병사들이 스스로 죽는 장면은 통쾌했지만, 유페미아의 장면과 힘의 성질은 같았다. 달라진 것은 관객이 이번에는 명령받은 사람을 알고 사랑한다는 사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