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학 이론 읽기 · 01
돈이 많아지면 어디까지 결정해도 될까
축적이 만들어 내는 능력은 인정하되, 그것으로 다른 사람의 삶을 대신 결정하지는 못하게 한다. SAE 정치경제학의 출발점과 두 경계, 제도가 지향할 방향을 먼저 살펴봅니다.
어느 회사가 작은 공방들에 구매자를 찾아 주었다. 몇 년 뒤, 그 회사는 공방의 판매 가격과 배송업체, 상품이 검색 결과의 몇 번째 페이지에 나올지까지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는 재단이 실직자에게 넉넉한 돈을 주고 세심한 계획도 마련했다. 다만 지원받는 사람이 앞으로 어떤 길로 갈지까지 계획서에 들어 있었다. 우리는 그 기여에 감사해야 할까, 아니면 조건을 경계해야 할까.
SAE 정치경제학은 둘을 나누는 데서 시작한다. 기여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건은 하나씩 검토한다. 앞의 사실을 인정한다고 뒤의 검토까지 끝나지는 않는다. 돈이 많은 사람을 먼저 나쁜 사람으로 정하지도 않고, 합법적으로 번 돈이면 그 돈으로 얻은 모든 결정권이 정당하다고 보지도 않는다. 쌓인 자원이 다른 사람의 생활에 어떤 여지를 남기거나 없애는지, 제도는 어디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지 묻는다.
핵심을 먼저 말하자. 제도의 목적은 축적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그 사용 방식을 견제하는 것이다. 축적이 사람의 삶을 떠받치는 기반을 지배하는 힘으로 바뀌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재검토를 요구할 통로를 장악하는 힘으로 바뀌어서도 안 된다. 조건을 제공하는 능력은 살리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정하는 방식은 제한해야 한다. 견제하는 쪽 역시 질문을 거절할 수 없다.
여기에는 분명한 입장과, 앞으로 설명해야 할 이유가 함께 있다. 실제 사례를 읽고 이미 불안한 구도를 보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불안하다는 감각만으로 무엇을 바꿔야 할지 알 수는 없다. 여덟 편은 주장을 풀어 놓고 왜 그런지, 어디까지 성립하는지, 무엇은 곧바로 끌어낼 수 없는지 설명한다. 논문을 먼저 읽을 필요는 없다.
경제의 쓸모보다 앞서 사람이 있다
신문이 차오 가문의 자산은 청요 마을 노동자들의 300년치 임금과 맞먹는다고 보도했다고 해 보자. 원논문이 만든 허구의 세계이지 역사 통계가 아니다. 이 정도 격차면 이미 불공정하다는 사람도, 누구 돈을 빼앗은 것은 아니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두 반응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 가문이 실제로 누구에게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지는 아직 말해 주지 않는다. 자산과 여러 해의 임금은 같은 종류의 양도 아니다. 그 비교 자체를 이미 성립한 증명처럼 쓸 수 없다.
SAE의 출발점은 그보다 앞선다. 사람은 그 자체로 목적이다. 생산량이나 이익, 공공사업에 기여했다는 증명을 먼저 내야 사람으로 대우받을 자격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기 가치를 발전시킬 수도, 어떤 제도에 반대할 수도 있다. 성과가 없거나 수입을 잃거나 다른 사람의 호의를 거절했다고 해서 마음대로 처리해도 되는 물건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두 층을 구분할 수 있다. 기초가 되는 층은 살아가면서 자기 자격과 기본권을 지키는 조건이다. 성공해서 벌어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층은 자기 방향을 발견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으로, 논문에서는 창발의 층이라 부른다. 도자기를 굽고 싶은 사람도, 돌봄을 배우고 싶은 사람도, 아직 다음 걸음을 모르는 사람도 있다. 지키려는 것은 본인이 차츰 방향을 만들어 갈 가능성이다.
둘은 서로의 대가가 될 수 없다. 훌륭한 경력 기회를 주었다고 그 사람의 생명이나 거절할 자격을 협상 카드로 삼아서는 안 된다. 먹고살게 해 준다고 부양하는 사람이 미래까지 다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초층은 추상적인 권리 목록만을 뜻하지도 않는다. 제도가 이미 인정한 자격과, 어떤 공급이 실제로 생명을 유지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사람에게는 가치가 있다'와도 순서에서 중요한 차이가 난다. 쓸모에 따라 값을 매긴 다음 존중할 사람을 고르면, 자기 쓸모를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늘 허가를 기다려야 한다. SAE는 먼저 사람을 수단으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고 인정한다. 그런 다음 자기 가치를 찾고 발전시킬 기회를 어떻게 줄지 묻는다. 정치경제학은 그 공동생활의 조건을 마련하지, 모두에게 같은 성공의 모양을 지정하지 않는다.
