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동전사 건담》 읽기
1화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어진 파괴에서 출발해, 후대의 보충 작품에 남은 한 번의 명령 거부, 군함에 밀어 넣어진 민간인들, 강화 협상을 날려 버린 초대형 병기, 그리고 승리 뒤에도 돌아갈 수 있는 작디작은 방향까지 따라가는 다섯 편의 글이다.
초대 《기동전사 건담》이 시작될 무렵, 전쟁은 이미 작품이 죽은 사람 모두에게 이름을 남겨 줄 수 없을 만큼 커져 있다. 이어지는 43화는 군사적 수치로만 남았을 몇몇 사람에게 이름과 얼굴, 다툼과 돌아갈 곳을 다시 건넨다.
이 연작은 1979~1980년 TV판, 후대의 우주세기 연표, 《THE ORIGIN》의 보충 내용을 명확히 구분한다. 오래 이어진 시리즈의 후대 설정은 원작을 더 깊이 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작이 실제로 보여 준 것을 아무 설명 없이 대신해서는 안 된다. 작품 전체의 내용을 미리 밝힌다.
- 1 / 5전쟁이 시작된 그 일주일나중에 정리된 우주세기 연표는 전쟁이 시작된 시각을 세세하게 적어 놓았다. 0079년 1월 3일 오전, 지온 공국이 지구연방에 선전포고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콜로니를 공격하는 데 핵무기가 투입됐다. 분 단위의 시각과 표적 번호는 후대의 연표가 덧붙인 정보다. 1979년 TV판의 첫 내레이션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다. TV판은 훨씬 큰 단위로, 훨씬 차갑게 말한다.
- 2 / 5그는 그 명령을 거부했다브리티시 작전의 최초 실행 명령은 한 장교에게 내려졌다. 도즐 자비가 직접 전한 명령이었다. 중령이었던 그 장교는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명령에 불복종한 대가로 그는 강등됐다. 그의 이름은 람바 랄이다. (이 대목은 야스히코 요시카즈의 《THE ORIGIN》에 나온다. TV판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TV판에 등장하는 람바 랄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서 따로 다룬다.)
- 3 / 5올라탈 다른 사람이 없었다사이드 7의 한 콜로니. 열다섯 살 소년이 이곳에 산다. 기계 만지기를 좋아하고, 성격은 까다로우며, 아버지와도 썩 가깝지 않다. 지구연방군의 기술자인 아버지는 여기서 어떤 개발 계획에 참여하고 있다. 어느 날 지온의 모빌슈트가 쳐들어온다. 주위 어른들은 죽거나 달아났다. 소년은 혼란 속에서 조작 설명서 한 권을 주워 들고, 아직 인도되지도 않은 기계에 올라탄다.
- 4 / 5협상 중인 사람들을 향해 쏘다우주세기 0079년 12월 30일. 전쟁은 거의 한 해 동안 계속됐다. 양측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지온 공국의 공왕 데긴 소도 자비와 지구연방군의 레빌 장군이 강화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그 방향에 있다. 기렌 자비가 그 방향으로 한 발을 쏜다.
- 5 / 5아직 돌아갈 곳이 있다아 바오아 쿠. 지온의 마지막 요새다. 마지막 전투가 이곳에서 끝난다. 요새가 무너지고 기체가 부서진다. 통로는 파편과 불길로 가득하다. 아무로의 기체도 이미 사라졌다. 그는 떠다니는 잔해 사이로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간다. 작품의 마지막 대사는 그의 몫이다. 뜻을 옮기면 이렇다. 내게는 아직 돌아갈 곳이 있다. 이보다 기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