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 · 영화 읽기
《레옹》 읽기
도구로 길러진 킬러에게서 출발해, 아무 조건 없이 돌봐 주는 관계를 설명할 말을 찾는 아이를 거쳐, 배신당해 온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심하지 않으면서 잠시나마 집을 갖게 되는 과정까지. 세 편의 글이 그 길을 따라간다.
《레옹》은 어른들에 의해 진작 도구가 되어 버린 두 사람을 만나게 한다. 레옹은 자신의 수입 전부를 쥐고 있는 중개인을 위해 여러 해 동안 사람을 죽이면서도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열두 살 마틸다는 폭력적인 집에서 살아남으려면 입을 다물고, 심부름하고,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이미 배웠다. 아이가 그의 문 앞에 섰을 때 둘은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먼저 알아본다. 아직 그것을 설명할 말은 둘 다 갖고 있지 않다.
서로를 알아봤다는 이유로 영화의 모든 면이 저절로 떳떳해지지는 않는다. 인물과 카메라는 따로 판단해야 한다. 레옹은 아이의 의존을 틈타 성적으로 접근하기를 거듭 거부한다. 반면 카메라는 때때로 그 의존을 연애 영화의 문법으로 포장한다. 두 사실을 동시에 보아야 그 아래의 더 드문 관계가 보인다. 사회가 붙여 놓은 이름으로는 정확히 부를 수 없는 관계, 마침내 서로를 쓸모 있는 물건으로 대하지 않게 된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관계다.
I. 사람을 죽이도록 길러진 남자, 정작 자신은 모른다
레옹은 토니가 늘 자신을 보살펴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토니 손에 묶인 돈, 글을 모른다는 사실, 뿌리 없는 식물, 영화관에서 아무 경계 없이 터뜨리는 웃음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II. 그 아이는 말을 잘못 골랐다. 말하려던 것은 틀리지 않았다
마틸다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른다. 자신이 아는 가장 큰 말이기 때문이다. 레옹의 거듭된 거절과 카메라가 넘은 선을 함께 보면, 왜 둘을 구분해야 하는지 드러난다.
III. 배신당해 온 두 사람, 서로에게는 경계가 없다
그는 아이에게 총 쏘는 법을, 아이는 그에게 글을 가르친다.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준 것도 상대의 미래를 대신 정해 주는 일이 아니었다. 미래로 갈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