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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 Dubito

국가 간 협력 · 04

신뢰는 ‘나를 믿어달라’는 한마디가 아니다

한 보고서는 나라의 본성을 단정한 문장을 지웠다. 그러나 미납액은 한 푼도 줄이지 않았다. 이행을 강제할 상급자가 없을 때, 기록은 어떻게 판단을 돕고 스스로 재판관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Han Qin ·

사례에 나오는 국가·지명·인물·사건과 표결 수치는 모두 허구다. 공동 결정을 강제로 집행할 상급 기관을 두지 않는 협력을 철학적으로 살펴보는 글이며, 현행법이나 현실의 모든 국제기구를 설명하지 않는다. 실제 분쟁에 대한 판정이나 구체적인 외교 처방을 제공하는 글도 아니다.

사무국이 분담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 사정은 복잡하지 않았다. 목적민주공화국, DRP는 2년 치 수용 경비를 내지 않았고, 받아들이기로 한 8천 명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사무차장에게 보고서가 넘어갔을 때 맨 먼저 지워진 것은 숫자가 아니었다. 그 숫자를 설명하는 한 문장이었다.

초안을 쓴 분석관은 공화국이 체계 밖의 사람에게 지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며, 미납은 그 국가의 본성을 드러낸다고 썼다. 아주 편리한 문장이다. 독자는 긴 편지를 읽지 않아도 되고, 2년 치 미납을 나누어 보거나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원래 그런 나라이기 때문이다.

사무차장은 그 문장을 지웠다. 석협방 대표는 미화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사무차장은 내지 않은 돈과 받지 않은 사람은 하나도 빠뜨리지 않았다고 답했다. 어느 쪽에 설지 먼저 정하지 말고 보고서를 펼쳐보자. 문장 하나를 빼고 나니 무엇이 줄었고, 무엇이 더 보이는가.

돈을 정확히 쓰는 일이, 상대를 다 안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렵다

이 가상의 협력체에서는 약속에 따라 수용 경비를 나눈다. 공화국이 낼 돈은 16년 차에 2억 1천만, 17년 차에 3억 1천만, 합계 5억 2천만 회계단위였다. 17년 차에 약속한 이송 몫 8천 명 가운데 실제로 받아들인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보고서는 이 숫자를 남겼다. 이행에 아직 어려움이 있다는 말로 바꾸지 않았다.

공화국이 침묵만 한 것은 아니다. 외무부에서 편지를 보냈다. 목적연합도시국, UCSE가 공화국 국가기관의 자산을 계속 동결하고 있고, 분담 산식도 공화국 북부의 재정난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편지 전체를 첨부했다. 이유를 싣는 것은 그 이유가 타당하다고 선언하는 일이 아니다. 싣지 않으면, 독자는 상대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다고 오해할 수 있다.

깔끔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사정도 있었다. 사주 사람 약 2,100명이 스스로 바다를 건너 공화국 남부에 도착해 임시 체류를 허가받았다. 공화국은 이들을 자기 분담에서 공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기록에는 ‘미결’이라고 썼다. 8천 명을 받지 않았다고 실제로 받아준 2,100명을 지우지도 않았고, 뒤의 숫자로 앞의 숫자를 상쇄하지도 않았다.

다른 회원국인 UCSE 역시 제때 돈을 내지 않았다. 그해 지출을 승인하는 법이 겨울에야 통과해 넉 달 늦었다. 사무차장은 그 지연도 넣었다. 비판받는 쪽에만 정확함을 요구하고 친구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하면, 아무리 반듯한 보고서라도 이미 다른 잣대를 쓰고 있다.

이렇게 쓰면 독자는 간단한 결론을 얻지 못한다. 대신 확인할 것들을 얻는다. 실제로 이 금액인가. 내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은 누구인가. 편지에는 정말 그렇게 적혔는가. 사람들은 실제로 임시 체류를 허가받았는가. 어떤 돈은 아직 밀렸고, 어떤 돈은 나중에 냈는가. 더 물어볼 곳이 남는다.

반대로 원래 그런 나라라는 말에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공화국은 부정하거나 낙인이라고 항의하는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5억 2천만은 논쟁 뒤로 밀려난다. 상대를 속속들이 설명한 것 같은 문장이, 오히려 가장 분명히 물어야 할 일의 초점을 흐릴 수 있다.

후속 기록을 보면 차이가 더 선명하다. 18년 차 봄, 회원국 회의는 2,100명을 절반만 분담 공제로 인정하기로 했다. 20년 차에 공화국은 16년 차 분담금의 40%를 냈다. 2년 치 전체 미납금의 40%가 아니고, 전액 정산도 아니다. 한 일은 한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남겨둔다.

