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함께 일하기 · 08 · 함께 일할 약속
진짜 협업은 나 자신을 넘기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AI를 거부하거나 그 앞에 항복하는 대신 협업을 설계합니다. 능력은 넓어지되, 결정과 책임을 맡은 사람은 사라지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
‘AI를 쓰지 않으면 시대에 뒤처진다’는 말은 이제 예측만이 아니라 압박의 방법도 되었습니다. 거울에 비친 반대편 이야기도 단순합니다. AI를 쓰기만 하면 사람은 자기의 가장 중요한 것을 잃는다는 말입니다. 두 이야기가 편리한 이유는 협업을 설계할 책임을 면해 주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항복을 피할 수 없다고 하고, 다른 하나는 거부하기만 하면 순수함이 지켜진다고 말합니다.
대부분은 더 어려운 중간에서 살아갈 것입니다. 실제로 유용하고 가끔은 놀라우며, 자주 신뢰하기 어려운 시스템과 함께 일합니다. 그 시스템이 우리가 의지하는 기관에 조금씩 들어오는 것도 보게 됩니다. 문제는 아무 영향도 받지 않은 채 지내는 법이 아닙니다. 협력에 참여하면서도 그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일을 파악한 뒤, 과제 자체를 다시 묻자
잘 갖춘 절차는 먼저 기계가 잘하는 것을 인정합니다. 넓은 범위를 탐색하고, 여러 버전을 비교하고, 패턴을 찾고, 가능성을 만들고, 문체를 바꾸고, 반대 의견을 가상으로 펼치고, 오랜 맥락을 보관하는 일입니다. 도구가 더 잘하는 반복 노동을 손으로 고집해서 존엄을 입증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속도를 높이기 전에 과제 자체를 다시 물어봅니다. 누가 정의했을까요? 무엇을 최적화할까요? 그 결과를 안고 살아갈 사람은 누구일까요? 어떤 부분에 반드시 이의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할까요? 잠깐 멈추어도 됩니다. 그 과제가 ‘원래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일’처럼 오는 것을 막는 멈춤입니다.
일하는 사람에게 목표를 다시 쓸 자유가 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경계를 표시하고, 이견의 기록을 남기고, 이의 제기 경로를 지키고, 생성된 출력을 자기 판단인 양 내놓지 않을 여지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행동할 여지는 전부 아니면 전무가 아닙니다. 때로는 시스템이 빈틈없어 보이려 할 때, 사람이 끝까지 남겨 놓는 이음매 하나일 뿐입니다.
가능성을 늘리는 일은 AI에 맡기자
가능성이 계속 불어나는 곳에서 AI는 특히 쓸모 있습니다. 보고서 구성 열 가지, 실패를 설명하는 여러 방식, 서로 겨루는 가설, 다른 표현, 경계 사례, 반대 의견을 내놓습니다. 피곤한 머리보다 훨씬 많은 갈래를 한꺼번에 남길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일은 열한 번째 안을 만드는 경쟁이 아닙니다. 어떤 차이가 중요한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어느 안이 정직하면서 불필요한 해를 만들지 않을까요? 어떤 가설을 다음 실험에서 시험할 가치가 있을까요? 어느 경계 사례가 사실은 평균에서 빠질 사람일까요? 어떤 반대 의견 때문에 겉모양만 다듬지 말고 프로젝트를 바꿔야 할까요?
이 분담은 능력의 경계를 정한 것이 아닙니다. 모델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고 비판할 수 있으며, 사람도 자유롭게 가능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진짜 경계는 책임입니다. 출력이 세상에서 하나의 약속이 되려 한다면, 왜 그것을 골랐는지 설명하고 결과가 왔을 때 다시 생각할 사람이 여전히 있어야 합니다.
절차 안에 사람의 세 권리를 지키자
오래갈 수 있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에는 적어도 세 가지 보호가 필요합니다.
- 확인할 권리. 중요한 출력 뒤의 증거와 가정, AI가 맡은 역할을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이의를 제기할 권리. 영향을 받는 사람에게 기록이나 틀이나 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실제 경로가 있어야 합니다.
- 떠날 권리. 직원과 이용자를 축적된 기억이나 독점적 형식, 자동 절차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주는 불이익에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제품 기능에 그치지 않습니다. 시스템이 사람을 참여자로 대하는지 원료로 대하는지 결정합니다. 마찰 없이 매끈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절차는 한쪽이 응답할 능력을 잃었기에 효율적으로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협업의 기준은 사람이 얼마나 적게 했는지가 아닙니다. 사람이 여전히 되묻고, 선택하고, 잘못을 고칠 수 있는 자리를 갖는지입니다.
