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ubitoEssays in the Self-as-an-End Tra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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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E · 권력론 · 세(勢) · 한국어 편집·재구성판
편 07 · 총 7편

이 기계는 무엇인가

Han Qin (秦汉)

도덕 판정기가 아니라 구조 진단기

마지막 글은 이 이론이 어떤 기계인지 묻는다. 답은 구조 진단이다. 권력이 어디서 생기고 어떤 매개로 움직이며 얼마나 많은 여항을 만들고, 함육과 절삭 중 어느 쪽으로 향하고, 어떤 해소에 가까운지를 기술한다. 특정 권력이 선한지 악한지를 자동으로 판결하지 않는다.

절삭형이 붕괴로 향한다는 말은 비난이 아니라 구조 예측이고, 함육형이 스스로 해소된다는 말도 칭찬이 아니다. 사람을 목적으로 대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는 도덕론이 판단할 문제다. 기술과 규범을 구분하기 때문에 두 도구를 함께 쓸 때 더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이 기계는 강제, 서사, 인정 가운데 어디에서 관계가 움직이는지 진단하고, 여항과 억압 비용의 축적을 통해 구조적 경향을 읽는다. 역사적 사건도 무엇에 대한 응답이었고 무엇을 생산했으며 무엇에 의해 해소되었는가라는 연쇄 속에 놓을 수 있다.

그러나 다음 주의 사건, 도화선이 될 인물, 당사자가 해야 할 선택을 알려 주지는 못한다. 같은 구조 압력도 사건과 행위자에 따라 다르게 전개된다. 정치철학의 동의, 사회학의 제도와 담론, 마르크스주의의 자본은 중요한 통찰이지만, 이 이론은 그것들을 더 기초적인 위치 비대칭 위에 나타난 역사적 배치로 본다.

세(勢)와 도(道)

세는 개인의 덕이나 힘이 아니라 위치가 주는 힘이다. 왕이 신하보다 현명하거나 강하지 않아도 명령할 수 있는 것은 구조적 자리에 세가 있기 때문이다. 권력론은 이 비대칭의 힘장을 본다. 그 짝인 도는 주체들이 서로를 목적으로 인정할 때 함께 설 수 있는 대칭적 지형을 가리킨다.

권력은 악도 덕도 아니다. 부모와 자녀, 교사와 학생,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 사이의 비대칭은 사라지지 않는다. 과제는 권력 자체를 제거하거나 숭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구조, 여항, 방향, 퇴장 조건을 보이게 하는 데 있다. 이 기계는 판단을 대신하지 않는다. 판단할 수 있는 시야를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