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SAC》 읽기
다섯 편의 글은 원본 없는 복제와 만들어진 자발성에서 출발한다. 동기화는 어떻게 차이를 낳는가. 조직에는 왜 다른 사람이 필요한가. 어떤 행동이 그 사람 자신의 것인지, 왜 바깥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가.
《공각기동대 SAC》는 묻는다. 행동과 기억과 기호가 네트워크를 타고 퍼져 갈 때, 그것의 주체로서 개인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은 이미 사라졌다고 말하지도 않고, 마음속의 진정성을 답으로 내세우지도 않는다. 하나의 양식은 집단에 속하면서도, 그 안의 행동 하나하나는 실제로 누군가가 스스로 한 일일 수 있다.
이 다섯 편은 웃는 남자, 개별의 11인, 타치코마, 토구사, 쿠사나기 모토코를 따라 두 시즌을 읽는다. 기술을 미래를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제도의 구조로 다룬다. 두 시즌의 결말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다.
- 1 / 5원본 없는 복제들한 사람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서서 어느 회사의 사장을 협박한다. 현장에는 기자도, 카메라도, 구경꾼도, 감시 카메라도 있다. 그런데 어느 화면에도 이 사람의 얼굴은 잡히지 않는다. 그를 비추는 모든 영상에서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를 웃는 얼굴 모양의 로고가 실시간으로 덮어 버린다.
- 2 / 5만들어진 자발성열두 사람이 카메라 앞에 서 있다. 생방송 중이다. 그들은 난민 문제를 두고 연설한다. 규탄하고, 동참을 촉구한다. 그러더니 집단 자결에 들어간다. 서로의 목을 베어 버린다. 카메라는 계속 돌아간다. 그들은 스스로를 ‘개별의 11인’이라고 부른다.
- 3 / 5똑같이 만들려던 그 장치차고에 똑같이 생긴 기계 아홉 대가 서 있다. 겉모습도, 사양도, 프로그램도 같다. 9과의 전투 지원용 사고전차다. 번호 말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수다를 떨고 있다. 기름과 피 가운데 어느 쪽이 생명에 더 가까운지. 기억을 복제할 수 있다면 죽음이란 무엇인지. 오늘 어느 한 기체가 한 일을 그 기체 자신의 일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리고 소령은 오늘 왜 기분이 좋지 않은지.
- 4 / 5그녀는 다른 한 사람을 남겨 두었다공안 9과의 대원들은 대부분 전신 의체이거나, 거의 온몸을 의체로 바꾼 사람들이다. 군인 출신, 특수부대 출신, 정보요원 출신. 저마다 한 분야를 극한까지 갈고닦았다. 근접전, 저격, 잠입, 전자전, 정보 분석. 그 가운데 한 사람은 다르다. 토구사. 형사 출신이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으며, 몸은 거의 태어날 때 그대로다. 가장 기본적인 전뇌화만 했다. 쓰는 총은 리볼버다. 손에 익었다는 이유다.
- 5 / 5바깥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1기 마지막 화. 토구사는 웃는 남자의 옷으로 갈아입고, 늘 쓰던 마테바 리볼버를 챙겨, 그 간사장이 있는 당 본부로 향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자신의 것이다. 그가 알기로 9과 사람들이 희생되었다. 동료들이 죽었다. 그런데 세상은 여전히 돌아가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그 사실에 분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