누가 무엇을 넘겨받았는지 드러내자
팀은 흔히 ‘AI의 보조를 받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디서 보조가 끝나고 권한이 시작되는지 모릅니다. 더 나은 방법은 누가 어디서 무엇을 넘겨받았는지 적는 것입니다.
모델이 자료를 요약하고 사람이 인용을 확인합니다. 모델이 정책 후보를 만들고 그 정책의 영향을 감당할 팀이 대가를 논의합니다. 모델이 위험을 표시하고 이름을 밝힌 전문가가 결정합니다. 모델이 편지를 쓰고 발신자가 핵심 주장을 고쳐 뒤따를 관계를 책임집니다.
인계가 보여야 하는 까닭은 시스템과 이용자 사이 틈으로 책임이 가장 쉽게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제공자는 사람이 골랐다고 하고, 사람은 모델이 권했다고 하고, 기관은 절차를 지켰다고 합니다. 모두 참여했는데 실제 행동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합니다.
인계를 적는다고 현명한 판단까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오류가 생긴 뒤에 돌아가 물을 상대는 남길 수 있습니다.
내 가치를 지키는 일까지 도구에 맡기지 말자
AI는 능력을 키워 주지만, 그 능력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에 계속 쓰이리라는 보장은 하지 못합니다. 생산량을 두 배로 만든 사람은 정말 시간을 얻었을 수도, 지표만 두 배로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초안을 모두 맡긴 사람은 더 좋은 편집자가 될 수도, 생각이 저자 자신을 놀라게 하는 단계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도 있습니다.
모두에게 통하는 비율은 없습니다. 경험에 물어보는 편이 낫습니다. 이렇게 반년 일한 뒤 예전에는 못 하던 무엇을 하게 되었을까요? 반대로 시스템이 없으면 못 하는 일이 된 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의존은 내가 택했고, 어떤 의존은 모르는 사이 자랐을까요?
손수 하는 일도 얼마쯤 남깁니다. 기계가 못 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나를 형성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출처를 끝까지 읽고, 첫 문단을 쓰고, 어려운 전화를 직접 걸어도 됩니다. 동료에게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은 뒤 침묵 속에서 답을 기다려도 됩니다. 가치는 결과에도 있고, 실천을 통해 그 결과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일 사람이 되는 데도 있습니다.
AI와 일하기 위한 간단한 약속
중요한 협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섯 문장을 써 보세요.
- 이것이 AI의 도움을 받아 완수하려는 과제입니다.
- 이것이 내 대신 내려 달라고 하지 않은 결정입니다.
- 이 사람들이 결과의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 이것이 그 사람들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거절할 방법입니다.
- 이것이 여전히 내가 책임지는 부분입니다.
다섯 문장이 모든 충돌을 풀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더 기본적인 일은 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맡는지 보이지 않게 되는 일을 막습니다.
사람과 AI가 함께 일할 미래는 모델의 능력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사람과 기관이 어떤 일만큼은 계속 자신들이 답해야 한다고 여기는지에 따라서도 정해집니다. 나를 지키는 것은 모두 혼자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보조를 권한을 맡기는 일로 착각하지 않고, 예측을 목적과 혼동하지 않고, 매끈한 말을 한 사람의 삶과 혼동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기계와 함께 일하세요. 방법을 바꾸고 닿을 수 있는 곳을 넓혀 주게 하세요. 다만 여전히 ‘그렇다’, ‘아니다’, ‘아직 아니다’, ‘다른 방법으로 해 보자’고 말할 수 있는 자리는 넘기지 마세요.
출처와 읽기 안내
Self-as-an-End의 관점을 일반 독자에게 독립적으로 적용한 산문입니다. 한국어판은 공개된 중국어 산문을 바탕으로 다시 썼습니다. 원래 영어판도 영어 독자에게 맞춰 독립적으로 썼으며, 중국어 간체와 번체에는 전문이 있습니다. 여덟 편에 공통된 이론의 입구는 SAE 방법론 제8편 「Human–AI Collaboration」입니다. 서로 다른 원논문 여덟 편을 각각 옮긴 글은 아닙니다.