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지 않으면 그 정사를 도모하지 말라’는 말은 맡지 않은 일에 입을 다물라는 명령처럼 읽힌다. 그렇다면 여러 나라의 정치를 논한 공자 자신과 부딪힌다. 이 시리즈는 ‘도모하다’를 단순히 생각하는 일이 아니라 권한 없는 자리에서 남의 구체적인 업무를 대신 주관하는 일로 읽는다.

밖에서 역할을 생각하는 일과 담당자를 건너뛰어 결정하는 일은 다르다. 앞의 일이 없으면 비판과 조언, 공적 사고가 사라진다. 뒤의 일에 경계가 없으면 결과를 책임지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일과 삶을 설계한다.

지키려는 것은 침묵이 아니라 결정과 책임의 대응이다. 밖에 있기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보인다는 사실이 통치 자격을 자동으로 주지는 않는다. 생각하고 말하고 반대하되 누구의 이름으로 결정하는지 흐리지 않는다.

중문·영문판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해 독립적으로 다시 쓴 글이다. 자세한 논증은 시리즈 끝의 연구판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