시장은 아주 중요한 방법 하나를 제공한다. 사람은 무엇인가를 내놓고 그것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중앙의 허락부터 받을 필요가 없다. 경쟁, 거래, 자금 조달, 축적은 그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 사람은 목적이라는 이유로 시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나온 모든 결과를 이미 합격한 답으로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가격은 어떤 조건으로 교환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 조건이 영향을 받는 모든 사람을 존중했다는 증명까지 되지는 않는다.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와, 그 작동을 받치는 제도가 정당한 방향을 향하는가는 다른 질문이다. 앞의 설명이 아무리 성공해도 뒤의 판단까지 자동으로 마치지는 않는다. 여기서는 이것이 SAE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의 역할 분담이다.
물건을 살 수 있다고 남의 남은 인생도 살 수는 없다
쌓이는 것은 돈만이 아니다. 주식, 자격, 인지도, 평점, 관심도 남아서 다음 기회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거래와 타인의 인정을 통해 이런 능력을 갖는 일 자체가 잘못은 아니다. 축적이 없다면 오랫동안 공들여야 하는 많은 일은 시작도 할 수 없다.
어려움은 능력이 결정권으로 바뀔 때 생긴다. 가상의 통구 장터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했다. 이후 수수료를 올리고 노출 순서를 정하며 물류 이용을 묶었다. 경영상 이유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이라는 이름 없는 누군가가 한 결정은 아니다. 누가 결정했는지, 누가 그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다면, 설명을 요구할 상대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사람도 떠나면 된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서명은 할 수 있어도 거절의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간신히 나갈 수는 있지만 남아서 시정을 요구하는 길을 잃었을 수도 있다. 반대로 거절에 비용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를 강제로 볼 수도 없다. 실제 조건과 의존 관계, 대체 경로, 그 조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빼앗는지 살펴야 한다.
첫 번째로 교환해서는 안 되는 것은 사람 자신의 기초층을 지배할 권한이다. 돈으로 일정한 노동시간을 살 수는 있어도 몸과 기본 자격, 일을 그만둔 뒤의 방향까지 함께 살 수는 없다. 생활에 필요한 공급을 이용해 본래 그 사람 몫인 결정을 내놓게 해서도 안 된다. 자원이 중요하다고 모든 자원 보유자에게 무한한 공급 의무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누가 먼저 다른 길을 막았는지, 누가 이미 공급을 맡고 있었는지는 따로 밝혀야 한다.
퇴직 뒤의 경업금지가 한 예다. 이 연작의 규범적 입장에서는 서명과 보상이 있어도 위약금이나 금지명령으로 특정 업계에 가는 것을 막으면 퇴직 후의 선택을 빼앗는다. 기간을 줄이고 보상을 늘려도 범위와 비용이 달라질 뿐, 누가 그 사람의 방향을 지워 버리는지는 달라지지 않는다. 여러 지역의 현행법을 요약하는 말이 아니라, 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SAE의 명시적인 주장이다.
다른 제도와는 구별해야 한다. 영업비밀 보호는 앞으로 그 업종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르다. 근무기간 약정에는 실제로 벗어날 길이 있는지 따로 살펴야 한다. 정말 추가적이고 거절할 수 있는 조건부 지급도 자동으로 취업금지는 아니다. 결과가 금지와 제재인지, 추가로 주던 돈이 끊기는 것뿐인지, 이미 번 돈인지, 주거와 빚까지 합치면 거절하고도 살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뒤에서 하나씩 다룰 것이다.
두 번째 경계는 첫 번째 경계를 누가 되물을 수 있는가에 놓인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남이 내게 계속 물을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권한까지 살 수는 없다. 이의신청을 받은 당사자만 절차를 통제하거나 경제적 이익의 대가로 공적 심사의 통제권을 넘길 수 있다면, 경계는 실제로 지켜 줄 장치를 잃는다.
기부, 투자, 재직 관계가 있다는 것만으로 부패가 증명된다는 뜻은 아니다. 사실은 하나씩 확인하고 동기는 지어내지 말아야 한다. 다만 제도는 축적이 자신을 재검토할 통로를 빼앗는 것을 막고, 공직에서 내린 결정이 나중의 사적 보수와 교환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각 교환이 부당했다는 사실이 일일이 입증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이런 분리가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경계는 함께 '돈이 많으면 무엇을 결정해도 되는가'에 답한다. 자신의 건설과 협력 능력은 늘려도 된다. 그러나 자원의 크기를 근거로 타인의 기초를 소유하거나 질문에서 면제될 자격을 얻을 수는 없다. 돈이 어디서 왔는지만이 아니라 지금 그 돈으로 어떤 작용을 사는지도 문제다.
