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관계를 깊게 만든다. 힘들 때 가장 먼저 찾는 사람, 하루를 버티게 해 주는 사람, 생활의 많은 계획이 가능하게 되는 조건일 수 있다. 이런 필요를 인정하는 것은 약함이 아니다. 사람은 원래 완전히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그러나 필요는 쉽게 권리처럼 바뀐다. “너 없이는 안 되니까 너는 떠나면 안 돼.”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서로 약속했고 그 약속을 믿고 삶을 꾸렸다면 구체적인 책임도 생긴다. 한 사람에게 의지하라고 해 놓고 갑자기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것처럼 행동할 수는 없다. 다만 책임과 소유는 다르다. 책임은 내 선택이 만든 결과를 설명하고, 필요한 이행과 전환을 감당하는 일이다. 소유는 내가 너를 필요로 하니 너에게는 방향을 바꿀 권리가 없다고 말한다.
이 선을 넘게 하는 것은 대개 두려움이다. 중요한 사람이 떠나면 감정만이 아니라 생활의 안정, 미래에 대한 그림, 나를 이해하는 방식까지 흔들릴 수 있다. 그 상실을 막기 위해 내 고통을 상대의 의무로 만든다. “네가 떠나면 나는 아플 거야”는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그러니 너는 떠날 자격이 없어”가 되려면 고통 이외의 다른 이유가 필요하다.
떠날 자유가 공동생활을 없던 일로 만들지는 않는다. 함께 돌보는 사람, 공동 자원, 분명한 약속, 오래 쌓인 의존이 있다면 설명과 준비와 인계가 필요하다. 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모든 전환 비용을 남은 사람에게 던질 수는 없다. 그러나 책임이 아무리 무거워도 “그러니 평생 남아 있어야 한다”로 무한히 늘어나서는 안 된다.
때로는 떠나면 상대가 살 수 없을 것 같아서 마음이 없는 관계를 계속한다. 남아 있는 행동은 사랑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 모두 필요에 갇힌다. 한쪽은 혼자 설까 두렵고, 다른 쪽은 점점 소유당한다고 느낀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그의 동행인지, 나를 거절하지 못하는 상태인지 물어야 한다. 남아 주기를 원하는지, 떠날 수 없게 만들고 싶은지 구별해야 한다.
“나는 네가 정말 필요하고 함께 있어 주기를 바라”라는 말은 무겁지만 답할 자리를 남긴다. “내가 필요로 하니 너는 내 것이야”라는 말은 내 취약함으로 상대의 경계를 그린다. 좋은 관계는 서로 필요 없어야 하는 관계가 아니다. 깊이 의지하고 큰 책임을 나눌 수 있다. 다만 그 의존 속에서도 각자가 변하고 지치고 다시 판단할 수 있는 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누군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내 삶에서 가진 무게를 인정하는 일이다. 그를 소유한다는 것은 그에게도 내가 정하지 않은 삶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일이다. 둘의 차이는 필요를 대답 가능한 부탁으로 내놓느냐, 상대의 미래를 담보로 잡는 명령으로 내놓느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