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만난 공자는 모두에게 같은 답을 주지 않는다. 질문을 기다리고, 틀렸을 때 인정하며, 제자의 반론을 허용하고, 성인의 면책을 거부한다. 후세가 기대한 닫힌 체계라는 뜻에서 그는 교리를 남기지 않았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사람을 보고, 장면을 되돌리고, 문장을 자르지 않고, 경계를 보여 준 뒤 판단을 돌려주는 방식이 남았다. 그 방식도 고쳐지고 대체되며 다른 시대에 버려질 수 있다.

『논어』를 다시 연다는 것은 진짜 공자를 마침내 소유한다는 뜻이 아니다. 기억의 한계와 편집자의 손을 보면서도 한 방에 다시 들어가는 일이다. 그곳에서 스승은 최종 답이 아니라 다음 사람을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우리의 책임을 남긴다.

중문·영문판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해 독립적으로 다시 쓴 글이다. 자세한 논증은 시리즈 끝의 연구판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