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와 염유가 똑같이 묻는다. 옳은 일을 들으면 바로 실천해야 합니까? 공자는 자로에게 아버지와 형이 살아 있으니 먼저 상의하라고 말한다. 반면 염유에게는 들었으면 곧 행하라고 한다. 한 문장씩 떼어 놓으면 둘 다 그럴듯한 격언이고, 나란히 놓으면 모순처럼 보인다.
공서화가 이유를 묻자 공자는 두 사람의 이름을 답으로 내놓는다. 염유는 늘 뒤로 물러서니 앞으로 밀어야 하고, 자로는 두 사람 몫의 기세가 있으니 붙잡아야 한다. 답은 질문 속에 완성되어 있지 않았다. 질문과 그 질문을 가져온 사람 사이에서 생겼다.
그러므로 『논어』의 이름들은 배경 장식이 아니다. 처방의 일부다. 이름을 지우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을 향한 개입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명령으로 바뀐다. ‘공자가 말했다’의 뜻을 묻기 전에, 그는 누구를 어느 쪽으로 움직이려 했는지 먼저 봐야 한다.
중문·영문판을 바탕으로 한국어 독자를 위해 독립적으로 다시 쓴 글이다. 자세한 논증은 시리즈 끝의 연구판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