그렇다고 모든 일을 흐릿하게 쓰자는 것은 아니다. 부대가 다른 나라로 들어가 관리소를 세우고 주민에게 등록을 요구했다면, 그 행동을 분명히 적고 어떻게 부를지 논의할 수 있다. 국가에 딱지를 붙이지 않겠다고 실제로 한 일의 윤곽까지 지워서는 안 된다.

국명을 바꿔보는 것도 한 가지 점검 방법이다. 똑같이 들어가 똑같이 관리하는 쪽이 친구라면, 그래도 같은 말을 쓸까. 이것은 표현이 행동을 따라가는지 확인하는 데 도움을 줄 뿐이다. 두 사건이 정말 같은지 대신 판단하거나, 가장 적절한 말을 자동으로 골라주지는 않는다.

보고서를 쓴 쪽도 자기 일을 기록해야 한다

누가 썼고, 누가 지웠고, 누가 발행을 허락했는가. 관청 안의 절차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그 종이를 믿을 수 있는지를 좌우하는 질문이다. 남의 책임 불이행을 기록하는 문서가 자기 수정에는 관계기관 검토를 거쳤다고만 남길 수는 없다.

이번에 사무총장은 공화국 국적이어서 수정에 관여하지 않았다. 기록 담당 사무차장이 기록 규정에 따라 고쳤고, 수정 전후 내용과 근거를 변경 이력에 올려 회원국이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후 회원국 회의는 찬성 3표, 반대 0표로 승인했다. 공화국은 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안이 먼저 공화국 수도의 신문에 실렸다. 원래의 단정 문장을 사람들은 이미 읽었다. 여기서 사무국이 보고서는 처음부터 이랬다고 우기면, 그때부터 다른 이야기를 지켜야 한다. 지운 사람도 본 사람도 없고, 모두 오해였다는 이야기다. 다음 보고서도 그 의심을 짊어지게 된다.

수정을 등록하면 적어도 대조할 수 있다. 지운 것과 남긴 것, 근거가 함께 놓인다. 공개한다고 정확해지는 것은 아니고, 수정도 여전히 틀릴 수 있다. 다만 몰래 바꾼 일이 있었는지부터 추측해야만 옳고 그름을 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게 된다.

보고서는 누가 결정했는지도 질문이 닿을 만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공화국이 미납했다고 쓰는 것은 필요하다. 장관이 바뀐다고 국가의 의무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동시에 그 서한에서 외무부가 납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질문자는 어디로 물어야 할지 모른다. 둘 다 적는 것은 한쪽이 다른 쪽 책임을 대신 떠안게 하려는 일이 아니다.

공동 절차도 마찬가지다. 조치를 통과시킨 것은 회원국 회의이고, 은행에서 자산을 동결한 것은 각국이다. 공동기관이 전부 집행국에 미룰 수도 없고, 집행국이 모두가 결정한 것이라고 끝낼 수도 없다. 각자 한 일과 답해야 할 부분을 두 창구 사이에서 계속 돌려서는 안 된다.

이 보고서도 완벽하지 않았다. 공화국에 대해서는 결정한 기관과 서한을 특정했지만, UCSE에는 넉 달 늦었다고만 썼다. 지연의 바탕이 된 지출 승인 절차를 같은 정도로 밝히지 않았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것은 보고서 전체를 뒤집기 위해서가 아니다. 보고서도 같은 잣대 앞에 세우기 위해서다.

분석관은 뒤에 윈허강 자료센터로 옮겼다. 사무국은 본인이 신청했다고 했다. 그 이동과 삭제된 문장의 관계는 자료에 나와 있지 않다. 우리는 매끄럽게 이어지는 내막을 덧붙이기 쉽다. 바로 이런 곳에서 기록은 잠시 멈춰야 한다. 그럴듯한 인과를 쓰기보다 기록에 없다고 쓰는 것이 정직하다.

신뢰는 다음의 만남에서 자란다

그래도 이렇게 세세히 적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공화국이 비판을 신경 쓰지 않으면 5억 2천만은 여전히 못 받는다. 공개된 미납표는 돈 받으러 오는 경찰도 아니고, 예금을 강제로 옮기는 명령도 아니다. 기록이 못 하는 일을 평판이 작용할 거라는 한마디로 덮어서는 안 된다.