사용 방식을 견제하면서 성장의 여지는 남긴다
제도의 일은 모든 대기업을 작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축적은 길을 내고 창고를 짓고 기술을 길러 장기 위험을 감당하게 한다. 어떤 지위가 타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겠다며 그 능력까지 함부로 무너뜨리면, 비용은 노동자와 이용자, 공급에 기대는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
겨냥할 것은 구체적인 사용 방식이다. 어떤 약정이 출구를 막고, 어떤 권력이 질문을 불가능하게 하며, 누가 대안을 거듭 사들여 폐쇄할 수 있는가. 분할, 재편, 이유 공개, 독립된 이의신청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이름만으로 성공은 아니다. 선택하는 쪽이 목적과 비용, 더 가벼운 대안을 설명해야 한다. 생산 능력과 지배 작용을 언제나 손실 없이 떼어 낼 수 있다고 보장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현재의 모든 부에 무죄증명서를 주는 것은 아니다. 길을 막는 사용 방식을 바로잡으려면 자산을 줄이거나 팔거나 재편해야 할 수 있다. 차이는 줄이는 일이 특정 작용을 없애는 수단이라는 데 있다. '적을수록 좋다'가 최종 목표는 아니다. 이 이론이 세율, 분배 비율, 업종별 유일한 조직 형태까지 내놓는 것도 아니다.
세 가지 일을 계속 나누어 보아야 한다. 원칙은 방향과 넘지 말아야 할 경계를 밝힌다. 구체적인 제도는 이를 규칙과 절차, 기준으로 만든다. 판단을 맡은 사람과 기관은 사실에 따라 개별 사건을 다룬다. 셋은 각각 설명해야 하며 서로를 대신하지 못한다. '기초 공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로 어느 주의 급수 기준이 자동으로 계산되지는 않는다. 현행법이 특정 회사를 포괄하지 않아도 그 사용 방식에 문제가 없다는 증거는 아니다.
견제를 얼마나 강하게 할지는 결정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미치고 몇 사람이 그곳을 우회할 수 없는지에 달려 있다. 직원 14명의 수도회사가 대형 백화점보다 한 가정의 삶을 더 깊이 붙들 수 있다. 사적 소유라는 이유로 면제되지 않고, 공적 소유라는 이유로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공적 기관과 사적 기관은 권한을 얻은 경로가 다르지만, 실제로 한 결정에는 모두 답해야 한다.
물과 돌봄에서는 사후 이의신청만으로 부족하다. 노인이 호출벨을 누르면 사람이 오고, 집에 생명을 유지할 물이 있어야 한다. 공급을 보장한다는 것은 특정 회사가 영원히 망하지 않게 하거나 한 운영자가 평생 떠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인계와 비용, 책임을 제도로 마련해야 한다. '다른 업체로 바꾸면 된다'는 말만 남겨서는 안 된다.
성장에 관해 제도가 해야 할 일은 또 다르다. 생활이 안정되었다고 자기 길이 이미 생긴 것은 아니다. 지원은 선택을 실제로 쓸 수 있게 해야지, 돈을 냈다는 이유로 그 사람이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안다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큰 선물을 거절할 수 있는지, 도움을 받은 뒤에도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는 도움이 사람을 삼키지 않았는지를 가르는 중요한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견제자도 같은 요구 안에 있다. 심사기관과 의회, 감독자는 잘못 판단할 수 있고, 자신의 권한에 대해서는 다시 묻지 못하도록 제도를 굳힐 수도 있다. 누가 재검토를 시작할 수 있는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 질문받는 쪽이 왜 혼자 취소할 수 없는가. 공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똑같이 물어야 한다.
부와 정부 가운데 완전한 선역을 고르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로에게 삼켜질 수 없는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조건을 지키려는 것이다. 생산은 이어지고 결정은 마무리할 수 있다. 그러나 결정하는 지위가 영원히 질문을 면제받아서는 안 된다. 제도가 원하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만 자기 길을 가질 자격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음 여섯 편은 축적, 관문, 견제, 교환, 성장, 지원을 차례로 다룬다. 마지막 편은 사상 전통과 비교하는 선택 심화편이다. 실제 사례는 따로 곁에 둔다. 사례는 이론을 시험하고 고치게 할 수도 있다. 이론이 언제나 옳다는 증명으로만 차례차례 동원할 필요는 없다. 먼저 이 기준이 무엇인지 이해한 다음 현실에 가져가 써 보는 것, 그것을 독자에게 건네려 한다.
원논문과 읽기 안내
이 연작은 SAE 논문 여덟 편을 일반 독자를 위한 에세이로 다시 쓴 것이며, 기술적인 논문 전체를 문단별로 옮긴 번역이 아닙니다. 주요 논증과 구체적인 예를 보존한 중국어 독자용 본문을 바탕으로 한국어로 독립적으로 썼습니다. 최초 영어판은 독립적으로 다시 썼으며, 중국어 간체판과 번체판도 모두 전문을 제공합니다. 통구(通衢), 청요(青窑)를 비롯해 되풀이해서 등장하는 지역·기업·기관은 원논문의 허구 세계에 속합니다. 실제 사건은 별도의 사례 읽기에서 다루며, 그 사실과 법적 결론을 본문의 가상 장면과 혼동하지 않습니다. 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규범적 주장은 현재 시행되는 법률의 설명이 아닙니다. 이 글은 전편을 여는 논문의 주요 논증과 예를 다룹니다. 300년치 임금과 자산의 비교는 통계적 증명으로 쓰지 않으며, 퇴직 후 경업금지를 반대하는 규범적 입장을 현행법의 설명과 구별합니다. 대응하는 원논문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