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혀 버린 붉은 길
쥘리앵은 방의 짚더미 아래 『세인트헬레나 회상록』을 숨긴다. 나폴레옹은 이름과 재산이 없는 청년이 군공으로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시대의 전설을 뜻한다. 하지만 그는 그 길이 닫힌 뒤 태어났다. 복고 왕정에서는 가문과 돈, 인맥이 다시 위치를 정한다. 마음은 군복의 붉은색을 향하지만 현실의 입구는 성직자의 검은색이다. 그는 처음부터 한 언어로 욕망하고 다른 언어로 자신을 쓸모 있게 만드는 법을 배운다.
믿지 않는 책을 외우다
쥘리앵의 기억력은 가짜가 아니다. 그는 라틴어 신약성서를 거의 통째로 외우고 레날 씨의 손님들이 지정한 곳에서 암송한다. 노력과 능력은 그의 것이지만 신앙은 아니다. 성서는 제재소 집 아들이 성직 체계로 들어갈 수 있게 해 주는 휴대용 자격증이 된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한 거짓말보다 깊다. 실제 재능이 그 재능의 주인이 믿지 않는 제도의 화폐로 교환되어야만 사회적 가치를 얻는다.
신학교의 숨은 교과
브장송 신학교에서 더 많이 아는 것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식은 허영으로, 자기 판단은 위험으로 읽힌다. 쥘리앵은 아는 것을 감추고 평범함을 연기하며 듣는 사람에 맞춰 말을 조절한다. 핵심 과목은 신학이 아니라 기호의 유통 방식이다. 그는 위선을 경멸하면서도 가장 능숙한 기술자가 된다. 제도는 그에게 재능이 없으라고 하지 않는다. 재능의 출처와 수준이 정치적으로 보이지 않게 만들라고 요구한다.
제자리가 없는 능력
기억력, 지성, 섬세한 외모, 두려움을 명령으로 바꾸는 의지는 그에게 있다. 돈, 이름, 직업, 안전한 집은 없다. 아버지와 형들은 육체노동을 가치의 기준으로 삼고 책 읽는 작은 아들을 무용하다고 본다. 그래서 그는 사회를 각자의 칸이 정해진 표로 이해한다. 자신에게 배정된 칸이 틀렸음을 증명하고 싶지만, 승리는 같은 표 안에서 위로 가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그의 반항은 끝내 자신이 미워하는 시선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푸케가 내민 실제 출구
푸케는 목재 사업의 동업을 제안한다. 수입과 독립, 우정이 있는 현실적인 길이다. 쥘리앵은 거절한다. 그 삶은 좋은 생활을 줄 수 있지만 그의 가치를 사회적 승리로 전시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자유롭게 일하는 것보다 자신을 무시한 계급이 상승을 목격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 선택은 비극이 외부 장벽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음을 보여 준다. 그는 삶의 출구를 받았지만, 복수와 인정이 없는 출구를 운명보다 낮게 평가한다.
두 권의 책이 만든 기계
숨긴 책은 영웅의 줄거리를 주고, 외운 책은 제도가 인정하는 증표를 준다. 그 사이에서 현재는 작전이 되고 사람은 계단이 된다. 쥘리앵이 현대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그는 문화도 비판 능력도 부족하지 않지만, 그 모든 것을 자기 위치를 최적화하는 데 사용한다. 소설은 사회가 그의 능력을 인정할지뿐 아니라 모든 능력과 감정과 관계가 상승 도구로 환전된 뒤 삶에 무엇이 남는지를 묻는다.
능력을 어느 화폐로 바꿀 것인가
학력과 자격이 중요한 사회에서는 능력 자체보다 제도가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기술이 평가된다. 쥘리앵의 암기는 그 양면성을 보여 준다. 노력은 진짜이고 성서는 현실에 필요한 통행증이었다. 그러나 변환만 계속되면 무엇을 믿고 누구를 위해 능력을 쓰는지는 비어 간다. 제도에 들어갈 언어를 배우는 것과 그 언어를 자기 가치의 전부로 삼는 것은 다르다. 자격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자격이 연 자리에서 내 능력을 누구의 목적을 위해 어떻게 쓸지 다시 고르는 일이 두 권의 책 뒤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