평판은 기록된 쪽이 부끄러워해야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다음에 그 나라와 약속을 맺으려는 사람은, 그 나라가 무엇을 이행했고 무엇을 미뤘으며 이유가 나중에 달라졌는지를 볼 수 있다. 그 자료에 따라 얼마나 기대고 어떤 조건을 맺을지 정한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기록을 읽는 사람의 판단이지, 기록에 오른 당사자만은 아닐 수 있다.

이것은 나라별로 총점을 매기는 일이 아니다. 돈을 늦게 낸 나라가 수위 통보도 늦게 한다고 할 수 없다. 이번에 사람을 받아줬다고 예전 구금에 대한 설명이 끝나지도 않는다. 서로 다른 일을 신용등급 하나로 압축하면, 막 되찾은 세부를 다시 잃는다. 판단은 각자에게 흩어져 있고 사무국에 총심판을 맡기지 않는다.

분명히 말한다고 옳아지는 것도 아니다. 공화국이 안 낸다고 명시하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지만, 미납이 자동으로 정당해지지는 않는다. 강대국이 이웃을 굴복시키겠다고 공개 선언해도, 잘못된 일을 밝은 데 내놓았을 뿐이다. 보인다는 것은 판단을 이어갈 조건이지, 판단받지 않아도 된다는 증서가 아니다.

좋은 효과는 더 천천히 나타날 수 있다. 한 번 거짓말이 드러나면, 사람들은 그 뒤의 말도 신뢰를 조금 덜어내고 듣게 된다. 사실대로 말해두면 적어도 이후의 행동과 계속 맞춰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경향이지 보장은 아니다. 사실을 말한 쪽이 손해 볼 수도 있고, 속인 쪽이 오랫동안 이길 수도 있다.

약속을 어겼는데 왜 아직 자리에 앉게 두느냐는 질문도 나올 것이다. 상대에게 설명할 자리를 남기는 것과 모든 협조를 계속 제공하는 것은 다르다. 이번 약속을 믿지 않아도 되고, 어떤 협력을 중단해도 되며, 계속 따져도 된다. 그러기 위해 그쪽에는 이제 답할 가치가 있는 말이 전혀 없다고 먼저 선언할 필요는 없다.

석협방은 나중에 체계를 탈퇴했다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복귀를 신청했다. 답하지 않은 옛 진정 두 건은 최고책임자가 바뀐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예전의 답변 거부 명령을 확인 없이 새 최고책임자 개인에게 돌려서는 안 된다. 국가에 남는 책임은 이어지고, 개인 책임은 별도의 근거를 필요로 한다.

둘을 나누어야 변화를 볼 수 있다. 사람이 바뀔 때마다 과거가 초기화되면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끝내 따라잡지 못한다. 반대로 국가의 본성을 한 번 정한 뒤 무슨 일을 해도 같다고 하면 바꿀 의미가 없다. 기록은 과거를 잊지 않으면서 미래를 미리 닫지 않아야 한다.

여기까지 오면 신뢰는 나를 믿어달라, 당신을 안다, 내가 보장한다는 뜨거운 초대와 조금 달라 보일 것이다. 오히려 계속 써나갈 수 있는 관계에 가깝다. 이것은 내가 한 일이고, 이것은 못 한 일이며, 이유는 이렇다. 동의하지 않아도 되고, 다음 행동과 맞춰봐도 된다.

강제력을 가진 상급자가 없으면 미납금은 끝내 못 받을 수 있다. 보기 좋은 결말은 아니지만 종이에 남겨야 한다. 그래도 완전히 믿거나 완전히 간파했다고 생각하는 두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건씩 적고 한 건씩 물을 수 있다. 다음 판단을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데서 시작하지 않도록.

원논문과 읽기 안내

SAE 국가 간 협력론을 바탕으로 공개된 중국어 교양 산문에서 출발해, 한국어 독자가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독립적으로 다시 썼다. 원 산문의 논증과 사례, 제한 조건을 보존하되 논문의 모든 명제와 부록을 기술적으로 옮긴 것은 아니다. 사례 속 조항은 한 가지 제도적 선택이며 유일한 최선의 설계라는 뜻이 아니다. 질문, 답변 의무, 강제 집행을 구분하며, 나중에 정책이 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앞선 질문이 그 변화를 일으켰다고 단정하지 않는다. 각 글에서 해당 원논문으로 이어진다. 실제 역사를 다루는 별도의 읽을거리는 현재 영어·중국어 간체·중국어 번체로 읽을 수 있다. 여기서 따라가는 가상의 이야기와는 별도의 연작이다.

원논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